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54)
“주요섭이?”
“네, 아시는 게 있는지요?”
노형진은 안당 마님을 찾아갔다.
대한민국에서 음지의 정보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그녀니까.
“그 망할 것이 우리 속을 좀 많이 썩이기는 했지.”
“네?”
그런데 의외의 말이 나왔다. 속을 많이 썩였다고?
“안당 마님 속을 썩일 일이 있나요?”
“화류계에는 이런 말이 있지.”
안당은 곰방대에 담배를 채우고는 불을 붙여서 길게 한 모금 당겼다.
“손님은 소형차를 타고 나가고 아가씨는 수입차를 타고 나간다.”
“그게 무슨 소리죠?”
“이쪽에서 인기 있는 아가씨는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거든. 그리고 이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중독에 약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화류계는 사회적으로 무시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한탕 하기 쉽다는 거다.
“그리고 그 한탕 한다는 느낌은 도박에서도 느끼는 거거든.”
더군다나 화류계에서 쉽게 돈을 번 사람은 돈의 가치를 낮게 본다.
실제로 연예계나 화류계 사람들이 도박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존재하고, 그게 한탕을 노리는 성향과 맞아서 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그 새끼가 사람을 보내서 꼬드긴단 말이지.”
“그래요?”
“거기에다가 그냥 꼬드기는 것도 아니야.”
“네?”
“여자가 돈을 갚는 방법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설마?”
도박에 빠져서 돈을 다 날리고 돈까지 빌린 여자.
그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더군다나 그 여자가 원래 화류계에 일하던 사람이라면?
“설마 그 사람도 화류계에서 일합니까?”
“한때는 내 아래에 있었지.”
지금은 좋게 말해서 독립이지, 그런 식으로 끌어간 여자를 데리고 술집을 한다고 한다.
“허.”
결국 이런 도박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본금이 필요하다.
300억.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다.
부모가 금수저가 아닌 이상에야 벌기 힘든 돈이다.
“그런 식으로 돈을 번 거군요.”
“그래. 그때 죽였어야 했어.”
안당 마님은 눈을 찌푸렸다.
그녀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클 대로 큰 상황이라 죽이기도 힘들었던 것이다.
“나한테 걸리자마자 독립한다고 나가더군.”
그리고 그때 만든 인맥으로 사건을 무마하고 도박장을 키우면서 적지 않은 돈을 벌었던 것.
“그 이후에 내가 알고 이쪽 애들에게 손대지 못하게 하기는 했지만, 그런다고 내 말을 들을 놈은 아니지. 나쁜 놈이기는 하지만 난놈은 난놈이야.”
그나마 이쪽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박에 빠져서 돈을 날린 사람들을 구해 주는 정도다.
그나마도 변호사를 사서 불법적인 빚을 없애 주는 정도이지, 이미 빼앗긴 돈을 되찾아 줄 수는 없었다.
“그러면 그 조직원 숫자 같은 것도 아십니까?”
“한 삼백 명쯤 될 거다.”
“네? 삼백 명요?”
노형진은 깜짝 놀랐다.
그 정도 숫자의 조직원이라니, 이건 생각도 못 했다.
전성기 전국구 조폭들의 규모가 아닌가?
“내 휘하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질 안 좋은 놈들이 그쪽으로 많이 갔거든.”
“많이 갔다고요?”
“이 바닥 놈들 중에는 여자를 무시하는 놈들이 많아.”
조폭들의 세계는 남성적인 세계다.
그리고 그들이 주로 보는 여성들은 대개 화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폭력으로 물든 남자들은 그런 화류계 여성들을 아무래도 깔보게 된다.
“그런데 내 아래에 있던 놈들 중에서 내가 여자인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놈들도 있었거든.”
그런 자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안당은 조직을 운영할 때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지 못하게 했다.
과한 욕심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욕심을 부리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한다.
화류계의 특성상 그 피해를 보는 것은 아래쪽에 있는 웨이터들이나 아가씨들이 될 게 뻔하다.
그래서 그녀는 과한 욕심을 부리지 못하게 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지.”
그렇게 나간 세력이 주요섭을 중심으로 뭉친 것.
“그런데 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거죠?”
“저쪽은 위험한 게임을 하니까.”
안당 마님은 허공으로 긴 연기를 내뿜었다.
“불법도 마다하지 않아. 그러니 너무 더러운 일에 연관되고 싶어 하지 않는 위쪽은 거리를 두지.”
위쪽은 그런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다.
하지만 아래쪽은 아니다.
상납을 해야 승진을 하니, 위험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게 주요섭이군요.”
그렇다 보니 더 은밀하게 숨게 된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무마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니까.
“그래서 살인을 하게 된 거군요.”
노형진은 상당히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안당 마님이 어둠의 세계에서는 그래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고 통제가 되는 사람이지만, 주요섭은 그런 타입이 아니라는 거다.
“주요섭 별명이 뭔지 알아? 마왕이야. 돈이 관련되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자야. 아무리 자네라도 쉬운 싸움은 아닐 거야.”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바닥에 있는 인간.
법을 지키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형진에게, 법을 지킬 최소한의 의지조차 없는 주요섭은 말 그대로 상극이다.
“마왕이라…….”
그렇지만 노형진은 무섭지 않았다.
“세상에 마왕이 있다면 다른 곳 어딘가에는 용사가 있는 법입니다, 후후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어둠의 황제. 마왕.
주요섭을 칭하는 말이다.
“확실히 뒤쪽 세계에서 그 정도의 세력을 이루는 게 쉬운 건 아니긴 하지.”
노형진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김성식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한민국에서 검사로서 그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많지는 않기에 그라면 그 존재를 알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성식은 주요섭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놈에 대해 여러 번 조사하려고 했지. 하지만 다 위에서 막혔어.”
“중수부의 부장이셨잖습니까? 그런데도 막혀요?”
“그는 거물일세. 대한민국에서 어둠의 세계에서 그 정도 세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어. 아마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걸.”
“네? 그 정도입니까? 하지만 안당 마님은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시던데요.”
“비교 대상이 다르지 않나?”
안당이야 그 어둠의 세계에서 명실상부한 일인자다.
“순위 싸움도 비교가 가능할 때 하는 거야.”
안당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2위부터 5위까지 합해도 부족하다.
“안당 입장에서는 귀찮은 정도겠지.”
전면전을 하고자 하면 못 할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에는 귀찮고 또 피해도 크니까 그냥 두는 존재.
“하지만 우리 검사 입장에서는 아니지. 주요섭 그 녀석은 안당과 전혀 스타일이 다르거든.”
안당은 기존 권력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세력을 키운다.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주요섭은 다르지. 어떻게 보면 과거의 청계와…… 아…….”
말을 하던 김성식의 표정이 왈그락 일그러졌다.
“왜 그러십니까?”
“청계…… 그놈들이 주요섭의 전담 고문 변호사였어. 아마 안당에게서 분리되어서 나올 때쯤 손잡았던 것 같은데……. 허, 웃기는군. 하마터면 대한민국이 아니라 청계 공화국이 될 뻔했어.”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청계는 범죄를 설계해 주어 상대방을 높은 자리로 올려 주며 그 범죄를 설계한 비밀을 쥐고 상대방을 통제하던 놈들이다.
말만 법무 법인이지 그냥 범죄자들의 두뇌였다.
“아마도 청계가 그냥 있었다면 안당을 꺾고 주요섭이 1위를 찍었겠지. 그리고 대한민국은 양지도 음지도 청계가 지배하는 형태가 되었을 테고.”
노형진 역시 그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회귀 전에는 그런 정보가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청계의 방식을 생각하면…….’
몰랐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청계는 외부에 절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안당이 어떻게 죽었지?’
자신이 아는 것은 부하들이 배신해서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이미 죽었어야 한다.
하지만 노형진이 부하들을 쳐 내는 데 도움을 주면서 아직은 살아 있다.
안당을 배신한 부하들, 그중에 주요섭의 부하가 있었을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
“청계의 그림자는 무척이나 길군요.”
노형진은 청계라는 존재가 생각나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몰랐지. 청계가 무너지기 전까지 말이야. 후우.”
김성식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일단 중요한 건 청계라는 존재가 아니야. 중요한 건 주요섭이네. 그 녀석은 안당을 뺀 나머지 중에서 톱 3에 들어갈 걸세.”
“안당 마님은 자잘한 놈들에게나 붙어먹는다고 하던데요.”
“안당 입장에서 큰손이면 얼마나 크겠나.”
“하긴, 그렇겠네요.”
안당 마님 수준이면, 초선이나 재선 국회의원쯤은 그냥 별 볼 일 없는 뜨내기 수준일 것이다.
안당과 독대를 하려면 3선은 되어야 할 테고, 그녀와 뭔가 하려면 국회의원은 4선급은 되어야 하고 정권에서는 최소 차관급 이상은 되어야 한다.
“문제는 주요섭이 공을 들이는 새끼들이 그 자리에 언제까지 있을 건 아니라는 거지.”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다.
2선까지는 8년이 걸린다.
그리고 그 이하는 안당은 보지도 않는다.
“내가 알기로는 주요섭이 안당에게서 독립한 게 10년이 안 됐을 거야.”
즉, 그가 바로 접촉했다고 해도 잘해 봐야 2선, 길어 봐야 3선 정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안당의 무기와 우리의 무기는 다르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네요.”
안당은 필요하면 불법도 불사한다.
그에 반해 대검 중수부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하는 존재다.
“안당에게는 별거 아니지만 이쪽은 방해할 정도는 된다 이거군요.”
“그래.”
“그러면 주요섭의 무기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네요?”
“우리가 아는 건…….”
김성식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하게 말하지. 그 녀석이 로비하고 성 접대하고 더러운 뒷수습하고, 그런 건 알고 있었네. 그 녀석이 소유하고 있던 룸살롱이나 성매매 업소도 다 알고 있고. 하지만 도박장? 그건 전혀 몰랐네.”
“중수부가요?”
“그만큼 철저하게 가려진 거지. 사실 도박장을 잡은 실적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말이지.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우리로서는 추적이 힘든 게 도박장이거든.”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목숨이 날아가는 걸 알고 있는 주요섭의 부하들이 그걸 제보할 리 없다.
“요즘같이 주변에 무관심한 시대에는 당연하게도 이웃집에 관심도 없으니까, 과거보다 제보도 많이 줄고.”
과거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가족이 몇 명이고 누구누구 있는지 다 알았다. 오죽하면 옆집 숟가락 숫자도 안다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진짜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의 이름이라도 안다면 무척이나 친하게 지내는 거다.
“하긴, 요즘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죠.”
과거에는 그런 시대이다 보니 이상한 부분이 많으면 바로 신고가 가능했다.
그 집에 이상하게 사람들이 많이 드나든다거나 분위기가 이상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지.”
바로 옆방에서 사람이 죽어서 시체가 썩어 가도 몇 달 동안 신고도 들어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런 만큼 쉽지는 않을 거야. 어둠의 세계의 큰손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니까.”
노형진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김성식.
“약점 같은 건 없나요?”
“있었다면 벌써 잡아넣었지.”
세금은 물론, 그 흔한 과속 딱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아마 지금 당장 국회의원으로 출마해도 역대급으로 깨끗한 후보라고 난리도 아닐걸.”
“그 정도인가요?”
“그래. 자네 친구, 오광훈이라고 했나? 진짜 대단하기는 하군. 그 찾기 힘들다는 녀석의 도박장을 찾아내다니.”
노형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쪽 세계에서 일하는 놈들은 알 만큼 알던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몰랐다.
그게 의미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그의 공포가 생각보다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도박장을 운영한다는 간단한 정보조차도 상부로 올라가지 않았을 리 없다.
“아마도 살해당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겠군요.”
“그렇겠지.”
그리고 그들이 왜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 채로, 그냥 실종 또는 미결로 남았을 게 뻔했다.
“셜록홈스의 악당인 모리아티 같은 놈이군요.”
전형적인 지능형 악당인 모리아티.
일반적으로 범죄자들은 지능이 낮다는 말이 있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지능이 낮아서 현실에 적응하기 힘들고 그게 반사회적 성향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머리로 범죄로 가는 놈들도 있지. 내가 알기로는 주요섭 그 인간은 한국대 수석이야. 그것도 법대 수석. 사법시험도 수석으로 통과했지.”
“네?”
노형진은 깜짝 놀랐다. 그건 전혀 몰랐으니까.
“그러니까 더 놀라운 거야.”
그 당시는 지금처럼 변호사가 넘치던 시대도 아니었다.
법을 다룬다는 게 권력이 되고, 판검사가 되면 그 권력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시대였고, 설사 변호사를 한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시대였다.
더군다나 사법시험 수석이라면 아마도 대형 로펌들에서 돈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모셔 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안당 마님의 휘하로 갔더군.”
“자기 능력을 어디서 잘 쓸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안 거군요. 마치 ‘법꾸라지’같이요.”
“법꾸라지? 그거 설마, 법하고 미꾸라지를 합친 말인가?”
‘아, 지금은 저 말이 없지.’
노형진은 아차 싶었지만 다행히 김성식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주 정확하게 주요섭한테 맞는 이름이군. 맞아, 법꾸라지.”
자신의 지식을 철저하게 그 자신과 범죄를 위해 쓴다.
거기에다 청계에서 살인도 설계해 주면 그는 직접 손쓰지 않고 그들을 처리한다.
“하여간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일세. 지금으로써는 손을 댈 수가 없지.”
철저하게 합법적인 사업가. 그리고 깨끗한 사람.
“자금은 다 타인 명의일 테고요.”
“그래.”
확실히 머리가 좋다.
그가 도박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도, 실제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다. 그의 명의로 된 어음을 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어음은 100만 원 단위로 끊어져 있다.
거기서는 그걸로 도박하고, 다 잃으면 그건 휴지 조각이 된다.
설사 어음을 기반으로 돈을 딴다고 해도 어차피 그 어음을 돌려받는 것뿐이다.
그것도 현금으로 된 이자와 함께 말이다.
“사실 딱히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말이지.”
김성식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의외로 노형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방법이 없긴요.”
“응?”
“방법은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을 모를 뿐이지요, 후후후.”
“방법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든 것은 사회에 속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사회에서 격리되는 순간 완벽하게 고립됩니다.”
그리고 그를 고립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