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9)
“뭐가 문제였는데?”
“평등회 쪽은 정상적이었는데 권리회 쪽하고 공감각 쪽은 정상적이지가 못했지.”
예산 내역을 보니 평등회 쪽은 그래도 페미니즘 운동을 나름 정상적으로 했단다. 토론회를 열거나 홍보 문건을 만들거나 캠페인을 하거나. 하지만 권리회 쪽과 공감각 쪽은 정상적인 예산 운영이 아닌 게 드러난 것이 문제였다. 여성권리회는 회의라는 이름으로 호텔에서 회의를 진행하고는 했는데 회의 때마다 거의 한 명당 15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문제는 그 회의 참가자가 대부분 여성권리회의 사람들이라는 것. 공감각 쪽은 여성의 동질감 향상이라는 이름하에 캠페인을 하는데 거기에 서용된 볼펜의 발주 가격이 무려 개당 4만 5천 원이라는 것. 문제는 개당 100원짜리 모나미 볼펜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을 감사했는데 뻔하지, 뭐.”
“뻔하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무슨 운동한답시고 예산타서 유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쪽을 잘라 버리고 정상적인 페미니즘 운동을 하던 곳으로 예산을 돌렸거든.”
“실질적으로 그게 문제였군.”
그 말에 박광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상식적으로 헤어지자면서 담배 핀 걸 가지고 학생회장까지 물러나라는 게 말이 안 되는 소리기는 하지.’
어쩐지 일이 이상하게 확대된다 싶었더니 그들은 핑계를 만들어서 박광석을 쳐 내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래서 조사는 해 봤어?”
“해 보려고 했지.”
“근데?”
“말이 안 통해.”
박광석의 말에 따르면 그 헤어졌다는 여자는 조사에 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협조하는 것도 아니면서 남학생에 대해서 무조건 한국대에서 자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고 여성권리회와 공감각 측은 박광석이 공식 사과 후 총학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일단 좋게 해결하려고 시도는 해 봤어?”
“해 봤지. 근데 법대로 하래. 말이 안 통해.”
그 말에 혀를 끌끌 차는 노형진.
“법대로 해라라……. 그 애들은 법대로 하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는 그러는 거야?”
“그건 좀…….”
“법대로 해 달라면 법대로 해야지.”
“야…… 그래도 학교 문제인데.”
아무래도 학교라는 공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박광석은 법대로 하는 게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그 말에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형, 학교는 사회아냐?”
“응?”
“학교가 무슨 치외법권이냐고. 형도 알잖아, 형 괴롭혔던 녀석. 그 녀석이 왜 그렇게 기고만장했는지. 학교랍시고 어른들이 치외법권 취급을 해 주니까 그런 거 아냐. 학교는 사회의 일부야. 사회와는 다른 세계가 아니라 법의 영향을 받는 공간이라고. 그리고 애초에 그때는 애새끼이기라도 했지, 여기는 죄다 성인이야. 거기에다가 한국 최고의 대학교라고 하는 한국대생들이라고. 그런데 자기 이득을 위해서 땡깡을 부리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흐음…….”
그 말에 박광석은 침묵을 지켰다.
“학교라서 공권력이 못 들어오기를 바란다면 그건 착각이야. 학교는 사회고 사회에는 공권력이 들어오는 게 정상이라고.”
“그렇기는 하지.”
한숨을 푹 쉬는 박광석.
“저런 애들이 왜 저렇게 기고만장해질 수 있는지 알아? 대우 받아 왔으니까 그런 거야. 장담하는데 저기에 있는 여자애들 죄다 좀 있는 집의 자식들이지? 안 그래?”
“부정은 못하겠네.”
“당연한 거잖아.”
한국대에 들어올 정도의 실력을 가지려면 학교 다닐 때도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있는지 자식과 없는 집 자식의 갭이 크다는 것. 있는 집 자식은 돈도 있겠다. 공부도 잘하니 평생을 대우받으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없는 집 자식은 공부를 잘해도 없다는 것 이유만으로 등록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없는 집 자식들이 저런 미친 짓거리를 할 이유가 없지.’
당장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럼 어쩔 거야?”
“법대로 하라고 했다며.”
“결국 법대로 해라 이건가?”
“원하는 대로 해 줘야지.”
“하아…….”
박광석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솔직히 내가 사퇴할까 생각 중이거든.”
“그렇게 된다면 형이야 편하겠지만 그 예산 가지고 명품질 할 건 알지?”
“끄응…….”
박광석은 한참을 고민하다고 결국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그래…… 원하는 대로 해 주자. 법대로 하라는데 뭐, 법대로 해야지.”
그 말에 노형진의 입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야 우리 형이지, 후후후.”
며칠 뒤 여성권리회와 공감각은 박광석과의 협의에 따라서 학생회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사태를 일으킨 학생은 오지도 않았다.
‘합의 의사가 없다고 하더니 진짜인가 보네.’
쪽팔려서 오지 않는 건지, 합의 의사가 없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건 그는 오지 않은 이상 그녀를 빼고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뭐, 진행이라 할 것도 없지만.’
“이딴 자리를 왜 만든 거죠?”
“우리 요구는 단호하다는 걸 알 텐데요? 성희롱을 한 학생은 학교에서 자퇴하고 학생회장은 당장 사과하시고 회장직에서 그만두세요.”
양측의 대표단은 팔짱을 낀 채로 도도하게 말을 꺼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거 말도 안 되는 상황인 거 아시잖습니까? 그만하시죠.”
박광석은 이쯤에서 그만하자고 했지만 그 양측은 단호했다.
“도대체가 법대에서 배우시는 분이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것도 모르세요? 이렇게 무식할 수가. 피해자가 생겼으면 모든 사건은 피해자를 중심으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 실력으로 어떻게 한국대를 들어오셨대요?”
깐죽거리면서 말을 꺼내는 여자. 그걸 들은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는 건 저쪽이었기 때문이다.
“잘못 아시는 게 있는데 피해자 중심주의는 모든 사건을 피해자 중심으로 해석한다는 게 아니라 모든 사건들을 처리할 때 피해자에게 2차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한다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여러분들이 주장하는 사건 해석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성희롱 범죄에서는요.”
“뭐라고욧! 웃기지 말아요! 우리도 변호사한테 다 알아보고 한 거거든욧! 그리고 당신이 누군데 여기서 평가짓이에욧!”
노형진이 말하자 당장 노형진에게 공격을 칼날을 돌리는 사람들. 박광식은 그런 노형진을 보다가 어깨를 으슥했다.
‘뭐, 알아서 하겠지.’
자신보다는 더 뛰어나다는 사실은 박광석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한국대 법대에 다니고 있고 학생회장이라고 할지라도 노형진이 근 몇 년 사이에 이룩한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그 변호사가 누굽니까?”
“남화숙 변호사님이라고 아시나 모르겠네요? 무려 여성부 자문 변호사로 계신 분이신데.”
“아아아, 알죠.”
알다뿐이겠는가? 그녀 역시 공부를 잘해서 변호사가 되기는 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는 변호사인데. 그건 다름 아닌 그녀가 꼴페라는 것.
‘대책 안서는 사람을 만났구만. 아니, 그런 사람을 일부러 찾아서 간 건가? 그렇겠네. 원래 인간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 하니까.’
남화숙이 실력이 좋은 변호사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바로 남성에 대한 피해망상이 극도로 심하다. 그 덕분에 남성을 상대하는 사건에서 극도의 공격성을 띄는 경우가 많았고 그게 인정받아서 여성부에서 자문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공격성이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녀는 상대방이 남자라고 하면 법적인 관점과 상관없이 무조건 적이다. 죽일 놈이다. 이길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물론 정상적인 사건이라면 그녀만한 변호사가 없다. 실제로 수많은 여성에 대한 성희롱 사건에서 그 공격성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응징한다는 점에서 그 부분은 노형진도 인정하고 있고 일부 존경스럽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적대적으로 대하는 그녀의 성향은 그녀가 최고의 변호사로 올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애초에 여성부 자문 변호사가 된 것도 결국은 그녀의 실적보다는 그런 그녀의 성향 때문이니까.
“그럼 그분을 변호사로 선임하시면 되겠네요.”
“뭐라고요? 지금 여자라고 무시하나요?”
“무시라니요. 천만에 말씀. 무시가 아니라 협상 결렬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흥, 당신이 뭔데요?”
“저요?”
그 말에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주머니 속의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서 두 사람에게 건넸다.
“이런 사람입니다.”
그걸 받아 든 두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가기 시작했다.
“노형진 변호사?”
“네, 변호사입니다.”
“변호사 따위가 왜 우리 일에 끼어 드는 거예요?”
“변호사 따위라……. 아직은 변호사 따위라는 이름을 들을 정도로 변호사의 위상이 무너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쪽에서 무섭게 공격해 봤다. 노형진이 봤을 때는 나이 어린 여자들의 치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말이 있지요. 전쟁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전쟁을 이야기하고 법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법을 이야기한다.”
“무슨 말이죠?”
“간단합니다. 법대로 하자고 하셨다면서요?”
“그…… 설마…….”
“법대로 하겠습니다.”
노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런 노형진을 따라서 일어나는 박광석.
“무슨 짓이에요! 우리가 누군지 알고!”
그 말에 나가던 노형진이 멈췄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라……. 그래, 한번 말해 보시죠. 당신이 누군데요?”
“뭐라고요?”
“말해 보시라고요, 당신들이 누군지.”
“그…….”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그저 학생일 뿐이다. 여성 운동가라고 말을 하지만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여성운동가를 인정하면서 대우해 주는 세상은 아니다.
“말씀해 보시라니까요, 당신들이 누군지.”
“우리 아빠는 융성의 사장이라고요! 나한테 잘못 보이면 큰일 날 텐데.”
결국 치기 어린 여자들이 들이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부모님의 직위다.
“그럼 그쪽은?”
“전 검찰청 부정검사가 우리 아빠예요. 변호사 따위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닐 텐데요?”
자신들의 부모의 직위가 마음에 드는지 흡족한 얼굴이 되는 두 여자. 노형진은 그 여자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누군지 알고가 아니라 당신들 아버지가 누군지 알라는 거네요?”
“뭐라고요?”
노형진은 대답하는 대신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 전화기에는 여러 사람의 전화번호가 들어 있지요. 그쪽 여자분은 아버지가 융성의 사장님이시라고요? 하긴 융성이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곳이기는 하지요. 하지만 기껏해야 대룡에 납품하는 하청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요.”
“뭐라고욧! 지금 우리랑 전쟁을 하자는 거예욧?”
여자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느꼈는지 화내려는 찰나 노형진은 뭔가를 찾아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럼 유민택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잘 아시겠네요.”
그걸 본 여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거기에는 유민택 회장님이라고 이름이 써 있었기 때문이다.
“전 회장님의 직통전화를 가진 사람입니다. 원하시면 연결시켜 드리죠. 그리고 부장검사요? 제 전화기 안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 부장님의 전화번호도 있죠. 고작 변호사 따위요? 당신들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변호사들이 이 대한민국의 상위 1% 안에 들어가는 인재라는 사실은 아십니까? 그리고 당신 같은 여자들이 가장 결혼하고 싶어 하는 1등 신랑감이라는 사실도 아시나요?”
“…….”
“뒷배경으로 찍어 누르시겠다? 전쟁? 제대로 둘 중 하나 죽을 때까지 싸워 본 적이 없으시군요. 한번 동원해 보세요. 전쟁? 해 드릴게요. 제 인맥과 돈을 이용해서 한번 끝까지 싸워 드릴게. 아 돈 문제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 제 자산이 5천억이 훨씬 넘습니다. 돈지랄로 싸워 보고 싶으세요? 한번 해 보죠. 법원에서 뵙겠습니다.”
노형진은 빙긋 웃으면서 정중하게 경고하고 회의실을 나왔고 박광석은 그런 노형진을 따라 나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애들 완전 패닉인 것 같은데 진짜로 그렇게 대대적으로 죽이려고 할 거야?”
“자기 선택이죠. 결국 작은 사건을 키운 건 저쪽입니다. 자기들만 처벌받고 끝내겠다면 저 역시 그럴 이유가 없지만 저쪽에서 전쟁하려고 한다면 저 역시 피할 이유가 없지요.”
그 말에 박광석은 어깨를 으슥했다.
“뭐, 자초한 거네.”
“자초한 거죠.”
노형진은 일단 그들을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넣었다. 당장 주변에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쳤기 때문에 어려운 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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