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
“이거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비밀.”
“아…….”
자신들의 맹탕과는 전혀 다른, 달달하면서도 훌륭한 커피의 향에 반한 여학생들.
“알려 주시면 안 돼요?”
“안됩니다.”
“잘 팔릴 것 같은데.”
“그럼 이렇게 하죠. 오늘 하루 날 고용해요.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까, 3만 원에.”
“3만 원…… 음…….”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제대로만 알려지면 많이 팔릴 것 같은 커피다.
“오케이, 그럴게요.”
“좋습니다. 계약 결정.”
‘으흐흐, 오랜만에 눈요기하는구나.’
맨날 공부만 한다고 꾸미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나오는 수더분한 누나들만 보다가 이벤트 한다고 예쁘게 차려입고 나온 여중생들을 보니 왠지 나가기 싫어지던 참이었다. 안 그래도 나가 봐야 피시방밖에 갈 곳이 없었으니 말이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노형진은 일단 글씨를 잘 쓰는 학생에게 부탁해서 카페 입구에 멋지게 놓을 만한 메뉴판을 만들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커피들이니 호기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생소한 이름에 이끌린 여자들이 한두 명 들어오기 시작했고, 과거의 쓰거나 달기만 하던 커피가 아니라 달달하면서도 향기로운 커피에 흠뻑 빠졌다.
“우와!”
텅 비었던 커피숍은 순식간에 꽉 찰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는 대기자가 생길 정도였다.
“아이스 카페 모카 두 잔요.”
대기자에 포장 주문까지 순식간에 매장이 가득해지자, 노형진은 힘든 와중에도 오늘 눈이 호강한다고 생각했다. 예쁜 누나들까지 가득 카페를 채워 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고 대부분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고마워. 이렇게 장사가 잘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별말을. 나도 덕분에 용돈 벌이 한 거지.”
3만 원을 받고 흡족한 얼굴이 된 노형진이었다.
‘역시 남자는 여자가 있어야 힘을 낸다더니만.’
같은 또래가 좀 있다고 이렇게 힘이 날 줄이야.
“이제 어쩔 거야?”
“남은 돈 주고 가야지.”
“남은 돈?”
“잔금.”
“아아…….”
노형진은 잔금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빌리는 돈을 다 선불로 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한쪽 구석에서 정산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이 아닌가?
“왜 그래?”
“돈이…… 부족해.”
“돈이 부족하다니? 도둑질이라도 당한 거야?”
그럴 리가 없다. 돈을 관리하는 곳은 공개된 장소에 있고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털고 갈 만큼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돌아가면서 서로 지켰으니까.
“그, 그게 아니라 이 커피숍을 빌리기로 한 돈에 한참 부족해.”
“한참 부족하다고?”
그럴 리가 없다. 애초에 커피숍이라는 게 그다지 장사가 잘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엄청나게 손님들이 몰려왔다. 그러니 충분히 그 돈이 되고도 남아야 한다.
“얼마나 부족한데?”
“50만 원.”
“뭐?”
순간 노형진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50만 원이라니?
“얼마에 빌렸는데?”
“150만 원.”
“150만 원?”
순간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 나왔다. 이 커피 상태를 봐서는 하루에 150만 원은커녕 30만 원도 매출이 안 나올 것 같은 곳인데 150만 원이라니?
“잠깐 정산 기록 좀 보자.”
그걸 확인하는 노형진. 하루 빌리는 데 150만 원에, 오늘 3천 원짜리 커피를 오백 개 정도 팔았다. 즉, 딱 떨어지는 금액인 것이다. 문제는 원가가 있으니 그걸 빼고 나면 50만 원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어, 어쩌지? 어쩌지?”
“돈 있는 사람?”
“50만 원이 부족한 건데 누가 있겠어?”
순간 울 것 같은 표정이 된 아이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주인이 들어왔다.
“장사는 잘했냐?”
“아, 아저씨…….”
“왜 그래?”
“돈이 부족해요.”
“돈이 부족하다고?”
“네.”
그 말에 남자는 얼굴을 팍 찡그렸다.
“장난하냐?”
“아니, 그게 아니라…….”
“돈을 주기로 했으면 줘야 할 거 아냐! 이 씨팔 년들아!”
다 큰 어른이 고작 중학생에게 욕하면서 겁을 주자 애들은 겁먹고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통해서 다른 남자들이 들어왔다.
“뭐야?”
“아, 씨팔. 이것들이 이제 와서 돈이 없댄다.”
“뭐라고? 이런 개년들을 봤나.”
“어린것들이 간땡이가 부었구나.”
“남는 게…… 100만 원밖에…….”
선두에 선 아이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그러자 순간 남자의 눈에 약간 호기심이 깃들었지만 대번에 사라졌다.
“그래서 50만 원이나 빈다고? 1만 원이나 2만 원도 아니고? 이런 개 같은 새끼들을 봤나?”
“아, 아저씨…….”
“너희들이 간땡이가 부었구나.”
“야, 귀찮다. 경찰 불러.”
“그래, 너희들이 감방에 가 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저씨, 잘못했어요!”
“그럼 돈 내놔!”
“하지만…… 돈이…….”
“저건 돈 아냐? 딱 봐도 150만 맞네!”
“하지만…… 들어간 돈이…….”
“썅! 사업을 하면 각오는 해야 할 거 아냐!”
세 명의 남자들은 십여 명의 여중생들을 겁박하기 시작했고 여자애들은 울음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그걸 보고 있던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당했네.’
이 커피숍의 위치나 인테리어를 봤을 때 하루에 매출이 30만 원이 나와도 다행인 거다. 근데 그걸 150만 원에 계약하다니.
‘속였군.’
아마도 아무것도 모르는 여중생들을 속여서 계약하자고 했을 것이다. 잔뜩 들떠 있던 애들은 당장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에 응했을 테고.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일 커피숍은 그다지 돈이 안 된다. 아마 자신이 와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100만 원은커녕 평균적인 30만 원도 못 채웠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걸 모를 녀석들이 아니다.
‘타이밍 하며 시간 하며. 노렸군.’
딱 끝나는 시간에 온 것도 그렇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두 명이 온 것도 그렇고, 저 녀석들이 애들을 속인 것이 너무 티가 났다.
‘아, 나오면 안 되는 거였는데……. 눈요기한 것치고는 너무 인건비가 싸잖아.’
그렇다고 눈물 뚝뚝 흘리고 있는 여자애들을 버리고 가자니 양심이 찔렸다.
“야, 그냥 어디 사창가에 팔아 버릴까?”
“뭐, 한 년만 팔면 그 돈은 나오겠네. 누가 팔릴래?”
마구 겁을 주는 세 사람. 노형진은 그들과 여자애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만하시죠. 그거, 협박입니다.”
“뭐야, 이 새끼?”
“저요? 일당직 알바인데요?”
“뭐야? 꼴에 남친도 있냐? 어떤 년이 네놈 깔이냐? 용기를 봐서 그년은 안 팔아 줄게.”
노형진은 한숨을 쉬었다. 척 봐도 조폭도 아니고 그냥 동네 양아치 같았다. 돈 많은 집에서 자식 놈이 놀고 있으니 갑갑해서 그냥 커피숍 하나 열어 준 게 뻔히 보였다.
“일단 여친 없고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알바입니다.”
“그래? 그럼 아무나 팔면 되겠네.”
“꺄아악!”
다가오려고 하자 구석으로 몰리는 아이들. 노형진은 양손을 들어서 그들을 막았다.
“어쭈? 꼴에 남자라는 거냐?”
“꼴에 남자라는 게 아니라 협박이라니까요.”
“허! 이 당돌한 새끼 봐라?”
남자가 주먹을 올렸다. 하지만 노형진은 물러나지 않았다.
“형법 제284조, 단체, 또는 다중多衆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협박의 죄를 범하였을 경우에는 특수협박죄가 되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순간 멈칫하는 남자.
“일단 세 명이니까 다중 성립된 거 맞네요.”
“너…….”
만만하게 보고 덤비려는 순간 나온 법조문에 그들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피해자가 저를 비롯한 열다섯 명이나 되는 여중생들이고.”
“이 새끼가 뒈질라고.”
“때리시려구요? 폭행죄까지 들어갑니다. 아, 여기 증인이 많으니까 때리려면 때리시든가.”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리면서 뒤로 물러나는 세 사람. 역시 양아치였던 것이다.
“뭐, 이 애들이 모르고 한 것도 있으니 이 문제는 그만 이야기합시다.”
“이 새끼가!”
“아니면 끝까지 가시든가.”
“썅, 돈이나 내놔!”
노형진이 만만하게 보이자 않자 결국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그들이었다. 물론 노형진이 그것에 당해 줄 리가 없었다. 애초에 애들이 당한 것도 실수이지만 작심하고 속이려고 든 것도 이들이기 때문이다.
“뭐, 약속한 건 드려야지요. 그런데 계약서 좀 봅시다.”
“계약서?”
“네, 계약했으니 계약서는 있을 거 아니에요?”
그 말에 남자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없으면 내빼려고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 있다. 분명히 써 있지, 150만 원?”
“맞네요. 근데 동의서는?”
“동의서라니?”
“동의서 모르세요? 이 애들 중에서 제일 나이 많은 애가 열여섯 살입니다. 법정 미성년자죠.”
“그래서?”
“어허, 큰일 날 소리 하시네. 법정 미성년자가 법률적으로 법률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 그러니까 부모님의 동의서가 있어야 합법이라고요. 만일 그런 동의서 없이 계약하면 그건 명백한 취소 사유입니다.”
“그…….”
순간 이해하지 못하는 세 사람. 하긴, 부모 돈으로 놀자 판을 벌이고 있는 세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쉽게 말해서 어른이 허락해 주지 않고 한 짓이라 돈 안 주면 그만이라는 거죠.”
“그딴 게 어디 있어!”
“어디 있기는요, 법이 그런 겁니다.”
“이 새끼들이!”
“때리면 폭행이라니까요. 거참, 다 알 만한 분들이 왜들 이러시나.”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닥치자 뭘 어쩌지 못하는 인간들.
‘그럴 줄 알았다.’
나이 어린 중학생들을 등쳐 먹는 놈들이 현명한 인생이라는 걸 살아왔을 리가 없다.
“100만 원이라도 내놔!”
결국 으르렁거리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세 사람. 하지만 노형진은 땡전 한 푼 주고 싶지 않았다.
“그 전에 매출 기록 좀 봅시다.”
“매출 기록이라니?”
“이곳의 일반적인 매출을 봐야지요.”
“일반적인 매출?”
“일일 카페라 하더라도 이곳의 일반적인 매출에 비교해서 그다지 많이 남지 않을 건 당연한 일인데 그걸 알면서도 무려 150만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한 건 적자일 걸 알면서도 이 학생들을 속여서 계약한 것이 되니 사기 성립 요건이 되거든요?”
“사기?”
“네.”
“그게 왜 사기인데!”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정보를 속이거나 공개하지 않는 경우, 사기에 해당됩니다. 그러니 매출 전표 좀 봅시다.”
“…….”
말을 못 하는 세 사람.
“못 보여 주겠다면?”
“뭐, 어쩔 수 없죠.”
그 말에 안도하는 찰나, 노형진은 핸드폰을 들었다.
“일단 협박과 사기에 대해서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그러면 경찰들이 알아서 수사해 줄 텐데요, 뭐. 아, 그리고 그거 차이 많이 나면 세무서에도 들어갈 겁니다. 세무조사를 준비하셔야 할 거예요.”
천연덕스럽게 경찰을 부르려고 하는 노형진을 보고 세 사람은 완전히 멍한 표정이 되었다.
“고마워!”
“별말을.”
“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사람은 조심해야 하는 거야.”
결국 그들은 매출 전표를 보여 줄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하루에 고작 20만 원 번다는 게 드러났다. 노형진은 나서서 협상했고, 추가 수익으로 10만 원을 더 주는 선에서 30만 원을 주는 걸로 계약이 끝났다.
“근데 결과적으로 적자다.”
남은 돈은 70만 원. 그걸 열다섯 명이 나눠 가지자니 큰돈은커녕 용돈이나 되는 정도였다.
“아니야, 그냥 추억으로 시작한 일인걸.”
‘그 추억이 최악이 될 뻔했지만.’
어른이라는 작자들이 애들을 속여서 그러는 걸 노형진은 숱하게 봐 왔다. 어른이 어른의 본을 보이지 않으면서 ‘애들이 타락했네, 싸가지가 없네.’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근데 어느 학교 다녀? 그러고 보니 그걸 안 물어봤네.”
“나, 학교 안 다녀.”
“안 다닌다고? 근데 왜 그렇게 똑똑해?”
“아, 학교를 안 다닌다고 공부 안 하는 건 아니거든? 학교는 검정으로 끝내고 대학 학위 준비 중이야.”
그 말에 놀라움으로 가득해지는 아이들.
“너, 진짜 똑똑하구나.”
“뭐, 기본이지.”
“나중에 우리 또 하자.”
“아, 다음번에는 저런 놈들은 피해서 했으면 좋겠는데.”
“네가 좀 도와주면 안 될까?”
“가끔이라면.”
노형진도 머리 식히는 선에서 이렇게 또래와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노형진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게 생각지도 못한 사태로 이어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여, 카사노바.”
“아니라니까요.”
“아니긴 개뿔. 어떻게 하루 만에 여학생 전화번호를 열다섯 개를 따 오냐? 카사노바가 울고 가겠다.”
여학생들의 문자질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몰랐던 노형진은 끊임없는 문자에 질려 버릴 지경이었다. 쉴 새 없이 문자가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조심해야겠어. 설마 나까지 꼬시는 건 아니지?”
“효린 누나!”
“어머, 어머, 저 카리스마 봐. 반할 것 같아.”
“아 놔, 진짜.”
효린의 말에 노형진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하는 짓이 친누나랑 똑같냐?’
친누나인 현아가 하는 짓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면서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공부는 할 수 있는 거지?”
“합니다,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리 문자를 보낸다고 해도 수업은 해야 하기 때문에 노형진은 자신의 공부에 집중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문자가 급하게 대답할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 몰아서 하면 그만이었다.
“으하함.”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자신의 기숙사로 들어가면서 노형진은 하루 종일 밀려 있는 문자에 답했다. 그렇게 한참을 답하던 노형진은 마지막으로 답장하려던 중 멈칫했다.
-형진아, 나 좀 도와줘, 제발. 큰일 났어. 이거 받는 대로 연락해 줘.
다급함이 느껴지는 문자였다. 얼마나 다급한 건지 그 후에도 계속 문자나 전화가 와 있었다.
“끄응, 이거 왠지 골치 아플 것 같은데?”
그는 입맛을 다시면서 전화를 들었다.
“어, 난데,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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