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33)
그렇게 그녀와의 만남은 좋지 않게 끝났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녀와 직접적으로 만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 그것도 정치적인 문제로 그녀와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한수진요?”
“그래. 그녀가 새로운 법안을 발의했는데 말이지, 그게 참 상황이 애매해.”
“무슨 법안이기에?”
“군 복무 연장에 관한 법률이네.”
“군 복무 연장에 관한 법률요?”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인구가 많이 줄어들지 않았나?”
“그건 그렇지요.”
“그래서 국방부에서 강력하게 요구하는 모양이야. 한수진 의원이 그 요구에 응한 거고. 그 법에 따르면 현재 1년 6개월인 군 생활이 2년 6개월로 늘어날 걸세.”
“아니, 국민들이 그걸 가만둔답니까?”
“그럴 리 없지. 아마 부결될 거야.”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걸 통과시키는 순간 남성 표, 특히 군대에 가지 않은 남성들의 표는 모조리 날려 버릴 수밖에 없으니까.
당연히 그 의견을 낸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정당에 속한 의원들 역시 그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의심하고 있네.”
“의심요? 뭘 의심…… 아…….”
프락치.
프락치를 넣어서 대통령까지 만든 자유신민당이다.
그리고 민주수호당에 자유신민당의 프락치가 아직도 있다고 의심되는 상황.
“이 법안의 존재 자체가 우리 당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테니까. 그걸 국방부의 요청이라고 하지만, 굳이 한수진이 발의한 것도 이해가 안 가고.”
“그녀가 국방위 소속이라 그럴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래. 하지만 그러면 우리보다는 자유신민당 소속 의원에게 부탁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그렇지요.”
과거 3년이나 되던 군 생활을 줄인 것이 바로 민주수호당이다.
그런데 그 당에서 갑자기 군 생활을 늘리겠다는 소리를 한다?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주장도 틀린 건 아니야. 지금 우리나라에 군인 숫자가 부족한 건 사실이잖나.”
“그건 말장난이고요.”
“말장난?”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말장난이라니?
노형진은 질렸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송 의원님, 우리나라 징집률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우리나라 징집률? 글쎄, 그건 모르겠는데. 국방부에서는 맨날 숫자가 부족하다는 소리만 해 대서 그다지 높지 않을 것 같기는 하네만.”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90%입니다! 90%!”
“90%?”
“네, 남자의 90%는 군대에 갑니다. 그것도 현역으로요. 나머지 10%에서도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 것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징집률은 98% 정도 됩니다.”
“그렇게나 높았나?”
송정한은 몰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하긴 국방부에서 자기들한테 불리한 이야기를 할 리 없지요.”
노형진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하나 더 알려 드릴까요?”
“뭘 말인가?”
“2차대전 당시에 독일군의 징집률이 얼마였을 것 같습니까? 2차대전 패망 직전에 말입니다.”
“글쎄, 그때는 잘 모르겠는데.”
“그때 독일의 징집률이 70%였습니다.”
“허.”
“그리고 일본이 패망 직전 1억 총옥쇄를 주장할 때의 징집률은 80%였고요.”
쉽게 말해서 징집률 90%는 전 세계에서도 듣도 보도 못 한 황당한 수치라는 거다.
이게 문제가 심각한 게 뭐냐면, 아차해서 전쟁이라도 터지면 진짜 한국의 남자란 남자는 죄다 씨가 말라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개뿔 아무것도 없이 소총 하나 들고 돌격요? 지금 21세기입니다.”
농담이 아니다.
가령 지금 미국의 1개 소대와 한국의 1개 대대가 붙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숫자는 한국 쪽이 몇 배는 유리하다.
1개 소대라고 해 봐야 삼십여 명 정도.
그리고 대대는 그런 소대가 무려 열두 개가 모인 거다.
쉽게 말해서 열두 배의 병력이다.
“그런데 누가 이길 것 같나요?”
“그건…… 미국이지.”
“그러면 유지비는 누가 더 많이 들 것 같습니까?”
“당연히 미국 아닌가?”
“아니요. 한국입니다.”
“뭐? 어째서?”
“인건비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먹고 마시고 자고 싸고, 그 모든 게 다 돈이다.
한 사람당 유지비를 하루에 2만 원이라고 해도 1년이면 730만 원이다.
군 생활 1년 반 동안 대략 1천만 원 정도 드는 것이다.
“다만 미군은 모병제고 한국은 징병제니까 인건비는 빼지요.”
“하지만 미국은 장비가 좋지 않나?”
“그러니까 그게 문제입니다. 장비는 한번 사면 10년은 씁니다. 하지만 관리비 같은 건 매년 나가지요. 개인화기를 1억 원어치 사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방탄복으로 도배하고 무기에는 온갖 레일을 붙일 수 있으며 개개인에게 야시경이나 적외선 장비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1억 원어치 장비를 입은 병사 한 명과 그렇지 않은 병사 서른 명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아마 1억이면 개개인이 유탄 발사기를 쏴 대도 돈이 남을 겁니다.”
그리고 군대의 특성상 그런 숫자가 많아지면 화력은 터무니없이 강해진다.
“어…… 그런가?”
“네. 더 웃긴 건, 우리나라 국방비의 대부분을 장군님들이 잡숫고 계시다는 거지요.”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장군님 나이스 샷!”
명백하게 비꼬는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송정한은 입맛을 다셨다.
무슨 소리인지 알았으니까.
한국에서는 장군에게 체력 단련이라는 이유로 골프장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골프장은 체력 단련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미국 같은 경우는 4성 장군이 체력 단련을 위해 러닝을 하고 헬스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일단 장군만 되면 뚱돼지가 되어도 장군이다.
“현대전에서는 무기가 더 중요하지 숫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6.25 때 중공군이 미군에게 갈려 나간 걸 생각해 보세요.”
수만 명씩 몰려오는 중공군.
그들에게 미군은 기관총을 갈기며 대응했다.
물론 그 엄청난 숫자에 밀려 결국 미군이 패배한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중공군의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하물며 그때도 그 지경이었는데 지금은 화력이 더 강해졌지요.”
“흠…….”
“장기적으로 보면 군 병력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무기를 체계화시키고 숫자를 줄여야 합니다. 미군도 그러한 구조를 선택했고요.”
그런데 그 법안에 따르면 군 생활이 두 배가 된다.
즉, 1인당 관리비가 2억씩 들어갈 정도다.
“흑표 전차 가격이 80억입니다. 1개 소대만 줄여도 흑표 한 대 사겠네요.”
당연하게도 1개 소대가 아무리 지랄 발광을 해 봐야 흑표전차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대전차미사일 같은 걸 보급하면 가능하겠지만, 애초에 저 단가는 대전차미사일을 보급하지 않은 기준이니까 그걸 보급하면 관리비는 더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왜?”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식이라면 차라리 숫자를 줄이고 무기의 질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잉여 병력을 사회 발전에 돌려서 총GDP를 늘려 그 돈을 다시 무기에 투입해야 한다.
“그게 선순환이지요.”
“하지만 왜 반대로 간단 말인가?”
“간단합니다. 굳건이는 노예가 필요해요.”
“응? 그게 누군데?”
“국방부 캐릭터입니다. 굳건이라고, 쉽게 말해서 이겁니다. 병사 숫자가 줄면 당연히 장군 숫자도 줄지요.”
병사가 줄면 지휘할 부대도 줄고, 지휘할 부대가 줄면 장군의 숫자도 줄어든다.
“판사들하고 똑같은 겁니다. 판사들은 사람이 없어 죽겠다고 일이 너무 많아서 죽겠다고 곡소리를 내면서도, 정작 판사의 숫자를 늘리는 것에는 결사반대하지요.”
그 이유는 간단하다. 권력이 사라지니까.
“그리고 그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장군의 실력 향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한국의 대대장은 목에 힘주고 병사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갑질을 한다.
“하지만 휘하 부대의 숫자가 줄어들면 자기 역시 일해야 하거든요. 결정적으로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자기가 빼돌릴 돈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합니다. 국방부 장관이 그랬지요, 방산 비리는 생계형 비리다.”
“으음.”
그 말이 송정한은 침울한 얼굴이 되었다.
실제로 한 말이니까.
애석하게도 국방부는 한국의 3대 적폐 중 하나다.
언론과 사법 그리고 군대. 이 세 곳은 손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국방부에서 3년으로 늘려 달라고 한다고요? 그건 진짜 인원이 필요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인원이 충분해야 돈을 빼돌릴 수 있어서 그러는 겁니다. 전에 국방부에서 그랬지요, 북한이 내려오면 사흘 안에 수도 서울이 붕괴된다고요.”
하지만 그 당시 대통령이 국방비를 북한의 몇 배나 쓰면서 사흘 만에 밀린다면 그건 장군들의 문제라고 장군들의 경질 이야기를 꺼내자, 바로 말을 바꿔서 사흘 안에 평양까지 진격할 수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현재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 같은 곳이다.
빼돌리는 돈이 어마어마한데 그걸 통제하지도, 감시하지도 못한다.
“그런 곳에서 하는 말을 순순히 믿을 수는 없지요.”
노형진은 그들을 믿을 수가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더군다나 한수진을 통해 압박을 가하는데.”
“통과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말이지요.”
“그만큼 다급하겠지.”
실제로 인구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특히 남성 징집 인구는 가파르게 줄어들어서, 진짜 손가락 있고 총질만 할 수 있으면 끌려가는 수준의 징집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건 바로 대한민국이 망하기 직전인 6.25 때 방식이다.
“하여간 한수진이 발의한 그 법안은 통과될 가능성 자체는 없지만, 우리 쪽 입장에서는 이걸 덮어야 한단 말이지.”
그러지 않으면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질 테니까.
“그런데 적당한 게 없을까?”
“흠…….”
노형진은 턱을 스윽 문질렀다.
“보통은 연예인 문제를 이용하지 않습니까?”
“그건 저쪽 방식이고. 더군다나 그랬다가는 또 무슨 역풍이 불겠는가?”
“그건 그러네요.”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국방부와 한수진이 노리는 건 뻔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당하자니 좀 억울하다.
“국방부에 항의는 해 보셨습니까?”
“그들은 애국해야 한다고 하더군.”
“애국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요.”
한국에서 애국이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반대로 매국은 성공의 지름길이다.
나라를 위해 아무리 희생을 해도, 나라는 절대 보답을 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라를 팔아먹은 놈들은 보호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한다.
“전 애국하고 싶지 않은데요.”
“하지만 뻔하지 않나, 그들 방식은. 애국을 강요하다가 만일 안 한다고 하면 바로 빨갱이로 낙인찍지.”
송정한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은 틈만 나면 빨갱이 프레임을 가져다 붙인다.
당장 송정한만 해도 아예 북한 간첩 수준으로 대우받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자유신민당에 동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게 뭐 그리 큰 잘못인지…….”
송정한은 씁쓸하게 웃었다.
물론 한국보다 더 열악한 나라들은 많다. 그건 인정한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불평을 하면, 꼰대들은 그들을 이야기하며 감사할 줄 알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최악보다 낫다는 이유로 감사해야 한다면 국가는 발전하는 게 아니라 퇴보하게 되니까.
처음에는 동남아, 그다음은 브라질, 그다음은 아프리카의 내전 국가 순으로 점점 떨어질 거다.
언제나 그들보다는 나을 테니까.
“국가라는 게 뭔지…….”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머릿속에서 번개가 번쩍하고 쳤다.
“그러고 보니 국가라는 게 뭘까요?”
“응? 무슨 소리야? 국가가 국가지.”
“아니, 그렇지 않습니까? 국가는 선택할 수가 없지요?”
“그렇지.”
“만일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게 무슨 말인가?”
“국민들이 국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말입니다. 어떨까요?”
“그게 가능할 리 없지 않나?”
“아니요.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요?”
노형진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돈 벌 거리가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