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83)
얼마 후 미국 최대의 황색 언론 퍼시픽 하인드에 한 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사진과, 그 사진을 유전적으로 분석한 설명서가 포함된 제보였다.
해당 사진을 비교한 결과, 일본 황실의 둘째이자 차대의 황실을 이어 갈 유일한 황손의 아버지인 타이토는 서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런 경우 천황의 자리는 당연히 첫째 아들인 요히토가 이어받아야 한다.
하지만 타이토와 그의 세력은 요히토를 폐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그 제보를 보며 편집장인 모건은 눈을 반짝거렸다.
동양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황실의 추문과 황제의 자리를 두고 싸우는 두 아들.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출생의 비밀.
“캬! 이거다, 이거야! 이거 대박인데!”
“그러니까요. 이거 완전히 현실판 소설 아닙니까?”
소설에서나 나오는 황실의 다툼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황실의 추문 그리고 서자라는 비밀까지.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이걸 전하기 전에 일단 검증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검증이 힘들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이걸 기사화했을 때 불어닥칠 일을 예상하고 외교적인 부분을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황색 언론이 황색 언론이라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거 다른 곳에서 이미 나온 거야?”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도 제보했다고 하던데요.”
“어디?”
“필라델피아 코스트랑 아메리카 시크릿요.”
그곳은 퍼시픽 하인드의 경쟁사이며 또한 퍼시픽 못지않은 황색 언론이다.
“이런 썅! 야! 이거 빨리 기사화해!”
“네?”
“기사화하라고! 이런 게 평범한 건수야? 현재 존재하는 황제에 대한 추문이라고! 이런 걸 그 새끼들이 그냥 두고 볼 것 같아? 당연히 기사화하지! 이런 건 빨리 올리는 놈이 장땡인 거야!”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문제가 될 것 같으면 그 새끼들이 소송하겠지. 하지만 우리가 돈 처발라서 변호사를 사는 이유가 뭔데? 당장 기사화해! 당장!”
모건의 말에 기자 한 명이 즉석에서 기사를 작성해 올렸다.
“이건 대박이다, 후후후.”
모건은 눈을 반짝거렸다.
하지만 그런 모건의 희망은 생각보다 쉽게 깨졌다.
“뭡니까?”
“FBI에서 나왔습니다.”
모건을 찾아온 자칭 FBI 요원.
“이번에 제보 하나 들어왔죠? 그거 내려 주셔야겠습니다.”
“뭐요? 무슨 제보요?”
모건은 뻔뻔한 얼굴로 모른 척했다.
그의 직업 특성상 이런 일에는 매우 익숙했다.
게다가 애초에 이런 일에 FBI 요원이 낄 이유가 없다.
FBI는 범죄와 테러를 수사하는 단체이지 이런 언론사를 압박하는 곳이 아니다.
‘뻔하지. 신분을 감춘 다른 조직 요원.’
한두 번 겪어 본 게 아니기에 그는 애써 모른 척했다.
하지만 모건과 마찬가지로 저들도 이런 일을 한두 번 해 본 게 아니었다.
“일본 관련 제보가 있었을 텐데요?”
“저희는 잘 모릅니다.”
“그래요? 우리 미국은 동맹인 일본과의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국익을 위해서입니다, 국익을 위해서.”
강조해서 말하는 그를 보면서 모건은 눈을 찌푸렸다.
저들은 입으로는 ‘국익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 국익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씨발.’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강력한 동맹인 만큼 그러한 일본의 추문을 미국이 몰랐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
‘염병. 그러니까 아가리 닥치고 있어라 이거네.’
그걸 터트린다고 해서 국익에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 일본 정치판에는 큰 혼란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 정치판은 완전히 친미파가 꽉 잡고 있다. 저들은 그 상황이 바뀌는 걸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타이토는 친미파인 데 반해 요히토는 실익파라는 것이다.
그러니 추문을 터트려서 타이토가 천황 후보에서 탈락하는 것은 미국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국익을 위해서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게 회사에도 좋을 겁니다. 일본 정부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어쩌시려고요?”
아마도 일본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다.
‘이런 개자식들.’
그리고 미 정부는 재판부에 압력을 넣어서 그걸 통과시킬 테고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소송을 해서 이겼지만, 상대가 국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손해배상금이 터무니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들은 그걸 넌지시 압박용으로 쓰는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입니다.”
모건은 눈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 * *
“보도를 안 해요?”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역시나 그렇게 나오는군요.”
신동하는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정도 추문을 미 정부에서 전혀 몰랐을 리가 없지요. 그러니 미 정부에서 은닉하려고 해도 별반 이상하지 않은 일이고요.”
어찌 되었건 전 세계에서 가장 미국을 물고 빨아 주는 나라가 바로 일본 아닌가?
일본은 미국을 등 뒤에 두고 한껏 세력을 키워 왔다.
그런 곳이 혼란으로 들썩이는 것을 미국이 원할 리가 없다.
“뭐, 예상 범위 안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노형진의 말에 신동하는 깜짝 놀랐다.
황색 언론에서 터트릴 거라고 해 놓고 그게 막혔는데 예상 범위 안이라고?
“말씀대로, 미 정부 같은 곳에서 이런 걸 지금까지 까맣게 몰랐을 리가 없죠.”
그들의 정보력은 어마어마하다.
일본의 현실을 미국이 모를 리가 없다. 애초에 그렇게 만든 게 미국이니까.
“상대국의 추문. 그것도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추문이 터지면 그들이 권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얼마나 높겠습니까?”
“그 말은, 미국이 타이토를 밀어준다는 말씀이신가요?”
“당연한 거죠.”
한쪽은 개혁파, 다른 한쪽은 사대파.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러니 그 추문을 감추려고 할 수밖에요.”
“끄응.”
신동하는 신음을 내면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한낱 사용인에 지나지 않는 궁내청이 천황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충격적인데, 이제는 미국조차도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천황으로 세우려고 한다니.
“미 정부에서 막으려고 한다고 하면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요?”
이게 이슈화되어야 타이토에게 압박이 들어가고 궁내청에서 권력을 잃게 된다.
그런데 미 정부에서 감추려고 이렇게 힘을 써 버리면, 아무리 황색 언론이라고 해도 쉽게 터트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역습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역습?”
“네. 미 정부는 이걸 감추려고 할 겁니다. 당연하죠. 하지만 그들이 잘 모르는 게 있습니다.”
“어떤 거죠?”
“지금은 21세기이고, 온갖 음모론자들이 판치는 상황이라는 것.”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진을 꺼냈다.
그걸 본 신동하는 깜짝 놀랐다.
“이게 뭡니까?”
“그 당시 언론사에 찾아왔던 자칭 FBI 요원입니다.”
노형진은 예상을 했기에 이미 입구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의 사람을 포섭해 놨고 말이다.
당연히 그들의 사진을 입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이런 건 불법적으로 하는 일이죠.”
미국은 엄연히 언론의자유가 있는 나라다. 그것도 아주 강한 수준으로 말이다.
“국익이라는 이름하에 언론을 통제하는 건 불법입니다. 물론 미 정부는 보복을 언급했지요. 하지만 그 보복이라는 것은, 드러나지 않았을 때 효과를 발휘합니다.”
보복을 언급하고 진짜로 실행하면 미 정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아무리 황색 언론이라지만 일단은 언론이니, 정부에서 언론의자유를 건드리는 행위를 미국의 언론사들이 마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모 대통령은 자신의 추문을 감추기 위해서 압력을 넣었다가 도리어 일이 더 커져서 탄핵까지 당했다.
“미국의 인권 단체에 이걸 제보했습니다. 그쪽에서는 이걸 FBI에 정식으로 질의할 겁니다. 해당 요원이 실제로 있는지요.”
“그리고요?”
“당연히 없다고 하겠지요.”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아마 미 정부는 머리가 좀 아플 겁니다, 후후후.”
* * *
FBI 국장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니, 이 새끼들은 왜 맨날 우리를 사칭하고 다니는 거야? 우리가 만만해? 어? 우리가 지금 병신으로 보여?”
언론을 통제하고 간 여섯 명의 요원들. 그들에 대한 신분 확인이 들어왔다.
당연히 그들은 FBI가 아니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자기들을 사칭하고 다니는 놈들은 뻔하니까.
“이런 병신 같은 새끼들.”
“국장님, 이거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당연히 모르는 일이지!”
이걸 인정하면 여러모로 복잡해진다.
FBI가 언론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소리가 나오면 그의 목이 당장 날아가도 이상할 게 없다.
그렇다고 그냥 인정 안 하자니, 이 미친놈들이 내건 조건이 문제다.
“정식으로 신고하고 얼굴을 인터넷에 공개한다고?”
“네. 정부 요원을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가만둘 수는 없다면서…….”
“이런 염병할.”
이들은 그냥 수사관이 아니다. 특수 훈련을 받은 비밀 요원이다. 그래서 자신들을 사칭하는 걸 가만두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얼굴을 인터넷에 깐다고?
“여섯 명?”
“네.”
“미치겠네.”
이런 요원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당장 한 명당 들어가는 돈이 최소한 10억이다. 그러니 무려 60억이다.
사실 돈이야 그냥 날린 셈 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도는 순간, 사방에서 이들을 노리고 매달릴 것이다. 포섭은 기본이고 납치해서 고문할 수도 있다.
이들이 가진 비밀은 최소 수백억의 가치가 있으니까.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비밀 요원이라는 말에 유독 사람들은 약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비밀 요원이라는 말에도 약점은 분명 있다.
비밀 요원이라는 것은 누구도 그 신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누군가 그들을 캐기 시작하면, 아무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기에 그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이 의미 없는 소리가 되어 버린다. 모든 행동은 어찌 되었건 영장과 공문으로 이루어져야 하니까.
“국장님?”
“응?”
“저기, 손님이 오셨습니다만.”
“손님? 누군데?”
“그게…….”
비서는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국장은 누가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썅놈의 새끼. 똥은 자기가 싸질러 놓고 우리보고 치우라는 거야?”
안 봐도 뻔하다. 그 집단에서 누군가가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는, 일단 FBI 요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이야기일 게 뻔하다. 그래야 그들의 신분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
진짜로 인터넷에 사진이 뿌려지면 그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주변 인물들까지 모조리 위험해진다.
게다가 그들의 동선을 추적해서 본사를 찾아낼 수도 있다.
“이런 닝기미.”
FBI 국장은 저절로 욕이 나왔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자신들이 약자다. 누구보다도 권력이 강한 그들이니까.
“들어오라고 해.”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