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32)
“할 말 없습니다. 아, 그러니까 전화하지 마시라고요. 수사 내용을 외부에 흘리는 것은 검찰 수칙 위반인 거 모르시나요? 뭐라고요? 그쪽이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알려 주시게요? 아 참, 이쪽 전화 녹음되고 있는 거 아시죠?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화를 하던 오광훈은 짜증스럽게 전화기를 꺼 버렸다.
“씹새끼. 밥도 못 먹게 하네.”
“또 누구야?”
“모르지. 이런 전화가 어디 한두 번이냐?”
툴툴거리면서 앞에 놓인 돼지국밥을 퍽퍽 퍼먹는 오광훈.
“이 씨발 새끼들, 켕기는 게 더럽게 많은가 봐.”
“그럴 거야. 그러니 정보를 캐내고 싶겠지.”
아동 납치 성매매 사건.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국은 난리가 났다.
한국에 국적도 신분도 없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그 바람에 망할 인권 단체들이 끼어들었지만.”
“망할?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정상적인 단체들은 아닌가 봐?”
“그래, 애석하게도.”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하는 인권 운동?
좋다. 그런 곳이라면 대환영이다.
아이들의 정신적 치료비를 지원해 주기 위해 하는 모금?
그런 거라면 인권 단체에 노형진이 직접 돈을 기부할 의사도 있다.
“그런데 그놈들은 말을 이상하게 하더라고.”
“뭐라는데?”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체류자들 중에서 한국에서 출산을 한 사람들에게 국적을 부여해야 한대.”
“뭔 개소리야?”
“그러니까.”
그런 식이면 누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속지주의, 그러니까 자기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모두 국적을 인정하는 미국조차도 부모에게는 국적을 주지 않는다.
과도한 원정 출산 때문에, 부모에게는 아예 영주권조차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 인권 단체에서 무조건 국적을 줘야 한다면서 거품을 물고 있단다.
“정작 그런 사람들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이나 치료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안 해. 구역질 나.”
그 사건을 팔아서 기부금을 달라고 하고는 있지만 정작 그 돈을 아이를 위해 기탁한 인권 단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연하지. 그걸 입에 담으면 그렇게 모금받은 돈을 줘야 하잖아. 아까워서 주겠냐, 그걸?”
“더러운 새끼들. 그나저나 너도 편하지는 않지?”
“돌겠다. 아주 전화기 꺼 놓고 살고 싶다. 도대체 몇 놈이나 전화 온 건지 모르겠다. 반응도 똑같아요. 정보 못 준다고 하면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거품 물다가, 누구인지 말해 달라고 하면 말 안 하고 끊어.”
“당연하지. 전화를 했다는 것 자체가 걸리는 게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물론 다른 곳을 통해 정보를 얻고 싶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게, 이건 명백하게 스타 검사들의 사건으로 나갔다.
그렇잖아도 그것과 비교해서 과거의 사건이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을 강제로 빼앗아서 다른 사람에게 배치한다면 소아성애증 환자들을 비호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그걸 막을 수가 없다.
“그나저나 너도 참 머리 좋다. 어떻게 헛소문을 이용할 생각을 다 하냐?”
“원래 정치라는 게 그런 거 아니냐? 그냥 있으면 검찰이랑 정부에서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고 발악했겠지.”
노형진이 그들을 막은 방법은 별거 아니었다.
인터넷에 성 매수자 명단을 뿌린 것이다.
물론 그건 가짜다. 애초에 성 매수자 명단은 아직 확보도 못 했다.
장팔수를 비롯한 범인들은 입을 꾹 다물었고 사이트는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실명을 알려 주거나 명함을 준 놈들은 없었으니 결국 사진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한두 명도 아니고 그 사진을 다 보여 주면서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명단을 인터넷에 뿌리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지지.”
물론 그들이 진짜 범인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신분이 중요하다.
현직 대검찰청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회의원, 법무부 장관 등등.
한자리 차지하고 힘 좀 쓰는 사람들의 이름이 다 들어가 있으니까.
“일이 이쯤 되면 그 사람들은 미칠 노릇이거든.”
그들은 아동 성매매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공직에 있고, 그들의 움직임은 모두 공개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소문이 도는 순간 그들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다.
“그러니 그들은 강력 처벌을 외칠 수밖에 없지. 그래야 자기들이 억울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으니까.”
현직 검찰청장과 법무부 장관 등이 철저한 수사를 외치면서 밀어주는데 아무리 일선에서 사건을 덮고 싶어 하는 놈들이 있다고 한들 그게 덮일 리 없다.
“우리가 그냥 있었으면 덮였을 테지만.”
“하여간 너도 참 대단해.”
오광훈은 키득거리면서 전화기를 확인했다.
“우리가 발신 번호를 추적 중이라는 걸 알면 아마 저쪽도 미칠 거야.”
저쪽은 혹시나 해서 한 전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로 전화했다는 것 자체가 저쪽이 뭔가 걸린다는 의미이니, 이쪽에서 그 전화번호를 추적하는 것도 불법은 아니다.
명백하게 외부 압력을 목적으로 걸려온 전화고, 그 모든 통화 내역이 저장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관련자들의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 준다라…….”
“모든 남자들의 사진을 보여 줄 수는 없지만 관련 가능성이 아주 높은 자들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숨어 있는 소아성애자들이 드러나게 하여 처벌하는 것이 노형진의 계획이었다.
“다만 이 경우는 아동 성매매로 기껏해야 벌금이겠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아동 납치 강간의 방조범은 된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그나마 형량이 낮은 아동 성매매로 처벌할 테고, 그런 경우 벌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처벌하면 좀 나아지지.”
국회의원 같은 경우는 재선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범죄 사실을 알려야 하니까.
아동 성매매라는 죄목이 들어가면 설사 나라를 구했다 해도 탈락은 확정이다.
“그나저나 장소희는 어때? 좀 나아졌어?”
“아, 일단은.”
“일단은?”
“조종구가 사라졌어. 정확하게는,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장팔수에 대한 모든 장면은 녹화되었고 장소희에게 그걸 틀어 줬다.
장팔수는 아동 인신매매와 납치. 그리고 인질극까지 해서 강력한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조종구는 나오지 않는다고 해.”
“장팔수가 사라져서 그런가?”
“그럴 거야.”
어찌 되었건 조종구는 장소희를 장팔수에게서 힘으로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격이다.
하지만 장팔수는 손가락이 날아갔고, 그랬다고 해서 이미 저지른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최소한 20년은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무엇보다 인질극 같은 강력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중간에 가석방 같은 건 꿈도 꾸기 힘들 것이다.
“일단 힘으로 자기를 보호할 필요는 없어졌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조종구는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 상황으로는 조만간 정신병원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물론 통원 치료는 해야겠지만.”
가장 위험한 인격이 사라진 건지 아니면 숨어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나름 해피엔딩인가?”
“글쎄.”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해피엔딩인지는, 이제 네가 하는 걸 봐야지.”
“나?”
오광훈이 무슨 소리인가 하는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볼 때 벨 소리가 격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노형진은 웃으며 눈짓을 했고 오광훈은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누구시라고요? 아니, 그러니까 누구신지 신분부터 밝히고 시작하시지요. 당신이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 씹새끼야!”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놈들을 잡아야 해피엔딩이지, 후후후.”
국적 쇼핑?
변호사들은 사회의 강력한 세력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소위 말하는 지도층이다.
물론 자칭이다.
노형진은 정작 변호사들이 지도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도층이라고 하기에는,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 너무 관심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모임에 참석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는 해를 보내고 오는 해를 위하여!”
“위하여!”
잔을 높이 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이들 무리 중에서 노형진은, 아니 새론의 사람들은 약간 동떨어진 곳에서 자기들끼리 뭉쳐 있었다.
“이런 걸 은따라고 하는 건가?”
김성식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 웃었다.
물론 새론의 사람들이 숫자가 적지 않기 때문에 따를 당한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새론과 다른 변호사들 사이에는 명백하게 큰 벽이 있었다.
“우리가 저들과 친하게 지내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하긴 그건 그렇지.”
새론은 일반적인 변호사들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권력자보다는 서민 위주로, 그리고 터무니없이 승리 보수를 챙기기보다는 합리적 가격으로 말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로펌이나 변호사에게 견제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또 이런 데에는 꼬박꼬박 부른단 말이지.”
“아무래도 큰 행사니까요.”
변호사들의 송년회.
물론 아무 변호사나 부르는 게 아니다.
현재 변호사들 업계에서 큰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부르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서로 두루두루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에, 친애하는 변호사 여러분.”
단상에서 기나긴 연설을 하는 여자를 보면서 김성식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 인간이 여기까지 왔구먼.”
“한수진 의원요? 왜요? 아시는 분입니까?”
“알다 뿐이겠는가. 내가 끝까지 잡으려고 했던 여자인데.”
“네?”
“나 중수부장 출신 아닌가?”
“그렇지요. 아, 그러네요.”
중수부, 그러니까 중앙수사부의 수사 대상은 정치인이나 권력자 그리고 대기업이다.
그러니 중수부 출신, 그것도 권력형이 아닌 실무형 중수부장이었던 김성식은 여러 정치인들과 사이가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저 여자가 꼬리 자르는 데에는 아주 귀신이야, 귀신.”
쓴웃음을 짓는 김성식.
그가 노렸던 수많은 정치인들, 그중에서 잡지 못해 한이 맺힌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보게 되다니 거참.”
하긴 그녀를 한번 소환하면 따라오는 변호사만 기본 다섯 명이었다.
그러니 여기에 그녀가 와서 연설을 한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다.
그만큼 인맥이 된다는 소리니까.
김성식이 그렇게 쓴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에 연설을 끝낸 한수진이 다가왔다.
“오랜만이네요, 김 부장님. 아니, 지금은 김 변호사라고 해야 하나?”
명백하게 도발이었다.
김 부장님에서 김 변호사로 바뀌면서 님이라는 존칭이 사라졌으니까.
“어쩌다 이렇게 되셨대요? 참으로 안타깝네요.”
“안타깝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거지요.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곳 아니겠습니까?”
중수부장에서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치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김성식이 정치적 힘 없이 중수부장에 올라간 것도 사실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상 서로가 알력으로 으르렁거린 끝에 중립인 사람을 올려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올라간 게 그였으니까.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뭐. 먹고살 만합니다.”
“그래요? 난 일거리 없으면 또 일이라도 하나 맡길까 했지요.”
한때 자신을 잡으려고 했던 김성식을 고용한다는 말.
명백하게 상대방을 놀리기 위해 하는 말이다.
그걸 알기에 김성식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한수진 의원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뭐, 저야 잘 지내지요. 요즘은 국방위에 있어요.”
“국방위요?”
김성식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뭐 잘못되었나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옆에서 듣고 있던 노형진도 살짝 의아함을 느꼈다.
국회의원이라면 국방위에 소속되어서 활동할 수 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군대를 갔다 왔느냐는 것이다.
‘보통 여자는 군대에 안 가지 않나?’
그런 사람이 국방위? 이해가 안 간다.
물론 그녀가 군대를 갔다 왔을 수도 있다.
명백하게 한국에는 여군이 존재하며 여군에 대한 부당한 사건도 많은 편이니까.
그녀가 여군을 대변하면서 그런 부분을 고치려고 한다면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군대 안 갔다 왔다고 무시하는 건가요? 그거 명백한 성희롱인 거 아시죠?”
노형진은 한숨이 나왔다.
“이 경우는 성희롱이 아니라 성차별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뭐요? 당신 뭐야?”
노형진이 갑자기 끼어들자 눈을 부라리는 한수진.
“이쪽은 노형진 변호사입니다. 마이스터의 아시아 대변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수진은 움찔했다.
마이스터에게 덤볐다는 이유로 여러 정치인이 패가망신한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
“성희롱은 성적으로 학대를 하거나 성적 대상화하는 걸 말하고, 성차별은 성별을 이유로 공정하지 않게 판단하는 걸 말하지요. 이건 업무와 관련된 일이니까 성차별입니다.”
노형진은 한수진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요? 내가 잘 몰랐군요.”
‘몰랐을 리가 있나.’
아무리 막나가는 인간이라고 해도 그녀는 정치인이다.
막말을 한다고 욕먹을지라도, 그 막말에도 계획을 담고 정치를 담는 게 정치인이다.
그런데 그런 정치인이 성차별과 성희롱의 차이를 모른다고?
‘웃기고 자빠졌네.’
안 봐도 뻔하다.
성차별의 경우는 업무상 오해라는 부분으로 커버되지만 성희롱은 어떠한 이유로도 커버되지 않는다.
당연히 이 문제가 이슈화되면 김성식은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슬쩍 성희롱으로 몰고 가서 그걸로 새론을 엿 먹이려고 했겠지.’
그래서 노형진이 끼어든 것이다.
명백하게 선을 그어 줘야 하니까.
“단어의 선택은 조심해서 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 의원님. 아시다시피 요즘에는 그런 문제에 참 예민하지 않습니까?”
한수진은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몸을 팩 돌렸다.
“전 바빠서 이만 가 봐야겠군요.”
“안녕히 가세요.”
노형진은 느물거리면서 웃으며 그녀를 보냈다.
“이거 참, 적이 많으니 참 힘들군.”
“보아하니 단상에서 김 변호사님 보고 이를 박박 갈다가 작정하고 온 것 같은데요.”
“그렇겠지. 내가 한 의원을 소환한 것만 다섯 번에, 감옥에 처넣은 보좌관만 네 명이거든. 결국 한수진의 꼬리는 못 잡았지만.”
어깨를 으쓱하는 김성식.
“어쨌거나 여성계의 거두라서 말이지.”
“그래요? 곤란하군요.”
노형진은 멀어지는 한수진을 바라보았다.
“왜, 무섭나?”
“무섭다기보다는 귀찮습니다. 김 변호사님도 아시겠지만 정치인들은 원한을 쉽게 잊어버리지 않지 않습니까.”
“알아. 그러니까 문제인 거야.”
그 원한이 어디로 쏠릴지는 뻔한 일이니까.
“당분간은 내가 몸을 좀 사려야 할 것 같네.”
김성식은 씁쓸하게 송년의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