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39)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가는 시간. 하지만 백민대학교의 시선은 오로지 한곳으로 쏠려 있었다.
“시간 되지 않았습니까?”
“네.”
“이제 슬슬.”
지난 1년간 백민대학교는 어떻게 해서든 로스쿨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오늘 나타나는 날이다.
“발표 시간이 지났는데.”
사실 로스쿨이 될거라 예상하는 학교들은 뻔하다. 한국의 하늘이라 불리는 3대 학교는 다 들어갈 테고 지방대 역시 형평성을 위해서 들어가게 될 테니 말이 10:1 이지 경기도권은 40 대 1이라고 해도 부족할 경쟁력이었다.
“경선대학교라..”
누가 봐도 백민대학교의 라이벌은 경선대학교다.
‘과거보다 더 유리하기는 하지만.’
노형진 역시 이번 싸움은 확실하지 않았다. 애초에 역사에서는 경선대학교가 승리하고 백민대학교가 패했다. 이번에는 그걸 바꿔 보려고 경선대학교가 친일파 학교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또한 그들의 치부를 마구 공개하기는 했지만 반대로 그들 역시 엄청난 로비를 해 왔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일파들이 많은 관계로 그들은 적극적으로 경선대학교를 밀어줬기 때문이다.
‘거참, 어이가 없기는 하네.’
노형진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독립군이나 아니면 독립운동을 했던 정치인을 찾아서 도움을 청해 보려고 했지만 정치권에 그런 사람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독립군 출신인데 정치인인 자식은 심각한 친일파인 경우도 있었다.
‘나라가 이러니 이 꼴이지.’
노형진이 그렇게 입맛을 다시는 그때였다.
“나온다!”
그 말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텔레비전으로 나왔다.
“꿀꺽.”
침을 꿀꺽 삼치는 소리가 들릴 만큼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고 노형진 역시 이번에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발…… 제발…….’
이번에 실패한다면 자신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대책없는데.’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들은 아무래도 실력이 사법시험 출신보다 훨씬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게 극단적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는다는 것. 돈이 아니라 법에 대해서 말이다. 돈이 있으면 실력 있고 빽 있는 사법연수원 출신 전관에게 의뢰하고 돈이 없으면 돈 없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게 맡기는 게 미래의 일이다. 당연히 돈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돈 있는 사람은 이기지 못한다.
-지금부터 로스쿨을 개설할 학교에 대하여 발표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대. 두 번째는 고조선대.
텔레비전에서 들리는 이름에 모두가 말도 못 하고 집중하고 있었고 하나씩 이름이 발표될 때마다 아쉽다는 눈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경기도권은…….
“우리 지역이다!”
마지막 카드를 부여잡는 표정이 되는 사람들.
-경기도권은 백민대학교.
“우와!”
“성공이다!”
“만세!”
“드디어 성공이야! 으아아아!”
그 순간 백민대학교 회의실은 난리 법석이 났다. 모두 펄쩍펄쩍 뛰면서 난리 법석이었고 몇몇은 기운이 빠진 건지 축 늘어졌다.
“드디어…….”
백민대학교 총장은 그걸 보면서 멍하니 눈물을 흘리다가 노형진의 손을 잡았다.
“고맙습니다. 진짜로 고맙습니다.”
그 역시 여러 라인을 통해서 자신들 보다는 경선대학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구세주처럼 노형진과 새론이 등장하면서 자신들에게 로스쿨이 할당된 것이다.
“별말씀을요.”
노형진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런 그의 두손을 꼭 잡았다.
“합격한 건 지금 뿐입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그건 총장이 아닌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수고했네, 노 변호사.”
“송 변호사님이야 말로 수고하셨습니다.”
백민대학교가 로스쿨이 되었다는 소식은 벌써 새론에도 다 퍼져 있었다. 노형진이 새론에 출근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노형진에게 다가와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자네는 완전히 미다스의 손이야, 으하하!”
“미다스의 인생 끝이 안 좋았던 거 아시죠?”
“그런가? 으하하하.”
이렇게 한참 폭풍이 지나가고 난후 노형진은 본격적으로 선발을 위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당장 내년부터 새로운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데 백민대학교에 협조 조건 중 하나가 선발권의 30%는 새론이 같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자네가 움직인 게 확실히 도움이 되었군.”
“그래요?”
“그래, 내가 안에서 들어 보니 우리 새론의 힘이 컸던 모양이야.”
“하긴 그렇겠네요.”
당장 노형진은 경선대학교에 한 방 먹임으로써 그쪽에서 확보했던 양질의 변호사들이 모조리 경선대학교로 끌고 온 데다가 알게 모르게 인터넷에서 악소문을 퍼트리기도 했다. 사실 악소문이 아니라 있는 사실을 알려 준 것뿐이지만.
“결정적으로 플러스 점수가 된 게 실무와의 접촉인 모양이야.”
“하긴.”
실무를 전혀 배울 기회가 없는 다른곳에 반해서 이들은 학교 다닐 때 실무를 접하게 된다.
‘이게 큰 문제지.’
원래 로스쿨을 나오면 6개월간 실무를 접해야 한다. 그런데 미래에는 어떤 변호사 사무실도 그걸 제공하려 하지 않았다. 설사 한다고 해도 아버지가 아주 잘난 소위 말하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에야 로스쿨을 나왔어도 기회도 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지.’
1학년 때부터 지원자에 한해서는 실무를 접할 수 있다. 사실상 박봉의 알바지만 경험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되는 로스쿨 생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는 사람을 뽑는 일만 남았군요.”
“그거야 어럽겠나?”
남상주 변호사의 말에 송정한은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노형진은 생각이 달랐다.
“전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설마 로스쿨에 오려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건가?”
송정한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겁니다.”
“필요한 사람?”
“네, 우리가 가난한 사람을 뽑기로 했지만 그것 말고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뽑아야 하기도 합니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무조건 뽑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불쌍한 건 불쌍한 거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따로 있습니다.”
“음…….”
그 말에 송정한은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우리가 로스쿨을 지원한 이유가 뭔가? 가난하다고 기회가 박탈당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한 거 아닌가? 그런 거라면 우리를 위해서는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건데 그건 서로 충돌하게 되네.”
“아닙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은 그것뿐만이 아니죠.”
“그럼?”
“이걸 한번 읽어 보시겠습니까?”
노형진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주는걸 더 좋아했기 때문에 뒤에서 뭔가를 꺼내서 송정한과 남상주 그리고 다른 변호사들에게 내밀었다. 그걸 하나씩 받아 든 사람들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뭔가?”
“한번 읽어 보십시오. 도서관에서 복사해 온 겁니다.”
“도서관?”
“네.”
“음…….”
그 말에 그걸 다시 보기 시작하는 변호사들. 하지만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저도요.”
“전혀 모르겠네요?”
모두들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는 표정으로 복사된 종이를 다시 노형진에게 돌려줬다.
“그럴 겁니다. 이건 법이 아니니까요. 이건 전자공학, 이건 약학, 이건 생리학 그리고 이건 기계공학, 마지막으로 금속학입니다.”
“이게 우리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다들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 다 법과 상관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왜 대기업이 재판에 나가면 승률이 높다고 생각합니까?”
“응?”
“그거야…… 전관도 많고 능력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뜬금없는 대기업에 대한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하는 변호사들.
“그들이 승률이 높은 건 당연합니다. 그쪽에는 전문가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대기업들은 남이 개발한 것을 그대로 복제해서 팔고 소송으로 그 권리를 빼앗아 옵니다.”
“음…….”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대기업에 가면 특허권을 빼앗기 위한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들은 가능성이 있는 특허권을 구입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상대방을 몰락시켜서 그걸 빼앗는다.
“그게 가능한 게 왜 그럴까요?”
“그거야…… 그들은 그 기술에 대해서 잘 아니까 그런 거 아닌가?”
역시 남상주는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한 번에 그 이유를 알아냈고 그 소리를 들은 송정한은 뭔가 깨닳은 얼굴이 되었다.
“설마 자네..”
“맞습니다. 전 이과생을 위주로 뽑을 겁니다. 어차피 가난한 사람들은 취업을 위해서라도 이과로 가는 경우가 많으니 그들을 뽑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과생요? 하지만 법은 문과 아닌가요?”
민시아 변호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문과인 변호사들에 왜 이과생을 뽑는단 말인가?
“민 변호사님, 아까 받아 보신 게 약학이었죠?”
“네.”
“만일 민시아 변호사님에게 의료사고가 배당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해야지요.”
“그럼 그 사건을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관건이 뭘까요?”
“글쎄요, 당연히 제가 모르는 의료 과정이 문제 아닐까요? 이게 진료 미스인지 아니면 정상진료인지 일단 알아야…… 아!”
민시아가 말하다가 깨닳은 듯하자 다들 지금 노형진이 노리는 게 뭔지 알아차렸다.
“맞습니다. 우리는 그런 걸 전혀 모르지요.”
그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들.
“변호사들은 법의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다른 건 전혀 모르죠. 약사 약에 대해서는 알아도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듯이.”
“그렇지. 자네의 말이 맞네. 확실히 우리는 무지하지.”
“로스쿨의 입학 조건은 간단합니다. 4년제 대학만 졸업하고 입학시험을 보기만 하면 됩니다.”
“음…… 그렇지. 하지만 그들은 전문가는 아니지.”
당장 로스쿨이 아니라 사법연수원생 출신이라고 해도 전혀 다른 부서의 다른 사건이 들어오면 그걸 해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사건이 들어오면 감수해 주기는 하지만 결국은 남이 알려 주는 것입니다. 정보가 잘못 들어올 수도 있지요.”
“그것만이면 다행이게.”
만일 감수해 주는 사람이 작심하고 상대방과 짜면 이길 방법이 없다. 설사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변호사가 그걸 단시간 내에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소송이 재판에서 승리하는 승소율은 10% 미만입니다. 누가 봐도 의료사고인 경우도 지는 경우가 많지요. 왜 그럴까요?”
“모르니까.”
변호사는 진통제와 소염 진통제와 소염제의 차이를 모른다. 설사 안다고 한들 그게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특수 학과 출신들은 변명히 압니다. 설사 모른다고 해도 이해는 엄청나게 빠르지요.”
“그렇겠지.”
어찌 되었건 자신이 배운 것이니 말이다.
“사법연수원 출신들은 법의 전문성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솔직히 로스쿨 출신은 법의 전문성은 기대기 힘들어집니다.”
“하긴…….”
로스쿨의 기간은 3년이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사법연수원 출신들은 대학 기간 4년과 사법연수원 기간 2년을 합쳐 최소 6년 동안 준비한다. 거기에다 사법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혼자 공부하는 기간은 빼고 말이다.
“이들이 시장에 나서면 미래에 모두 로스쿨생인 경우라면 모르지만 사법연수원 출신이 있는 앞으로 10년 이상 그 빛을 보기는 힘들 겁니다.”
지금까지 텔레비전과 언론에서는 로스쿨에 대해서 장밋빛 전망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형진이 암울한 말을 하자 다들 얼굴을 찌푸렸다.
“너무 억측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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