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395)
“위험한 선택을 하셨네요?”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요.”
엠버는 슬쩍 창문 밖을 보고 말했다.
고급스러운 호텔. 그 호텔의 건너편에 있는 차량들.
그곳에 사람들이 숨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그들에게서 딴 돈은 절대 갚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 돈을 주지 않고 싶겠지만, 그럴 방법은 없지요.”
노형진의 말에 엠버는 이해가 간다는 듯 말을 이어 갔다.
“이런 사업은 신용이니까요.”
돈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누구도 이곳으로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딴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는 소문이 나면 더더욱 안 오겠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소파에 기대앉았다.
“하지만 이번에 돈을 딴 사람은 동행인도 없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동양인. 죽여도 문제가 없고, 실종된다고 해도 딱히 문제가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죠. 그렇다면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려고 할까요?”
자신들의 전 재산을 양심적으로 헌납할 인간들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그들이 선택할 카드는 결국 하나뿐이다.
“그리고 제가 움직이는 동선은 한정되어 있지요.”
결국 그들은 흔하게 하는 방식처럼 쏘고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그 타이밍만 잡을 수 있다면 일은 제대로 커질 수밖에 없지요.”
총을 쏘고 도망가면 그냥 1급 살인이다.
하지만 총을 쏘고도 도망가지 못하면?
그때는 시내에서 총격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쪽은 잡으려고 할 테고 저쪽은 도망가려고 할 테니까.
“더군다나 민간인을 향해 갱단이 발포한 거면 상황이 좀 달라지지요.”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제가 왜 이 호텔을 잡았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물론 노 변호사님이 민간인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요. 그건 어딜 가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여기는 다른 호텔과 다른 게 있습니다.”
“무장 경비라도 있나요?”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노형진은 엠버에게 뭔가를 건넸다.
그걸 받아 든 엠버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건?”
“이 호텔에서 예정된 행사 일정입니다. 사흘 뒤에 이곳에서 컨벤션이 열리지요.”
대형 호텔들은 컨벤션홀을 마련해 두고 행사를 목적으로 한 손님들을 받는다.
그래서 노형진은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바로 이 호텔에서 열리는 전국총기애호협회의 행사를.
“총기 애호가들이 모여서 자기 자랑을 하는 행사입니다. 그쪽에서 얼마나 무장을 하고 나올까요?”
“이런 것까지 계산하신 거예요?”
“그래야 이기니까요.”
총기애호협회는 규모가 작지 않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권총만이 아니다.
권총, 샷건, 소총까지 별의별 무기가 다 있다.
“만일 제가 그들의 도주를 막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총질을 한 셈이 되지요.”
그리고 총기애호협회 회원들이 총기를 단순히 장신구로 산 건 아닐 것이다.
“아마 갱단과 총기협회 간에 대단위 총격전이 벌어질 겁니다.”
그리고 그 정도 일이 커지면 FBI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 경찰과 손잡고 어떻게 자신들을 감추고 있던 갱단 입장에서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때 노형진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엠버가 물었다.
“하지만 도주를 어떻게 막으시려고요?”
“이럴 때 쓰라고 돈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후후후.”
* * *
“제대로 확인해.”
갱단원들은 저마다 총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하게 죽여야 해. 무슨 소리인지 알지? 이 미친놈이 우리한테서 모든 걸 털어 가기 전에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부하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싹 쓸어 간 동양인 손님.
그 때문에 카지노뿐만 아니라 블랙우드 역시 파산하기 직전이다.
아직 그 돈을 달라고 소송을 걸거나 압류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전화해서 돈이 언제 준비되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확실히 스트레스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녀석은 죽이고 도망간다. 이후 총기와 차량은 모두 다 버리고, 마스크랑 옷도 다 태운다. 알았지?”
“에이, 대장. 우리가 뭐 한두 번 해 보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겁을 먹어요?”
“걱정되어서 그래. 걱정되어서.”
리토는 어쩐지 등줄기가 서늘했다.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이었다.
‘젠장,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아도 된다면 안 하는 게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보스는 당장 그놈을 죽이지 못하면 네놈을 먼저 죽이겠다고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물론 그 미친놈이 어떻게 이건 건지는 알고 싶지만, 그런 걸 알아보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가서 당장 쏘고 도망가면 그만입니다. 이미 도주로까지 다 확보해 놨잖아요?”
“그건 그렇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총을 쏜 후에 다른 주로 튈 예정이었다.
‘망할 새끼 때문에 내가…….’
원래 관리자였던 리토는 그 적자의 책임을 지고 이번 일의 책임자가 되었고 말이다.
쉽게 말해서 일반 조직원으로 강등된 것이다.
물론 제대로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면 제자리로 돌려보내 준다고 하지만 그건 불확실한 일이다.
“저기 나옵니다.”
노형진은 지난 며칠간 계속 정해진 시간에 나와서 움직였다.
그랬기에 그들은 당연히 노형진이 나오는 시간을 알고 있었고, 그 시간에 맞춰서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이미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움직입니다.
노형진의 귀에 있는 이어폰에서 들리는 목소리. 노형진은 애써 침을 삼켰다.
‘일단 모든 준비는 끝났어.’
그들은 잘 모르지만 이 호텔 앞에 정차되어 있는 차량은 방탄차다.
당연히 그들이 아무리 총을 쏴도 뚫지 못한다.
노형진은 위험한 순간에 그저 몸을 수그리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노형진이 위험한 순간이 어느 때인지 알고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그들이 노형진의 앞에 정차하는 순간, 반대쪽 차로에 숨어 있는 사람이 권총으로 창문을 깨기로 되어 있다.
당연히 그들이 조준할 때쯤이면 노형진은 이미 안전한 곳에 피난해 있을 상황이었다.
“나가지요.”
노형진은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가까이에 있는 경호원들 역시 주변을 경계하면서 앞으로 가려는 찰나, 갑자기 한 대의 머스탱이 들이닥치면서 바로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탕!
그와 동시에 총소리가 울리고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전면 유리창이 그대로 깨져 나갔다.
“습격이다!”
“수그려!”
당장 노형진을 누르면서 대피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총소리에 다른 사람들도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뭐야?”
리토는 당황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움직이면서 쏘는 것보다는 정차해서 쏘려고 했다.
그런데 정차도 하기 전에 누군가 총을 쏴서 엉뚱한 곳을 맞히는 바람에 표적이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저희가 안 쐈어요.”
“웃기지 마! 너희가 아니면 누가 쏴!”
“젠장, 대장!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표적은 안으로 대피했고 자신들의 습격은 실패했다.
그들은 당장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헛된 꿈이었다.
부아앙!
한 대의 차량이 갑자기 도로를 막은 것이다.
“어? 뭐야?”
작은 차도 아니고 커다란 트럭이다.
그 트럭이 앞을 가로막자 어디로도 도망갈 수가 없게 되었다.
“후진해! 후진! 후진!”
하지만 후진도 할 수가 없었다.
옆에 단순히 주차되어 있다고 생각한 차량들이 갑자기 뒤에서 이중으로 길을 막았으니까.
“이런 염병……. 뭐 하자는 거야!”
“대장! 어떻게 해요, 대장!”
“어떻게 하기는 어떻게 해? 당장 내려서라도 도망을…….”
하지만 그들은 내려서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탕!
상대방의 경호 팀이 이쪽으로 사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으아악!”
어깨에 총을 맞은 부하 한 명이 비명을 질렀고, 리토는 다급하게 그를 끌어당겼다.
“반대로 내려! 반대로!”
황급하게 반대쪽으로 내렸지만 총알을 차로 막는다는 것 말고는 딱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젠장.”
그들은 도로 한복판에 고립되었고 경호 팀은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응사해! 응사!”
당연하게도 그런 경우에는 되든 안되든 응사하는 게 사람의 본능이다.
그리고 그건 말 그대로 벌집을 건드린 셈이었다.
“총격전이다!”
“습격이다!”
총소리가 들리자마자 우르르 몰려나오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총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총기애호협회의 기본 모토는 ‘스스로를 지키자.’이다.
누군가의 공격을 받았을 때 반격을 위해 총기를 항시 휴대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당연하게도 습격당했는데 그냥 두고 볼 그들이 아니었다.
“아니, 씨발! 저거 뭐야!”
족히 몇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서 총질을 해 대기 시작하자 리토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무리 권총이고 단발이라지만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총알은 그들이 차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런 씨발.”
리토는 오늘 일진이 더럽게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