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01)
“뭐, 도움이 안 된 건 아니네.”
노형진은 오광훈을 보면서 말했다.
“뭐가 도움이 되었다는 거야?”
“물총.”
“응?”
“아니야. 그런 게 있어.”
노형진은 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억을 읽어 내려고 했다.
그런데 오광훈이 쏜 물총에 맞은 조폭의 리더가 정신이 반쯤 나가서, 묻기도 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한 덕분에 예상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사기에 동원된 사람은 조오수 부장이라는 사람이야. 지금은 두한에서 시골 지점으로 발령 나가 있어.”
물론 성형수술 한 부분을 어느 정도 원상 복구하고 조용히 나갔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한테는 한마디도 안 하던데요!”
홍보석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취조를 했지만 예상대로 그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노형진에게 말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저도 방법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방식은 아니지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기억을 읽었다는 소리를 할 수는 없으니까.
“중요한 건 그 녀석의 입을 열게 하는 거죠.”
“그게 그렇게 쉬울까? 내가 봐서는 그 새끼, 절대 입 안 열 건데.”
오광훈은 부정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식으로 장난치는 데 자발적으로 나서는 놈이니 충성심이 장난이 아닐 거라고.”
“그건 그렇지.”
조오수는 분명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사실상 얼굴이 전국에 팔렸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이름과 삶을 살았으니 수사가 들어와도 그냥 닮은 사람일 뿐 아무런 혐의도 없다는 식으로 처리될 건 뻔하다.
“그런 놈이 자발적으로 입을 열지는 않을걸.”
“그놈이 자발적으로 입을 열지 않으면 타의로 입을 열게 만들어야지.”
“어떻게?”
“일단은 성형을 해 줬던 의사부터 족쳐야지.”
노형진은 눈을 반짝였다.
“성형했던 의사?”
뜬금없는 말이 나오자 홍보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성형했던 의사를 왜 족쳐요?”
“세력이 문제니까요.”
“세력요?”
“네. 이건 대기업과의 싸움입니다. 두한과 싸우려면 아군 세력이 많아야 하지요. 그리고 성형외과 의사는 분명 우리 아군이 될 수 있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홍보석도 오광훈도, 고개를 갸웃했다.
* * *
조오수를 성형했던 의사인 진상팔은 말문이 막혔다.
“지금 상황이 안 좋습니다. 그러니까 잠잠해질 때까지 병원을 닫고 어디 조용한 곳에서 쉬다 오시죠.”
그의 눈앞에 놓인 작은 봉투.
그 안에 들어 있는 현금 2천만 원.
그리고 그를 바라보면서 무섭게 말하는 남자.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인가?”
“여기에 원장님 말고 누가 있습니까?”
“너…… 너…….”
“아니면 우리와 전쟁이라도 하시려고요?”
“이이익!”
진상팔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자신을 협박하는 남자. 그는 스스로를 ‘본사에서 나왔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본사가 어디인지, 진상팔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래 쉬라는 거 아닙니다. 한 2년 정도만, 잠깐 쉬시면 됩니다.”
“미쳤군.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고작 2천으로 뭐? 2년을 쉬라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그는 서울 강남에서 중형급 성형외과를 운영한다.
2천만 원? 큰 수술 잡으면 하루면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그 돈을 던져 주면서 2년이나 쉬라고?
“그다지 만만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선생님의 가족들은 만만하지요.”
순간 진상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때맞춰서 눈앞에 봉투 하나가 던져졌다.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진들.
출근하는 딸과 사위의 모습.
그리고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하나뿐인 손녀의 모습.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아내의 모습.
“저희는 길게 말하기 싫습니다.”
“너…… 너…….”
“아무래도 일이 좀 틀어졌거든요.”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젠장, 소문이 사실이었나?’
검찰에서 주변을 캐기 시작했다.
그걸 알아차린 그가 인맥을 통해 알아봤을 때는 이미 그가 비슷하게 수술한 남자의 원판을 제거하러 갔던 사내들이 잡혔다고 했다.
그리고 검사가 그가 수술한 걸 알아내고 두한을 겨냥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2년만 쉬시면 저희가 알아서 해 드립니다.”
2년. 절대 짧은 기간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그 정도면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도 남는 기간이다.
“원하시면 본사에서 알아서 움직여 드릴 겁니다만.”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꺼내서 봉투에 다시 담았다.
그걸 보면서 진상팔은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농담이 아니야.’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두한의 일을 여러 번 처리해 줬다.
그리고 그가 아는 건 너무 많다.
‘젠장.’
두한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그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을 받았고 그 돈으로 강남에 이런 대형 병원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터진다면…….’
이만저만 타격이 아니다.
그런데 원판을 습격하러 갔던 자들이 이미 검찰에 잡혔다면…….
‘젠장…….’
영화에서 보면 수십 년간 마피아의 회계 업무를 해 주던 사람이 은퇴하는 순간 마피아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이 있다.
당연하다. 그는 더 이상 필요 없고, 필요 이상으로 비밀을 많이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이 딱 그 상황이다.
‘2천만 원…….’
터무니없이 작은 돈. 그걸 두한이 모를까?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걸 내놨다.
‘전쟁인가.’
검찰 쪽을 통해 이야기를 들으며 그도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부회장인 진필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어떤 상황이 될지 진상팔이라고 모르지는 않는다.
“저희는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남자는 봉투를 챙기고 조용히 일어났다.
그리고 진상팔을 한 번 더 바라보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개새끼.”
진상팔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 위험해진 상황.
그러나 그는 그냥 물러날 수가 없었다. 상대가 다른 곳도 아닌 두한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는 남자가 나가자 전화기를 들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성형외과의들의 세력은 상상 이상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한데 뭉쳐서, 성형수술이 의료보험 처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한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성형수술 비용, 거기에다 현금 할인 서비스를 붙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금으로 계산하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그 어마어마한 이권을 지키기 위해 의사들은 뭉쳐 있고 그들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김 원장, 나 진상팔 원장입니다. 의논할 게 있습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 * *
“속을까요?”
진상팔의 병원에서 나온 남자는 걱정스럽게 노형진에게 물었다.
“속을 겁니다. 뭐, 전화해서 이게 뭔 개소리냐고 따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전화해 봐야 그쪽은 모르는 일이다.
당연히 우리는 안 보냈다고 잡아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온 위협을 무시할 수는 없죠.”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닥친 위험.
거기에다 진상팔은 두한이 어떤 놈들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성형수술을 한 번만 해 줬을 리 없으니까요.”
그러니 본인 스스로도 두한에 대한 믿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살짝 눌러 주면, 그 뒤는 뻔하죠.”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누르는 대상이 누군지 알 수가 없다면 답은 정해져 있거든요, 후후후.”
* * *
“대출을 회수한다고?”
“네.”
의료 기기 회사에서 온 연락.
임대한 의료 기기를 회수하겠다는 이야기.
상식적으로 의료 기기를 임대해 준 곳은 의료 기기가 병원에 고정되어 있어야 돈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회수하지 않는다.
거기에다 많은 장비들이 고정식이기 때문에 회수를 하기 위해서는 그 설치비를 손해 봐야 한다.
그런데 회수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으음…… 두한이겠군.”
김 원장은 눈을 찌푸렸다.
진상팔 원장이 한 말을 들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서 의료 기기를 회수한다는 이야기가 쉽게 나오는 게 아닌 만큼, 그 뒤에 아주 강력한 배경이 있다고 봐야 했다.
“다른 곳일 가능성은 없겠지?”
“김 원장님, 다른 곳에서 공격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한국성형외과학회 회장인 김 원장은 눈을 찌푸렸다.
재벌들과 원수를 진 것도 아니고, 장비를 회수할 이유는 없다. 결국 이유는 단 하나. 두한에서 손을 쓴 것이다.
“상황이야 이해가 가지만…….”
성형외과학회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놈들에게 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러면 또다시 벌어질 일이니까.
“저 혼자서는 못 이깁니다.”
진상팔의 말에 김 원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 원장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하지 않습니까?”
그들이 가진 로비력, 그리고 힘은 상상 이상이다.
다만 그게 사용되는 일이 드물 뿐.
“이야기를 들어 보니 두한 내부에서도 싸움이 나는 것 같더군요.”
“내부에서도요?”
“부회장이 회장을 쳐 내려고 한다던가?”
“으음…….”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듣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선을 어디에다가 대야 할지 결정하는 건 어렵지 않군요.”
김 원장은 눈을 반짝였다.
“우리라고 당하고만 살 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