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304)
얼마 후 많지 않은 자료가 노형진에게 도착했다.
그리고 노형진은 거기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편지군요. 사망자의 유가족에게 디어슨 씨가 보낸 편지인가요?”
“네. 디어슨 씨는 자신의 부하가 사망하면 꼭 유가족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 당시에 전사 통지를 따로 해 주지 않았나요?”
“당연히 따로 했지요. 하지만 이분은 그렇게 했더군요. 물론 아주 급박한 경우라면 못 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당히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의미다.
매일같이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쟁터에서 부하의 유가족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결국 그 죽음을 되새겨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상관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고통스러운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그는 늦게라도 편지를 써서 보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이걸로는 영 부족한데요.”
지금까지 드러난 자료도 적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상황을 증명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흠…….”
노형진은 그 자료를 보다가 문득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디어슨 본인의 자료는 별로 없네요?”
“네?”
“디어슨 씨가 활동한 공적인 부분에 관한 자료는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사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거의 자료가 없네요.”
“아, 그거야 디어슨 가문에 있겠지요?”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그 자료를 디어슨 가문에서 안 준 건가요?”
“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철천지원수 집안인데.”
이쪽에서 아무리 진실을 찾으려 한다 해도, 그쪽에는 자신들의 명예를 더럽히고자 꼬투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노형진은 한숨만 나왔다.
“설마 매번 이랬나요?”
“네, 매번 이랬지요.”
“허?”
그들 스스로가 다급하지 않으니 자신들이 가진 자료를 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원수 집안과 이야기할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그쪽 자료를 좀 봤으면 좋겠는데요.”
“일단 연락처는 압니다. 매번 거절당해서 그렇지.”
로빈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지요.”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게 만들어야지요.”
영국 귀족들이 가장 신경 쓰는 약점을 건드린다면,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 * *
“그래서 명예를 찾아 주겠다고?”
“조상님이 살인범이라는 황당한 누명이 반갑지는 않으시잖습니까?”
“당연히 황당하고 어이가 없지! 내 할아버님이 살인범이라고? 하, 말도 안 되는 소리.”
현재 디어슨가를 이끌고 있는 멜빈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 멍청한 폴슨 녀석들이 뭔 개소리를 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조상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우리 할아버님은 언제나 모범적인 분이었네.”
“그러니까 그분에 대한 조사를 좀 하고 싶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누가 허락해 준대?”
멜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듯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자네들도 결국은 그 간악한 폴슨가에서 보낸 사람이지. 그러니 조사를 하고 나면 분명 우리 조상이 살인범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겠지. 그걸 알면서 우리가 왜 그 조사에 응해야 하지?”
물론 대부분은 여기서 무너졌을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노형진은 다른 식으로 공격을 막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저는 폴슨가에서 보낸 게 아닙니다. 클락 폴슨이라는 개인의 고용인이지요.”
“그게 뭐가 다르지?”
“다를 수밖에 없지요. 클락 폴슨은 따님과 교제하고 싶어 합니다.”
“개소리! 그 새끼는 우리를 무시하고 거짓을 뒤집어씌우는, 명예라고는 모르는 집안 놈들이야!”
교제를 허락받고 싶어 한다고 하자 멜빈 디어슨은 말도 안 된다는 듯 펄쩍 뛰었다.
노형진은 그런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렇기에 저는 진실을 찾는다는 걸 증명할 수 있지요.”
“그 새끼들이 명예가 없어서?”
“아니요. 클락 폴슨이 따님과 교제하고 싶어 하니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그가 교제를 원하는데 디어슨 가문에 대해 안 좋은 사실이 밝혀지기를 원할까요?”
“그놈은 폴슨 가문이야! 그걸 어떻게 믿어!”
“그래서 더 믿을 만한 겁니다. 그들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만일 그들이 진짜로 디어슨 가문이 명예도 모르는 살인자 가문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면, 나이 어린 클락이 절 고용할 이유가 없지요. 그냥 성인들이 고용하면 됩니다.”
“으음…….”
멜빈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노형진의 말이 틀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저를 고용한 건 클락 폴슨이지 폴슨가가 아닙니다. 미성년자가 뭔 원한이 있다고 그러겠습니까? 더군다나 자신이 매달리는 상황인데요.”
“그 간악한 폴슨가 놈들이 세뇌했을 수도 있지.”
노형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들은 영국의 중앙 귀족입니다. 그들이 뭐가 아쉬워서 가짜로 사건을 조작하겠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그들이 얻을 만한 이득이 있나요?”
“그건…… 없지.”
그런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설사 그걸 파고들어서 증명하고 싶어도, 결국 이들이 가진 자료가 없으니 그들이 받은 자료는 반쪽자리일 뿐이다.
그리고 그건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분께서는 꽤 많은 양의 편지를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전사한 부하의 유가족들까지 일일이 챙길 정도였다면, 친밀한 가족들에게도 당연히 편지를 썼을 테지요.”
“그래서?”
멜빈은 퉁명스럽게 대꾸했지만 노형진의 말꼬투리를 잡지는 않았다. 논리적으로 노형진의 말이 맞으니까.
더군다나 그들이라고 그 일에 대해 조사를 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분명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증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슨가와 마찬가지로 돈만 날렸을 뿐이다.
“증거는 없네.”
“증거는 없지요. 하지만 증거가 없다고 해도, 정황증거라는 게 있는 법입니다.”
“그런 정황증거도 없다니까!”
“아니요. 누가 그럽니까? 정황증거가 현장에서 흘린 피나 무기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디어슨 가문에 불리한 것은 단 하나, 바로 던킨 디어슨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 찰슨 폴슨을 자신이 죽였다는 그 말.
“결국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저는 충분히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두 집안 모두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고요.”
“두 집안 모두?”
“그렇습니다.”
멜빈은 눈을 살짝 찡그렸다.
여러 인간들을 만났지만 하나같이 한쪽이 잘했다거나 잘못했다는 이야기만 했지 두 집안의 명예를 이야기하는 자는 처음이었다.
“두 집안의 명예란 말이지.”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마음을 굳혔다.
사실 이런 긴 원한 관계는 불필요한 증오를 낳을 뿐이라는 걸 그도 잘 안다.
더군다나 자신의 할아버지가 살인범이라는 황당한 오해가 반갑지도 않고 말이다.
“난 개인적으로 변호사라는 족속을 좋아하지 않아. 그놈들에게는 명예라는 게 없거든.”
“맞습니다. 저도 귀족들이 말하는 명예에는 관심이 없는 부류죠.”
노형진은 실실 웃었다.
“하지만 최소한 이권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놈은 아닙니다. 변호사의 최고의 명예는 의뢰인의 이득입니다.”
“나도 그렇게 보이는군. 좋아, 그 당시 자료를 보여 주도록 하지. 하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증거도 없이 헛소리를 한다면, 다시는 영국 땅에 발붙이지 못할 줄 알아.”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노형진은 자신 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