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52)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이해가 안 가는군요.”
성진욱은 자유신민당의 당사 앞을 지나가다가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남진원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경기도당 위원장이 분명 좋은 자리이기는 하지만 저렇게까지 하면서 다시 돌아가려고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결국 남진원과 남석균의 탈당 조치가 이루어졌다.
고발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게 끝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남진원은 돌아가기 위해 매달리고 있었다.
“인맥 사업의 끝이니까요.”
“인맥 사업의 끝요?”
“좋은 게 좋은 거다, 우리가 남이가, 그게 남진원의 모든 것이었거든요.”
그는 사업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업은 민주수호당이라는 자리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가 차지한 자리는 낮지 않습니다. 당연히 누군가가 뭘 하려고 하면 그가 운영하는 가게로 가려고 합니다. 그게 인맥이죠.”
“아…….”
성진욱은 그제야 남진원에게 떨어진 실질적인 처벌이 뭔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제 그게 끊어졌죠.”
누구도 그의 회사에 오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하던 거래조차도 끊어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그걸 알고 있지요. 그래서 돌아가고 싶은 겁니다.”
진짜 그 자리가 탐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몰리는 이권이 탐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늦었군요.”
“늦었지요. 좋은 게 좋은 건 서로 좋을 때의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는 당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그 결과는 그의 파멸이었다.
“원래 인맥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능력이 없으니 그게 끊어지면 망하는 거죠.”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보면 남진원과 남석균에게는 참으로 적절한 처벌 아닌가요?”
“확실히 적절한 처벌이네요.”
자신이 추구하던 것에 의해서 버려진 자는 비 오는 거리에서 그저 무릎을 꿇고 멍하니 건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인간은 남을 지배하며 산다
“니미럴!”
오광훈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검사로 전생하고 나서 나름 열심히 배웠고 원판이 워낙 머리가 좋은 놈이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름 검사로서 이름을 알리며 어려운 일도 해결해 왔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또 뒈졌어?”
“네.”
“씨발, 장난해?”
오광훈의 눈깔이 뒤집히는 가장 큰 이유.
그건 다름 아닌 그가 힘들게 찾은 증인의 사망 소식 때문이었다.
“벌써 세 번째입니다.”
수사관은 눈을 찌푸렸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그동안 공을 많이 들였다.
그런데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고 나서 주요 증인 세 명이 차례로 죽었다.
이건 대놓고 살인한 거다.
“주요섭, 이런 개새끼를 봤나?”
오광훈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상태로는 기소는커녕 벌금 딱지 하나 못 보낼 판국이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럴 겁니다.”
“닝기미, 개 같은 자식.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오광훈은 이를 박박 갈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패 죽이고 싶었지만 검사로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면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수사관은 흠칫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주요섭을 두들겨 패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긴, 우리의 가장 강력한 패를 흔들어야지.”
오광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승사자를 불러온다, 씨발.”
* * *
“주요섭? 그게 누군데?”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오광훈이 자신에게 사건을 가지고 올 줄은 몰랐다.
보통 자신이 부탁하면 같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였으니까.
“쩐주야.”
“쩐주?”
“그래. 그, 돈 대 주는 놈들 말이야.”
“아니, 쩐주가 뭔지 내가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쩐주란 투자자를 상스럽게 일컫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돈을 대 주고 수익을 얻어 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투자자라고 하지 않고 쩐주라고 하는 이유는, 그 쩐주라는 이의 투자 대상이 대부분 그다지 좋지 않은 곳, 그러니까 합법적인 곳보다 불법적인 곳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주요섭이라는 놈이 투자하는 곳이 어딘데?”
“도박판.”
“도박판?”
“그래, 그것도 아주 큰 규모로 투자를 하지.”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한국에서 도박은 불법이다.
물론 강원도 카지노같이 인정받은 곳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외의 곳에서 도박판을 벌이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법이다.
“그 새끼가 얼마나 크게 투자를 하는데?”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마나 크게 투자를 하기에 오광훈이 이렇게 게거품을 무나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에 노형진은 입을 쩍 벌려야 했다.
“못해도 300억 이상.”
“뭐어?”
300억.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그 정도면 우리나라 도박판의 4분의 1 이상은 그가 잡고 있어야 할 거다.
“그런 놈이 있었어?”
“있었지. 닝미기, 그 씹새리를 내가 잡으려고 하는데 위에서 안 도와줘.”
“끄응…….”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이 찌푸려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정도 돈을 투자하는 놈이라면 위에 뇌물도 당연히 들어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안 거야? 혹시 ‘전부터’ 알고 있었냐?”
‘전부터’라는 말은 회귀 전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광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 씹쌔 때문에 내가 더러운 꼴 좀 봤다.”
“더러운 꼴?”
“우리 조직원 중에 도박에 미친 놈이 하나 있었거든.”
조폭이라는 게 좋은 데서 좋은 걸 보는 놈들이 아니다 보니 그런 놈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미친놈이 도박에 빠져서 전 재산을 날린 것도 모자라서 조직의 돈에도 손을 대는 실수를 했다.
“그거 되찾으려고 한 거야?”
“그건 얼마 안 되는 돈이었어. 그거 때문에 주요섭 그 새끼랑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그러면?”
“그 미친 새끼가 지 마누라를 넘겼다.”
“아니, 무슨 지금이 일제강점기냐?”
자기 마누라를 넘긴다니, 그런 터무니없는 짓거리는 상상도 못 할 짓이다.
“내가 아무리 바닥으로 떨어져도 못 할 짓을 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그 마누라라는 존재도 문제였다.
아예 모르는 사이라면 모르겠는데 그 여자는 한때 오광훈과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정확하게는 오광훈이 관리하던 술집에서 일하던 아가씨였다.
“자기를 데리러 오니까 그 여자가 우리 사무실로 피신했는데, 주요섭 이 씹쌔끼가 사람을 보냈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겠네.”
이건 개인적 빚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다.
여기서 여자를 빼앗기면 조폭으로서 소위 말하는 가오가 안 산다.
거기에다 그 여자는 대놓고 보호를 요청한 상황이었으니 안 지켜 주면 의리고 뭐고 없는 새끼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한바탕 드잡이질을 했다. 그 새끼가 운영하던 조직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못 이기겠더라. 우리는 숫자가 얼마 안 되는데 그 새끼들은 숫자가 더럽게 많아. 눈깔 돌아간 도박 중독자 새끼들도 많고.”
차라리 조폭들을 상대하라면 하겠는데 눈깔 돌아간 도박 중독자 새끼들은 답이 없었다.
조폭이 아니라 민간인이라, 손을 대자니 뒷수습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있자니 이 새끼들은 빚을 탕감해 준다는 조건에 눈이 멀어서 사시미 하나씩 들고 조직원을 쑤시겠다고 덤벼들었던 것.
“그래서 우리가 그거 갚아 주는 조건으로 무마했었다.”
“쉽게 말해서 개인적인 원한인 거네.”
“무슨 소리야! 나는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검사야!”
“그리고 원한도 해결할 겸 말이지.”
“뭐, 겸사겸사.”
“흠…… 그런 놈이라면……. 위험하네.”
사람을 끌고 가기 위해 조폭을 동원하고 전국 도박판을 못해도 4분의 1은 지배하는 남자.
“아니, 말이 300억이지 빼앗을 돈을 생각하면 더 되겠네.”
투자한 돈은 300억이지만, 도박판은 들어간 돈을 그대로 빼앗는 구조다.
쩐주라는 게 그냥 임대료를 내주는 인간들이 아니다.
도박판에서 돈이 떨어진 도박 중독자에게 즉석에서 고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회수하는 거다.
대부분의 도박장에서 소위 말하는 선수, 그러니까 사기도박을 하는 놈들이 그 돈을 다시 가지고 가는 걸 생각하면, 투자한 돈이 300억이면 그 녀석이 회수해야 하는 돈은 전국적으로 최소한 열 배, 즉 3천억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최소’가 말이다.
“그래서 그 새끼 족치려고 했거든?”
다른 검사들이 몰라서 수사를 하지 않는 거라면 오광훈이 하면 그만이기에, 오광훈은 당연히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위에서 지랄을 하든 말든 말이다.
“관련자 잡는 건 일도 아니지.”
그 새끼들과 칼 들고 드잡이질까지 했었으니 그들에 대해 모를 리 없으니까.
“그런데 그 새끼들이 뒈져 나가고 있어.”
“뒈져 나간다니? 죽었다는 거야?”
“그래. 증인이 될 만한 새끼들은 모조리 나자빠졌다. 아니면 실종되거나.”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도박장에 어마어마한 돈을 뿌리는 쩐주.
사건 수사가 진행되자 계속 일어나는 사망.
“그놈이 직접 죽이지는 않았을 테고…….”
“아무래도 청부 살인하는 것 같아.”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청부 살인. 그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범인을 추적하는 게 힘들다.
청부 살인의 가장 큰 문제는 살인범을 특정하는 것에서부터 발생한다.
아예 관련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기에 원한이니 뭐니 그런 걸로 주변을 들쑤셔서 찾아낼 수가 없다.
‘설사 특정한다고 해도 또 청부한 놈을 찾는 건 전혀 다른 문제지.’
청부 살인을 하는 놈들은 대부분 잡혀도 입을 열지 않는다. 어차피 입을 열건 말건 처벌에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선처를 받아서 어느 정도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청부 살인을 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새끼라면 당연히 다른 청부 살인이 가능하지.’
쉽게 말해서 형량 줄이고 나와 봐야 자기도 다른 청부 살인의 대상이 될 뿐이니 차라리 입 다물고 더 살다가 나와서 두둑하게 자기 몫 챙기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더 지랄 같은 건, 그 사건은 또 나한테 배당이 안 떨어졌어.”
“다른 검사한테 갔어?”
“아무래도 살해 현장이 내 관할이 아니거든,.”
그래서 묶어서 수사도 못 하고 있다.
물론 이쪽에서 의심스러운 정황 같은 걸 말해 줄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황일 뿐 증거는 하나도 없다.
“주요섭 이 씹쌔끼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벌써 세 명이나 죽었어.”
“세 명이라……. 그렇게 할 만하지.”
노형진은 저절로 긴 한숨이 나왔다.
이건 절대로 만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어째서?”
“너는 지금 단순히 이놈을 엿 먹이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모양인데…….”
대충 상황이 그려진다.
오광훈은 그냥 회귀 전의 원한으로 ‘이 새끼, 제대로 엿 한번 먹어 봐라.’ 하고 시작한 수사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도박에 의한 채권이야.”
“도박에 의한 채권?”
“그래. 그 녀석이 300억쯤 투자했다면 그걸 가지고 채권은 한 열 배쯤 부풀렸겠지. 도박장에서는 그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데 법적으로 도박 채권은 인정 안 돼.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도박 채권인 걸 알고 빌려준 거면 아예 받지도 못해.”
다른 곳도 아니고 도박장에서 빌려준 돈이면 도박 채권인 걸 알고 줬다는 걸 증명하는 건 쉬운 일이다.
당연히 그 돈을 빌려 간 사람들은 원금조차도 갚을 필요가 없다. 법이 그러니까.
“이게 왜 그런 거냐면, 정부에서 도박을 말려 죽이려고 그런 거거든.”
그래야 쩐주들이 사라지고 도박장이 사라지니까.
“그래서 그런 쩐주들은 조폭을 하나씩 끼고 있는 거고.”
갚지 않으려고 하면 주먹으로 받아야 하니까.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만일 네가 주요섭이라는 그 쩐주를 잡으면 어떻게 되겠어?”
당연히 그와 관련된 모든 채권은 증발하고 조폭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원금 300억과 채권 3천억은 그대로 증발한다.
“주요섭은 졸지에 3,300억을 날리는 거야. 눈깔 안 돌아 갈 리가 없지.”
그러니 주요섭은 어떻게 해서든 수사를 막아야 한다.
“그런 거였어?”
“설마 그 새끼가 너 무서워서 청부 살해하겠냐?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네가 그 새끼를 잡아들여도 2년 이상 나오기 힘들어.”
이런 경우 주요섭 정도로 돈이 있는 놈이라면 당연히 집행유예가 떨어진다.
어쩔 수 없다.
한국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무척이나 관대하고 로비 역시 어마어마하게 할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처벌이 가벼워진다고 해도 최소 3,300억 날리는 건 당연한 거지.”
일단 처벌이 떨어졌다는 것 자체가 도박 자금으로 빌려줬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니까.
결국 재산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수사를 받지 않는 거다.
“그런 거였어?”
“너 모르고 시작한 거냐?”
“몰랐지. 난 네 말마따나 그 염병할 새끼 엿이나 좀 먹이려고…….”
“끄응…….”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일은 절대 작지 않다.
“그나마도 지금 이건 최소한으로 잡은 거야. 빌려준 돈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하루 만에 도박장에서 다시 날려서 원금이 돌아오는 걸 생각하면, 스무 배가 될 수도 있고 서른 배가 될 수도 있어.”
“서른 배!”
그 정도면 거의 조 단위의 돈이 된다.
그리고 그 정도 돈이라면 누구라도 사람을 죽이려고 덤벼들 것이다.
“아마 마음 같아서는 널 죽이고 싶겠지만 네가 검사다 보니 손을 대지 못하고 증언을 할 만한 놈들을 대상으로 삼겠지.”
아무리 뇌물을 주며 관리한다고 하지만 검사에게 손을 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걸 무마할 정도의 권력이 있으면 모를까, 그랬다가는 돈을 받고 모른 척해 주던 검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검사를 죽인다는 것은, 일이 틀어지면 관리하던 검사도 죽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그 새끼가 왜 그렇게 독하게 구나 싶었네.”
“이건 뭐 소가 뒷걸음질하다가 쥐 잡는 것도 아니고.”
오광훈이 원한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사회적으로 보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안 그래도 도박은 사회를 좀먹는데 이 정도 규모의 쩐주라면 더더욱 위험해진다.
“이건 청부 살인뿐 아니라 다른 것도 확인해 봐야겠어.”
“다른 거 뭐?”
“이럴 때 살인하는 놈이 돈 못 갚는 사람을 그냥 놔둘 것 같지는 않거든.”
“아…….”
아마도 다른 살인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리고 그걸 확인해 줄 사람이 필요하겠어.”
노형진은 눈앞에 있는 사건 기록을 보면서 책상을 손끝으로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아주 잘 아는 사람으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