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64)
“쉽지 않네.”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언론에서는 지치지도 않고 이번 사태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다.
뒤집기는 해야 하는데 이제 국민들이 정부 말이라고 하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는 판국이라, 노형진의 계획이 생각보다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그걸 뒤집기 위한 뭔가 다른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고성균 그 새끼가 이번 사건은 왜 안 막고 있는지 모르겠네.”
노형진의 맞은편에서 커피를 홀짝거리던 오광훈은 핸드폰을 내리며 말했다.
“막을 수가 없는 수준이니까. 아무리 사주 가문이라고 해도 말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이미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가 되어 버렸어.”
그것도 애매하게 정치적인 게 아니라 두 정당이 확실하게 대립하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 상황에서 언론사가 입을 다물어 봐. 그건 대놓고 한쪽을 편들어 주겠다는 소리거든.”
“그래서 일단은 이야기한다?”
“그래야 할 거야. 물론 자유신민당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지만, 그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이 사건이 갑자기 인터넷에서 사라지면 분명 언론 통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니 그들도 단시일 내에 그 모든 뉴스를 막으라는 소리는 못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관련 소식을 줄이고 있지. 조만간 큰 건이 하나 터지기도 할 테고.”
그게 어떤 사건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사람들의 관심이 떠나기 전에 규연 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냥 확 검사해 버려.”
“그게 안 되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좀 섬세하게 생각해 봐라, 이 새끼야.”
“섬세? 그딴 건 엿 바꿔 먹었다. 조폭 출신한테 뭘 바라?”
“그래. 너한테 바라기는 뭘 바라겠냐.”
노형진은 한숨을 쉬며 커피숍의 소파에 몸을 기대앉았다.
“자존심도 문제지만, 이건 일종의 주홍글씨야. 당장은 넘어갈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애들이, 특히 규연 양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내내 계속 따라다닐 거라고.”
만일 쉽게 잊힐 일이라면 노형진은 주저하지 않고 검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니까 이러는 거다.
아마도 이런 사건은 전무후무할 테고, 재수 없으면 수십 년을 박제당할 것이다.
“거참, 어렵다, 어려워. 나는 진짜 검사가 딱이야. 맘에 안 들면 잡아넣으면 그만이잖아?”
“넌 조폭이 딱이지.”
“하긴, 뭐든 그냥 패거리 끌고 가서 두들겨 패면 좋기는 하지. 검사 노릇 하려고 하니까 도리어 자기가 피해자라고 징징거리는 새끼들 때문에 아주 내가 성인군자가 될 판이다.”
“그런 놈들이 넘쳐 나지. 내가 가해자 중에서 피해자 코스프레 안 하는 새끼를 못 봤다.”
“그러니까. 아니, 자기가 범죄를 저지르고는 왜 자기가 피해자라고 징징거리고 자빠져 있는지.”
“피해자 코스프레 하면 사람들이 불쌍하게…….”
순간 노형진은 말을 멈췄다.
“어……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어, 어? 야! 어디 가!”
“나중에 보자!”
노형진은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오광훈은 노형진이 나간 입구만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컵에 담겨 있는 커피를 쪼로록 빨아들였다.
* * *
“피해자 코스프레요?”
“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그겁니다. 그걸 하면 이 상황을 넘길 수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피해자는 맞잖아요?”
“맞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우리가 피해자이지만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는 거지요.”
“그건 그래요.”
노형진이 정치권을 이용하는 바람에 지금 양측이 치고받고 있을 뿐, 사실 클로버는 살짝 바깥쪽에 있다.
“우리는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메인에서 살짝 벗어나 있지요.”
“그런데요?”
“우리가 피해자라는 걸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겁니다. 명백하게 피해자라는 걸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면, 검사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죠.”
이쪽은 억울한 피해자이고 그들을 건드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나쁜 짓이다.
“보통 2차 가해라고 하지요.”
많은 범죄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이런저런 방식으로 2차 가해를 한다.
당연하게도 피해자들의 가슴은 바짝바짝 타오른다.
“그럼 이제 우리가 나서서 피해자라고 주장해야 하나요?”
“아니요. 그건 소용없죠.”
해 봐야 쓸데없이 시선만 이쪽으로 당겨 올 뿐이고 도리어 이 싸움의 중간에 걸려드는 것뿐이다.
“우리 계획은 양쪽과 상관없이 무조건 피해자가 되는 거예요.”
“하지만 어떻게요?”
“산부인과 검사가 그 방법입니다.”
“안 하기로 했잖아요?”
노형진의 말에 고연미는 와락 눈을 찌푸렸다.
그건 진짜 인격을 말살하는 행위니까.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저들이 규연 양에게 그런 검사를 하게끔 압박했다는 상황을 조성하는 거죠.”
“압박요? 누가요?”
“누구겠습니까? 광신도들이지.”
“광신도요?”
“네. 정치적 광신도들 말입니다.”
각 세력에는 정치적인 광신도들이 있다.
그들은 사람의 피해나 올바름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세력이 중요하고, 자신들이 정의라 생각할 뿐이다.
“그러니까 그들을 이용해서 규연 양을 공격하도록 자극하는 겁니다.”
“그게 말이 되나요? 그게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요!”
“그게 중요한 겁니다. 진짜 하는 게 아니죠.”
진짜 검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규연을 압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필연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정치적 승리를 위해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시키려고 했으니까.
“아!”
그렇게 되면 클로버와 규연은, 엉뚱한 정치적 문제로 인해 인격까지 말살당하는 피해자가 된다.
“그건 자존심이 상하기는 하지만 진짜 인격 말살 상황은 아니거든요.”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대부분은 철저하게 그녀들을 옹호할 테니까.
“그런 걸 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있지요. 요즘 딱 미친놈들이 모이는 곳이 있지 않습니까? 우후후후.”
노형진은 싱긋 웃었다.
* * *
얼마 후 베스트세상이라는 사이트에 이상한 글이 올라왔다.
이런 문제 해결하는 거 쉽지 않노? 그냥 산부인과에서 검사 한번 받으면 끝 아니노?
아주 짧은 글이었지만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추천을 받으면서 최고의 글 라인에 들어갔다.
“이런 미친 새끼들.”
고연미는 거기에 붙어 있는 댓글을 보면서 이를 박박 갈았다.
-캬, 천재노.
-멋진 생각이노.
-모든 걸 그룹은 낙태 검사를 법제와해야 하노.
-법제와 아니고 법죄화.
-법죄화 아니야, 이 병신아. 법제화.
-아, 씹선비 강퇴 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헛소문들이 가득 차 있는 세상.
그런 미친놈들의 글을 보고 있으니 욕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아니, 여기는 왜 그냥 둔대요?”
“일단 현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 중 하나이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둬요?”
“그래도 좋은 점은 있습니다.”
“좋은 점요? 무슨 좋은 점요?”
“똥끼리 뭉쳐 있으니 구분하기는 쉽죠.”
“끄응, 그게 유일한 좋은 점이네요.”
“네, 유일하게 좋은 점이지요.”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중요한 건 이들이 여기서 이야기를 꺼냈다는 거죠. 그리고 이들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들은 인터넷 특성상 엄청나게 공격적이다.
“이미 클로버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건 클로버가 예상하고 있었다는 거죠.”
이건 딱히 비밀을 지킬 만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미리 이야기를 해서 다들 애써 인터넷을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봤을 때 일부 세력이 클로버에 대한 헛소리를 하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은 그녀들을 편들어 주고 있고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그러니 이제 그들이 움직이도록 해야지요.”
“그들이라뇨?”
“고연미 씨가 제 의견을 반대한 이유가 뭡니까?”
“당연히 저도 여자로서 그 일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알기 때문이죠.”
“그러면 다른 여성 단체들은 어떨까요?”
“여성 단체? 아!”
미친놈들과 여성 단체는 사이가 아주 안 좋다.
그러니 도움을 요청하면 여성 단체에서는 분명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청와대에도 도움을 요청해야지요.”
“청와대에요?”
“네. 청와대에서도 이번 사건을 덮을 방법을 찾고 있을 테니까요.”
이미 그쪽에서도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정작 해결된 것은 없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나서서 저항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게 아니라,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일부 여성 단체와 정상적인 사람들이 함께하면 베스트세상 측과 싸우면서 사건을 묻는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사건은 무마될 겁니다.”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해야지요. 지난번에 규연이가 연기 잘한다고 했지요? 한번 그 연기 실력을 봅시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