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323)
“날 잡았네.”
노형진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들은 화해를 하고 싶다고 오숙자에게 연락을 했는데, 그 장소가 다름 아닌 현지의 아파트였던 것이다.
“현지 씨가 요리 잘하나요?”
오숙자는 우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요리랑 담을 쌓고 사는 아이예요.”
“그런데 집에서 음식을 준비한다라……. 속이 너무 뻔하게 보이네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오숙자를 바라보았다.
“일단 오숙자 선생님이 해 주실 일은 그 세 사람을 그 숙소에서 나오게 하는 겁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저희가 나오게 할 겁니다. 그리고 나오실 때 문을 열어 두세요.”
“문을요?”
“네. 그러면 저희가 가서 뒷수습을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거기서 절대로 음식을 드시면 안 됩니다. 경찰이 올 때까지요.”
“네, 알겠어요.”
오숙자는 가슴 아픈 얼굴로 말했다.
어찌 되었건 자녀들이 자신을 속이려고 하고 자신도 자녀들을 속여야 하니까.
“장기적으로는 지금 상황이 나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노형진은 조용히 말했다.
“때로는 매가 약이 될 때도 있는 법입니다.”
* * *
오숙자는 현지의 집에 갔다.
“너희가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화해를 하자고 하니 나는 기분이 좋구나.”
“네, 엄마.”
“저희가 잘못한 것 같더라고요.”
“잘못한 것 같은 게 아니라 잘못했지. 내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렇게 긴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세 사람은 들어도 들어도 끝나지 않는 오숙자의 잔소리에 짜증이 났다.
‘아, 그만 좀 하고 먹으라고.’
‘도대체 언제까지 설교를 할 생각이야?’
‘엄마, 한입만 드시면 뿅 가실 겁니다. 한입만 드세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길게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렇게 쓸데없는 이야기가 30분을 넘어갈 때쯤, 갑자기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뭐지?”
“이거 뭐야?”
“화재 경보 같은데?”
“화재 경보?”
다들 움찔했다.
현대의 아파트는 살기는 참 좋다.
하지만 많은 수의 사람이 한데 모여서 산다는 특성상 화재가 나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곳은 고층 아파트다. 당연히 불이 나면 탈출할 곳도 없다.
고층용 사다리가 있기는 하지만 집집마다 다 하나씩 있는 게 아닌지라, 불이 빨리 퍼지면 다른 곳이 탈출하는 사이에 죽을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네?”
“연기도 없잖아요. 그냥 무시하죠?”
“혹시나 모를 일이야. 나가 봤다가 별일 아니면 다시 들어오면 되고.”
오숙자는 이게 노형진의 신호라는 걸 알아차리고 아이들을 몰아세웠다.
“나가자꾸나.”
“아, 쓰읍!”
“미안하다고 한 지 30분도 안 지났는데 내 말을 또 안 듣는 거니?”
“네? 아니…… 아니에요, 엄마.”
결국 세 사람은 오숙자에게 밀려서 집 바깥으로 나왔다.
오숙자는 뒤에서 함께 나오는 척하면서 문을 살짝 걸쳐 놨다.
겉으로 보기에는 닫힌 듯 보였지만 진짜 닫히지는 않게 말이다.
그렇게 그들이 사라진 후, 옆집 문이 열리더니 노형진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빙고.”
옆집에 돈을 주고 하루를 빌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이 나간 집으로 들어간 노형진은 스윽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너무 뻔하게 보이잖아, 이거?”
한국의 식사 문화는 보통 같이 밥을 먹는 것이다.
물론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독상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한 상에 여러 가지를 두고 다 같이 먹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왜 잡채는 따로 뒀을까요?”
잡채는 그렇게 같이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먹기 좋게 각자의 접시에 조금씩 놓여 있었다.
“평소의 오숙자라면 별말 안 했겠지.”
잡채는 그녀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노형진은 빈 그릇을 가지고 와서는 따로 뒤섞였던 잡채를 한꺼번에 모아서 마구 뒤섞었다.
그리고 그걸 다시 깔끔하게 올려놨다.
잡채라는 게 섞는다고 해서 티가 나는 음식은 아니기에 아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였고, 노형진은 금방 그곳을 벗어났다.
잠시 후 오숙자와 가족들은 다시 안으로 들어와 다들 자리에 앉았다.
“거봐요. 누군가 장난친 거라고 했잖아요.”
“도대체 누구야?”
“일단 CCTV로 찾아본다고 했으니까 잡히겠지, 뭐.”
네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어머, 그나저나 잡채 다 불었겠네.”
“엄마, 어서 드세요. 엄마가 좋아하는 거라 제가 조금 만들어 봤어요.”
현지는 어떻게 해서든 오숙자에게 잡채를 먹이려고 했다.
오숙자는 그걸 보고 살짝 눈치를 살폈다.
분명 노형진은 음식을 먹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상황을 봐서는 음식을 먹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 먹자꾸나.”
오숙자가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먹으려고 하려는 찰나, 갑자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오숙자 선생님, 저 노형진입니다.”
“노 변호사?”
오숙자는 잽싸게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노 변호사?”
“사실은 여기서 마약 파티가 벌어진다는 소리가 있어서 왔습니다.”
“마약 파티? 그게 무슨 소리죠?”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는 오숙자. 물론 연기다.
하지만 당황하는 세 사람.
그러나 진짜 당황할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그런 제보를 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 우리가 무슨 마약을 한다고 그래요?”
“아니, 요즘 변호사는 미친놈들이랑 만나고 다니나?”
“그건 모르죠.”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중요한 건 여러분이 아니라 우리 오 선생님의 안전이니까요.”
“마약? 무슨 마약! 그런 거 전혀 모르는데?”
“시약 테스트를 해 보면 알지요.”
“시약 테스트?”
당황해서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종현.
노형진은 품에서 기다란 모양의 물건 네 개를 꺼냈다.
“이건?”
“신형 마약 시약 테스트기입니다. 여기에 마약 성분이 있는 물체를 올려 두면 적색으로 변하지요.”
“웃기네. 내가 그런 건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종현 씨는 마약을 혈액검사로 잡혔지 시약 테스트로 잡힌 적이 없을 텐데요? 이건 현장에서의 마약 여부 확인용입니다. 영화처럼 먹어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니면 마약을 팔아 보셨나 봅니다?”
종현은 입을 다물었다.
노형진의 말이 맞다. 그는 사용자로 잡혀간 거지 판매자로 잡힌 적은 없다.
“결국 해 보면 아는 거죠.”
노형진은 척척 다가가서 네 개의 음식을 바라보았다.
“이거부터 해 봐야겠네요.”
노형진은 미리 섞어 둔 잡채를 물에 흔들어서 거기에 살짝 테스트기를 담갔다. 그러자 천천히 붉게 변하는 테스트기.
“아…… 아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현숙과 현지는 당황했다.
마약이 걸려서? 그런 게 아니다.
노형진은 이들이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검사를 했다.
그런데 지금 마약 검사에서 마약이 들어 있는 걸로 나온 음식은 다름 아닌 현숙과 현지의 잡채였다.
“어어?”
종현은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야?”
“어…… 어떻게 된 거냐니?”
“아니, 왜 우리 음식에서 마약이 나와?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아!”
“이…… 이야기라니! 무슨 이야기!”
종현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서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설마 우리도 중독시키려고 한 거야?”
“무슨 소리야? 중독이라니!”
“개소리하지 마! 이거 뭐야? 이게 뭐냐고!”
따지고 드는 현숙과 현지.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종현.
노형진은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전화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경찰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군요. 그렇지요?”
* * *
얼마 후 경찰이 도착했고, 결국 세 사람은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 모조리 체포당했다.
현숙과 현지가 화가 나서 모조리 다 불어 버렸기 때문이다. 종현은 아니라고 딱 잡아떼려고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음 소식에 노형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뻘짓을 했을 줄이야.”
“그러니까요. 진짜 무슨 아침 막장 드라마보다 더하네요.”
노형진은 그들이 오숙자에게 마약을 먹이고 중독시켜서 유언장을 바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달랐다.
물론 중독 작전은 맞았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달랐다.
그들이 아니라 종현이 주범이었고, 그는 현숙과 현지를 속이고 셋 모두를 중독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노형진은 오숙자의 음식에만 마약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몰래 들어가서 그걸 섞음으로써 서로가 싸우게 하려고 했는데, 검사 결과 음식에 들어 있는 마약의 양이 너무 많았다.
“만약 오숙자 선생님의 음식에만 들어 있는 양이 그 정도였다면 거의 치사량이었다는 건데…….”
그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 없다.
그녀가 죽으면 몽땅 의미가 없으니까.
그러면 답은 하나다.
원래 다 약이 들어 있었고, 그래서 서로 섞여도 별로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그 마약 시약은 뭔가요? 진짜로 있는 건가요?”
“어떤 거요? 그날 쓴 거요?”
“네. 전 처음 들었거든요.”
노형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저야 모르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그거 마약 시약 아닙니다.”
“네?”
그 말에 깜짝 놀라는 고연미.
분명 마약 시약이라고 들어서 드디어 잡았다고 생각하고 경찰을 불렀다. 그런데 마약 시약이 아니라니?
“그러면? 그게 뭔데요?”
“그거 그냥 임신 검사용 테스트기입니다.”
“임신요?”
“네. 그걸 사다가 속의 내용물을 빼내고 리트머스종이 하나를 박아 둔 겁니다.”
“헐.”
그러니 당연히 뭐든 닿기만 하면 색이 변할 수밖에 없다.
“그거 속임수 아니에요?”
“속임수죠. 하지만 어찌 되었건 마약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건 맞는데…….”
고연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꿈에도 생각하기 싫었다.
“그나저나 몽땅 끌려가서 다 처벌받은 건 좋은데…….”
노형진은 고연미의 말을 듣고는 고구마 먹고 체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결국 오숙자 선생님은 그놈들을 못 버리겠다고 하시죠?”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요. 알게 모르게 죄책감이 크신 분이잖아요.”
“끄응…… 이거 완전히 고구마 사건이네.”
그들은 결국 상속권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그랬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AF에서 잡부로라도 일하게 해 줬으니 뭐 진짜로 호구지책이기는 하지만요.”
애니멀 패밀리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주인이 아니라, 개들을 목욕시키고 산책시켜 주는 일을 할 사람이.
“그렇게 부모를 모시지 않고 살더니.”
이제는 그들은 애니멀 패밀리에서 애완동물들을 상전으로 모시고 살게 생겼다.
당연히 고양이들도 모시고 살아야 하고 말이다.
“현숙하고 현지는 요즘 유미한테 알랑방귀 뀌느라고 정신이 없는 모양이더라고요.”
“종현은요?”
“뭐, 이번에는 오숙자 선생님이 실드를 안 쳐 줬으니.”
당연하게도 그는 실형이 나왔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마약 사건이니까.
“거기서 일하면서 정신 좀 차릴까요? 솔직히 이번 사건은 좀 미봉합인 것 같아서…….”
고연미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노형진은 그걸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미봉합 맞습니다. 미래는 모르지만 그들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쉽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미친놈이 더 이상 오 선생님 돈으로 뻘짓은 하지 않게 됐다는 거죠.”
종현만 감옥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현숙은 이혼당했고, 오숙자는 그동안 현숙이 가지고 간 돈을 반환하라고 그 남편을 고소했다.
현지 역시 집에서 쫓겨나서 지금은 AF에 있는 작은 숙직실에서 먹고산다나?
“저 녀석들은 유언장이 왜 비공개인 건지 알까요?”
오숙자는 그 꼴을 당하면서도 결국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자식들이 정신을 차리면 유류분만큼은 지급해 주라고 유언장을 작성한 것이다.
물론 그건 비밀이다.
“모르겠지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쩌면 영원히 비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노형진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리고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너무 많은 기회는 사치니까요.”
고연미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울고 있다
“씨발.”
무태식은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친구인 유지식은 거의 오열하다시피 하면서 술을 미친 듯이 들이마셨다.
“야! 그만 마셔. 그러다 탈 나겠다.”
무태식은 그런 유지식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소주잔을 빼앗았다.
하지만 소주잔을 빼앗기자 유지식은 아예 소주병을 입에 물고 병나발을 불었다.
“그만해, 이 새끼야! 너 나한테 송장 치우게 하려고 작정했냐?”
결국 반쯤은 흘려 가면서 소주를 들이붓고 있는 유지식에게서 간신히 소주병을 빼앗은 무태식이 화를 냈다.
그러자 완전히 고주망태가 된 유지식은 그런 무태식에게 하소연을 했다.
“씨발, 억울해서 그래! 억울해서!”
“알아. 아는데…….”
“네가 알기는 뭘 알아, 씨발. 네가 가족이 눈앞에서 우는 걸 봤냐, 사람이 죽어 나자빠지는 걸 봤냐? 사람이 한 명 죽을 때마다 그만큼 가족도 죽어 나가는 거야. 알아? 네가 뭘 알아? 변호사가 뭘 아느냐고!”
“하아, 그래. 네 말이 맞다. 변호사가 슬퍼 봐야 가족 잃은 유가족들만 하겠냐.”
“씨발, 내가 그걸 뻔하게 보면서 막지를 못했잖아. 그게 뭐야? 염병, 내가 이딴 꼴 보려고 의사 했냐? 어? 씨발, 내가, 어? 이딴 개소리나 들으려고 죽어라 공부해서 전공의를 하고 있냐고!”
“네가 힘든 건 아는데 이제 좀 그만해, 이 자식아. 제수씨는 얼마나 속이 타겠냐?”
“걔는 나 이해 못 해……. 내가 이 엿 같은 새끼들 사이에서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거, 이해 못 해…….”
유지식은 반쯤 풀린 눈으로 테이블 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주병은 비어 있었고 유일하게 남은 소주병은 무태식이 꽉 쥐고 있었다.
“내가 그런다고 못 먹을 것 같아? 히끅.”
유지식은 손을 번쩍 들었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아니 한 짝 주세요! 한 짝!”
“아니에요! 취소요! 이 새끼야, 그만 마셔!”
“씨발, 엿 같아서 그래! 그 애가 뭔 잘못이 있다고 이 염병할 새끼들이! 그 애는 그 새끼들이 죽인 거야! 그 새끼들이 죽인 거라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던 유지식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 테이블로 가서는 거기에 있는 소주를 낚아챘다.
“어머, 어머!”
“뭐 하는 거예요!”
“당신 뭐야?”
옆 테이블에 있던 여자들은 기겁을 했고,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에 무태식은 입을 쩍 벌렸다.
“나? 의사. 씨발, 엿 같은 의사. 힘도 좆도 없고 능력도 없고 배짱도 없는, 개쓰레기 같은 의사란 족속이올시다.”
그리고 유지식은 소주병을 입에 문 채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헉!”
“크허!”
완전히 인사불성이 된 친구를 보면서 무태식은 긴 한숨을 쉬었다.
“아, 씨발 새끼 진짜.”
무태식은 고개를 흔들면서 옆 테이블에 다가가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오늘 환자를 잃어서요.”
“아…… 괜찮아요.”
“힘내세요.”
무태식도 의사라고 생각한 건지 다들 별말하지 않았다.
사실 뭐라 하기도 그랬다. 의사가 환자를 잃었다는 것은, 그 환자가 멀쩡하게 퇴원했다는 말은 아닐 테니까.
“사죄의 의미로 이 테이블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괜찮아요.”
“아닙니다. 지금까지 드신 거 제가 계산하지요.”
무태식은 사과를 하고는 쓰러져서 기절하다시피 한 친구를 바라보았다.
“일단 이 녀석 좀 어디다 치우고요.”
저절로 쓴웃음이 나오는 무태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