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08)
“정보 길드요?”
노형진의 말에 고문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저도 장르 소설을 제법 봅니다만 정보 길드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일단 그건 현대의 정보 관련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데요.”
당장 정보를 담당하는 고문학도 정보를 얻기 위해 때때로는 법을 위반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정보는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간단하게는 개인 정보 보호법에서 크게는 뇌물에 관해서까지. 그만큼 정보는 가치가 있지만 얻기 힘들다.
“그걸 외부에서 무차별적으로 판매한다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소설에 나오는 정보 길드는 상대방이 누구든 돈만 주면 정보를 판다.
물론 현실적인 경우라면 턱도 없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정보를 파는 조직이라면 권력자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척살할 테니까.
당장 판타지 소설에서도 어지간한 귀족들은 자신들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개인 정보나 합법적인 정보라면 불가능하지요.”
“원래 정보는 불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만…….”
“이런, 오해를 하셨네요. 제가 얻고자 하는 정보는 합법적으로 얻은 정보가 아닙니다.”
“네?”
노형진의 말에 고문학은 고개를 갸웃했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정보는 합법적으로 발생된 정보, 그러니까 기업의 영업 내역, 개인의 개인 정보 등이죠. 하지만 불법이라면 어떨까요?”
“불법적으로 발생하는 정보라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만?”
아무래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한 노형진은 고민 끝에 적당한 말을 생각해 냈다.
“내부 고발.”
“내부 고발요?”
“네. 기본적으로 내부 고발은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신고죠.”
“으음…….”
고문학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그렇지요.”
내부 고발. 내부에서 벌어지는 범죄나 기타 비리를 신고하는 것.
문제는 현실적으로 그건 자살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내부 고발이 이루어진 경우 그게 제대로 성공한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내부 고발이 이루어지면 그 고발자에게 어마어마한 보복이 이루어진다.
그건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내부 고발을 가장 권장해야 하는 감사실조차도 내부 고발을 한 사람들을 죽이려고 덤빈다.
“실제로 각오하고 덤빈 사람들의 결말이 좋지 않았고요.”
내부 고발로 인해 드러난 문제점이 수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덤빈 사람들만 해직당하고 손해배상을 청구당한다.
실제로 수십 년 전에 군 내부의 부정선거를 고발했던 장교들은 수십 년이 지나고 세상이 민주화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범죄자로서 처벌 기록이 남아 있다.
설사 내부 고발이 성공해서 수정된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그게 정상적인 과정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그냥 뇌물 받는 놈이 다른 놈으로 바뀌는 선에서 끝나 버린다.
“맞습니다. 내부 고발이라는 게 그렇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일 그런 걸 대신 고발해 주는 곳이 생긴다면요?”
“대신 고발해 준다?”
“네. 어차피 내부 고발이라는 것은 뻔하거든요.”
그냥 ‘누가 뇌물 받았어요.’라는 식으로 고발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런 건 해 봐야 의미도 없다.
증거가 없으면 사건도 없는 게 법이니까.
“지금까지 여러 내부 고발자들을 봤지요. 그런데 대부분 증거가 다 있더군요.”
“그건 그렇지요. 우리와 엮인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에 적을 두고 있으니까요.”
자신이 팽 당할 때를 대비해서, 또는 실무를 하다 보니 필요해서 그렇게 외부에 관련 증거를 가지고 있다가 노형진에게 속아서든 살기 위해서든 아니면 정의를 위해서든, 자료 제출과 함께 내부 고발이 이루어졌다.
“확실히 그러면 그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고문학은 꺼림칙하게 생각했다.
내부 고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특성상 찾아올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제가 생각하는 건 다른 쪽입니다. 제가 그걸 왜 대신 까발립니까?”
“에?”
“정보 길드는 정보를 감추는 조직이지 정보를 공개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그건 애나머스죠.”
애나머스. 해킹을 통해 정보를 캐내고 그 정보를 공유하는 조직.
노형진 역시 그곳을 통해 도움을 받았고 새론의 직원 중 한 명은 그곳 출신이기도 하다.
“그러면 그걸 감춘다는 겁니까?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요?”
“돈이죠.”
“돈?”
“정보를 사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거래가 계속 이루어진다면, 그 정보에 관련된 돈을 제공자에게 지급하는 겁니다. 대략 30% 정도면 되겠네요.”
“이해가 안 가는데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럴 거다. 지금까지 없던 사업이니까.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만일 제가 어떤 정보를 쥐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음…… 누가 회삿돈을 한 100억쯤 횡령했다고 치죠.”
“네.”
“그걸 누군가는 알아차릴 수도 있죠.”
그리고 그 누군가는 그 증거를 가지고 제보할 수도 있다.
“물론 내부 고발자의 마지막은 비참하겠지만요.”
“그런데요?”
“하지만 그걸 제가 판매한다고 치죠.”
자신이 그 정보를 적당한 가격에 구입한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에게 판다.
“그걸 누가 사요?”
“라이벌? 반대파 아니면 기자 또는 경쟁사, 아니면 그 회사의 비밀을 캐내고자 하는 산업스파이 등등, 살 사람은 많습니다.”
정보를 캐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것이다.
“설마?”
“네, 그 설마가 맞습니다. 범죄 기록에 대한 정보는 개인 정보 보호법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범죄니까.
물론 그걸 안다고 해서 불법도 아니다.
모든 범죄가 다 방조범을 처벌하는 것은 아니니까.
“저는 그 정보를 적당한 가격에 파는 겁니다.”
그걸 판다면 아마 누군가는 사려고 할 것이다.
상대방을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는 누군가가 말이다.
“탁송제과 같은 경우는 얼마나 많은 비밀이 나올까요?”
“헐…….”
탁송제과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제대로 된 인정도, 임금도 못 받으며 고통 받고 있다.
“그들이라면 자신이 아는 비밀을 팔려고 하겠지요.”
탁송뿐만이 아니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에, 또는 상관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은 있다.
그냥 터무니없는 불평을 하며 신고할 수도 있지만, 일하다 알게 된 비리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재 내부 고발자에 관한 법의 가장 큰 문제는 그 고발 이후에 벌어집니다.”
내부 고발이 벌어진 후에 법적으로는 그를 보호해야 하지만, 정부나 검찰에서는 대놓고 고발자의 신분을 가해자에게 알려 준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전화 한 통이면 신분을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를 통하면 전혀 다르죠. 정확하게는 복수재단을 통해 고발하는 거죠.”
“복수재단이 고발한다고요? 그러면 그 정보 길드라는 곳은 복수재단 산하인 겁니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되면 복수재단은 진짜로 집중 공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위법성의 문제도 있다.
물론 범죄 자료를 모으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그걸 팔거나 하는 행위는 협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복수재단은 그걸 사는 겁니다.”
“산다고요?”
“네.”
특정 집단에 속한 범죄자들의 범죄 내역을 산다.
그리고 고발한다.
그 돈은 불법적인 돈도 아니며, 또한 복수재단 자체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그저 포상금을 주고 불법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관련 법은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고발 자체가 두 다리를 건너는 거거든요. 그러니 내부 고발은 이쪽으로 쏠리겠지요.”
고발 자체는 복수재단이 하지만 그걸 산 건 실체를 추적할 수 없는 정보 길드다.
그리고 정보 길드에서도 내부 고발자에 대한 정보는 복수재단에 넘기지 않을 거다.
그러면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거품을 물어도 어떻게 방법이 없다.
“거기에다 돈을 주는 건 이쪽이거든요.”
법적으로 내부 고발자에게 포상금을 주도록 되어 있지만 그 돈은 사실 터무니없이 낮다.
전 인생을 걸고 한 내부 고발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500만 원, 1천만 원 줘 봐야 변호사 비용도 안 된다.
그냥 나가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거기에다가 기업에서 가장 많이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서는 그마저도 해당이 안 되고요.”
사람들은 내부 고발이라고 하면 보통 뇌물 수수니 횡령이니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걸 신고하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대한민국의 관련 법인 공익 신고자 보호법에 의하면, 기업의 불법 비리 행위와 관련 있는 법률 대부분이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쉽게 말해서 차명 계좌, 분식 회계, 배임, 횡령 등 기업의 범죄는 막을 수가 없는 구조다.
당연히 그런 걸 제보하면 잘려도 복직 소송을 할 수가 없다. 보호 대상이 아니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 정도가 아니죠.”
그 가치에 따라 수천에서 수억까지 돈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돈은 어디서 나옵니까? 아, 물론 노 변호사님이 초반에 지급하기야 하시겠지만 그 이후에는요? 노 변호사님 스스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복수재단은 나름의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요.”
하지만 이건 돈이 나가기만 할 뿐 들어오는 게 아니다.
“돈은 그 비밀을 가진 자가 내게 될 겁니다.”
“네?”
고문학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비밀을 가진 자라고 하면? 범죄자요?”
“네.”
“협박이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그건 위험합니다.”
협박은 불법이다.
당연히 법적인 제재가 들어올 것이다.
“협박이라고 볼 수도 있고 거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거래라 하시면……?”
“‘잠금 비용’요.”
“잠금 비용? 뭘 잠그는데요?”
“그 비밀을 팔지 않는 조건을 다는 거죠.”
고문학은 입을 쩍 벌렸다.
그 비밀을 팔아서 돈을 벌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비밀을 팔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고?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협박이라고 보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죠. 돈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저쪽에서 먼저 돈을 주겠다고 다가오는 거니까요.”
그건 법을 어떤 식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물론 협박이 성립될 수도 있다.
“설사 협박이 성립된다고 해도 어쩔 건데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정보 길드라는 존재 자체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홍보는 하겠지만, 그걸 추적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공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 리 없거든요.”
국제적 공조라는 것은 범인이 해외로 도피하거나 해당 범죄가 여러 나라에 위해를 끼쳤을 경우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보 길드는 그런 게 아니다.
그저 범죄를 신고받을 뿐이다.
국제 공조를 하기 위한 피해자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켕기는 게 있어서 그걸 열람하려면 돈을 내야지요. 남과 마찬가지로요.”
“그런…….”
돈만 내면 누구든지 볼 수 있다.
개인 정보도, 회사의 중요 정보도 아니다.
그저 회사에서 벌어진 범죄에 관한 정보다.
그걸 신고하지 않아도 복수재단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신고 의무가 없으니까.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협박? 글쎄요. 협박이 될지 전 의문이네요.”
기업이나 그 비밀을 약점 잡힌 사람은 미치고 팔짝 뛸 것이다.
그 정보는 공개된 것.
누가 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돈만 내면 누구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정보에 대한 잠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협박을 한 게 아니다.
협박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이쪽이 위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협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협박이 성립되려면 우리가 그들에게 뭔가를 해야 하지요.”
이걸 외부에 공개하겠다고 이야기하든가 주변에 알리겠다고 하든가 아니면 자수하지 않으면 죽여 버릴 거라고 말하는 등, 상대방이 겁먹을 만한 말을 동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이유가 없죠.”
외부에서 들어온 제보일 뿐이고 적당한 가격만 지불하면 언제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범죄이다 보니 비밀을 지킬 이유도 없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건요?”
“범죄니까 그 부분에서 걸리죠.”
원래 협박죄에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는 것도 해당된다.
일단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의사를 고지했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겁을 먹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든 판다는 행동이 협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협박을 신고할 사람이 신고를 못 하게 만들어 버리면 되는 거죠.”
수사가 들어가고 추적이 들어오면 관련 정보를 모조리 신고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때 법대로 하면 됩니다.”
한 건이라도 협박으로 수사가 들어오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신고하면 된다.
신고는 불법도 아니고 합법이며, 처벌 대상 아니다.
“그렇다면 복수재단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거죠? 정보 길드라는 곳의 존재 자체는 이해했습니다만, 복수재단은 이해가 안 가는데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경매는 원래 경쟁자가 여럿이어야 가격이 오르는 법입니다.”
“경매요?”
“네. 복수재단은 사회적 바름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자금력도 어느 정도 인정되죠. 그들이 포상금을 주고 비밀을 사서 경찰에 고발하는 건, 불법이 아니죠.”
“……!
다들 눈을 크게 떴다.
맞는 말이다.
복수재단은 사회적 올바름을 위해 고발을 진행할 테고 그 과정에서 돈을 줘야겠지만, 일반적으로 복수재단이 작전 한 번 하는 데 드는 돈을 생각하면 절대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다.
그리고 가격이 높아질수록 그 범죄는 치명적인 범죄라는 뜻이 된다.
“범죄자들에게는 개인적 싸움이라 개인 자금을 써야 하지만, 우리는 재단의 자금을 씁니다.”
당연히 자금력에서 유리한 건 복수재단일 수밖에 없다.
“그 이후에는 뻔하죠.”
범죄자들은 자신들의 범죄 기록이 있는지, 돈을 주고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범죄 기록을 감추기 위해서는 정보 길드에 다시 적지 않은 돈을 줘야 하는데, 그마저도 복수재단과 경쟁을 해야 한다.
“확실히 대기업들을 손봐 주기에는 좋은 방법인데…….”
담당자 중 한 명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다고 해서 저희 복수재단 예산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닌데요. 그 문제도 해결할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닥치면 아시게 될 겁니다, 후후후.”
노형진은 자기 돈을 들여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범죄자 놈들, 진짜 똥줄 타겠네요.”
무서운 건 경쟁이다.
금액이 높아질수록 누군가가 자신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니까.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비리로 번 돈을 모조리 꼬라박든가 아니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든가.
말 그대로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우는 치킨 게임.
“정말 난리가 나겠네요. 과거의 청계와 비슷한 것 같았는데, 상세히 보니 전혀 다르군요.”
과거 청계 법무 법인 역시 약점을 잡고 상대방을 이용하려고 했다.
“전혀 다르죠.”
하지만 노형진은 전혀 다르다.
청계는 범죄를 의뢰받아 설계하고 그 증거를 잡아 상대방을 협박했지만, 이 계획은 궁극적으로 내부 고발자에게는 이익을, 그리고 범죄자에게는 파멸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약점을 감추려고 하는 순간 치킨 게임을 피할 수 없으니까.
“문제는 이제 어떤 식으로 정보를 모으느냐군요.”
고문학은 턱을 문질렀다.
“이런 정보를 모으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는 걱정을 했지만 노형진의 계획은 상상을 초월했다.
“광고할 건데요.”
“네? 광고요?”
“네. 주요 일간지에 광고할 겁니다.”
입을 쩍 벌리는 고문학.
“내부 고발이 될 만한 정보를 모으겠다고 나서는 건 불법이 아니거든요, 후후후.”
노형진은 눈을 반짝거렸다.
내부 고발자 대모집?
“이런 미친!”
“이거 제정신이야?”
“아니, 이런다고 내부 고발이 이루어져?”
주요 일간지에 올라간 광고.
그걸 본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내부 고발자 대모집
정보 길드에서는 내부 고발자를 모십니다. 회사나 단체의 비리나 상관의 비리 또는 범죄행위에 대해 아시거나 그걸 증명하실 수 있는 분은 저희에게 해당 비리를 내부 고발하십시오. 저희가 해당 정보를 관리해 드립니다. 고발자분들의 신분은 철저하게 감춰 드립니다. 또한 그 정보에 관한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정보 길드라는 무척이나 판타지스러운 집단의 등장에 다들 어이가 없어 했다.
몇몇은 전화 연결을 해 보기도 했지만 거기서는 메일 주소만 알려 줄 뿐이었다.
거기에다 그 장소는 한국도, 유럽도 아니고 뜬금없이 아프리카다.
대체 왜 아프리카에 있는 단체에서 한국의 범죄자들 정보를 모으느냐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지율이 낮은 건 아니었다.
도리어 당당하게 내부 고발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말에 지지율은 생각보다 높았다.
-정보 길드? 이놈들 미친 듯?
-판타지 세계에서 회귀한 사람들인가?
-이로써 판타지 세계가 존재한다는 게 증명되었다. 난 왼팔의 흑염룡과 함께 오늘 밤 넘어간다. 크크큭.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게 문제가 아닌데? 오늘부터 밤에 판타지 세계가 아니라 저세상으로 넘어가는 사람 여럿일 듯.
-와, 씨발. 최대 보상금 10억. 이거 실화냐?
-우리 부장 공금 횡령한 거 고발하러 가야겠다. 한 100만 원쯤만 줬으면.
-기업들 똥줄 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똑딱똑딱, 시간폭탄 타들어 갑니다, 여러분. 과연 걸리는 곳은 어디인가!
-여러분! 이게 다~ 팝콘 각인 거 아시죠?
일단 모으는 정보가 회사의 기업 비밀도, 그렇다고 영업 비밀도 아닌 범죄 관련 전체에 관한 것이다 보니 사람들은 정보 길드라는 곳을 욕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이거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 아냐? 아니면 명예훼손이든가?
-네, 다음 비리자분?
-범죄는 개인 정보 보호법 대상이 아닙니다, 호갱님
-씨바, 벌써 여럿 쫄리는 거 봐라.
-근데 명예훼손인 거 어떻게 증명할 건데? 누가 제보했는지나 아냐? 그리고 단체에서 알고 경찰에 신고하는 게 명예훼손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여기서 부정적인 댓글을 박제해 두자. 과연 여기서 얼마나 잡혀갈까?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지만 사실 제보 자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아니, 드러날 수가 없었다.
제보자의 안전을 위해 일단 메일로 일부 정보를 확인하고 신분 역시 확인한 후, 직접 만나는 건 철저하게 익명으로 매번 장소를 랜덤하게 바꿔 가면서 이루어지도록 해 놨으니까.
설사 경찰이 나온다고 해도 처벌할 만한 규정이 없으니 처벌 자체도 불가능했다.
도리어 이런 사건은 경찰에서 수사한다고 해도, 경찰이 얻어먹는 건 사건 은폐한다는 욕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