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48)
황국태. 현직 대한민국 총리. 자유신민당 소속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공직자여서 소속 정당이 없지만, 애초에 대통령이 자유신민당인데 정적을 총리로 고용할 리가 없다.
“그리고 현재 가장 유력한, 자유신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
노형진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대통령 임기 끝나려면 아직 멀었잖아. 그런데 뭔 차기 대통령 후보야?”
오광훈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대선은 아직 한참 멀었는데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 이야기를 하는 건 빠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정치학적인 선거는 지금부터야.”
“지금부터라고? 이해가 안 가네. 홍안수가 바보도 아니고 아직 멀쩡한데. 뭐 한창 날아다니는 판국인데 뭔 차기 이야기를 해?”
“차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5년 단임제다.
그래서 다음 정권이 다른 당으로 넘어가면 영혼까지 털리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홍안수의 성격상 돈을 안 받고 깨끗하게 일했을 거라고 보기 힘드니까. 그는 이제 3년 차에 들어가고 있어. 더군다나 그는 프락치 출신으로 당을 배신하고 다른 당에 몸을 담았어.”
“그렇지.”
“그러면 국민들의 지지가 어떨 것 같아?”
“어…… 높지는 않겠지?”
“그게 가장 큰 문제가 되지. 레임덕이 오니까.”
“덕? 오리? 뭔 오리 먹냐?”
“아, 씁…… 레임덕! 오리 할 때 그 덕 말고. 정치적 지도력 공백 현상을 뜻해.”
프락치 출신이라는 그의 경력 때문에 진보에서도 보수에서도, 그에 대한 지지 세력은 강하지 않다.
당연하게도 홍안수의 레임덕은 빠르게 올 수밖에 없다.
“2년쯤 지나면 사실상 권력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지. 그런데 말이야, 하물며 홍안수는 그게 더 빨라졌어. 출신 문제가 있으니까.”
“으음…….”
“당연하게도 레임덕이 오기 시작하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권력을 넘겨주는 건 더 중요해.”
그래야 자신의 비리를 감출 수 있으니까.
“그래서 대통령 3년 차쯤 되면 각 정당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쉽게 말해서 일종의 정치적 눈도장을 찍으려고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한두 명도 아니고, 그들의 이름을 사람들이 다 알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뭘까?
그건 일단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신민당에는 나름 유명한 정치인들이 있잖아.”
“나름 유명한 정치인들이 있지. 하지만 말이야, 그게 그들이 반드시 홍안수의 편이라는 말은 아니야.”
“아니, 왜? 도대체 또 뭐가 문제인데?”
“계파가 다르잖아.”
홍안수는 프락치 출신이다.
쉽게 말해서 자유신민당에서 그를 지지해 주는 계파가 없다는 소리다.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대통령에 출마하기 전에 자신의 계파를 다잡고 다른 계파를 물리치고 후보로 나서겠지만…….
“홍안수는 상당히 이상한 형태로 대통령이 되었으니까.”
“그래도 자기 당이 있잖아.”
“그게 문제인데, 자기 당에서 사람이 나온다는 게 결코 자기를 지켜 준다는 건 아니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자기 당에서 자기 계파가 아닌 사람이 정권을 이어받으면 형사처벌이나 수사는 피할 수 있을지언정 대통령 시절에 일구어 놓은 이권은 다 빼앗긴다는 의미다.
“홍안수는 그걸 두고 볼 인간이 아니거든.”
홍안수는 기업인 출신이고 그의 가장 큰 가치는 오로지 돈이다.
돈 하나만 바라보는 인간이 자신의 모든 이권을 잃어버린다? 그걸 참을 만한 인간이었다면 프락치 노릇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계파 사람을 내세워서 권력을 이어 가려고 하겠지.”
“하지만 계파가 없다고 했잖아?”
“그건 그렇지. 하지만 3년이야. 그 시간이면 충분히 자기의 계파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지, 특히 대통령이라면.”
“설마?”
“황국태는 홍안수 계파의 리더 같은 인물이야. 그러니까 총리도 시켜 주었겠지.”
쉽게 말해서 황국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이권을 지키고 범죄를 은폐하는 것이 현재 홍안수의 계획이라는 거다.
“실제로 황국태는 지금 총리로서의 행보보다는 마치 국회의원이나 대선 출마 예정자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얼굴도장을 찍고 유세를 하고 세를 불리고 있다.
한 나라의 총리가 얼마나 바쁜지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행동 패턴이다.
“하지만 홍안수는 그걸 방치하고 있지.”
모를 수는 없다.
언론에서 매일같이 황국태의 움직임을 보도하면서 물고 빨고 있으니까.
“쉽게 말해서 황국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게 홍안수의 계획인 거야.”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황국태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노형진의 설명을 들은 오광훈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정치적인 문제잖아. 그게 곽성수가 죽은 것과 무슨 상관인데? 곽성수와 황국태는 제대 이후에 접점이 전혀 없다고.”
황국태는 그 당시에 중대장이었고 곽성수는 일반 병사였다.
중대장과 일반 병사가 친밀하게 관계를 맺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에서 생활을 같이했다고 하지만, 한마디 말이라도 섞어 봤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기껏해야 ‘중대장은 너희들에게 실망했다.’라는 말이나 들었겠지.”
황국태라는 존재, 그리고 국정원이라는 존재. 그들은 대충 이해가 간다.
황국태를 잔뜩 키워 놨는데 여기서 나가리가 되어 버리면 홍안수 입장에서는 미쳐 버릴 일일 테니까.
“하지만 여전히 문제인 것은, 도대체 어떤 일이기에 곽성수를 죽이기까지 했냐는 거야.”
“음…….”
곽성수는 황국태와 하등 접점이 없다.
갑자기 그가 무슨 중대한 비밀을 가지고 황국태나 정부를 협박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한 가지뿐이지.”
노형진은 두 사람이 찍혀 있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베트남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
“전쟁이었잖아. 전쟁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어떻게 알아?”
“그게 문제야. 워낙 변수가 많아. 더군다나 그 전쟁에서 돌아온 게 곽성수 한 명뿐이었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중대원 전부를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은 그 부분에 대해 확인해 봐야겠어.”
그 당시 같이 복무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노형진은 간단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더욱 이상하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