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363)
“뭐라고요?”
동서욱과 김주일의 부모들은 기가 막혔다.
“민사소송을 진행하겠습니다. 그 손해배상을 하셔야지요.”
형사 같은 경우는 공소시효가 있다.
친고가 아닌 경우 그 안에만 고소를 하면 된다.
하지만 민사는 사건이 있었던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해야 한다.
‘물론 재판부에서 터무니없는 금액을 결정하겠지만.’
그러나 민사에 관해서는 두 아이의 부모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깟 돈푼,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한 말은 심각한 문제였다.
“형사 고소를 하지 않는다고요?”
“형사 고소를 아예 안 한다고는 안 했습니다. ‘지금’ 안 한다고 했지요. 아드님들이 성인이 된 후에 고소를 넣을 생각입니다.”
“이런 미친 새끼가!”
“미친 게 아니죠. 아드님이 어리니까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노형진은 눈을 반달로 휘었다.
지겹게 들은 말이다.
학폭 가해자들이 하는 가장 뻔한 변명.
“그러면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받으면 됩니다.”
성인이 된 후에 신고를 해서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만들겠다는 말.
“그게 가능할 것 같아!”
“가능합니다. 충분히 가능하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신고를 하는 시점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되면 사법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모든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협박해서 신고하지 못하게 할 테니까.
“물론 친고죄 같은 건 지금 고소할 겁니다만.”
하지만 친고가 아닌 사건들은 몇 년 후에 고소할 거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처럼 흐리멍덩하게 학교 폭력으로 고소하지 않을 겁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가해자들의 부모를 바라보았다.
“어디 보자…… 동서욱 학생의 경우 절도가 서른 건, 강도가 백스무 건, 폭행이 이백스무 건, 납치 및 감금 폭행이 열두 건이네요.”
그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계속 일진으로 활동하면서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걸 지금 신고하면 학교 폭력으로 묶어서 한 방에 처리하고 끝내겠지.’
대부분의 범죄는 저지른 시기도, 피해자도, 범죄가 벌어진 장소도 다 다르다.
하지만 학교 폭력은 일단 다 묶어서 처벌한다.
가해자의 미래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말이다.
“성인이 되면 처벌이 좀 강해지는 건 아시죠?”
노형진은 당황한 가해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능글거렸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나 몰라?’
그때가 되면 재판부는 이걸 봐줄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다른 범죄자들과 양형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서 철없을 때 저지른 죄이니 어느 정도 감형은 가능하겠지만, 그건 압도적인 숫자로 밀어 버리면 그만이다.
사실 성인이 되면 이 정도 되는 범죄를 저지를 수가 없다.
그 전에 이미 실형이 나오니까.
그러나 학생이라는 이유로 보호를 받던 그들에게는 그 죄가 한꺼번에 찾아온다.
“납치, 감금, 폭행은 기본적으로 무조건 실형인 거 아시죠?”
이게 무슨 소리냐면, 아무리 재판부가 봐주고 싶어 해도 법에서 정한 가장 낮은 처벌이 실형이기 때문에 이런 죄는 실형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거기에다 미성년자 약취 유인이니까…….”
노형진은 슬쩍 법전을 펼쳤다.
물론 그가 그 규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
안다. 하지만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그 규정을 꺼내 들었다.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네요.”
“미성년자라니! 그게 뭔 개소리야!”
“개소리 아닌데요? 사건의 규정은 피해자의 피해 당시 나이를 기준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 물론 가해자의 경우는 처벌 당시의 나이를 기준으로 정하게 되어 있고요.”
이게 무슨 소리냐면, 지금은 같은 나이지만 그가 성인이 되는 순간 사건 당시에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규정상 미성년자 납치가 성립된다는 소리다.
처벌은 성인처럼 받고 말이다.
“그런 건수가 열두 건이라……. 최소 12년이네요. 다른 범죄도 있으니까, 이거 한 30년쯤 살다가 나오셔야겠습니다.”
“아니, 내 아들이 언제 그랬다고!”
“언제 그랬냐고요?”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이거 다 증인이랑 증거 모두 확보한 사건들입니다.”
학교가 끝난 후에 학원에 가는 피해자를 끌고 가서 폭행하든가 산으로 끌고 가서 집단 구타했다.
심한 경우 피해자의 집까지 찾아가서 구타를 했다.
“납치라는 게 뭔데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끌고 가는 게 납치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려고 하는 걸 막는 건 감금이지요.”
당연히 그들이 그런 이유는 자기들 방식대로 손봐 준다는 게 목적이었다.
그 손봐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고.
“금전을 목적으로 납치, 감금, 폭행을 했습니다.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요?”
부모들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노형진이 한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아드님들이 감옥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저희가 ‘풀 패키지’로 준비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마 거기에 가면 선배 수감자들이 여러모로 예뻐해 줄 겁니다. ‘여러모로’ 말이지요, 후후후.”
* * *
노형진이 간 후에 그들은 다급하게 변호사를 찾아갔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호사의 말에 그들은 당황했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한 거지?”
“막을 수 있습니까? 네? 막을 수 있냐고요?”
“그게 말이지요…….”
변호사는 침중하게 말했다.
“못 막습니다.”
“뭐라고요?”
“그 노형진이라고 했던가요? 그 변호사 말이 맞습니다. 이미 성인이 된 후에 그때 가서 고소를 넣으면 그건 못 막습니다.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당장 안 넣는다고 하잖아요!”
“친고죄가 아니면 그건 법적인 하자가 아닙니다.”
범죄의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두려워서 고소를 넣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 어마어마한 숫자의 범죄가 은폐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비친고죄 고발은 공소시효 이전에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 애들은요?”
“그의 말대로 성인으로 규정되어서 처벌받을 겁니다. 일단…… 징역 1년은 기본으로 나오겠네요, 건당.”
“아니, 어려서 한 거고 그냥…….”
“어린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법에서 정한 최저한의 처벌이 징역 1년이기 때문이다.
노형진의 말대로 건수가 열두 건이면 개별적으로 고소를 넣는다고 생각했을 때 그건 최저 라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네? 어떻게 하느냐고요…….”
부모들은 멘붕이 왔다.
자식의 미래가 확실하게 박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음…….”
변호사는 한참 고민을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용서를 빌고 합의를 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합의를 거절할 것이기 때문에, 형량을 좀 줄일 수는 있겠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안 된다는 거다.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어떤 건데요?”
“자수하는 겁니다.”
“네?”
“자수하는 거죠. 노형진이라는 그 변호사가 노리는 건 아드님들이 성인이 됨으로써 청소년 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수하면 아직 미성년자이니까 청소년 보호법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아!”
“형사상 일사부재리라는 게 있지요. 자수해서 처벌이 낮아져도, 일단 처벌을 받았다면 저쪽은 재처벌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아! 좋은 생각입니다, 선생님! 당장 자수시킬게요.”
“현재로써는 그 방법뿐이네요.”
변호사의 말에 다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노형진이 그것도 예상했을 거라고는 말이다.
* * *
“자수시키겠지요. 일단 형량을 줄여야 하니까.”
“그러면 자수하면서 반성을 하겠군. 그리고 다시는 못 괴롭히겠어.”
김성식은 노형진의 계획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형진의 계획은 좀 달랐다.
“반성요? 누가요? 일진 놈들이? 에이, 그놈들이 반성할 새끼들입니까?”
“응? 아닌가?”
“그 새끼들은 반성할 새끼들이 아닙니다. 반성해서 자수하는 게 아니라 처벌받기 싫어서 자수하는 걸 텐데, 반성을 하겠습니까?”
“으음…… 그런가?”
“그리고 말이지요, 그 새끼들은 자기가 미성년자인 거 너무 잘 압니다. 요즘 애새끼들이 얼마나 영악한데요.”
안 봐도 뻔하다.
일단 자수하면 감경 사유에 해당된다.
당연히 그 녀석은 자수해서 처벌을 낮추고 다시 와서 학교 폭력을 하다가 다시 자수하기를 반복할 것이다.
“감경을 통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 걸 아니까요.”
“그러면 어쩌려고?”
“저는 뭐 어쩌지 않습니다. 이미 진행 중이거든요.”
“진행 중?”
“이런 말이 있지요, 때린 놈은 기억하지 못해도 맞은 놈은 기억한다.”
“그렇지. 그런 말이 있지.”
“그게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핵심?”
“그놈들이 자기가 때린 거 다 기억할 것 같습니까?”
“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 자수라고 해도 한두 건이 아닐 테니까.”
자수를 한다고 하면 그 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무슨 의미냐면, 범죄를 특정하지 못하면 자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 가령 ‘학교 폭력으로 모월 모일부터 모월 모일까지 한 행동에 대해 자수하겠습니다.’라는 식의 자수는 불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이 명제가 확실하게 충족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대부분 그걸 모르죠.”
그저 일상이었고 지나가는 일이니까.
자신들이 힘을 가지고 있고 그걸 누리는 게 당연했으니까.
“자수? 할 수 있겠지요.”
물론 그들이 기억하는 다른 범죄가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자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범죄가 대부분일 겁니다.”
자수를 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죄를 다 알아야 하는데 그들은 모른다. 결국 그들이 한 자수는 일부만이고, 나머지에 대한 고소 고발권은 여전히 살아 있다.
“결국 자수라는 게 그다지 의미가 있는 행동이 아니었군?”
“그렇지요.”
그래서 그냥 둔 거다.
아니, 그들이 그 이후에 할 행동에 대해 알고 있기에 그걸 노리고 있는 거다.
“당연히 경찰에서는 그걸 그들에게 이야기하겠지요.”
“그런데?”
“그러면 그걸 그들이 누구에게 물어볼까요?”
노형진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