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2)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의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소인양 괜찮습니까?”
“네…… 괜찮아요.”
뭔가 불안한 얼굴로 기자들을 흘낏 바라보는 소인.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하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어찌되었건 미혼모다. 외부에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는 걸 원할 리가 없다.
“일단은 들어가십시오. 기자들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네. 감사해요.”
“이은영 변호사님. 모시고 들어가세요.”
“네!”
이은영이 먼저 의뢰인을 데리고 법원으로 들어가고 난후 노형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기자까지 불렀단 말이지.’
기자들이 왔다는 것은 이도한이 분명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고작 이도한이 부른다고 올 기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자들을 부른 건 청계라는 것인데.’
그가 고민하는 사이 기자들이 다짜고짜 그런 노형진에게 마이크를 들이 밀었다.
“노형진 변호사님. 이번 싸움이 라이벌의 대결이라고 소문이 자자한데요. 승리의 자신이 있는 겁니까?”
“승리라. 변론은 게임이 아니지요. 의뢰인에게 최대한의 이득을 주는 것. 그게 변론입니다. 제가 이기고 지는 것은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만일, 제 패배가 의뢰인에게 필요하다면 그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패배가 의뢰인에게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까?”
“그건 가봐야 알겠지요.”
“이번 사건에 대해서 몇 마디 해주십시오.”
“개인의 사건입니다. 필요 이상의 관심은 좀 그렇군요.”
노형진은 자신을 부르는 기자들을 뒤로 하고 법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재판에 들어갔다.
‘이상한 건 없는데.’
미혼모의 사건은 대부분 비슷하다. 남자는 여자를 본적도 없다고 하거나 또는 자신의 자식의 아니라고 주장하고는 한다.
“아 글쎄 저 여자는 본적도 없다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증인으로 나온 상대방 남자는 딱 잡아떼면서 본적도 없는 여자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 경우는 뻔하잖아?’
이 경우는 대부분 한 가지 결과로 나타난다. 아니 그것밖에 답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친자검사를 요청합니다.”
“인정합니다. 피고는 정해진 날짜에 검사현장으로 오셔서 유전자 채취에 응하도록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서 그럴까? 이도한은 마치 예상이나 한 듯 당연하다는 듯 받아 들였다. 그리고는 잠시 피고측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더니만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흠.”
“수고하셨어요.”
“아니요. 별말씀을요. 이제 유전자 검사만 하면 되겠네요.”
“네. 그러면 이 아이의 아버지라는 게 드러나겠지요.”
“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라는 게 드러난다?’
묘한 단어의 선택이었다.
‘뭐지…… 뭔가 감추는 건가?’
노형진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설마 애 아빠가 저 사람이 아닌가?’
순간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고개를 흔드는 노형진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요즘에 그런 사기를 치는 인간은 없지.’
유전자 검사가 옛날처럼 몇 달씩 걸리는 것도 아니고 흔하게 이루어지는 검사다. 검사 업체면 5군데가 넘는다. 당연히 남자의 자식이 아닌데 그 아이를 가지고 사기를 쳐서 돈을 받아내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이 바뀌기는 했는데.’
과거에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친자 확인 소송이나 아니면 양육비 청구 소송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버지라…’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의 선택.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가는 소인을 보면서 뭔가 찝찝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인양이 뭔가 감추고 있는 거 같다고?”
“네.”
“하지만 그건 자네가 직접 선택한 사건이 아닌가?”
“그렇지요. 하지만 저도 사람입니다. 제가 어떤 사건을 선호하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니 저들도 그런 사건을 찾아서 제 쪽으로 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끄응… 그런가?“
남상주 변호사는 턱을 쓰다듬었다. 정식으로 이사가 되고 난후 그는 노형진에게 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그녀가 뭔가를 감춘다라…… 그렇다면 그 아이의 아버지가 상대방이 아닌 거 아냐?”
“그건 아닐 겁니다. 수차례 확인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아무리 남자가 감추고 싶다고 해도 유전자 검사 한번이면 모든 게 드러나는 상황 집요하게 모르는 여자라고 하는 것도 이상했다.
‘흠…’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건……”
“그렇지요, 분명 그 남자의 자식이 맞았습니다.”
확인 방법은 간단하다. 그가 버린 쓰레기에서 그의 유전자를 얻는 것이다. 그건 법적으로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유전자 검사를 하면 결과가 나온다. 법원을 통한 검사는 말 그대로 확인 절차일 뿐.
“그럼 저 녀석들이 장난칠 게 없는데요.”
“그렇지?”
“흠……”
노형진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기억을 읽을까?’
뭘 하던 그건 의뢰인과 이야기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의뢰인은 사정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뜻.
“의뢰인은 어디 있나요?”
“기자들을 피하고 싶다고 당분간 연락하지 않겠다네요.”
“그래요?”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 뭔가 이상하기는 한데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
“말도 안 되요. 세상에 자기 변호사에게서 도망치는 의뢰인이 어디 있어요?”
이은영 변호사조차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노형진은 문득 그 이야기를 하다가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그럼…… 한 가지 방법이 더 있기는 합니다.”
“다른 방법?”
“네.”
“어떤?”
“사건 당사자와 직접 이야기를 해보는 거죠.”
“직접?”
“네. 그 당사자는 의뢰인뿐이 아니니까요.”
노형진은 마음을 굳혔다.
“합의는 없습니다.”
선을 그으면서 앉아 있는 남자와 그 옆에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노형진을 바라보는 이도한.
“합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변호사로써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말해보세요.”
“진짜로 우리 의뢰인 본적이 없습니까?”
“말이라고 해요?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그런 여자 본적도 없다고.”
상대방 남자는 격하게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하긴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데 와서 소송을 하는데 좋게 생각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사기도 치려면 제대로 치던가 이거 노 변호사 답지 않은 실수를 하셨습니다.”
깐죽거리면서 노형진을 무시하는 이도한.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노형진은 이도한을 이상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사기라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누군지도 모르는 자식을 데리고 와서 자식이라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당연히 사기지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사기를 치고 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노형진은 화를 내는 대신에 이도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더 이상 할 말은 없는 거 같군요. 이쯤에서 끝내죠. 먼저 가세요.”
“뭐라고요? 이 인간이 장난하나? 바쁜 사람을 오라고 해놓고 그거 하나 묻고 땡이야?”
“자자 진정하시고 실력이 없으니까 저러는 겁니다. 우리는 정의로 이야기하면 되는 겁니다.”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대방 남자를 데리고 나가는 이도한. 노형진은 그런 그를 힐끗 바라 보다 그들이 나가고 나자 남자가 손을 대었던 잔에 손을 올렸다.
“사기라……”
아주 짧은 순간 이도한의 얼굴에 드러난 탐욕과 기대감.
‘역시군.’
아니나 다를까 그 커피 잔에서 읽은 기억 속에서 남자는 진짜로 의뢰인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술을 먹고 한 순간의 인연으로 생길수도 있고 그렇다면 필름이 끊어져서 기억을 못할 수도 있는 일이다.
“사기란 말이지.”
노형진은 그 무엇보다도 그 단어가 이 자리에서 얻은 가장 큰 정보라고 생각했다.
“뭐?”
노형진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 그럴 수밖에 없는게 노형진의 질문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가 그 아이의 아버지인건 확인했는데 그 여자가 그 아이의 어머니 인 것도 확인했습니까?”
“무슨 소리야? 어머니를 왜 확인해?”
“그렇지요. 일반적으로 친자확인 소송에서 아이의 아버지는 확인 해도 어머니는 확인하지 않지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당연히 자기가 열 달 배 아파서 낳는 게 여자야. 그걸 확인할 이유가 없잖아?”
송정한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 사기라는 말에서 승리감을 보이던 이도한의 얼굴에서 그들이 판 함정이 생각보다 견고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요. 그런데 우리 중에서 그 열 달을 본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노형진이 그 말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자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시작된 소송이니까.
“잠깐…… 그러니까 지금 우리 의뢰인이 거짓말을 한 거라는 거예요!”
“이 변호사 전에도 말했다시피 변호사는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거짓말은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계를 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이건 양육비 소송이잖아요! 아이의 인생이 달려 있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관념을 가진 그녀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세상은 정상적인 사람도 많지만 그것보다는 더욱 비정상적인 사람도 많았다.
“그것보다 더 돈이 걸린 일이지요. 그리고 내 아이가 아니라면 그 아이의 미래는 걱정할 이유가 없고요.”
“헉!”
“설마!”
“네. 아마도 그 아이의 어머니는 의뢰인인 소인 양이 아닐 겁니다.”
노형진의 말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오자 다른 변호사들은 입을 쩍 벌렸다.
“애 엄마가 애의 진짜 엄마가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경험이 많은 남상주 변호사조차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되었다.
“아마도요. 저들이 손을 댈 수 있는 곳은 그것뿐입니다. 남자 쪽은 손을 댈 수가 없으니까요.”
유전자 조사 결과가 나오면 아버지인지 아닌지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니 남자 쪽은 손을 댈 리가 없다.
“그에 반해서 여자가 신청한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여자의 유전자 검사를 한 적이 있던가요?”
“그… 그게…… 없지… 젠장 당했군.”
송정한도 사태가 이해가 가는지 허탈한 듯 그대로 축 늘어졌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하면 결과가 나오는건 여자쪽도 마찬가지가 아닌가요?”
아직 경험이 없는 이은영 변호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당했다고 하는 겁니다.”
“네?”
“만일 우리가 계속 소송을 진행한다면 저쪽은 우리측 의뢰인에 대해서 유전자 검사를 신청할 테고 그러면 어머니가 아닌 게 드러나겠지요. 아마 그럼 언론을 통해서 우리가 법적인 허점을 통해서 사기를 치려고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노형진은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제대로 당했다는 생각에 복잡하기만 했다.
“그럼 지금 물러 나면 되잖아요?”
“그러면 언론에서는 불쌍한 미혼모를 버렸다고 또 씹어댈 거야. 지금까지 새론이 쌓아올린 좋은 이미지를 한 번에 날려 버리는 거지.”
“설마요. 우리가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이 변호사. 원래 세상은 그런 거야. 좋은 일 하는 놈이 한번 삐끗하면 네가 그럴 줄 몰랐다고 그러고 나쁜 놈이 한번 좋은 일을 하면 그래도 좋은 구석이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게 인간이라고.”
송정한은 우울하게 이은영 변호사에게 말을 꺼냈고 이은영 변호사는 그 말이 사실이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먼저 공개하면요?”
“변호사의 비밀 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셈이 됩니다. 아마도 변호사 협회에서 제재가 들어오겠지요. 그리고 청계의 파워로 봐서는 아무리 못해도 면허정지는 나올 겁니다. 애초에 변호사의 비밀 보호의무 자체가 중요하기도 하니까요.”
“그럼?”
“제대로 함정에 빠진 겁니다. 우리가 무슨 선택을 하던 이건 못 이깁니다.”
노형진의 말에 회의실은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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