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05)
“예상대로네.”
천황의 거처인 도쿄, 그곳에서 시작된 극우 세력의 시위.
물론 그 시위에서 천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건 명백한 불경이니까.
“하지만 시위 자체는 작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문제를 가지고 난리예요.”
“그래도 제법 많이 동원하기는 했네요.”
시위 인원 5천 명.
그 숫자는 시위가 거의 없는 일본의 문화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거다.
극우 세력들은 도쿄로 몰려와서 이세신궁을 누군지도 모르는 자들에게 맡기는 것은 일본의 정기를 흐트러트리는 일이라고 거품을 물면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연일 이 문제를 떠들고 있었으며, 이 문제로 정치인들이 천황가를 연일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천황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곤혹스러워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극단적으로 저항할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도 그 애들이 뭘 어쩌겠습니까? 천황제를 없애거나 하지는 못하잖아요?”
“그건 그렇지요.”
천황제에 대해서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 때문에 없애려고 한다면 헌법을 고쳐야 하는데, 그게 쉽게 될 리 없다.
“하지만 정치적 압력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뭐, 녹음기 때문에 돌려서 말하기는 하지만 이세신궁의 의미가 어쩌고 하면서 작은 단체에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그럴 만하지요.”
일본신도회는 여전히 세력이 작다.
사실 세력의 규모로 보면 일본신도회는 신사본청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세신궁을 맡기고 싶다고 해도 그 규모가 작기 때문에 결국 세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세신궁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그거지요. 하지만 그게 당장 이루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네?”
노형진의 말에 신동하는 깜짝 놀랐다.
노형진은 신동하에게 이세신궁의 관리 권한을 빼앗아 오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다니?
“아니, 그러면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요. 그게 오래 걸릴 거라는 뜻이지요.”
신사본청의 권력은 어마어마하다.
몇 건의 범죄로 완전히 소멸되기에는 그들의 힘이 너무나 강했다.
“하지만 그들의 근본을 부정하게 되면 그건 가속화될 겁니다.”
“근본을 부정하다니요?”
“전에 말씀드렸지요? 신사본청은 정확하게 표명하는 신이 없다고요. 하지만 이세신궁에서 그들은 천황에 대한, 아니 아마테라스에 대한 제사를 지냅니다.”
“그렇지요.”
“그리고 그 자손은 천황가이고요.”
“그건 전부터 말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요?”
노형진은 손가락을 세워 흔들어 보이며 씩 웃었다.
“아마테라스를 믿는 이세신궁, 그리고 그 제사를 집전하는 신사본청. 그 말은 신사본청이 아마테라스를 모신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거지요.”
“그래서요?”
“만일 천황가에서 지금 그 관련자들과 시위를 하는 자들을, 신성모독을 이유로 파문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파문…….”
신동하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전혀 생각도 못 한 단어였으니까.
파문이란 쉽게 말해서 어떤 단체의 소속임을 부정하고 그들을 방출하는 행동을 말한다.
“파…… 파문이라고요? 지금 극우 세력을 모조리 파문하자는 겁니까?”
“아니요. 대표적인 몇몇만을 파문하자는 겁니다.”
노형진은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앉으며 말했다.
노형진은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그걸 듣는 신동하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만큼 파문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은 어마어마했다.
“하…… 하지만 천황가는 파문에 대한 권한이 없는데요.”
“정확하게 말하면 아마테라스를 비롯한 어떠한 일본 신을 모시는 종교에도 파문이라는 것은 없지요.”
물론 일본 문화상 가문에서 파문을 한다거나 하는 말은 있었지만 종교적으로 일본 신도를 파문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규정에 없는데…….”
“애초에 신도라는 종교 형태 자체가 성문화된 규정이 없지요.”
그저 정신적으로 천황이라는 존재가 위에 있다는 암묵적인 합의일 뿐이다.
“지금 이번 사건을 벌인 자들에 대해 정리 중입니다. 사건의 주범으로 확신할 수 있는 자들 그리고 그 관련자들에 대해 정리 중이지요. 그중에는 신사본청의 총재 다나카도 포함됩니다.”
하긴 이 정도 대규모 착복이 다나카가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을 리가 없다.
“전부를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천황가가 그들에 대해 파문을 결정하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어째서요?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요?”
카노사의굴욕처럼 종교가 지배하는 시대도 아니다.
당연하게도 천황가의 파문이 가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카노사의굴욕이야 파문당한 후에 아예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일어난 일이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천황가의 파문은 다른 의미에서 신사본청의 약점이 되거든요.”
“어째서요?”
“천황은 공식적으로 여신 아마테라스의 자손이니까요.”
신이 아니라 인간이지만 그들이 여신 아마테라스의 후손이라는 것까지 부정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천황가가 아마테라스를 위한 종교 행사를 하는 거고요.”
노형진은 말을 하면서 눈을 슬며시 반달로 휘었다.
“그리고 신사본청은 아마테라스를 위해 지금까지 제를 지내 왔지요.”
그제야 신동하는 맞닥뜨린 지금의 이 당황스러운 상황이 이해가 갔다.
“부정을 할 수가 없군요!”
천황가의 파문 효과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천황가가 아마테라스의 자손이라는 걸 부정해야 한다.
그런데 천황가는 공식적으로 아마테라스의 자손으로 알려져 있다.
즉, 파문의 효과를 부정하는 순간 아마테라스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아마테라스라는 존재를 인정하면?
자연스럽게 천황가를 인정하게 된다.
그 말은 천황가의 파문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소리다.
그들은 아마테라스의 자손이니까.
“전자라면 그들은 자신들의 종교의 근본을 부정하는 셈입니다.”
기독교가 예수를 부정하고서 존재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 천황가를 부정하면 아마테라스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
종교적 근본을 부정한 종교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정하는 순간 신관으로서의 모든 권위가 박탈당하니까.
“하지만 인정하면 천황가의 개혁에 꼼짝없이 걸리는군요.”
“정확합니다.”
만일 그들이 저지른 범죄가 없었다면 아무리 천황가라고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파문은 어디까지나 종교적인 부분이고,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강제성이라고는 없다.
파문한다고 해서 그 신을 믿지 말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파문은 엄밀하게 말하면 신이 그를 버린 게 아니라 조직이 그를 버린 거다.
“문제는 이미 먼저 신을 버린 건 신사본청이라는 거지요.”
감히 신에게 바쳐질 물건들을 빼돌려서 팔아먹고 사리사욕을 채웠다.
그러니 당연히 신의 자손이 파문할 자격이 된다고 우겨 버리면 그들은 부정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들의 가치는 무너지든가 아니면 고개를 숙이든가, 둘 중 하나죠.”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과연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까요? 후후후.”
* * *
“파문이라니요! 나는 파문을 당할 정도의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극우 세력 중 일부는 그러한 파문에 저항하려고 했다.
“그런데 왜 신을 버린 자들에게 신사의 운영을 맡기려고 했습니까?”
“그건…… 아니, 그들이, 지금까지 전례가 있고…….”
“그래서 맡길 수가 없는 겁니다. 지금까지 어마어마하게 해 처먹은 게 드러났으니까. 도무지 용서가 안 될 수준으로요.”
천황의 명을 받은 직원은 극우 세력의 대표를 논리로 밀어붙였다.
“그 나무는 신에게 바쳐진 나무들입니다. 신목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걸 자기 마음대로 가져다 팔았습니다. 이는 그야말로 신을 대놓고 무시하고 천황 폐하를 무시하고 나라를 무시한 불경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들에게 무조건 신사의 운영을 맡겨야 한다고요? 대체 그 이유가 뭡니까?”
“그건…….”
신사본청에서 한 짓거리가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다른 논리로 발악한 사람도 있기는 했다.
“난 기독교야! 내가 왜 천황의 파문을 겁내야 하는데!”
“기독교가 왜 신도의 종교 문제에 끼어드는 거지요? 이거 종교 탄압 아닌가요? 아니면 기독교에서 계획적으로 일본의 정치에 대해 개입하려고 하는 건가요?”
“아니…… 그건…….”
“기독교라면 우리랑 상관없지요. 하지만 당신 역시 우리의 이세신궁 관리에 끼어들 자격이 없습니다. 이세신궁은 천황가의 조상을 모시는 신사입니다. 일본의 창조신들을 모시는 신사이고요. 그런데 기독교가 왜 그들의 행사에 끼어들죠? 당신의 행사는 기독교의 공식적인 요구인가요?”
극우 세력은 할 말을 잃었다.
불행히도 그들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파문을 당했다고 하지만 사실 일본의 신도 문화에서 파문에 관련된 규정은 없다.
애초에 불교처럼 불경이 있거나 기독교나 천주교처럼 성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말은 파문의 형태를 지금 천황 마음대로 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규정이 없으니까.
“제 아들이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사죄드립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방송에서 이야기했다.
집으로 날아온 파문장.
극우 세력 입장에서는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전통을 중시하고 천황을 신성불가침으로 생각하는 상당수 일본인들에게 파문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제가 아이를 제대로 못 키운 잘못입니다, 흑흑흑.”
그렇기에 부모들은 TV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파문당한 자식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사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파문당한 자들은 자연스럽게 극우 세력 내에서 이지메 대상이 되었다.
천황에게 파문당한 자는 곧 일본 국민의 공적이기 때문이다.
“뭐야? 왜 그래? 날 보는 눈빛이 왜 그러냐고!”
자신의 사무실에 간 남자는 언성을 높였다.
사무실 내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괴물을 보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나한테 불만 있어!”
“아니, 그건 아닌데…….”
“야야, 말 섞지 마. 너도 그러다 파문당하고 싶어?”
“아, 씁…….”
“씨발! 뭐 어쩌라고!”
남자는 발악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안하지만 내일부터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니, 무슨 말입니까! 내가 나라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아니, 그건 아는데, 자네가 아무래도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파문당한 존재. 그와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극우 세력은 천황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물론 부정하는 단체라면 모르겠지만 그런 단체는 일본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당연히 모든 지원이 끊어질 뿐만 아니라 기부 역시 끊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는 절망했지만 이미 세상은 그를 격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