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66)
“하우어 중령이군요.”
“아시는 분입니까?”
“물자를 관리하는 부서의 책임자입니다.”
“역시나.”
“역시나?”
노형진이 역시나라고 말하자 론디 소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 보니 같이 술을 마시기는 하는데, 하우어 중령이라고 했나요? 그 사람이 술값을 다 내더군요.”
“그래요?”
“네. 물론 중령과 대령의 계급 차가 있다고 하지만 그러면 도리어 더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건 그렇지요.”
대령이 중령에게 술을 얻어먹으면 뇌물로 보일 여지가 있다. 그래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더치페이를 했어야 한다.
미국의 술 문화까지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쪽은 루이스 오드웰을 추적 중이다.
‘그리고 그는 범죄를 은닉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말이지.’
노형진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 안 론디 소령은 한숨을 쉬었다.
“하우어 중령이 물품을 반출하는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한두 개 정도야 일반 병사가 뿌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물건들은 어마어마한 양이 뿌려집니다. 그게 과연 병사 한두 명이 하는 일일까요?”
결국 전쟁터에서 물건을 내다 파는 범죄자들은 장교다.
그것도 최소한 대위급 이상이다.
병사가 팔고 싶다고 해도 보급품이 사라지면 바로 티가 나니 불가능하다.
즉, 그걸 팔 수 있는 사람은 장교, 그것도 그쪽에서 근무하는 장교일 수밖에 없다.
“하긴 저도 의심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사람을 붙이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증거를 찾아 드리지요. 그 대신에 하우어 중령을 기소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우어 중령을요?”
“네.”
“그거야 저는 좋습니다만.”
그렇잖아도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증거를 모으는 것이다.
증거를 모으기 위해서는 따라다니면서 촬영을 하거나 현장에서 기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용산에 사람이 많다고 하나 미군은 티가 난다.
그렇다 보니 상대방은 쉽게 알아내고 떨쳐 내거나, 정 안된다 싶으면 약속을 파투 내면 된다.
“그래서 저희도 그 범인을 못 잡고 있지요.”
한국 경찰은 수사권이 없고 미군 헌병대는 따라다니거나 뭘 하기에는 너무 눈에 띈다.
그러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주요 시장인 동대문은 풍물 시장이니까요.”
그쪽은 생각보다 외국인이 많지 않고, 또 미군은 더더욱 많지 않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많죠. 정확하게는 동양인이 많다고 표현하면 되겠네요.”
동대문과 풍물 시장은 외국인들에게는 관광의 명소 중 하나다.
특히나 일본과 중국에서 매달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온다.
“거기에 한국 사람들이 섞여서 따라간다고 해도 하우어 중령이 미행을 알아차리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경찰은 수사권이 없으니 방심할 것이고.
“단순히 증거만 촬영해서 넘기는 거라면 전혀 문제 될 것도 없고요.”
“도와주신다면 감사합니다만.”
론디 소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미국 사람인 그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공짜로 도와주시는 건 아닐 테고요.”
“루이스 오드웰이 그를 도울 수 있게 길을 터 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에 론디 소령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루이스 오드웰은 분명 이 지역 강간 집단과 관련이 있습니다.”
촬영한 영상이 그 증거다. 그러니 그를 잡아야 한다.
문제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다른 사건으로 기소되면 그의 숙소나 관련된 지역을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지요.”
“아, 전에 말한 그 영상 때문에 그러시는군요.”
론디 소령은 바로 알아들었다.
“그렇습니다. 강간 집단의 존재를 증명하고 루이스 오드웰 대령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그게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론디 소령이 그가 하우어를 보호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일을 하면 그는 도리어 엮이지 않는다.
“하우어도 방법이 없는데 다 떠벌리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허술하다고 생각하면 루이스 오드웰을 자극하겠지요.”
“영상을 몇 개 잃어버리거나 하면 되겠군요.”
“방법은 상관없습니다.”
루이스 오드웰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혹은 삭제하거나, 하여간 하우어를 보살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면 그 이후는 일사천리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요. 하지만 루이스 오드웰 대령님이 범인이라고 그렇게 확신하시는 것은 이해가 안 갑니다만.”
론디 소령에게는 분명 직속상관이다.
그렇다 보니 그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루이스 오드웰을 의심한다는 건 영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도 의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강간은 물자를 조금 빼돌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니까.
“만일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손해 보는 건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어찌 되었건 군사 물품을 빼돌려서 팔아먹는 인간을 미군 내에 둘 수는 없다.
만일 여기가 전쟁터였다면 그러한 행동은 명백한 반역이다.
혹시나 그중에 총기나 화약 또는 탄약이 있다면, 그걸로 어딘가에서 아군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바깥에서는 저희가 하우어 중령을 감시하겠습니다. 그러니 소령님은 내부에서만 감시를 해 주십시오.”
“그러지요.”
작전이 짜이자 론디 소령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서 거래가 이루어지는지는 모르시지 않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디로 갈지는 뻔하니까요, 후후후.”
미군이 있는 입구 쪽은 숨어서 입구를 감시하기에는 위치가 좋지 않다.
가게도 없고 커피숍도 없다.
혹시나 모를 감시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런 걸 두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걸 파는 사람은 많지 않지.”
노형진이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그 판매자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해당 물품을 파는 사람이 있고 그는 물품을 넘겨받아야 하니까.
“그런데 보니까 그 미군 장비들 중 일부는 해외에서도 주문이 가능하던데?”
오광훈은 핸드폰을 보면서 말했다.
조금만 주의해서 보면 해당 물품을 파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고, 그를 따라다니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맞아. 그건 사실이지.”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해외를 통해서도 미군용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정작 오광훈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왜 위험하게 미군 내에서 파는 거야?”
대표적인 예가 미군의 전투식량이라고 불리는 MRE다.
분명 해당 물품은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해외 배송까지 해 준다. 물론 그게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돈이 문제지.”
“돈?”
“그래. 전투식량이라는 게 결국 대량 소비하는 물품은 아니거든. 최소한 한국에서는 말이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전투식량은 전투식량이다.
호기심에 한두 개 정도 먹어 볼 수는 있지만, 그걸 박스 단위로 사서 먹는 사람은 드물다.
“해외에서 보내려면 결국 국제 우편을 써야 해. 그거 한두 개를 배로 보낼 수는 없으니 비행기밖에 없는 거지. 그런데 비행기는 운송료가 무척이나 비싸.”
하지만 미군은 어차피 어마어마한 양을 배로 보낸다. 그러니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니 미군 내에서 빼돌린 걸 파는 게 훨씬 남는 장사인 거지.”
“으음…… 이해는 하겠다만…….”
오광훈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긴 사람은 꼭 합법적인 걸 찾지는 않는다. 싼 걸 찾지.
만일 싼 것보다는 합법적인 걸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그 사회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또 발전한 문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다른 군용품들은 수입도 못 해.”
“하긴 그렇지. 오…… 움직인다…… 움직인다…….”
스윽 의자를 뒤로 넘기면서 차량 안으로 몸을 감추는 오광훈.
집에서 나온 남자가 트럭에 시동을 거는 것이 보였다.
“좋았어.”
노형진은 조용히 그 트럭을 따라갔다.
트럭이 간 곳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공터였다.
“빙고.”
그리고 자신의 차를 타고 온 하우어가 여러 가지 군용품을 꺼내서 넘겨주고 있었다.
노형진은 캠코더를 꺼내 최대한 줌을 당겨서 그 장면을 찍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뭐,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고 말이지.”
더군다나 이렇게 대놓고 군용품을 거래하리라고는 대부분 생각하지 못하니까.
“군용품 하면 사람들은 보통 무기나 탄약 같은 걸 생각하거든.”
거기에다 그들이 나르는 건 진짜 물건이 보이는 게 아니라 박스일 뿐이다.
그러니 그들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을 수밖에.
“좋았어.”
현금으로 대금을 받은 하우어는 돈을 세어 본 다음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까딱인 뒤 그곳을 떠났다.
확실하게 거래 장면을 찍은 것이다.
물론 하우어가 거래하는 와중에 주변을 좀 둘러보기는 했지만 사방에 한국인이 가득하니 그다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좀 상황이 다를걸, 후후후.”
노형진은 카메라에 담긴 장면을 재생해 확인해 보면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