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347)
“뭐라고? 휘도 측정? 소송?”
보험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다.
딱히 비밀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소송을 시작했는데 한국도로공사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도로의 차선이 안 보여서 사고가 났으니 그걸 책임지라는 거야?”
조정용 도로공사 사장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 그런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부하는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사실 도로공사 사장은 대부분 낙하산이다.
쉽게 말해서 선거가 끝나면 일종의 보은 인사로 떨어지는 사람들인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도로공사의 내부 사정을 모르고, 공사의 직원들은 그걸 이용하여 업체와 작당해서 그렇게 수작질을 부리는 것이다.
어차피 윗선은 길어 봐야 4년이니까.
당연하게도 공사 사장들은 이런 규정에 대해 몰랐다.
“사실은, 사고가 난 도로들의 차선의 휘도가 규정보다 낮아서…….”
“낮다고?”
“네, 휘도를 높여야 하는데…….”
“왜? 아니, 도로 차선은 멀쩡하잖아? 그런데 뭐가 낮다는 거야?”
부하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설명해야 했다.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불똥이 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설명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비밀로 하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다.
당연히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휘도에서부터 모든 걸 다 하나씩 설명해야 했고, 그 말을 들은 조정용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러니까,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뇌물을 받고 일을 무마해 줬고,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문제가 된 적 없는데 이번에 갑자기 문제가 되었다?”
“네…… 그렇습니다.”
“왜 하필이면 지금?”
“그게…….”
그들이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겠는가? 다들 차량 사고는 당사자들의 책임이라고만 생각했지 도로의 차선이 문제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그러니까 수십 년간 싸지른 똥이 이번에 터졌고 그걸 나보고 치워라?”
“아니, 사장님,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개새끼들아!”
조정용은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날뛸 수밖에 없다.
그는 여기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게 터지면 자리 보전은커녕 수사를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정작 그는 그 돈을 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물론 그걸 인정받아서 처벌이야 면할 것이다.
수십 년간 몰래 아래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정치적인 커리어는 끝장이다.
“이 개새끼들아! 수습할 기회가 있었으면 수습을 해야 할 거 아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보험회사를 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이 미친 새끼들이 진짜! 그럼 그동안은 지금 끼어들 거 예상하고 했어? 어? 법은 왜 만들었는데? 법은 왜 만들었는데!”
“아니, 그건 법이 아니라 경찰청의 도로 관리 규정이라서…….”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규정이든 뭐든 결국 지키라고 만든 거다.
“소진영 부장? 걘 뭐야? 어? 그냥 적당히 무마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따위로 키운 거야!”
“아니, 소진영 부장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기에…….”
“몰랐다고 하면 해결될 문제야? 지금 도로공사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청구 금액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절대 적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긴급회의 준비시켜! 그리고 소진영 부장은 바로 징계 절차 들어가!”
“징계요?”
부하는 움찔했다.
사실 소진영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상관의 말에 따라 행동한 것뿐이다.
“저기, 그게…… 소진영 부장의 잘못은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사정을 아는 부하는 힘들게 그녀의 편을 들어 줬다.
“뭐? 이 새끼가 미쳤나? 너 소진영이랑 뭔 관계야?”
“아니, 그게 아닙니다. 사실은 이거 덮으라고 이사님이…….”
부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했고 조정용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게 무마가 될 거라고 생각해? 이 새끼들이, 아무리 낙하산이라고 하지만 뇌를 어디다 헌납했나? 소송을 하러 변호사가 왔는데 무마하라고 지시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말에 부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생각해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소진영이 당하면 다음은 나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앉아서 당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아마 이사들은 소진영을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 것 같습니다.”
“희생양?”
“그렇습니다.”
일단 합의를 하라고 하며 그녀를 보낸다.
당연히 합의는 깨진다.
애초에 이쪽은 돈을 주지 않는 게 목적이니까.
당연하게도 소송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합의를 주도한 건 소진영이 되니까…….”
“이런 개새끼들.”
조정용은 이를 박박 갈았다. 지금 부하가 말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벌어질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소진영도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좀 말을 험하게 한 것 같습니다만…….”
“이사라는 새끼들이 그렇게 하찮은 수를 써? 이게 그냥 넘어갈 일이야? 어? 돈을 얼마나 받아 처먹었기에 일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당장 감사실에 이야기해서 감사 시작해! 이 새끼들 다 죽었어!”
길길이 날뛰는 사장을 보면서 부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악몽이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었으니까.
* * *
“어마어마하네.”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가 한 예상은 70% 정도가 규정 위반일 거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더 엄청났다.
“80%요?”
이번 사건을 도와주기로 한 무태식 변호사가 가지고 온 수치는 노형진의 예상을 아득하게 넘어선 수치였다.
“그렇다고 하네요. 물론 전 지역에 있는 도로를 다 확인한 건 아니니까 확정하기는 힘들겠지만, 현재로써는 80% 정도가 규정 미달이랍니다.”
그나마 완전히 외곽 지역은 규정을 지킨 경우가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쪽은 광원이 적기 때문에 오로지 차량의 라이트로만 비추어야 해서 규정대로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내 도로는 거의 규정 위반이더군요.”
차도 많고 광원도 많으니 아예 대놓고 법을 어긴 것이다. 어차피 잘 보인다고 말이다.
“아주 막장입니다. 보험회사 직원들은 입이 귀에 걸렸어요.”
“아무래도 손해를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니까요. 청구 금액은 얼마 정도 될 것 같습니까?”
“보험사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다 합하면 한 2조 8천억 정도 될 것 같답니다.”
“2조 8천억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진짜로 그걸 받을 생각을 하는 건 아닐 테고.”
아무리 관리 주체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묻는다고 하지만 저 정도 금액이 나올 수는 없다.
물론 그들이 가진 자료가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지만, 모든 사건에서 차선이 안 보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번에 제대로 틀을 잡고 소송을 계속할 생각인가 봅니다.”
“그럴 겁니다. 손해를 벌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걸 두고 볼 리 없지요.”
더군다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건 꿀 나오는 노다지나 마찬가지다.
물론 관리 주체들은 입술이 바짝바짝 타겠지만 말이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고 말이지.’
소송 하나로 그들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기는 힘드니까.
“그나저나 친구분 문제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친구? 아, 서강호요?”
“네. 애초에 의뢰를 하신 게 그분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정확하게 말하면 의뢰는 아니다.
정식으로 돈을 준 건 아니니까.
하지만 노형진이, 충분히 가능하고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해진다고 생각해서 움직인 것이다.
“따로 사람을 모을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노형진의 말에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따로 사람을 모으다니?
“보험회사는 당연히 도로의 관리 주체에게 소송을 걸 겁니다. 각 국도는 그걸 관리하는 도시,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되겠지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건 자기들의 돈이지요.”
“자기들의 돈? 아, 그러네요. 그들이 노리는 건 자기들의 돈이겠네요.”
보험이라는 것은 가입자가 돈을 미리 조금씩 내고 비상시에 도움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당연하게도 가해자의 경우는 이런 사건에서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하지 못한다.
그 손해액을 벌충해 준 것이 보험회사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가해자는 그다지 금전적 타격이 없다.
“그런데 말이지요, 보험회사는 기본적으로 쌍방을 아주 좋아하지요.”
운전자 보험과 관련해서 이런 말이 있다.
일단 운전석에 앉는 순간 10 : 0은 없다고 말이다.
그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 : 0이면 과실이 없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릴 수가 없다.
“하지만 9 : 1만 되어도 달라지지요.”
자기 과실이 있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어지간한 사건은 보통 7 : 3을 주장하죠.”
“그건 그렇지요.”
“반대로 말하면, 모든 가해자들은 동시에 피해자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싸워서 10 : 0으로 처리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드물다. 교통사고는 애매한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보험회사가 그 돈을 받는다고 해서 피해자들에게 줄까요?”
“줄 리 없지요.”
분명 그걸 자기들이 꿀꺽할 것이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러니 진짜 당사자들은 따로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제 친구도 거기에 함께할 테고요.”
“그런데 보험회사를 낀 건? 왜 끼신 겁니까?”
“편하잖습니까?”
일단 보험회사가 끼면 온갖 압박이 들어갈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도로 관리자의 책임이다.
“한번 재판부에서 인정받고 나면 다른 곳에서는 딱히 싸울 이유가 없지요.”
그 이후에 남는 것은 그 배상금의 기준을 산정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블랙박스는 보험회사에서 관리하거든요.”
그리고 보험회사가 소송해서 그 자료를 찾아낸다면 그들은 그걸 받아서 편하게 소송할 수 있다.
“사고 처리가 끝난 상황에서 사고 블랙박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제 광고를 올릴 겁니다.”
그리고 그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오면 소송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