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32)
새된 비명을 지르는 아내. 하지만 이미 경찰은 들이닥친 상황.
“사주받았던 그 두 사람한테 구속영장이 떨어졌는데 우리한테 안 떨어지겠어? 후후, 열어 드려.”
“아빠!”
“그럼 평생 여기서 안 나갈까? 아니면 문 부수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래?”
“…….”
방법이 없었다. 김요화는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지만 아버지는 먼저 일어나서 문을 여는 버튼을 눌렀다.
“내일 집 내놓고 당장 변호사 사서 대응하자. 대출받아서라도 말이야.”
“아빠!”
“네가 자초한 거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리면서 두 명의 경찰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김요화 씨?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명예훼손 및 협박 범죄 모의 및 사주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꺄아악…… 이건 아니야! 아니야!”
그녀는 절규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나 가고 있었다.
“구속영장이 나올 거라는 거 어떻게 알았어?”
“일종의 제스처죠.”
“제스처?”
“우리가 이렇게 엄중하게 하고 있으니 봐 달라는 그런 거 있잖아요. 애들 잘못하면 아빠한테 크게 혼날까 봐 엄마가 미리 혼내는 모습 보여 주는 거.”
“응?”
박광석은 어이가 없었다. 설마 그런 것이 법률계에도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법률계라고 해도 결국은 마찬가지이에요. 구속영장은 그다지 흔적이 남는 것도 아니고. 그쪽 입장에서는 별수 없죠.”
쉽게 말해서 최대한 요란을 떨면서 구속시킴으로써 노형진과 박광석 그리고 피해자에게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최대한 선처해 달라는 의사을 보내 주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명예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는 친고죄이니까요.”
“거참, 멋지네.”
박광석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전에 말했던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합의해야지요.”
“합의?”
“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합의를 한다면 결과적으로 모든 사건이 끝이다. 그런데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간단합니다. 광석이 형의 미래를 준비하는 거죠.”
“미래를 준비한다?”
“네, 얼마 후에 사법시험 봐야 하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사법시험 보면 중요한 게 뭔가요?”
“그…… 글쎄…….”
일단은 1차와 2차 그리고 면접이 있다. 1차는 객관식 2차는 서술식 그리고 면접.
“결과적으로 그 안에서 인맥을 만들고 파벌을 형성하려면 멋진 타이틀이나 비전을 보여야 하지요.”
“그래서 내가 학생회장까지 하는 거잖아.”
학생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사회에 나가면 큰 도움이 된다. 박광석 역시 학생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를 삼아서 형의 이름을 전국에 알리는 거죠.”
“어떻게?”
“아주 공명정대하고 바르고 성실한 사람으로.”
“엉?”
박광석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이번에 벌어진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 그리고 협박에 관하여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이자 학문의 전당인 한국대학교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 대해서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얼마 후 각 언론사에 뿌려진 기자회견 초청장. 그건 박광석이 이번 사건의 가해자 세 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기자회견이었다. 워낙 시끄럽고 말이 많았던 사건이었기 때문에 기자들은 너도 나도 취재하러 왔고, 박광석은 그들 앞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래서 손해배상을 얼마나 청구하시는 건가요?”
문제는 그 청구 비용. 상대방은 한국 대학교의 학생회장이다. 상식적으로 적은 금액이 될 수 없다. 최소 수천만 원 많으면 수억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 뒤에는 다른 곳도 아니고 새론이라는 강력한 법무법인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다음 말에 기자들은 자기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전 그 세 명에게 제 정신적인 손해배상으로 1인당 1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바입니다.”
“에?”
“네?”
“잠시만요……. 저기 말을 잘못하신 것 같은데요?”
“100원이라고 하셨나요?”
“네, 100원입니다.”
박광석의 말에 순간 기자회견장에 가득한 기자들의 표정이 벙한 얼굴이 되었다. 100만 원도 아니고 1000만 원도 아니고 고작 100원. 이 시대에 껌 하나 살 수 없는 돈을 청구한 것이다. 아니, 애초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비보다 훨씬 적은 돈이다. 즉, 배보다 배꼽인 셈.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요? 100원이라니요?”
기자들은 웅성거리면서 박광석을 바라보았다. 하긴 최하 수천만 원을 받아 낼 수 있는 사건에 고작 100원을 청구한다는 게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박광석은 단호했다.
“오류가 아닙니다. 100원이 맞습니다. 동전 한 개요.”
“어째서요?”
“첫째, 그들은 저에 대한 가해자임과 동시에 우리 한국 대학교의 재학생입니다. 전 한국대학교의 학생회장으로서 모든 재학생들의 권익을 위해서 싸우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비록 그들이 저와 개인적으로 척을 지기는 했다고 하나 여전히 재학생인 이상 학생회장으로서 그들의 권익을 해칠 수는 없습니다. 둘째, 저는 법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사람이 뉘우치고 갱생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한 번의 실수로 인해서 이런 지경까지 왔다고 하지만 법률전공자로서 그들의 실 수가 그들의 인생 자체를 파멸시키는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셋째,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서로 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한국 최고의 지성을 키는 한국대생으로서 그 명예를 지켜 나가야 합니다. 순간의 불명예는 짧습니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이권을 챙기고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문제란 그 문제 자체보다 그걸 해결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법입니다.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현명한 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 되어서 이런 결정을 했습니다. 넷째, 그녀들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분명 그녀들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은 도를 넘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녀들의 미래는 단순히 먹고사는 것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수많은 청년들에 대한 미래이기도 합니다. 한 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마녀사냥을 당한다면 청년이 어찌 바른말을 하며 살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 스스로 먼저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자 합니다. 이상의 네 가지 이유로 손해배상의 금액은 1인당 100원입니다.”
“헐?”
“이게 무슨…….”
최소 한 사람당 3천만 원은 예상하고 있던 기자들은 벙한 얼굴이 되었다.
“이상으로 기자회견을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은 세 사람에 대한 마녀사냥은 멈춰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비록 그들이 한 번의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고통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분들 역시 단순히 창피하다고 학교를 그만두게 하시거나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일을 반석으로 삼아서 그 세 사람이 자랑스러운 한국대생이자 한국인으로서 이름을 떨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박광석. 그리고 노형진은 무대 뒤에 숨어 있다가 오른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척 세우면서 씩 웃었다.
이것이 지성인
대한민국의 지성은 살아 있다.
다음 날부터 언론에서 나오는 신문은 모두 호평일색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뭐 하나 건수를 잡으면 손해배상으로 단단히 한몫을 챙기기 위해서 혈안이 된 현 시대에 스스로의 잘못과 자리를 인식하고 명예를 위해서 뒤로 물러날 수 있으며 가해자에 대한 포용과 용서 그리고 갱생의 기회까지 준 박광석은 말 그대로 이 시대 지성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으하하, 자네가 우리 학교를 살렸네! 잘했네! 잘했어!”
특히 총장과 법과대학 학장은 입에 귀가 걸렸다.
“별말씀을요.”
“아니야! 자네가 없었으면 우리 학교가 얼마나 욕을 먹었겠나? 자네가 우리학교의 지성을 살린 거야, 으하하하.”
안 그래도 요즘 들어 영혼 없이 공부만 잘하는 애들만을 뽑아낸다며 욕을 먹는 한국대학교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로 인해서 그 세 사람 때문에 학교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박광석 덕분에 그 이미지를 그대로 복구한 정도가 아니라 역시 한국대학교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학교 이름에 먹칠, 아니 똥칠을 했을 거야.”
“그렇게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 자네가 뭘 하든 확실하게 밀어주지. 걱정하지 말고 진행하게.”
총장에게 공치사를 받고 나오자 법학대학 학장은 웃으면서 다가와서 그를 양팔로 품에 앉았다.
“고맙네.”
“별말씀을요.”
“자네 덕분에 우리 학교가 이렇게 흥했으니 내 도와줄 수 있는 건 다 도와주겠네.”
그 말에 그저 미소를 떠올리는 박광석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치하를 받고 나오자 바깥에는 노형진이 앉아 있었다.
“어때요?”
“얼떨떨한데?”
“그래요?”
“그래.”
단 한 번에 한국 최고의 지성이 되어 버린 박광석은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인터뷰가 쇄도하고 주변에서는 자신을 떠받들어 준다. 지금까지 고깝게 보면서 말이 많던 곳들은 입을 다물었고 학교의 명예를 드높였다면서 학과장뿐만 아니라 학교 출신의 판사나 검사 심지어 대법관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으니 그의 미래는 말 그대로 순풍을 단 격이었다.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안 거야?”
“네, 어차피 손해배상 소송을 해 봐야 단돈 1천만 원 정도 받으면 땡이겠지요. 그런데 그 돈 받아 봐야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가끔은 자신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도리어 자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오죠. 지금이 딱 기회였어요.”
“너 가끔은 무섭다. 어떻게 이런 걸 알았냐?”
그 말에 노형진은 그냥 히죽 웃었다.
“일단 이렇게 되었으니 형이 제대로 사법시험에 붙기만 한다면 아마 인생을 확 달라질 거예요.”
“음…… 그거야 그렇겠지.”
한국대 법대는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대다. 한국 법률계에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서로 끌어 주고 밀어준다.
‘푼돈보다는 이게 훨씬 나은 일이지, 후후후.’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지만 인맥은 섣불리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 법률계에서 성공하려면, 특히 판검사 쪽에서 승진하려면 인맥은 엄청난 필수 요소이다. 그런데 박광석은 이번 사건으로 그걸 확실하게 챙겨 놨다. 선배들이 과연 이렇게 학교의 명예를 드높인 박광석을 나쁘게 보겠는가? 당연히 노른자위 직업이나 중요한 사건을 배정해 줄 테니 승진은 따 놓은 당상이 될 것이다.
“넌 가끔은 무섭다니까.”
“그러니까 바람피울 생각 마요.”
“네 누나가 무서워서라도 못 피울 거다. 하하하.”
일단 박광석이 인생이 편해진다면 누나의 인생도 편해질 것은 당연한 일.
‘지난번에 그 고생을 했으니 이번에는 좀 편하게 살라고, 누나.’
“그나저나 이 은혜를 어떻게 갚냐?”
“밥이나 사 줘요.”
“고기?”
“아니요, 학식. 난 대학교 학식이라는 걸 별로 못 먹어 봤잖아요.”
“그런가?”
“네.”
“하긴.”
노형진은 대학교 학식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대학 자체를 다니지 않았으니까.
“그럼 같이 가자고.”
두 사람은 웃으면서 학교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멀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응, 저건?”
노형진은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왜 그들이 그렇게 몰려온 건지 알 수 있었다.
“음…….”
선두에 선 세 사람. 그리그 그 뒤에 있는 기자들. 최소 변호사비 수천만 원에 합의 비용 수천만 원을 생각하던 세 명의 가족들은 박광석의 말에 바로 합의를 진행했고 박광석은 바로 소 취하서를 제출함으로써 모든 사건이 종결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박광석이 용서하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이 학교를 당분간은 나올 수 없는 노릇.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휴학계를 내기 위해서 학교에 찾아온 것인데 때마침 박광석과 마주친 것이다. 총장실이 있는 건물에 학생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
“…….”
사건 이후 첫 번째 대면. 기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사진을 찍어 대기 시작했고 네 사람 사이에서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어쩐다……. 말이라도 해야 하나?’
공식적으로는 용서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모른 척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싸울 수는 없다. 노형진은 어드바이스해 주고 싶었지만 주변에 기자들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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