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19)
“노 변호사님, 어떻게 아셨나요?”
“글쎄요. 그냥 전 사건 자체를 본 것뿐입니다. 모든 사건이 짠 하고 일어나는 2차원적인 문제는 아니거든요. 대부분의 사건은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엮여서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걸 보면서 변호사들은 뒤에서 웅성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게 가능해?”
“글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가능하겠지.”
사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그저 사건이 벌어지면 그 법이 어디에 해당되고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변론은 기본적으로 그게 아니라 무죄를 증명하는 과정. 당연히 그 사건이 성립되지 않을 요소를 찾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럼 다음 사건을 진행해 볼까요?”
MC는 기대에 찬 듯 다음 사건을 꺼내 들었다.
“다음 사건은 강원도 양구에서 온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에 중점은 과실수에 대한 배상입니다. 땅 주인은 외부인으로 그 땅을 산 지는 10년쯤 되었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주인이 와서 그곳에서 과수원을 하는 신청인에게 퇴거하라고 겁주고 갔답니다. 결과적으로 자기는 그 땅에서 애지중지 키운 감나무 농장을 빼앗기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여러 변호사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 퇴거의 이유가 뭐지요?”
“그곳에 은퇴 후 지낼 집을 짓는다고 한답니다.”
“흠…….”
그 말에 변호사들은 각자 자기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몇몇은 노형진, 아니면 이도한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들의 말을 듣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당연히 나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땅주인이 나가라는데요.”
“하지만 의뢰인은 전 주인과 5년 전에 임대차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그거야 전 주인과의 관계일 뿐이죠. 더군다나 그 땅은 10년 전에 구입했다면서요? 그럼 전 주인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와 계약했다고 해도 대항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렇지요.”
“그러니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억울하면 전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도한이 말을 꺼내자 몇몇이 그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노형진은 그걸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최민선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건도 좀 이상한 것 같기는 한데요.”
그가 말을 꺼내자 여기저기서 쿡쿡거리는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 인간 또 저러네.”
“맞아, 또 저러네.”
“뭐든 이상하다지?”
“그거야…….”
그 말에 최민선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런 그를 보면서 의외로 그가 실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것은 경험뿐인가?’
대한민국에 있는 법이 한두 개도 아니고 그걸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다 보니 한번 사건을 처리한 것은 기억하기 마련이다. 즉, 최민선은 능력은 있는데 아직 법 자체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경험 부족이라는 뜻이었다.
‘쓸 만할지도 모르겠어.’
노형진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최민선은 몇 가지 가설을 내놨지만 이도한의 역공에 막혀서 제대로 먹히는 것은 없었다.
“결국 다들 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노형진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노형진은 사건 기록을 보면서 잠시 침묵을 지켰다.
“확실히 최민선 변호사 말대로 이상한 점이 많은 사건입니다.”
은근슬쩍 최민선을 편들어 주는 노형진. 그 말에 이도한의 얼굴이 사정없이 찡그러졌다.
“그런가요?”
“네, 특히 10년이나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이상합니다.”
“더욱 이상하다?”
“네.”
노형진은 다른 변호사들을 힐끗 바라보았다. 분명 저들도 이 법을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형진처럼 생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과수원이 생긴 지 5년이라는 점이 좀 이상하군요.”
“어째서죠?”
“목적에서 드러나죠. 사람은 목적에 맞게 땅을 삽니다. 10년 전 이 땅의 주인은 은퇴 후를 위해서 땅을 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은퇴 후 시골에 내려올 생각이라면 대지를 사지, 과수원 자리를 사지는 않습니다. 아예 용도가 다릅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대지이지만, 과수원은 농지에 해당되니까요.”
그 말에 얼굴이 딱딱해지는 변호사들. 그들은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시골에 내려가려고 하는 사람은 대지를 구입하려고 하지, 농사가 목적이 아니라면 농지를 구입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땅은 모두 농지다. 즉, 집을 지을 수가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분명 전 주인이랑 계약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가요? 전 주인은 말 그대로 전 주인일 뿐입니다. 그 토지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는 사람에게 계약했다면 아무런 대항력도 가지지 못합니다.”
이도한의 애써 노형진의 의견을 폄하하면서 비웃었다. 하지만 노형진의 생각은 달랐다. 누가 봐도 이 뒤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글쎄요. 전 농장이 생긴 5년 후 보다는 그 5년 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장이 생기기 전인 5년 전에요?”
“네, 기본적으로 농지는 사용하지 않고 놀리면 벌금이 나갑니다. 1년 정도는 휴경지라는 명목으로 쉴 수도 있겠지만 5년이나 놀리면 당연히 벌금이 나오지요.”
“그런 게 있었어?”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에 어리둥절해 하는 변호사들.
‘하긴 너희들이 알 리가 없지.’
여기 있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살고 도시에서 활동하는 도시인이다. 시골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법이 있습니다. 원활한 식량 확보를 위한 법이지요. 그런데 5년 전에 계약했다고 한다면 지난 5년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뜻인데 그것에 대해서 벌금 내역이 없거든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흠?”
그게 뭐가 이상하냐는 얼굴이 되는 변호사들. 하지만 최민선은 뭐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챈 듯했다.
“누가 관리했다는 뜻이군요.”
최민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노형진.
“맞습니다. 5년 전에도 누군가 관리했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따졌을 때 아마도 현 주인은 전 주인에게 일종의 관리를 맡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리?”
“관리라니?”
사건에 전혀 없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 그건 아무리 봐도 사건 기록에는 나오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든 해야 벌금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노형진의 의견에 좀 더 관심을 보이는 MC. 노형진은 그걸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 이 땅의 경우 농지로 분류가 되는데 10년간 관리하지 않았다면 벌금이 날아갔겠지요. 과수원이 생긴 것은 5년 전, 그러니까 아무리 못해도 지난 5년은 벌금이 날아갔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5년간 벌금이 날아가지 않았지요. 그렇다면 누군가 그 땅을 지속적으로 농사에 사용했다는 뜻입니다.”
“아하.”
대한민국 법률상 법에서 정한 휴경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농토를 놀리는 경우 벌금을 납부하게 되어 있다. 원활한 식량 공급을 위한 법률이다. 한두 해 정도야 모른다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무려 10년이나 이렇게 넓은 땅을 아무것도 안 하고 놀릴 수는 없는 노릇.
“아마도 원래 주인은 전 주인에게 관리를 맡겼을 겁니다. 쉽게 말해서 전 주인이 대리인이 되는 거죠. 전 주인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죠. 자기 땅도 아닌데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까.”
노형진은 사건 기록을 넘겨서 전 주인의 나이를 확인했다.
“그런데 전 주인의 나이는 현재 일흔한 살. 농사일이 힘들 나이입니다. 더군다나 이 땅은 기본적으로 비탈로 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농사는 힘들죠. 하지만 거기를 놀릴 수는 없습니다. 만일 놀렸다가 벌금이 나오면 자신에게 그 책임을 물으려고 할 테니까요.”
“그럼?”
“다른 방법이 있죠. 다른 임대인을 구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임대인이 이번 사건의 의뢰인일 겁니다…….”
“아!”
사건 기록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것만으로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예상한 듯 계속 말을 꺼냈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건 무단 점유가 아니라 대리인의 표기에 따른 법률적 문제입니다. 전 주인은 해당 토지를 관리하면서 외부에 그 땅에 대하여 주인에게 대리권을 받은 형태로 활동하였고 그걸 믿은 의뢰인은 그 대리인 관계를 믿고서 과실수를 심었을 것입니다. 대리인이 한 계약은 주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의 말대로 퇴거에 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
노형진의 말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사건 내용에는 전혀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달라고 하는 겁니까? 상식적으로 노 변호사님 말씀대로 은퇴 후 물러나서 살 거라면 이 땅은 필요없는데요.”
노형진에게 반박하는 이도한. 하지만 노형진은 그 땅주인이라는 인간이 왜 갑자기 달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달라고 하겠지요.”
“네?”
“일단 대지가 아니니 내려와서 집을 지을 거라는 건 말도 안 됩니다. 그리고 총 2만 평이나 되는 곳인데 그곳에 다 집을 지을 이유가 없죠.”
“그런데 왜 달라고 하는 거죠? 노 변호사님의 말씀대로라면 달라고 할 이유가 없는데요.”
“욕심이죠.”
“욕심?”
“과수원 나무의 수명을 아시나요?”
“엥? 나무에 수명이 있어?”
“그런 소리는 처음 들었는데?”
변호사들은 생각지도 못한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 땅주인이라는 사람이 왜 나가라고 했는지 벌써 알아챈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나무도 수명이 있습니다. 물론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것과는 좀 다릅니다. 상품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과실수가 자라서 적당한 상품의 과실을 생산하는 시기는 5년부터 20년 사이입니다. 그 이상 된 나무에서 나오는 과실들은 상품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과실수 농사를 하는 분들은 매년 오래된 과실수를 조금씩 새 나무로 바꿉니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수익이 나니까요. 그런데 이곳은 모든 나무가 5년밖에 안 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최대 수익이 20년간은 보장됩니다. 그런 땅이라면 엄청나게 땅이 비싸지지 않겠습니까?”
즉, 그 땅주인이라는 사람은 그 땅을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 그를 쫓아내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과실수가 제대로 과실을 생산하려면 3년간 키워야 합니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3년간 키워야 하고 처음 2년은 나무가 어려서 과실이 열린다고 해도 충분한 상품성이 안 나오죠.”
“그럼?”
“이건…… 사기에 대해서도 좀 알아봐야겠네요. 수상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역공에 다들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그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래, 현피 한번 떠 보자 (1)
“이런 염병할! 그 새끼는 뭐야!”
이도환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탁자를 쾅쾅 내려치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것이 그 과수원 문제를 컨설턴트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방송국의 의뢰가 들어갈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들어온 것이다. 그건 둘째 치고 하필이면 그걸 해결한 게 노형진이었고 말이다.
“내가 그걸 얼마나 준비했는데.”
물론 10년 전에 살 때 준비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과수원이 잘 자라고 탐이 나자 그걸 빼앗기 위해서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다. 그래서 모든 준비를 다 하고 쫓아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노형진이 방송에 나와서 한 말 때문에 몽땅 망해 버렸다.
“그 녀석, 노형진 아냐? 몰라?”
“누가 몰라서 그래! 썅! 왜 그 새끼는 우리 일에 사사건건 방해냐고!”
“그렇게 말이야.”
노형진이 청계의 작전을 방해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청계 변호사들은 노형진이라면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악연인가 보지.”
한두 번 부딪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충돌하고 그때마다 자신들은 큰 피해를 입으면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번 피해는 피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피해가 큰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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