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0)
누군가의 말. 하긴 모두가 장밋빛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누군가 ‘아니오.’라고 하면 그게 억측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본 거니까.’
로스쿨은 변질되어 가면서 질이 낮은 변호사들을 양산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별 서열이 생기면서 부자나 권력자의 자식은 좋은 로스쿨 나와서 비싼 로펌에서 연수받고 그 후에 판사나 검사 쪽으로 간다. 반대로 없는 사람들은 제대로 연수도 못 받고 나와서 사회에 내던져진다.
“솔직히 말하지요. 우리나라에 취지는 좋았던 정책이 한두 개입니까? 그런데 그런 취지대로 된 적 있습니까?”
“…….”
그 말에 아무런 말도 못 하는 변호사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으면 뭘 하나. 그걸 이용해서 가진 자들이 자기 배를 채우는 데에 쓰는데. 아니, 대부분의 정책이나 취지는 그럴듯하지만 결국은 가진 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비정규직만 봐도 그렇습니다. 고용의 유연성이니 어쩌니 하지만 결국 정규직을 잘라서 비정규직만 양산하지 않습니까?”
“후우, 그렇기는 하지.”
물론 해외에도 비정규직은 있다. 하지만 해외와 우리나라의 차이는 해외는 고용 안정성을 포기하는 대신에 월급을 1.3배, 즉 30%를 더 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월급은 절반에 자르기는 쉽게 만들어 놨으니 상식적으로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정규직을 쓰려고 할 이유가 없다.
“결국 그 뒤를 봐야 합니다. 제가 봐서는 이 로스쿨 제도도 애초에 법원에서 통과될 때 누더기가 되어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겁니다.”
“끄응…….”
사람들이 모르는 것 중 하나. 그건 바로 로스쿨 제도가 실질적으로 누더기라는 것이다. 원래 이걸 만들었던 대통령은 좋은 제도로 누구든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고 또 그들로부터 공평한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국회의원들과 가진 자들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게거품을 물었고 결국 로스쿨 제도를 갈가리 찢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가진 자들의 일종의 음서 제도로 만들어 버렸다.
“그걸 막으려고 제가 학교까지 섭외해 가면서 우리가 통제하려고 한 거고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자네가 말한 게 진짜로 도움이 될까?”
“될 겁니다. 한쪽에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소송하게 되면 대기업이나 사기꾼들이 장난치기 힘들어지지요. 소송해 보셔서 아시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기업과 소송하게 되면 만나는 첫 번째 벽은 다름 아닌 어려운 단어들이다. 대기업이나 사기꾼들은 공학박사니 디자이너니 하는 전문가들을 총동원해서 판사와 피해자에게 어려운 말을 잔뜩 하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니 결국은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미래를 위한 사전 포석이 될 겁니다.”
“사전 포석?”
“만일 미래에 판사들을 경험직으로 뽑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순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 되는 사람들. 경험직 판사라니?
“현행 사법연수원 시스템은 성적순으로 뽑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판사, 그다음은 검사 그리고 그 아래가 변호사죠.”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들.
“하지만 로스쿨이 된다면 그런 성적을 어떻게 매겨야 할까요?”
“……!”
그 말에 사람들은 노형진이 하는 말이 뭔지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그 후에는 판검사를 어떻게 뽑을 것일까?
“그리고 지금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국민들의 법 감정입니다. 그렇게 평생 공부만 한 사람들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법 감정에 대해서 무지하고 사람들의 의견과는 정반대 되는 판결을 하고는 합니다. 사회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요.”
“음…….”
그런 문제는 벌써 수십 년 전부터 있어 왔다. 단적으로 보자면 사기의 경우 사기당한 사람은 전 재산을 날리고 가족이 찢어지고 자살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렇다면 그 사기꾼에 대한 처벌은 뭔가? 대부분은 집행유예다.
판사들은 승리자여서 돈이 없는 생활이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수십억짜리 사건을 한 달에 여러 건을 처리하다 보니 수천만 원밖에 안 하는 돈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판사에게는 작은 돈일지라도 한 가정에서는 평생을 모아 온 전 재산이라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한 판사는 얼마 안 된다고 판단하고 집행유예를 때려 버린다. 그럼 사기꾼은 빼돌린 재산을 떵떵거리면서 살게 된다.
“그런 문제 때문에 미국식의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식?”
“네, 사회적으로 경험이 있고 덕망이 있는 변호사들이 판사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아!”
그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일단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금수저를 뽑는 것도 현실이지만 그래도 아예 금수저만 뽑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들이 사회생활을 해 보면서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터무니없는 판결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판사가 될까요?”
“그거야…….”
부잣집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바로 전문적인 사람이죠. 수많은 사건이 있는데 사실 수많은 사건 중 판사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사건은 거의 없습니다. 당장 의료 소송을 하게 되면 그 의료 기록을 보는 법도 모르는 판국이니 말입니다.”
“그렇군. 만일 판사를 뽑아야 한다면…… 아무래도 전문적이 지식이 있는 판사에게 가산점이 들어가겠지.”
“맞습니다.”
송정한은 노형진이 뭘 이야기하는지 알아차렸다. 아무리 법적인 통찰력이 어떻다느니 법적인 지식이 어떻다느니 해도 전문적인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 사건과 관련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그런 구조가 아니었지요.”
“그렇지.”
공부해서 수능을 잘 보고 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의 법대를 가서 사법을 보고 사법연수원을 거쳐서 판검사나 변호사가 된다.
“전문적인 기술이라는 게 들어갈 자리가 없지.”
물론 진짜 재능 있고 미래를 볼 줄 아는 변호사들은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스스로 전문 기술을 일부 공부하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일부일 뿐이다. 절대로 전부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방향을 그쪽으로 잡아야 합니다. 어차피 로스쿨은 대학생일 때는 어느 학과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음…….”
“로스쿨생의 질적인 하락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법대 4년 사법시험 준비 기간과 사법연수원 기간까지 합하면 법을 배우는 것의 양이 반 이하로 줄어드는 꼴이니까요.”
“그렇지. 그래서 자네가 실무로 직접 하자고 한 것 아닌가?”
“그렇지요.”
사람이 책으로 배우는 것은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걸 경험으로 배우는 것은 확실하게 빠르다.
“부족한 법의 전문성을 경험으로 메우면서 기간 동안 추가적인 법의 교육을 계속한다면 지금은 모르지만 아마 장차 엄청난 실력을 가진 변호사가 나오겠지요.”
“그렇겠군.”
당장 뭔가를 할 때 그쪽 업계 사람들과 짜고 변호사들이 일반인이나 판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말을 사용함으로써 사건해결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방식은 흔하다. 아니 그건 불법도 아니고 변호의 기법이다.
‘그렇지만 그걸 우리가 막을 수 있다면.’
전문 변호사가 있다면 상대방이 어떤 말장난을 하든 어떤 이쪽은 전문 지식이 있다. 그렇다면 전국에 있는 전문적인 사건은 거의 새론이 쓸어온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자네는 머릿속에 점쟁이라도 들어 앉아 있는 건가?”
남상주는 노형진의 말을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자신은 일이 그렇게까지 변해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뭐, 비슷한 게 들어 있다고 해 두죠.”
노형진이 피식 웃자 남상주도 피식 웃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네 말이 맞네. 우리가 뽑아야 하는 건 흔한 사람들이 아니라 이과 출신의 재능 있는 사람이어야겠군.”
“네, 그리고 그걸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제가 적당한 사람을 알고 있거든요.”
노형진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 로스쿨이 시작되었는데 벌써 알고 있다는 그런 노형진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뭐, 이상하기는 하지만.”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형진이 말을 허투루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네를 믿네.”
그렇게 새론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여긴가?”
밤하늘을 날아가는 까마귀 그리고 뉘엿뉘엿 해가 지는 산 그림자.
“여기에 인재가 있다고요?”
“허름하다고 인재가 없는 건 아닙니다. 도리어 우리는 이런 곳에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던가요?”
“그거야 그렇지요.”
무태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돈많과 화려한 곳에 있는 인재가 자신들에게 올 리가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필요한 사람도 아니다.
“임진기 의원이라……. 거참, 실력이 좋다고는 말 못 하나 보네요.”
“그렇지요.”
그들이 서 있는 곳. 그곳은 임진기 의원이라고 간판이 붙어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서울이나 수도권도 아니다. 심지어 도시 자체도 아니다. 작은 면 단위의 동네다. 그런데 그런 곳에 병원을 열었으니 실력이 없든가 돈이 없든가 아니면 둘 다 없든가다.
“이 사람은 좀 그런 거 아닌가요?”
“사람의 재능은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노형진은 임진기 내과의 간판을 바라보았다. 임진기. 그는 노형진이 기억하는 수많은 변호사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독특한 기억이 있는 게 그는 의료 소송의 최고봉이라는 것.
‘머리가 좋았지.’
그는 머리가 좋았다. 가난한 집에서 천재라고 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를 많이 받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자기 길이 아닌 게 문제였지.’
공부는 잘하고 끈기도 있었지만 의사로서의 재능은 전혀 없었다. 실습도 간신히 통과했고 임상 점수는 말 그대로 최악. 거기에다 가난하기까지 한 그로서는 이런 멀고 먼 곳에 작은 의원을 여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뭐…… 한 방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재능 없는 삶을 살던 그는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공부해서 로스쿨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거 한 방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의학 용어를 다 알고 있는데다가 약의 효능도 알고 있고 아무리 임상 점수가 낮다고 해도 그건 외과적인 부분에 한해서지, 지식으로는 충분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식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의료 소송을 하다 보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의사들이 개발새발 날려 버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필기체이다. 오죽하면 의사들이 그렇게 악필로 쓰는 이유가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소리가 있겠는가? 그런데 그는 그걸 알고 있는 현직 의사였다.
‘그걸로 인생이 바뀌었지.’
특화된 지식 수많은 경험. 그건 그를 의료 소송 전문 변호사로 만들었고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의료 소송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빨아들이면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당연히 이 사람이 1순이다.’
노형진은 몸을 단정하게 하고는 무태식을 바라보았다.
“들어갈까요?”
“네.”
무태식과 안으로 들어가자 ‘디링.’ 하는 문에 달린 방울이 울리고 안쪽에서 간호사가 한명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