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59)
“뭐라고?”
“니 그만둬라.”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종갑석은 동기의 말에 발끈했다.
그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런데 그만두라니?
“너 지금 불명예제대 이야기 나온다.”
동기의 말에 종갑석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불명예제대. 군인으로서는 최악의 벌이다.
“무슨 말이야! 내가 뭘 했다고!”
“너 아직도 상황 파악 안 되냐? 가혹 행위를 장군이 교사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야.”
“아니, 난 그런 적 없어! 난 그저 병사들의 체력 단련을…….”
“자율 시간 빼앗고 주말 빼앗고 휴가 빼앗고, 그거 못 따면 징계하면서까지 한 체력 단련이다. 그게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해?”
“…….”
“아니, 군 내부에서는 이해한다고 해도, 너 때문에 고소당한 사람들은 이해 못 해.”
장성급의 불명예제대 징계권자는 참모총장과 합동참모의장 그리고 국방부 장관이다.
마지막으로 중징계의 경우, 결정권자는 대통령이고.
“이 사람들이 누구 같냐? 어?”
“크윽.”
정확히 노형진이 관리 책임을 물어서 고소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징계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직접 결정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불명예제대가 떨어지면 넌 그냥 끝장이야.”
그들이 과연 그의 사정을 봐줄까?
자기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더군다나 넌 직속상관의 명령도 거부했어. 그것도 중장급 명령을 말이야. 중장급 명령을 거부하면 이만저만 명령 불복종인 줄 아냐? 너 불명예제대 빼박이야.”
“크윽.”
그나마 다행인 건 과거에 불명예제대를 하게 되면 이등병으로 강등시키기도 했지만 그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에게는 남는 것이 없다.
연금을 빼고는 말이다.
국립묘지도 가지 못하고, 장성으로서의 모든 예우가 사라진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냐?”
동기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내가 그러니까 큰일 난다고, 적당히 하라고 했잖아.”
“씨발, 내가 뭘 잘못했는데! 강한 훈련이야말로 군인에게는 최고의 복지다! 몰라?”
“이 멍청한 새끼야! 그러면 제대로 하든가! 이게 훈련이야? 가혹 행위지!”
참던 동기는 결국 발끈했다.
그렇잖아도 그 때문에 주변에서 시끄러운 상황이다.
미래를 위해서는 그와 손절해야 한다.
하지만 동기여서 경고를 해 주러 온 건데,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 몰라! 너 마음대로 해! 그만두든 불명예제대를 당하든, 나는 모르겠으니까.”
“야…… 야!”
“아, 모른다니까! 우리 인연 여기까지인 것 같다. 알지? 이제 너랑 엮이면 상황 안 좋아져.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
동기는 종갑석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그를 뿌리치고 나갔다.
뒤에 남은 종갑석은 멍하니 동기가 나간 문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종갑석이 그만뒀다고 하더군요.”
장진수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 미친놈이 드디어 그만두다니! 진짜 우리는 아무것도 못 했는데요!”
“원래 군 생활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부패한 조직일수록 위로 올라가는 게 절박하지요.”
올라가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으니까.
부패한 조직에서의 승진은 일반적인 조직에 비해 훨씬 달콤하다.
부패한 만큼 더 많은 것을 해 먹을 수 있고 더 큰 권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게 종갑석과 다른 장교들이 그렇게 승진에 목매다는 이유니까요.”
바깥이라면 그들은 능력이 안되어서 그곳까지 올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군대니까.
적당한 뇌물과 적당한 ‘싸바싸바’로 승진해서 권력의 꿀을 맛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종갑석은 이제 그 라인에서 벗어났지요.”
그는 자신의 직속상관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박혔다.
“이제는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그는 승진 못 합니다.”
도리어 징계가 심해지면 그나마 쌓여 있는 연금도 못 받게 된다.
기본적으로 장군쯤 되면 연금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공직에 있는 자들이 문제가 터지면 징계가 끝나기 전에 잽싸게 그만두는 이유가 그거지요.”
파면을 앞두고 있다면 더더욱 그만둘 수밖에 없다.
파면당하는 경우 법적으로 국가에서 낸 연금은 몰수 대상이 된다.
즉, 자신이 낸 부분만 받을 수 있다는 건데, 그 말은 연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그만둘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종갑석은 그만뒀다.
“그리고 이제 종갑석도 피해자도, 둘 다 군인이 아니지요.”
“이제 정식으로 고소할 수 있겠군요.”
장진수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에게 이제 군대라는 실드는 사라졌습니다.”
* * *
종갑석은 숨이 턱턱 막혔다.
그가 그만두기 무섭게 몰려든 엄청난 수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들.
“피고인은 군에 있을 당시에 병사들에게 가혹 행위를 했지요?”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증인들은 다른 말을 하는데요. 증인이 특급 전사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출, 외박은 물론 휴가도 못 가게 막았다고 하던데요?”
“그건 어디까지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기소를 한 검사, 오광훈은 피식 웃었다.
“피고인, 진짜로 그게 병사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피고인을 고소한 피해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피고인을 고소한 사람이 무려 이백 명이 넘는다는 건 아십니까?”
“그건…….”
종갑석은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그가 진짜 사기 진작을 위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건 아니니까.
“피고인, 이 자료가 뭔지 압니까?”
서류를 내미는 오광훈.
서류에 적힌 수치를 보고 종갑석은 당당하게 말했다.
“이건 대한민국 특급 전사 기준표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 기준을 보면 말이지요, 3천 미터 달리기 12분 30초, 팔굽혀펴기 2분 72개, 그리고 윗몸일으키기 2분 82개네요?”
“그렇습니다.”
오광훈은 피식 웃었다.
그 또한 이 수치를 보고 미친 새끼라고 했으니까.
물론 이 수치를 달성하는 사람이야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게 가능한 건 말 그대로 극소수다.
“그러면 그 옆에 있는 수치는 뭔지 아십니까?”
“이건……?”
“미국 네이비씰의 합격 기준입니다. 3천 미터로 환원할 때 13분 10초, 팔굽혀펴기는 2분에 50개, 윗몸일으키기는 2분에 50개군요.”
오광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종갑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밥 먹고 운동만 하고 충분한 지원도 받으며 자기가 원해서 군대에 온 전문 전투 요원의 기준 수치입니다. 그리고 알지 모르지만, 백인이나 흑인은 동양인에 비해 체력이 좋지요.”
이어지는 오광훈의 말투는 몹시 차가웠다.
“그러니까 피고인은 징병된 병사들에게 미 네이비씰 이상의 점수를 요구한 거네요?”
“당연합니다! 그건 제 정당한 명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오광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건 이미 노형진에게서 들었다.
군대라는 조직. 아무리 불합리하다고 해도 명령이라는 말 한마디로 합리화되는 곳.
“그런데 말이지요, 피고인은 특급 전사가 되지 못한 병사들에게서 일괄적으로 두 시간씩 수면 시간을 빼앗아서 체력 훈련을 시켰지요? 그것도 명령으로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피고인은 소장으로서 육군 참모총장 이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육군 참모총장의 명령에 따르면 병사들에게는 평균 여덟 시간, 최소 여섯 시간의 취침 시간을 보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사이 근무를 하거나 하는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병사들이 그 수면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지만, 일단 규정은 그렇다.
“재판장님, 여기 이 서류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피고인의 명령으로 인해 두 시간의 취침 시간을 박탈당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설정한 시간표입니다. 보다시피 피고인은 취침 전 한 시간, 기상 전 한 시간 동안 강제로 체력 단련을 하도록 했습니다. 한 시간의 훈련 이후 씻는 데 30분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병사는 근무를 나가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평균 근무시간은 한 시간이지만, 왕복 한 시간을 잡습니다. 자기 전 한 시간 30분의 시간을 빼앗기고, 이후 두 시간의 근무시간을 빼앗기고, 기상 전 한 시간 반을 또 빼앗깁니다. 그러면 총 초과근무 시간은 다섯 시간입니다.”
오광훈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피고인의 부대에서 과로로 사망한 병사가 마흔 명이 넘습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요? 하루 평균 세 시간의 취침은 군법에서 절대 금지하고 있는 가혹 행위입니다.”
군대에서도 잠을 재우지 않는 행위를 명백하게 가혹 행위로 판단해서 처벌한다.
“그게 장군의 명령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게 정상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군법상 정당한 명령권…….”
“그러니까 근무시간을 감안해서 한 거 맞습니까?”
“…….”
“그나마 이건 최고를 기준으로 맞춘 겁니다. 만일 3번초쯤 되면 아예 잠 못 잡니다.”
1번초가 갔다 오고 2번초가 가는 사이에 훈련하고 와서 씻은 후 3번초로 바로 나가야 한다.
결국 3번초는 씻고 잠도 못 잔 상태에서 근무를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12시부터 1시 근무가 된다.
돌아오면 1시 30분에서 2시다. 그리고 새벽 체력 훈련 시간은 새벽 5시다.
즉, 그들의 기상 시간은 새벽 4시 30분이다.
아무리 길어 봐야 두 시간 30분 정도 자는 거다.
“이게 사람 죽이는 거지 훈련입니까?”
만일 일반적인 병사들의 최소한의 삶을 아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황당한 짓거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병사들에게 근무는 필수적인 일이고, 대부분은 그 때문에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세 시간씩 기본적으로 못 자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종갑석은 그런 건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보니까 재미있는 기록이 있더군요. 종종 밀어내기 근무를 시켰더군요.”
밀어내기 근무란, 한 지역에서 근무한 사람이 다시 옆 초소로 가서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병력이 부족한 경우에 그런다.
“그런데 그 병력이 부족한 이유가 웃깁니다. 과도한 훈련으로 인해 병력 중 상당수가 입원하면서 인원이 부족해진 걸로 되어 있군요.”
“누가 그럽니까!”
“그 당시의 계원들이 증언한 겁니다.”
“크윽.”
병사들의 근무를 짜는 건 계원이다.
당연히 장군이 모르는 것도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밀어내기 근무까지 하면 병사는 아예 잘 시간이 없습니다만?”
“그건…….”
“그리고 그 당시에 병사 한 명이 조회 중에 쓰러졌다고 군기 교육대로 보냈다고요?”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며칠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훈련을 받았으니 쓰러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건 정신력이 약해서입니다!”
“네, 물론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었겠지요. 일주일간 총 수면 시간이 열 시간이 안 되었다는 점만 빼고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그 쓰러진 병사, 피고인이 그렇게 사랑하는 특급 전사입니다.”
당연하게도 그도 이번 사건에 참가하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쓰러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군기 교육대에 끌려갔고, 이후 체력 증강이라는 이유로 부대원 전원에게 학대에 준하는 강제 체력 단련이 이루어졌다.
당연히 그가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는 그를 위로하고 받아들인 게 아니라 배신자나 무슨 인생 패배자 취급했고, 그의 남은 군 생활은 제대로 꼬여 버렸다.
“그리고 가혹 행위는 그것뿐만이 아니지요.”
오광훈은 미리 준비한 서류를 판사에게 건넸다.
“재판장님, 이건 식품영양학자가 제출한 영양학 표입니다. 피고인 측,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까?”
“그게 왜요?”
전혀 모른다는 표정이 되는 종갑석을 보면서 방청석에 앉아 있던 노형진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저런 새끼가 장군이라고 있으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지.’
물론 그걸 몰랐던 것은 오광훈도 마찬가지지만, 최소한 오광훈은 누구에게 밥을 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단 이 부분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피고인 측이 주장한 체력 단련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단백질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 식품영양학과의 기준에 따르면 식사의 60% 이상이 단백질로 구성되어야 하며 그게 여의치 않은 경우 단백질 파우더 등을 통해 단백질을 공급해야 한다고 합니다.”
근육은 운동만 한다고 느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은 원료가 있어야 돌아간다.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
근육이 만들어지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단백질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군의 경우 아예 자기 전용 단백질 파우더를 하나씩 두고 먹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다. 미군의 식사는 기본적으로 단백질이 풍부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의 단백질 공급량은 터무니없이 낮습니다.”
1식 3찬으로 구성된 군대 식단.
그런데 그 안에서 일단 밥은 탄수화물이다. 콩나물이나 김치 등 역시.
단백질의 양은 미미하다.
“단백질은 고기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기는 아주 조금 나옵니다.”
제육볶음 또는 닭볶음탕 같은 경우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급되는 양은 말도 안 되게 적다.
영양학적으로 운동을 통해 근육을 만들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군 급식은 탄수화물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 상황에서 근육의 성장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광훈의 말에 종갑석은 입을 쩍 벌렸다.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
하긴 그런 걸 생각할 정도의 장군이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단백질이 없으면 근육이 찢어지고 보수할 재료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그 찢어진 부분에서 융해가 발생하며 급성 신장병이 발생해서 사망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처럼 말입니다.”
“아…… 아니, 그건…….”
“더군다나 피고인이 한 훈련을 다 마치면 20세 성인 남자 기준 하루 평균 1만 칼로리 이상이 소비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성인 남성 권장 칼로리는 2,700칼로리입니다. 군대 식사 역시 그걸 기준으로 정해지지요.”
거기까지 말한 오광훈은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씩 웃었다.
노형진이 알려 준 생각지도 못한 공략 부분.
“그러면 부족한 7,300칼로리는 어디서 보충했을까요?”
종갑석은 말하지 못했다. 모르니까.
“군 내 매점입니다. 우리 장병들이 나라를 지키러 왔습니다. 박봉에 훈련을 받았는데 사실상 종갑석은 그들을 굶긴 것과 다름없는 학대를 했고, 그 과정에서 잠도 재우지 않았으며, 그 군 생활마저도 자신과 가족들의 돈으로 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업무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재판장님.”
오광훈의 말에 종갑석은 고개를 푹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