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13)
그 지역에서 그녀의 사진을 들고 다니던 정보 팀이 얼마 후 제법 쓸 만한 정보를 가지고 왔다.
“그녀가 배전여고를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 동네에 살던 친구가 그녀를 알아본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영여대를 거쳐서 취업을 했답니다.”
“취업은 어디에 했다고 하던가요?”
“자엔픽스라는 곳입니다만.”
고문학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걸 보고 노형진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름뿐인 곳이군요.”
“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취업입니다.”
자엔픽스는 공식적으로는 화장품 수입 업체다.
하지만 수영여대는 인 서울 여대 중에서도 상당히 비전이 있는 명문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회사 공시를 좀 확인해 봤는데 직원이 채 스무 명도 안 되는 작은 회사입니다. 월급도 무척이나 적고요.”
“유령이라 판단하시는군요.”
고문학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 않다면 그 학벌을 가지고 그런 회사에 다닐 이유가 없지요. 더군다나 이름도 다르고요.”
성도 다르고 이름도 다르고 심지어 나이도 다르다.
그야말로 자신을 철저히 감췄다고밖에
“아마도…… 수영여대에서도 상당히 공부를 잘하는 타입 아니었나요?”
“그건 맞습니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가고요. 더 좋은 회사에 취업이 가능했을 텐데.”
“모집한 거군요.”
“모집요?”
“네. 국정원이라는 기관이 좀 뭐랄까, 비밀이 많지 않습니까?”
인터넷에 국정원 블랙 요원 대모집이라고 홍보를 할 수도, 아무나 데려다가 너는 지금부터 국정원 블랙 요원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경우에 가장 흔하게 쓰는 방식이 바로 대학에서 모집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국정원 요원이 대학에 찾아가서 국정원에 대해 홍보하고 블랙 요원 지원자들을 뽑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뽑는다고요?”
“아니면 뭐 국가고시라도 볼 줄 알았습니까?”
“하긴…… 그러네요.”
국정원 블랙 요원을 국가고시로 뽑지는 않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모집에 나서는 사람은 화이트 요원입니다. 국정원에서 드러나 있으며 공식적인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지요.”
그들은 국정원에 대해 대학에서 홍보하고 지원자들을 모집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집된 모든 자료는 그 순간부터 기밀이 됩니다.”
누가 모집에 응했는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모집한다고 끝이 아니지요.”
그들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그들이 안전한 사람인지 충성심이 있는지 등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들이 졸업을 하면 자연스럽게 국정원 블랙 요원으로 들어갑니다.”
“그때 쓰는 게 유령 기업이군요.”
“네.”
국정원 블랙 요원으로 취업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공식적인 월급만 제대로 주면 부모가 뭐라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모집된 블랙 요원들은 훈련을 받고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받는다.
“그러면 짜란, 국정원 블랙 요원이 탄생하는 거지요.”
“으음…… 그러고 보니 국정원 블랙 요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네요.”
“그런 게 외부에 쉽게 드러나면 그게 국정원이겠습니까?”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국정원 요원이 홍보하러 가는 대학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들도 인 서울의 유명대를 선호하지 지방대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일단 진짜 신분을 찾았으니 우리가 할 건 하나뿐이지요.”
“어떤 거죠?”
“부모님을 소환하는 거지요, 후후후.”
* * *
서소라는 기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아무리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좀 귀찮네.’
그녀 입장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은 국가의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주영진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언니, 오늘 또, 또 울어야 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야?”
같이 일을 하는 정성아의 말에 서소라는 눈을 찌푸렸다.
“조금만 참아. 일단 일이 정리되면 해외 지부에 자리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난 가능하면 프랑스가 좋은데.”
“유럽 쪽이 좋기는 하지. 아마 그쪽으로 가게 될 거야. 유럽 쪽이 상대방이 추적하기 쉽지 않을 테니까.”
그녀들은 버려진 여자들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빨리 끝나면 좋겠는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슈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사실 부담스러운 일이다.
서소라의 경우는 국정원 요원이다.
공식적으로는 힘든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나선 것으로 되어 있지만 원래 목적은 옆에 있는 여자를 도와주기 위해, 아니 감시하기 위해 나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여자를 왜 쓰는 건지……. 아니다, 방법이 없는 건가.’
애초에 정성아는 한국 사람도 아니다.
한국 사람을 쓰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데, 누군가 그녀를 알아볼 수도 있으니까.
더군다나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그게 문제가 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녀는 중국인이다.
정확하게는 중국 국적을 가진 한국계, 즉 조선족으로, 중국에 만들어진 국정원 조직에 속해 있었다.
물론 중국인이 국정원 요원이라는 게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아무리 잘난 조직이라고 해도 해당 지역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정보는 얻을 수가 없다.
그녀에게 접근한 국정원은 그녀에게 한국 국적을 주고 일이 끝난 후에 원하는 근무 지점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일을 맡긴 것이다.
어차피 국정원의 돈을 받고 도와준 순간부터 중국 공산당에게 잡히면 반역으로 좋은 꼴을 못 본다는 것을 잘 아는 그녀는 좋다고 받아들인 것이고 말이다.
애초에 존재하던 사람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대룡에서 아무리 조사를 한다고 한들 뭐가 나올 리 없었다.
다행히 그녀는 원래 한국어를 잘했고, 교정을 거쳐서 누가 봐도 한국 사람처럼 말할 수 있었다.
“빨리 일 끝내고 가고 싶네.”
“그러면 좋겠지만…….”
서소라는 얼마 전 터진 일을 생각하며 눈을 찌푸렸다.
‘도대체 정자를 왜 기증한 거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영진이 정자를 기증했기 때문에 정자를 내놓은 방식으로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곤란해져 버렸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작전이 바뀐 것은 아니다.
‘뭐, 상관없지. 도리어 잘된 일이라고 하니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주영진을 몰락시키는 게 아니라 주영진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저쪽이 그냥 두들겨 맞아도 이슈가 되겠지만, 저쪽에서 나름 방어를 한다면 그 싸움과 이슈는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르게 퍼져 나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신들과 거리를 두던 몇몇 단체가 주영진이 반박을 하고 나자 도와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들은 이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자기들의 이름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면 좋기는 하지만 말이지.’
서소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계를 힐끔 보았다.
물론 정상적인 피해자라면 기자회견을 이렇게 자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슈를 끌어야 하니 기자회견을 자주 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하지요.”
시간이 되자 서소라는 정성아를 데리고 무대로 향했다.
물론 그녀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녀의 일은 무대 아래에서 정성아를 감시하며 전반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성아가 내려오면 같이 울어 주며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물론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녀들에게 오더를 받고 기사를 쓰고 있으니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저는 진짜 억울합니다. 저는 주영진 씨를 믿고 모든 걸 다 바쳤습니다. 주영진 씨는 아내와 이혼하고 저와 결혼하겠다고 했어요.”
눈물로 호소하는 정성아를 보면서 서소라는 피식 웃었다.
‘연기는 참 잘한다니까.’
그리고 기자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서소라의 눈길이 어느 순간 굳은 듯 멈췄다. 그리고 격하게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보는 사람 역시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공포심까지 느꼈다.
“연주야! 네가 여기에 왜 있어!”
비명을 지르듯이 말하는 중년의 아주머니.
때마침 정성아가 말을 멈춘 상태였고 침묵이 흘렀기 때문에 모두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향했다.
“연주? 그게 누구?”
“누구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는 기자들.
서소라, 아니 홍연주는 난데없이 나타난 사람, 그러니까 자기 어머니의 등장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분이 연주 씨라고요?”
“네, 제 딸 홍연주예요.”
그녀는 상황을 모르는 듯 말했다.
하긴 그녀 입장에서는 딸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를 테니까 당연한 말이었다.
“어…….”
아무리 침착하라고 교육받은 홍연주지만 이 상황에서는 침착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노형진의 질문이 날아왔다.
“서소라 씨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어떤 사람을 흔들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그의 진실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누구시죠?”
“아, 이번에 주영진 씨의 변호를 맡은 노형진 변호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방금 이분이 홍연주라고 하시는 걸 들었는데요. 서소라 씨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노형진은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물었다.
물론 모를 리 없다.
몰랐다면 그녀의 어머니를 데리고 왔을 수가 없으니까.
“아니, 난…….”
“연주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이 상황은 뭐고?”
전혀 상황을 모르는 그녀의 어머니는 계속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들은 이야기는 자신의 딸이 사기를 치고 돈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 같으니 가서 말려 달라는 것뿐이었다.
“아니…… 그게…….”
물론 증거는 충분했다.
그녀가 그동안 아무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해도 정성아와 함께 움직이면서 사진 한 장 찍히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정성아의 사건이 수천억대 사기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서소라, 아니 홍연주의 어머니는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딸이 국정원에 다니고 있는 걸 모르니 당연히 다른 생각이 날 수밖에 없지.’
더군다나 그녀는 딸이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에 실패해서 좋지 않은 곳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딸이 돈에 눈이 멀어 사기를 칠 수도 있다 하니 다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연주야? 아니지? 네가…… 사기라니? 사기 치는 거 아니지?”
“사기? 무슨 사기?”
기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들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건 아니다.
어찌 되었건 이건 국정원의 작전이고, 모든 걸 기자들에게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들은 건 이 사건을 띄우라는 말뿐이었다.
그런데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진 셈이다.
“사기라고?”
“아니, 이게 사기가 되는 일이야?”
이해가 안 가는 기자들.
“잠시만요! 이건 내 기자회견이라고요!”
눈치 빠른 정성아는 다급하게 기자들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이미 상황은 한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연주야, 말 좀 해 봐. 이게 무슨 일이야!”
홍연주의 어머니는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기에 딸을 다그쳤다.
그리고 딸인 홍연주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었다.
“어머니라니요! 난 당신 같은 사람 모릅니다!”
얼굴이 사색이 된 어머니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자신의 딸에게 부정당한 어미의 심정을 그 누가 알까.
‘와, 완전 독종이네.’
노형진은 혀를 내둘렀다.
물론 독종이니까 국정원 요원이 되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지.’
물론 부정할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유전자 검사를 하시는 데 전혀 문제가 없겠네요?”
“뭐요?”
노형진의 갑작스러운 말에 홍연주는 당황했다.
“이분은 당신이 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아니라고 했지요. 그럼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건데,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 아닙니까?”
“그건…….”
홍연주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고문에 대한 훈련이나 심리를 흔드는 전술에 대항하는 법, 회유나 심지어 거짓말탐지기를 이기는 훈련까지 다 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유전자 검사로 뭔가를 증명한다고 하면 그걸 부정할 방법이 없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요즘은 사흘이면 결과가 나오지요. 만일 유전적으로 맞지 않는다면 당신의 말이 맞을 테지만, 유전자가 맞는다고 하면…….”
노형진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질 법한 말은 뻔하다.
도대체 얼마나 큰 사기를 치려고 친엄마까지 부정한단 말인가?
“그건…….”
홍연주는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수많은 기자들로 가득한 기자회견장이다.
여기서 도망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면 유전자 검사를 하지 못할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노형진의 말에 홍연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슬쩍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 여기에 있는 게 홍연주 혼자일 리 없지.’
국정원에서 사력을 다해서 설계한 작전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슈를 타기 위해 말이다.
홍연주 혼자 정성아와 다른 기자들을 통제할 리 없다.
‘그리고 보통 이런 경우는…….’
“고구려일보의 조종치 기자입니다. 지금 갑자기 제삼자를 데리고 와서 친구분을 공격하시는데, 이건 피해자와 전혀 상관없는 사건 아닌가요?”
노형진도 이런 기자회견을 할 때 바람잡이를 집어넣는다.
그들을 통해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서.
그 정도 간단한 수작을 국정원에서 하지 않을 리 없다.
“누구시라고요?”
“고구려일보 조종치 기자입니다. 답변을 해 주십시오. 왜 제삼자를 데리고 와서 친구분을 공격하시는 건가요? 설마 사건을 덮으려고 하시는 겁니까?”
노형진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었다.
“뭐 하는 겁니까?”
“답변을 드리는 겁니다.”
“누구한테요?”
“조종치 기자님한테요.”
노형진은 전화기로 간단하게 고구려일보의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그쪽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 조종치라는 기자는 당황해서 주춤주춤 물러났다. 하지만 다른 기자들 때문에 도망갈 수가 없었다.
-네, 고구려일보입니다.
“조종치 기자님을 찾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지요?
“조종치 기자님이 하신 질문이 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드리려고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핸드폰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들리는 목소리.
-조종치 기자입니다. 그런데 누구시라고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 웃음을 본 조종치 기자, 아니 조종치 기자라고 주장하는 남자는 도망가고 싶은 듯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미 주변의 기자들은 화가 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지.’
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자신들에 대한 사칭이다.
사칭을 당하는 것도 기분 나쁜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칭은 그를 통해 이득을 얻어 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그들은 조사를 받기 위해 숱하게 불려 가야 한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노형진이 조용하자 상대방은 다시 한번 물었다.
노형진은 그런 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제 앞에서 조종치 기자라는 분이 답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상대방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어이가 없을 테니까.
잠시 후, 상대방은 나직한, 그러나 분노로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동명이인 아닙니까?
“고구려일보에 조종치라는 기자분이 또 계신가요?”
-없지요. 거기 어디입니까? 금방 가겠습니다.
“여기 아시아호텔 컨벤션 홀입니다.”
-그놈 좀 꼭 잡고 계십시오. 바로 경찰 부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지금 도망도 못 가는 상황입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조종치라고 주장한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래서, 누구시라고요?”
“…….”
그는 어떻게 해서든 도망가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주변의 기자들이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문 잠그세요!”
노형진은 그걸로 끝내지 않았다.
“뭐 하는 겁니까?”
“아니, 상황을 보아하니 거짓말을 한 사람이 저 사람만 있지는 않은 것 같아서요.”
“뭐요?”
“친구의 이름도 가짜고 들어온 기자도 가짜인데, 이 안에 가짜가 얼마나 있을지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기는 하네.”
기자회견장 안의 몇몇 사람들이 노형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형진은 기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평소에 친분이 있고 기자인 게 확실한 분들끼리 함께 뭉쳐 주십시오. 가짜 기자까지 동원해서 제 의뢰인인 주영진 씨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사기 사건입니다. 이거, 단 세 명이서 한 것 같지는 않네요.”
노형진의 말에 기자들은 서로서로 뭉치기 시작했다.
“물론 뭉친다고 해도 신분 확인은 끝난 후에 할 겁니다. 아시지요?”
“알겠습니다.”
기자들은 눈을 번쩍거렸다.
주영진이 바람피웠다는 주장도 이슈가 되지만 주영진에게 몇천억대 사기를 치려고 했다는 사실 역시 흥미진진한 사건이니까.
“그래서 홍연주 씨. 아니, 서소라 씨라고 불러 드려야 하나요? 유전자 검사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서소라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노형진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