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11)
얼마 후 유민택은 정말로 정보를 들고 노형진을 찾아왔다.
“자네 말이 맞더군. 해당 법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어. 정치인들 사이에서 극비리에 포섭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야.”
“극비리라고 하시는 걸 보니 통과할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래. 반대할 만한 사람들에게는 아예 접촉도 하지 않는 모양이더군.”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들이 이걸 말해 주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우리가 착하게 보인다고 해서 진짜 착한 건 아니지 않나? 우리도 나름의 사고를 막아야지.”
“사고? 아…… 배달 사고.”
모든 돈은 정치인에게 직접 주는 것은 금물이다.
나중에 크게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경우는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인의 보좌관에게 주는 경우가 많다.
“나름 공무원이지만 파리 목숨이지.”
그들은 임시직 공무원이다.
자기가 모시던 국회의원이 떨어지면 그대로 개털 되는 거다.
그렇다고 안전장치를 하자니 그것도 위험하다.
결국 그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품을 수밖에 없다.
“배달 사고는 배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지. 하지만 그걸 받을 사람이 직접 온다면 문제 될 게 없지.”
즉, 보좌관들이 돈 받을 기회가 있다면 그걸 꺼리지는 않을 거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걸 제보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배달을 하는 애들이?”
“아…… 하긴 그렇겠네요.”
뇌물을 주고받는 걸 모른 척하고 배달까지 하는 작자들이, 양심을 가지고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법을 만들거나 분석할 때 동원하는 게 바로 보좌관이다.
“자네 말대로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더군.”
“그게 통과되는 순간 모든 개인 정보는 두한이 챙기겠군요.”
“이건 우리도 못 먹어.”
이건 빼앗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빼앗으면 크게 체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걸 외부에 공개할 건가?”
“아니요.”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공개된다고 해결될 문제일 리 없지요.”
언론에서도 이걸 모를 리 없다.
당장 의료 민영화도, 국민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그 이야기가 전혀 안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에 제보해 봐야 묻혀 버릴 가능성이 높다.
“법을 만들지 못하게 해야지요.”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을 텐데?”
노형진은 씩 웃었다.
“여기를 봐 주십시오.”
노형진이 세운 검지.
“그건 전에 써먹었네만?”
“압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라 정반대입니다. 손가락을 그쪽으로 돌리면 되는 거니까요, 후후후.”
손가락을 분질러 주마
가장 먼저 할 일은 주영진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들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방치 아닌 방치를 선택했지만, 주영진의 인생이 박살 나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
“저는 그 여자를 모릅니다.”
“하지만 그 여자분은 성관계를 했다는 걸 증명하셨습니다만?”
상황은 예상대로 철저하게 주영진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는 주영진을 작심하고 물어뜯었다.
“이미 여자분은 주영진 씨의 정자를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저랑 관계를 맺은 사람이 따로 제 정자를 모아서 증거로 제출한다는 게?”
주영진은 억울한 듯 외쳤다.
물론 기자들은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요즘은 워낙 이런저런 흉흉한 일이 많지 않습니까? 지금처럼 발뺌하는 사람도 많고.”
“제가 그랬다는 걸 확신하는 것처럼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주영진 씨가 아니라 어디서 그 정자를 구한단 말입니까? 이미 그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기자들의 질문. 그 말이 나오자 주영진은 심호흡을 했다.
노형진이 말한 합법적인 혼외자 전략. 그게 드디어 나올 시간이었다.
“아마도…… 제 기증 정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증 정자?”
“기증 정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웅성거리는 기자들. 그 말이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저는 정자은행에 제 정자를 기증한 적이 있습니다. 아, 물론 아내의 동의를 얻고 한 일입니다.”
“뭐? 그게 진짜야?”
“정자은행에 기증을 했다고요?”
정자은행.
쉽게 말해서 불임인 사람들을 위해 정자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러한 정자은행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부부가 추후 임신을 위해 정자를 보관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이를 가질 수 있지만 나중에 가지지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불임이나 기타 사유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증하기 위한 정자다.
후자의 경우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모의 능력과 유전자 검사를 하고 나서, 건강한 정자만 받아들인다.
또한 그렇게 기증된 정자에 대한 모든 정보는 비밀로 부쳐지며 정자의 수혜자는 기증자의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다.
당연히 고르는 것도 안 된다.
오로지 혈액형만을 가지고 랜덤하게 결정된다.
“저는 그중 전자에 속합니다.”
주영진은 나이가 많은 편이다.
당연하다. 그는 성공도 늦었고 결혼도 늦었으니까.
“두 아이가 있지만, 먼 훗날에 다른 아이를 보고 싶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그리고 부인 역시 그런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고 한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부인이기에 몇 년 후에 아이들이 좀 큰 후에도 충분히 임신이 가능하니까.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기에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부분 말고는 가능성이 없다고 보입니다. 실제로 관련 사건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요.”
“그건…….”
“그건 그러네.”
과거에 노형진이 해결한 사건 중에 그런 병원에서 정자가 바깥으로 팔린 사건이 있었다.
원래 모든 정자는 극비리에 랜덤으로 줘야 하지만 병원에서 좋은 유전자를 비싼 값에 팔았고, 그중 일부가 범죄에 이용된 것이다.
“어…… 그럴 수도 있겠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보니 기자들은 당황했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주영진이다.
사회적으로 무척이나 성공한 사람이고, 확실히 비싸게 팔릴 만한 정자이기도 하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할 겁니다.”
주영진의 말에 기자들은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 고민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 * *
“일단 두고 보자는 분위기이기는 하네요.”
주영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상대방은 주영진과 함께했다는 증거를 정자 말고는 내놓지 못해서, 사건은 경찰의 수사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인 건 아시지요?”
“압니다. 제가 어쩌다 그런 일에 엮인 건지…….”
주영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착하게 살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 꼴이다.
“하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조금만 파고들면 정자를 보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만일 저쪽에서 그 이전에 임신했다는 걸 증명한다면, 아마도 이쪽은 온갖 욕을 다 먹을 것이다.
증거를 조작한 셈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저쪽은 임신하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 아십니까?”
“그랬으면 정자가 아니라 양수 검사 결과를 내놨겠지요.”
이미 태아 상태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는 기술이 존재한다.
원래는 유전적 장애를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지만, 그게 친자 확인에 쓰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저들은 정자를 내놨습니다. 그 말은 임신을 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애초에 시선을 돌리는 용도인데 굳이 임신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아이는 사산한 것으로 처리하면 그만이라고.”
주영진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 말이 사실이면 좋겠네요.”
“이제 와서 임신을 시키면 대놓고 늦어지니까 당연히 임신은 불가능하고.”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아마도 초음파검사 결과 같은 걸 들이밀 겁니다.”
그게 가장 확실한 증거니까.
“그리고 그게 그들의 약점이 될 겁니다.”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