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163)
“뭐라고?”
이상주는 벙 찐 표정이 되었다.
지점으로 보낸 사람들이 지점을 들쑤셔서는 모조리 경찰에 고발했단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지점으로 쫓아낸 사람들이 지점 서류를 점검해서 탈세와 횡령을 찾아내 경찰에 고발했답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작년 기준으로만 1조 3천억에 달한다고…….”
“…….”
이상주는 어이가 없었다.
지점들을 이용해서 비자금을 만드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을 들쑤실 줄이야.
“이놈들…….”
이상주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하지만 이미 고발이 진행되었고 지점장을 비롯해서 해당 지점의 사람들은 줄줄이 경찰에 불려 가고 있다.
그리고 증거가 확보된 이상 그들은 빼도 박도 못하고 처벌을 받을 테니, 회장 입장에서는 그들의 고용 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다.
당장 횡령이 뻔하게 드러날 테니까.
‘이건 생각도 못 했어…….’
그냥 지방으로 발령되면 발악하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오히려 기존의 지점 사람들이 나가떨어지면 자신들이 비자금을 만들 창구가 사라진다.
그건 그나마 최선이고, 최악의 경우 관련 첩보를 받은 경찰이 자신에게 달려들 게 뻔하다.
작년 한 해에만 1조 3천억대 비자금인데 그걸 경찰이 깨끗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큰 건이라고 생각해서 파고들까?
‘노형진…….’
지금까지 없었던 일.
그걸 생각해 낼 만한 단 한 사람, 노형진.
그런 생각에 이상주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급한 건 노형진이 아니었다. 이게 정치권으로 비화되기 전에 막아야 했다.
“그놈들을 당장 해고해.”
“그게, 자문을 받아 보니까 회사의 일원으로서 회사의 손실을 막은 거라 해직은 불가능하다고…….”
“큭.”
물론 다른 방법으로 잘라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모든 방법이 노형진에게 막혔다.
“그나마 사건을 수습하는 건 그들을 불러와서 감시하면서 뭉치지 못하게 하는 거라고…….”
“끄응.”
이상주는 자신이 졌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최소한 지금은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 수습해 봐.”
이상주는 이를 박박 갈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파 왔다.
하지만 그의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 *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어무이.”
병원에서는 신음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두한에서 파견된 변호사는 이 상황에 머리가 아파 왔다.
“그러니까, 칼치기를 하던 트럭 때문에 버스가 쓰러졌다고요?”
출근길에 버스가 쓰러졌다.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지방 출근하던 사람들이 다들 끙끙거리면서 드러누워 버렸다.
“아, 미치겠네.”
안 그래도 저놈들 때문에 회사가 발칵 뒤집어졌는데 사고당했다고 드러누워 버리니 자신이 저놈들을 조사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거 어쩐다?’
자신의 임무는 저들의 약점을 찾는 것.
그런데 약점을 찾기도 전에 입원부터 했으니 쉬운 일은 아닐 듯했다.
‘일단은 올라가서 법무 팀장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가 막 몸을 돌리려고 하는 찰나. 건장한 사내 세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두한에서 나온 변호사시라고요?”
“네? 아, 그렇습니다만.”
“빨리 움직이셨네요.”
“네, 뭐…….”
원래 자신이 온 목적은 그게 아니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서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찌 되었건 이 문제에 대해선 저희 쪽에서도 조사를 해야 하니까……. 그런데 저기, 어디 분들이신지?”
정부 쪽 사람 같은데 경찰 같지는 않아 보였기 때문에 변호사는 조심해서 물었다.
“네? 저희 때문에 오신 게 아닌가요?”
“아뇨. 전 다른 일 때문에 왔다가 급하게 여기로 온 거라서요. 사전에 이야기는…….”
“아, 그래요? 저희는 노동부에서 나왔습니다.”
자신의 신분증과 명함을 건네는 세 사람.
변호사는 그걸 받아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노동부에서요? 그런데 왜 여기에 오신 겁니까?”
“출근하다가 사고 났다면서요?”
“그렇습니다만.”
“출근길도 산재에 들어갑니다. 저분들 변호사가 산재 신청했습니다.”
그 말에 두한의 변호사는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랬다. 판례에 따라서, 출근길이었다면 그사이에 벌어지는 사고는 산재다.
그리고 산재가 터지면…….
‘이런 염병.’
회사에 마이너스 점수가 매겨진다.
그리고 안전시설이 미흡한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이 이루어진다.
“지금 이 경우에는 안전시설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었지요.”
누군가가 변호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변호사는 고개를 돌렸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노형진 변호사…….”
“아이고, 저를 알고 계시네요.”
노형진은 그를 보면서 살짝 미소 지었다.
“버스도 회사에서 지원해 주지 않아서 자비로 빌리게 하시고, 거기에다 집에서 무려 두 시간 삼십 분 거리에 달하는 비합리적인 출퇴근 거리로 인한 교통사고니까 벌금 좀 나오실 겁니다. 물론 산재 처리했으니까 보험금도 오를 테고요. 아, 그리고 치료비도 회사에서 내야 하는 거 아시죠?”
노형진의 말을 들으면서, 두한의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두한에 사표를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산재 처리라…….”
버스 사고가 언론에까지 나가고 그게 무려 두 시간 삼십 분이나 되는 긴 출퇴근 시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두한의 이미지는 개판이 되었다.
수백억을 들여서 만든 좋은 이미지가 바닥을 치는 건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그 사고가 우연인 건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이상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건 진짜 생각도 못 한 악재였다.
안 그래도 그놈들이 지점들을 다 박살을 내 놔서 곤란해 죽겠는데 사고가 나서 아프다고 드러눕고 산재까지 신청하니 해직할 수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다 나으면 또다시 복직할 것이다.
그리고 무한 반복이다.
그걸 막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당장 그놈들 다시 불러와. 그리고 서로 다른 부서에 배치하고, 아무리 허접해도 뭐라도 시키고……. 그리고…….”
긴 한숨을 쉰 이상주.
“경찰청장이랑 검찰총장이랑 식사 자리를 마련해 봐.”
이번 일을 무마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그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 * *
“이건 진짜 생각도 못 했는데?”
김성식은 기가 막혔다.
지방으로 좌천되면 그걸로 끝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은 반전되었다.
“지방에 좌천성 발령을 받을 정도 나이면 회사 업무에 관해서는 빠삭하죠.”
어디서 뭘 털면 무슨 먼지가 나올지 알고 있으니 그들이 내려와서 털기 시작하기만 하면 지점은 난리가 났다.
“이제는 아마 지점들에서 곡소리 날 겁니다.”
지점 발령으로 대량으로 내려보냈던 사람들이 지점을 박살을 내 놨으니, 다른 지점들에서 서울 본사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받으려고 할 리가 없다.
당장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다시 올려보냈는데 정작 지점은 박살 났으니, 그 지점을 복구하려면 두한은 머리깨나 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유기적이죠. 상부가 부패했는데 지점이 깨끗할 수는 없죠.”
그리고 직원들이 그 상처를 후벼 팔 수 있다는 걸 알면 두한은 무서워서라도 좌천성 인사를 할 수가 없다.
“나중에는 모르지만요.”
현재로써는 그들이 써먹던 해직 방법이 다 막혀 버린 셈이다.
“그나저나 산재 처리라니, 그건 진짜 우연인가?”
“당연히 우연이지요. 제가 아무리 승리에 미쳤어도 버스를 자빠트리지는 않습니다.”
사실 노형진의 계획은 적당히 출퇴근하다가 과로로 쓰러진 척하게 시키려는 것이었다.
그 정도 출퇴근 시간이면 충분히 과로가 인정될 만한 여건이니, 그걸로 산재 처리하면 두한은 머리가 아플 거라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전복 사고는 진짜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서 망정이지.”
김성식은 혀를 내둘렀다. 이걸 도무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하기도 애매했다.
“어찌 되었건 예상대로 산재로 묶어 놔 버렸으니 그들도 장기 파견은 고민 좀 할 겁니다. 뭐 하나 터지면 바로 산재로 묶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테니까요.”
“허허, 두한에서 당분간 곡소리 나겠군.”
“그 곡소리 좀 오래갔으면 좋겠네요.”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능하면 더 이상 두한 쪽 관련자들은 보고 싶지 않으니 말이지요, 후후후.”
인간이라고 다 과거에서 배우는 건 아니다
“사람이 사라진다고요?”
“네. 이상하단 말이죠.”
박구호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했다.
박구호는 세풍병원이라는 체인형 병원을 운영하는 대표이지만 특이하게도 취미가 노숙이다.
자신을 완전히 놔 버리는 자유가 좋다나?
그런 그가 노형진을 찾아온 건 의외였다.
“변호사님도 알잖습니까, 내가 노숙자들과 친한 거.”
“알죠.”
노숙자들과 친할 수밖에 없다.
그는 노숙을 하다가 노형진을 만났고, 노형진이 도와줘서 병원 대표로 돌아온 후에도 뜬금없이 바깥에서 노숙하기를 즐기니까.
“그런데 요즘 노숙자들이 사라진단 말이죠.”
“그런 경우야 흔하지 않습니까?”
“흔하죠. 일반적으로는요. 그런데 제가 직업이 의사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래도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죽으면 신원 확인이라도 해 주고 가족들에게 이야기라도 해 주려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좀 해 놨거든요.”
노숙자들은 죽는다 해도 누구도 슬퍼하지 않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신원 미상으로 처리될 뿐이다.
“손을 써 두신 거군요.”
“그렇죠. 사실 노숙자들의 시체가 발견되면 가는 병원은 뻔하니까요.”
그리고 세풍병원의 대표쯤 되면 그들에게 어렵지 않은 부탁은 할 수 있다.
그 부탁은 다름 아니라 노숙자가 들어온 경우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 주면,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면 신원 확인이라도 해 주겠다는 것.
“나쁜 조건도 아니네요.”
노숙자라고 해도 무조건 신원 미상 딱지를 붙여 버리고 시체를 화장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경찰에서도 그들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그 사람들과 같이 지내서 진짜 이름 같은 걸 좀 아니까…….”
“그런 거라면 도움이 되겠지요.”
상당수 노숙자들은 신분증조차도 없으니까.
“그리고 몇몇은 따로 부탁을 하기도 하고요.”
어쩌다 보니 노숙자로 굴러떨어졌다고 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없겠는가?
그래서 일부는 주변 인물에게 자신이 죽으면 가족에게나마 소식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그리고 박구호는 그런 사람들 중에서 상당히 믿을 만한 사람이다.
진짜 노숙자가 아니고 힘을 가진 병원장인 데다가 자신들에게 딱히 편견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
더군다나 오래 노숙을 하다 보면 가족들이 이사를 가거나 하면 찾을 방법이 없다.
본인도 방법이 없는데 부탁받은 다른 노숙자를 경찰이나 동사무소에서 도와줄 리가 없다.
‘하지만 박구호 씨라면 괜찮은 선택이지.’
그의 자리가 있으니 경찰에게 협조를 받기 쉬울 것이다.
“뭐, 그건 제 개인적인 선행이라고 해 두죠.”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라진다는 건 무슨 말씀이시죠?”
“말 그대로입니다. 노숙자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시신이 나오는 것도 아니구요.”
자신이 미리 이야기해 놨으니 그들이 사망해서 병원으로 들어왔다면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간 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그래요?”
“노숙자들 세계에서도 텃세가 좀 심한 편이거든요.”
노숙자들이 잠을 잘 때, 따뜻한 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니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자리 때문에 싸움이 많이 나서 텃세 아닌 텃세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 생각하고 다르게 노숙자들은 자리를 쉽게 안 옮겨요.”
당장 자신이 아는 곳에 있으면 언제 어디서 무료 급식을 하는지 그리고 비상시에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고 어디서 씻을 수 있으며 어디서 잘 수 있는지 다 알지만, 위치를 옮기게 되면 그런 건 전혀 모르고 기존 노숙인들의 텃세 속에서 하나씩 알아내야 한다.
“저야 뭐, 소주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으니까 어렵지 않았지만.”
박구호야 자진해서 모든 걸 버리고 노숙을 한 거고, 그래도 돈은 있었으니 동료 노숙자들에게 한 잔씩 사 주는 게 부담이 되지 않았기에 쉽게 녹아들었지만 말이다.
“보통 사람들 생각과는 많이 다르네요.”
“네, 그래서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벌써 다섯 명이나 사라졌는데 말이죠.”
박구호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데 경찰은 수사를 안 해요.”
“그럴 수밖에요.”
노숙자들은 경찰에게는 골칫덩어리나 마찬가지다.
경찰이 그들의 신분을 기억하고 계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당장 서울역에서 그가 노숙할 때도 그랬다.
“그래서 좀 등골이 오싹해서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한 명이나 두 명 정도야 갑자기 사라져도 다른 데로 갔거나 가정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무려 다섯 명이 사라졌다.
그런데 알려진 게 전혀 없다.
“다른 노숙자들에게도 확인해 보셨습니까?”
“네, 확인해 봤습니다. 아무도 모르더군요.”
“그러면 문제가 심각한데요?”
박구호야 어찌 되었건 이제는 거기에서 나왔으니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그곳에서 같이 생활하는 노숙자들도 그들이 간 곳을 모른다?
“그런데도 경찰은 수사를 안 하고……. 무슨 뜻인지 아시죠?”
“네, 너무 잘 알죠.”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과거 장기 밀매 사건 당시에 가장 많은 피해자가 노숙자들이었다. 노숙자들을 납치해서 살해하고 장기를 밀매했는데 경찰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기에 그 장기 밀매 선박이 발견될 때까지 실종 자체도 인지하지 못했다.
‘이놈의 경찰들은 도무지 일을 안 해요.’
노형진은 눈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매일같이 수사권을 달라고 하면서 정작 일을 하지 않으니 수사권을 주고 싶지도 않다.
‘수사권 받으면 누명이나 안 씌우면 다행이니 이거 원.’
긴 한숨을 쉰 노형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 그들을 찾고 싶은 거군요.”
“어, 물론 새론이 경찰이 아닌 건 아는데…….”
“아닙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새론이죠. 아시잖습니까? 저희는 따로 정보 팀 운영하는 거요.”
“네, 그래서 변호사님을 찾아온 겁니다.”
박구호에게 돈은 넘쳐 난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돈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에게는 자신과 함께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으며 인생을 이야기하던 인연들이 더 소중했다.
“그래서 변호사님이 좀 찾아 줬으면 해서요.”
“전부 다 찾아 달라는 건 아니시죠?”
“그럴 리가요. 그냥 꺼림칙한 상황이 아닌지만 확인해 달라는 겁니다.”
만일 꺼림칙한 상황이라면 그때는 경찰이 끼어들어야 한다.
만일 아니라고 하면, 자신은 그냥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도와드리지요.”
“역시 노 변호사님입니다.”
박구호는 씩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회동에 참석하시겠어요?”
“회동?”
“오늘 제가 자리를 마련했거든요. 아무래도 이야기를 듣기에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 좋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