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12)
얼마 후 그 여자는 노형진의 말대로 초음파 사진을 기자회견장에 들고나왔다.
-저는 증명을 했어요. 저와 같이 보낸 그 밤에 있었던 일을 인정해 달라는 것뿐이에요. 제 아이가 당신의 아이가 맞잖아요.
눈물로 호소하면서 말하는 여자.
그녀는 말이 끝나자 몇 마디 질문에 답변을 하고는 바로 단상을 내려갔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던 어떤 여자가 그녀를 안아 주고는 바로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이거 참,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라는 꼴을 또 보게 되네요.”
“하지만 의외로 저 여자 편을 들어 주는 사람들이 많더군.”
“그럴 겁니다.”
기자회견을 보던 노형진은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꺼 버렸다.
“대표님, 광고의 3요소가 뭔지 아십니까?”
“광고의 3요소?”
“네.”
“모르겠네.”
유민택은 광고를 만들라고 시키고 결과물을 보고 평가하고 승인하고 집행하는 사람이지, 광고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광고의 3요소니 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정확하게는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광고의 3요소는 아이와 애완동물, 미녀입니다.”
“응?”
“어지간한 광고에는 그 세 가지 중 하나는 무조건 들어갑니다.”
“음…… 그렇군.”
유민택은 대룡에서 했던 수많은 광고들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세 가지 중 하나는 꼭 들어갔다.
“이 세 가지는 그걸 보는 사람의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트리는 역할을 하지요. 쉽게 말해서 그걸 좀 더 쉽게 받아들이게 합니다. 가령 애완견은 가정적인 느낌이나 편안함을 의미합니다. 집에서 애완견과 같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게 그런 느낌이니까요.”
가령 최근 차 광고를 보면 광활한 대지에 차가 달려 나가는 장면이 들어간다.
그런데 그 안에는 애완동물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애완동물이 가정용 차량에서 편안함이나 가정적인 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츠카에는 그런 광고가 없다. 스포츠카 같은 경우는 가정용은 아니니까.
그런 광고가 들어가는 차량들은 보통 SUV 계열이 많다.
소위 말하는 패밀리 카 계열 말이다.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지요.”
그건 이미지 쇄신에 많이 쓰인다.
“그렇다면 저 기자회견에서 해당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미녀와 아이군.”
작전에 동원된 여자 요원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어지간한 연예인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눈에 확 띄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녀가 내려가자마자 다른 여자가 그녀를 보듬어 안아 줬지요? 그런데 그녀도 상당한 미녀입니다. 사실 무척이나 공들여서 꾸민 것 같더군요. 이런 곳에 오면 눈물 펑펑 흘리게 될 상황입니다. 그런데 누가 화장을 그렇게 하고 옵니까? 더군다나 그렇게 한참 운 듯한 모습을 보여 주는데 마스카라 하나 안 번졌습니다. 미리 준비한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지요. 아마 같이 움직이는 요원일 겁니다.”
기자회견을 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녀를 보듬어 주면서 함께 싸워 주는 사람, 그러니까 친구 역시 상당한 미녀다.
“두 미녀가 눈물을 흘리면 사람들은 약해질 수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저들이 보여 주는 건 태아의 초음파 사진이고요.”
“으음…….”
“저걸 보면 부모의 감정은 어떨까요?”
“하아, 그건…… 이루 말할 수 없지.”
유민택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작은 사진에 보이는 작은 아이의 모습.
자신의 미래이자 자신의 전부가 되는 대상.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느껴지는 중압감.
하지만 그 이상이 되는 희망.
아마 아이를 가져 보지 못한 사람은 전혀 모를 그런 감정이다.
온갖 희망과 걱정이 며칠 동안 온몸을 지배한다.
“그걸 저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걸 흔드는 거지요.”
노형진은 같잖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병신 같은 새끼들, 해외 첩보 작전에 머리를 좀 그렇게 써 봐라.’
국정원이라고 하는 곳이 멍청하게 해외 첩보 작전에서는 그렇게 머리를 안 쓰다가 꼭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저렇게 머리를 쓴다.
“하긴 자네가 말해 주지 않았다면 나도 저 여자들을 보면서 불쌍하다고 혀를 끌끌 찼을 거야.”
유민택은 질렸다는 듯 말했다.
“저 여자들에 대해 조사해 봤는데, 나오는 게 하나도 없더군.”
“나올 리가 있나요. 분명 가짜 신분일 텐데.”
저들이 나타났을 때 유민택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
자신들의 편협한 생각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다.
노형진이 기억을 읽을 수 있다는 걸 그는 모르니까.
그래서 그녀들에 대해 조사를 했다.
하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
이름을 알고 얼굴도 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나오는 게 없다.
“평범한 여자가 대룡의 정보망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리 없지.”
물론 이름과 얼굴뿐인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적 못할 정도는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20대 여성 두 명이 인터넷에 어떠한 정보도 없다고요? 그게 말이나 되나요?”
더군다나 연예인을 클럽에서 만나서 밤을 보낼 정도로 활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타입이?
“말도 안 되죠. 그건 불가능합니다.”
SNS는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하다못해 사진이라도 하나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건에서 피해자의 과거는 추적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저들은 가짜 신분을 가지고 이번 작전을 실행한 것이다.
“그럼 현 상황에서 저들의 공격을 멈출 방법은 없는 건가? 가짜라는 것도 결국 존재하지 않으니 증명할 수가 없지 않나?”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 증거도 없이 저들이 가짜이며 음모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증거 없이 그런 소리를 하면 도리어 이쪽에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저들이 가짜라는 걸 증명하는 것. 나머지 하나는 저들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
“양쪽 다 불가능할 것 같은데?”
노형진은 씩 웃었다.
“전 양쪽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음? 그럴 리가. 아무리 자네라도 그건 안 될 걸세. 저들의 뒤에 있는 게 누군데? 국가정보원이야. 어지간한 고문에는 눈도 깜짝 안 할 걸세.”
유민택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저들에 대해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가짜라는 증거가 나올 리 없다.
하물며 저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가짜라고 인정한다? 그건 불가능하다.
“일단 전자부터 시작하지요. 지금 유 회장님은 저들의 이름과 사진으로 찾으시려고 한 거 아닙니까?”
“그렇지. 하지만 아무것도 안 나왔네.”
“당연하지요. 원래 아무것도 없는 사람일 테니까. 하지만 전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저들이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흘리는 정보를 모으라고 했지요.”
“자연스럽게 흘리면서 다니는 정보?”
“그렇습니다. 일단 저들이 저 사진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병원에서 구했겠지. 물론 그 병원이 어디인지는 나도 알아. 하지만 관련 자료는 구하지 못했네.”
“국정원의 입김이 닿아 있는 병원입니다. 줄 리 없지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걸 노렸습니다.”
“다른 거?”
“네. 저들도 사람이지요. 뭐든 먹어야 합니다.”
노형진은 웃으며 서류철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영수증?”
“저들이 다니면서 먹은 곳의 영수증입니다. 지금은 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영수증은 바로 버려지지요.”
노형진은 영수증들을 쭈욱 나열했다.
순식간에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영수증들.
유민택은 기대를 하면서 그 영수증들을 하나씩 집어서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나 카드를 썼다면 추적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그는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거 다 현금인데?”
두 여자의 결제 방법이 전부 현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한 거지요. 요즘 이 정도 돈을 현금으로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그들은 택시를 타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모든 일상생활을 같이한다.
하루 평균 20만 원 정도 드는데 단 한 번도 카드를 낸 적이 없다.
심지어 그걸 현금 영수증 처리도 한 적이 없다.
하긴 현금 영수증 처리를 하면 추적이 가능할 테니까.
“현금뿐인 영수증으로 뭘 추적하려고? 카드 번호도 없는데.”
“애초에 카드 번호가 있다 한들 국정원의 유령 기업이나 나오겠지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제가 원한 건 그게 아니라 이겁니다.”
노형진은 그 많은 영수증 중에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건 택시 영수증입니다.”
“택시? 택시도 영수증을 주나?”
유민택은 당황한다는 듯 말했다.
하긴 그가 언제 택시를 타 볼 일이 있었겠는가?
“요즘은 줍니다. 그리고 제가 그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다른 이유죠.”
물론 그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어떤 택시 기사는 알아서 주지만 어떤 택시 기사는 달라고 하지 않으면 굳이 주지 않으니까.
“수십 대에 달하는 택시들이 말하지 않으면 주질 않더군요. 그래서 이거 찾느라고 참 고생했습니다. 물론 제가 한 건 아니지만요.”
노형진은 그걸 가지고 와 달라고 했고, 고문학의 팀은 그들이 버리는 쓰레기통을 매일같이 뒤져야 했다.
“하지만 이런 택시 영수증으로 뭘 어떻게 하려고? 이것도 현금이네만?”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것도 현금이다.
하지만 현금이라고 해도 다른 걸 감출 수는 없다.
“이런 택시 영수증에는 택시를 탄 시간이 적혀 있습니다. 어떤 택시를 탔는지도요.”
“그래서?”
“당연히 그 운행 기록을 특정할 수 있지요.”
“운행 기록을?”
유민택은 그제야 노형진이 뭘 노리는지 알아차렸다.
“그들이 출발한 곳. 그곳이야말로 생활공간이겠군.”
이런 작전을 수행하면서 국정원에서 출퇴근을 할 리 없다.
그러니 그들은 따로 생활하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얼굴이 드러난 여자는 아마 거기에 가도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나?”
“인터뷰까지 하면서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방송에서 그녀를 봐도 특정하거나 이슈화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거지요.”
그 말은 그녀에게 부모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하지만 친구는 카메라를 약간 꺼리는 것 같더군요.”
사실 그게 특이한 건 아니다.
당사자도 아니고 친구를 위해 같이 나왔는데 자신이 얼굴을 팔리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행동에서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지요.”
그 친구에게는 특정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가족이든 누구든, 그녀를 알아보면 문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이 영수증에 나온 택시가 그녀를 태운 곳을 알 거다 이거군.”
“네.”
그곳에서 그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그녀를 알아볼 텐데, 그것은 제대로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과연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한번 기다려 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