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396)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총격전.
물론 그건 총격전이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애매했다.
리토 일행이 몇 발 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족히 백 배는 넘는 총알이 날아들었다.
더군다나 저쪽은 언제든 총알을 보급할 수 있는 데 반해 이쪽은 총알 보급은커녕 어깨에 총을 맞은 부하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새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대장, 이러다가 죽겠어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씨발!”
당장이라도 차를 몰아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미 달려 나갈 길은 완전히 막혀 있다.
타이어도 이미 걸레짝이 되어서 주행은 불가능했다.
“도대체가 이게 무슨…….”
슬쩍 고개를 내민 리토는 황급하게 몸을 다시 차량 뒤쪽으로 감췄다.
탕!
총소리가 들리고, 그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던 곳에 총알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씨발!”
리토는 저절로 욕이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번 총소리는 지금까지의 총소리와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새끼야? 뭐 하는 새끼인데 이 정도 병력을 끌고 다니느냐고!”
방금 그를 노렸던 물건은 그냥 권총이 아니었다.
소총이었다.
물론 민수용의 단발 소총이지만, 어찌 되었건 소총은 소총.
맞으면 죽어 나자빠지는 것은 확실하다.
탕탕!
“으아아악!”
부하들은 이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저쪽에서 소총을 쏴 대기 시작하자 방탄 기능도 없는 차량에 구멍이 숭숭 났다.
“으아! 씨발!”
부하들이 욕과 비명을 질러 대는 사이 저 멀리서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막고 있던 차들이 움직였지만, 이미 그 너머에는 경찰차들이 자리를 잡고 입구를 꽉 틀어막았다.
그것뿐만 아니라 더 뒤에는 방탄복과 방탄 방패로 완전히 무장한 1개 소대 병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경찰의 외침에 압박감을 느낀 리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 멀리 보이는 헬기. 방송국 헬기였다.
안 봐도 뻔하다. 이 꼴이 바로 방송된 것이다.
“젠장.”
리토는 이를 악물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게 그다지 없었으니까.
“투항하라!”
조금씩 다가오는 경찰.
그 모습을 본 결국 리토는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무기를 던졌다.
그리고 두 손을 하늘 높이 든 채로 천천히 경찰 앞으로 다가갔다.
* * *
“제대로 잡혔네요.”
노형진은 엠버와 함께 호텔 안쪽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무기를 버린 그들은 경찰 특공대에게 잡혀서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이건 아마 오늘 8시 뉴스의 메인으로 나갈 겁니다.”
“방송국이라니, 어떻게 부르신 거죠?”
엠버는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무섭게 노형진이 방송국에 전화를 하는 걸 보긴 했지만 헬기까지 날아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어떻게는요, 90%의 진실과 10%의 거짓말을 한 거지요.”
“90%의 진실과 10%의 거짓요?”
“도심지에서 삼백여 명이 총격전 중이라고요.”
“네? 그게 무슨……. 아니 아니, 틀린 말은 아니네요.”
확실히 이번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백 명이 훌쩍 넘는다.
총기애호협회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만 삼백 명이 넘고 노형진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경호원도 있으니까.
“물론 당하는 쪽은 고작 네 명이라는 게 문제였지만요.”
노형진은 그 부분은 쏙 빼놓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150 대 150의, 거의 전쟁 수준의 총격전을 생각하고는 다급하게 헬기를 동원한 것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양쪽도 속은 거네요.”
“후후후.”
노형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어찌 되었건 중요한 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거죠.”
중요한 건 이게 전국으로 방송되었다는 거다.
물론 이 정도로 전국 방송까지 갈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일이 이 정도로 커진 상황이라면 경찰도 사건을 덮지는 못할 거라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사건을 덮으면서 쉬쉬하며 넘어갔을 것이다.
당장 엠버가 받은 총격이 단순 협박으로 넘어간 것이 그렇다.
물론 협박이 맞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정도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일단 이슈화하는 건 이 정도면 된 것 같군요.”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남은 건 이제 그 사람들을 꺼내 오는 것뿐입니다.”
물론 그게 가장 힘든 일이지만 말이다.
신고하려면 해 봐
노형진 덕분에 모든 경찰과 FBI의 추적을 받게 된 블랙우드의 보스인 게리엇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멍청한 놈들이 알아보지도 않고 습격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 멍청한 놈들이 그곳에서 총기애호협회 행사가 벌어지는 줄도 모르고 갔답니다.”
“이런 개 같은 새끼들이 정신을 어디다 팔아먹고 다니는 거야! 어!”
“그게…….”
물론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습격이 실패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탈출로가 막힐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더군다나 그 노형진이라는 놈은 우리가 올 걸 알고 경호원에 트럭까지 준비했어! 지금 그놈이 누군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건드리는 바람에 이 난리가 났단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그가 누군지 알아낸 게리엇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였다.
안 그래도 총기애호협회는 개개인의 안전을 위해 각자가 총기를 소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이렇게 각자가 무장을 하고 힘을 합하자 갱단의 습격도 막을 수 있었다고 홍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건은 이제 미국 전역으로 알려졌다.
“미치겠네.”
당장 이 지역 경찰만 해도 돌변해서 수사를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들의 편의를 봐주던 사람들이 빠르게 관계를 끊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FBI도 수사에 참여했다는 소식도 들렸고, 미국 주류, 화기, 마약 관리국인 AFT 역시 수사에 참여했다는 소리도 들렸다.
재수 없게 그들이 가지고 갔던 권총이 추적이 불가능하게 조작된 총기였기 때문이다.
그게 버려진 것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그걸 소지한 채로 잡혔으니 AFT가 혈안이 되어서 뒤를 캘 수밖에 없었다.
블랙우드는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 이후에 무슨 말 없어?”
“아직은 없습니다. 다행히 네 사람 다 입을 다물고 말을 안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씨발. 얼마가 되든 무조건 비싼 변호사 사서 붙여. 무조건 입 다물게 하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1급 살인미수다.
아무리 못해도 10년은 살아야 한다.
“그러면 식당은 어떻게 할까요?”
“식당? 무슨 식당? 너 미쳤냐? 이 와중에 영업을 하자고?”
식당이라는 게 진짜 식당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 옆에 붙어 있는 도박장을 이야기하는 거다.
그리고 사람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 상황에서 그 도박장에 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모르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 그 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설사 문을 열고 받아 준다고 해도 문제다.
사건이 이렇게 커진 상황이니 그 안에 정보를 모을 목적으로 손님으로 꾸민 경찰이나 요원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영업은 당분간 접는다. 당분간은 몸 사려.”
“알겠습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노형진만 자신들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 *
“아마 그들은 아이들을 대피시킬 겁니다.”
노형진은 그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의외인 건 그곳의 관리자가 직접 저를 죽이기 위해 나선 것이기는 한데…….”
자신을 죽이려고 나선 사람이 다름 아닌 그 도박장의 관리자라는 사실이 의외이기는 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형진이 작전을 바꿀 이유는 없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거지요.”
“이미 사람들을 준비하기는 했습니다만…….”
엠버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진짜로 그들이 아이들을 대피, 아니 이동시킬까요?”
“그럴 겁니다.”
아무리 채권을 확인하고 힘을 뺀다고 해도 그 아이들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 아무 의미 없다.
그러니 가장 확실한 것은 카지노에서 일하던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출퇴근하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냥 출근하지 말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곳에 강제로 잡혀 있는 아이들이지요.”
그 아이들을 돌려보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 죽일 수도 없다.
그 아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경우 손님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아무리 그들이 아동 성매매를 하는 놈들이라지만 아동 성매매와 미성년자 대량 학살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
“제가 채권을 가지고 있으니 압류나 기타 법률적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입장에서는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려고 할 겁니다.”
“우리가 노리는 게 그거고요?”
“그렇지요.”
그들이 아이들을 과연 어떻게 옮길까?
사실 답은 정해져 있다.
아이들의 숫자는 많고 그쪽 인원은 많지 않다.
차량으로 옮기자니 그 아이들이 갑자기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면 당연히 경찰이 달라붙는다.
“저들은 지금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덮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그곳의 관리자였던 리토가 잡혀 들어갔다.
물론 리토가 입을 열 가능성은 낮지만, 조금만 조사하면 그가 소유한 건물이나 동선이 나올 테니 그곳을 조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가능하면 빨리 움직이려고 하겠지요. 그것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그러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바로 트럭. 그것도 초대형 트럭이다.
족히 수십 명은 너끈하게 들어가고, 일단 그 안에 들어간 후에는 아무리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외부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그 안에 들어간 상황에서 살려 달라고 빌어 봤자 까딱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소리를 질러서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 나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나, 새어 나가도 그 장소가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도리어 보복 폭행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을 학교용 버스로 옮기지는 않을 테니까요.”
결과적으로 그들이 할 행동은 하나뿐이라는 거다.
“그 트럭을 습격하는 게 우리 계획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엠버는 턱을 문질렀다.
이건 상당히 위험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엠버는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냥 습격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들도 갱단이에요. 무장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요. 설사 아니라고 해도, 그들이 트럭만 보낼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어요. 어찌 되었건 그들의 주요 수익 모델이잖아요.”
“그렇지요.”
성매매와 함께 하는 도박장?
사실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넘친다.
마약까지 파는 갱단이 그 정도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미성년자를 데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경우, 아니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니라면 미성년자를 건드리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참 구역질 나네요.”
“뭐가요?”
“그 정치인이라는 놈들요.”
“그런 놈들이 겉과 속이 다른 게 뭐 어디 하루 이틀 문제입니까?”
아동 강간범의 사형을 주장하며 아동 성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변호사가 알고 보니 아동 강간범이었다는 황당한 결말도 있었다.
“인간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다 믿을 수는 없지요.”
“그건 그렇지만요.”
엠버는 그래도 많이 실망한 모양이었다.
“실망은 나중에 하지요. 지금 중요한 건 그 아이들을 탈출시키는 겁니다.”
“알겠어요. 그러면 적당한 운전사를 준비할게요. 차량은 도로에 버려야겠지요?”
“그래야 할 겁니다. 물론 그 트럭도 아마도 절도품같이 걸리는 게 있는 차량일 겁니다.”
그러니 그걸 제출해 봐야 사실상 의미도 없을 테고 말이다.
당연하게도 추적도 불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습격당한다고 해도 놈들도 신고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
습격을 신고하려면 거기에 뭐가 실려 있었는지 피해가 얼마인지도 알려야 하는데, ‘미성년자를 납치 중이었습니다.’라고 하면 경찰에서 조사하는 건 이쪽이 아니라 그들이 될 것이다.
이쪽은 납치되고 있는 미성년자를 구출한 영웅이 되고.
“그러면 데리고 무조건 경찰로 갈까요?”
“아니요. 그건 안 좋은 생각입니다.”
“어째서요?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리토의 세력이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아닙니다만 다른 사람들이 위협할 수도 있겠지요. 그 아이들이 가진 힘이 얼마나 강한지 생각을 한번 해 보세요.”
“아…….”
만일 그 아이들이 입을 열게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칠지 감도 안 잡힐 판국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줄줄이 잡혀갈 것이다.
“아마 도시 자체가 통제 불능에 빠질 겁니다.”
농담이 아니다.
물론 당장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주요 결정권자들이 빠지면 도시에 대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물론 그들을 대신할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그들이 다른 라인을 통해 위협할 수도 있다 이거군요.”
“맞습니다.”
경찰에 넘겨주는 순간 그들은 노형진과 엠버의 관리에서 떠나는 셈이다.
물론 정식 변호사로서 대면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시 정도이지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부모가 정상이 아닌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하고요.”
“부모가요?”
“정상적인 부모라면 다행이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부모라면 문제가 됩니다. 한국에서도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탈출한 가출 소녀들이 성매매로 몰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무슨 소리인지 알겠네요.”
만일 부모가 비정상이라면 그들은 돈을 주는 자들과 합심해서 자녀들의 입을 막으려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일도 있었고요.”
돈에 미쳐서 그리고 마약에 미쳐서 자녀를 직접 죽이려고 한 사건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부모가 모두 정상이리라 믿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일단은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지요.”
그 후에 그 아이들에게 진술을 받고 그걸 방송국으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언론에서는 신나게 떠들 테고 리토가 사라진 조직이 제대로 저항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면 금방 끝날 겁니다. 금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