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69)
“쉽지 않아요. 사건을 보면 그가 명확하게 범인이에요. 노 변호사님은 성준식 씨가 진짜로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닙니다.”
“보통 노 변호사님은 의뢰인도 안 믿잖아요?”
“제가 의뢰인을 안 믿는 건 자신에게 불리한 걸 감추는 겁니다. 사건 자체를 감추지는 못하지요.”
고연미 변호사에게 말하면서도 노형식은 곤란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확실히 쉽지는 않아요. 다른 관련 자료는 없나요?”
고연미는 고개를 흔들었다.
노형진이 성준식과 만나는 사이에 고연미는 사건 자체를 분석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 자체가 없어요.”
고연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리 준비한 화이트보드를 보여 줬다.
“이게 타임라인이에요. 처음에 나가는 순간부터 집으로 들어온 시간까지요.”
고연미는 화이트보드에 있는 시간에 빨간색 펜으로 선을 그어 갔다.
“밤 11시쯤 만나서, 집에 들어온 시간은 오전 11시예요. 총 열두 시간을 나가 있었어요. 문제는 전반 여섯 시간이지요.”
집에 나가서 인천으로 가는 사이에 한 번의 주유가 있었고, 인천에 도착한 뒤 1시경에 커피를 산 기록이 있다.
커피숍에서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그들은 나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바로 성준식 씨가 그 이후에 보인 행동이에요.”
성준식의 주장은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결국 마음을 정리하고 술을 마시고 차에서 잠들었으며 집에 온 게 11시라는 거다.
“그런데 그걸 입증할 방법이 없어요.”
“차량의 블랙박스가 대기형으로 설정되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차량 블랙박스의 녹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행식, 즉 시동이 켜져 있을 때 작동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하나는 대기 방식. 차량 배터리와 연결되어서 일정 시간 차량이 주행하지 않아도 녹화하는 방식이다.
후자는 차가 주차되어 있는 상황에서 긁고 도망가는 것을 잡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차량은 주행식이더라고요.”
만일 대기 방식이었다면 그가 차에서 잠든 시간이 나올 테지만 그게 아니어서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다른 주변 증인들은요?”
“애석하게도 없어요. 애초에 차가 주차되어 있던 곳이 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곳이었고요. 당연하게도 CCTV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당장 얼마 후에 재판이 시작되는데 무슨 방법으로 해결할지 답이 안 보이네요.”
긴 한숨을 내쉬는 고연미.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저도 모르겠네요, 워낙 정황증거가 확실한 상황이라.”
다만 살인을 한 현장이 없다는 게 문제인데.
“이 정도 정황증거라면 충분히 살인이 인정될 겁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일단은 주변을 더 조사해 주세요. 정보 팀에 이야기해서 혹시 주변에 상시 모드로 녹화되고 있던 차량이 있었는지도 확인 부탁드려요.”
“그렇잖아도 그러고 있어요.”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형진은 눈을 찡그렸다.
“시간을 좀 끄는 것뿐이군요.”
* * *
재판이 시작되자 노형진은 최대한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보다시피 성준식은 채영은에게 1억 이상의 금전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채영은은 변제할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검사의 날카로운 공격이 계속되었다.
“이에 성준식은 원한을 품고 있었는데, 채영은이 그 문제를 이야기하자고 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겁니다.”
검사의 말은 상식적이고 또 합당했다.
노형진이 검사였다 해도 똑같이 공격했을 것이다.
‘배심원들은?’
노형진은 배심원들을 보고는 살짝 눈을 찡그렸다.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검사에게 가 있었다.
물론 그건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몇몇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 문제였다.
‘확실히 배심원들은 검사의 말을 들어 주고 있어.’
배심원 신청은 피고인만 할 수 있다. 그리고 노형진은 피고인을 설득해서 배심원을 신청했다.
최대한 이쪽이 유리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군.’
그럴 만하다.
사실 이건 누가 봐도 성준식이 채영은을 죽였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그 논리를 깨야 하는 게 내 입장이지.’
생각에 골몰한 사이 검사가 자신의 주장을 끝내고 물러났고 판사는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 변호하세요.”
“친애하는 재판장님, 이 사건에 있어서, 일단 저는 사건의 현장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그렇습니다.”
정황상 분명 성준식이 범인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아예 완벽하게 빠져나갈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검찰 측은 살인에 이용된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공식적인 사인은 익사입니다만?”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이 기록을 보면 후두부 열상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도구는 쇠 파이프 등으로 추정된다고 되어 있고요. 즉, 누군가가 피해자 채영은을 뒤에서 쇠 파이프로 후려쳐서 기절시켰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작 그 쇠 파이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건 바다에 투척하거나 관련되지 않은 지역에 버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흠…….”
아무리 정황증거가 확실하다고 해도 그것만 가지고 살인을 인정하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인정 못 할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에는 그만큼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걸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범인이 작심하고 증거를 감추려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찾습니까! 이미 폐기되거나 은닉되었을 텐데요!”
검찰의 항변에 노형진이 피식 웃었다.
“그걸 찾는 게 검찰의 책임 아닌가요? 어떤 범인이든 그건 당연한 겁니다. 증거를 찾지 못할 게 분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정황증거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법정증거주의는 왜 존재합니까?”
“으음…….”
노형진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살인의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영상이나 지문 등, 검찰이 제시한 모든 증거는 정황증거일 뿐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검사는 바로 반박을 했다.
“피고인은 살인 이후에 시신을 바다로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바다에 해당 증거도 던졌다면 그걸 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건 변명 아닙니까, 검찰 측?”
노형진은 검사를 보고 날카롭게 말했다.
“요즘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노형진은 슬쩍 배심원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검사와 배심원이 심리적으로 동조된 상황이라면 그가 뭐라고 하든 배심원들이 믿어 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사이를 틀어 놓으면 상황은 좀 바뀌지.’
그리고 그 방법은 간단하다.
검찰의 본성을 배심원들에게 일깨우는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거라니요!”
버럭 화를 내는 검사.
노형진은 그를 보다가 배심원들을 바라보았다.
“친애하는 배심원 여러분, 여러분들은 과학수사대>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다들 서로를 돌아보았다.
누구도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본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케이블에서 하루 종일 틀어 주고 심지어 공중파에서도 틀어 주는, 미국의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이니까.
“그 드라마 장면에서 보면 그들은 증거를 찾기 위해 수중 수색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검찰은 수색을 하지 않을까요? 장비가 없나요? 돈이 없나요? 아니면 그게 필요 없을 정도로 국민들이 바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으윽!”
노형진의 말에 검사는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설마 이런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으니까.
“설마 검사 측에서는 배심원들이 법정증거주의도 모를 만큼 바보라서 증거도 확인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걸까요?”
노형진의 말에 몇몇 배심원들의 눈빛이 변했다.
확실히 그 드라마를 보면 증거를 찾기 위해 물속까지 샅샅이 뒤지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증거는 오염됩니다.”
검사는 애써 변명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 것만 믿는다.
“그러면 물속에서 그 증거를 찾을 필요도 없지요. 안 그런가요? 그러면 미국 경찰은 바보인가 보군요. 이미 오염되어서 쓸 수도 없는 증거를 그렇게 찾아 헤매는 걸 보면요.”
아무런 말도 못 하는 검사.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물속에 들어가면 오염되는 건 당연하고, 지문 같은 것도 사라진다.
‘하지만 그걸 찾아서 오는 것과 애초에 찾으려 하지도 않는 건 전혀 다른 문제지.’
당연하게도 배심원들은 그 증거를 요구하기 시작할 테고 그걸 찾는 동안에 노형진은 시간을 끌 수 있다.
물론 노형진이 그것만 가지고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정황증거를 혼란하게 만들 수 있는 다른 문제점도 있었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이번 사건에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오류?”
오류라는 말에 검사는 기가 막혔다.
“도대체 어떤 오류가 있단 말입니까? 정황상 모든 증거는 성준식이 살인을 했다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맞다. 정황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알아차렸다.
“재판장님, 이 지도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노형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 지도에는 여러 가지 색으로 표시된 바다가 있었다.
“그게 뭡니까?”
“이것은 인천 앞바다, 정확하게는 검찰 측이 살인이 벌어졌다고 지목한 장소의 해류 지도입니다.”
“해류 지도?”
“그렇습니다. 정식으로 대학에 자문을 통해서 구한 지도이며 공식적인 해류 지도이므로, 다른 곳에 확인하셔도 동일한 지도를 얻게 되실 겁니다.”
해류라는 말에 검사는 당황했다.
해류는 생각도 안 해 봤으니까.
‘사실 바다는 다 다르지.’
사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고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듯이, 물 역시 지나가는 길이 있다.
바로 해류다. 바다의 거대한 흐름.
그건 거의 바뀌지 않는다.
“이 지역의 해류를 살펴보면, 만일 이곳에서 뭔가를 바다에 던졌다면 해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어야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 채영은이 발견된 곳은 이곳에서 북쪽입니다. 만일 피고인 성준식이 검찰이 주장하는 곳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바다로 던졌다면 피해자 채영은의 시신은 북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흘러갔어야 합니다.”
노형진의 말에 검사는 당황했다.
바다에 던지면 다 그냥 이리저리 흘러 다닐 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게 현실과 서류의 괴리겠지.’
경찰이 주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는데, 경찰이 해도까지 주었을 리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시신이 발견된 위치를 고려해 보았을 때 피고인 성준식은 검찰이 주장하는 살인 장소보다 더 북쪽으로 가서 시신을 버렸어야 합니다. 하지만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의 동선을 입증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습니다.”
“흠…….”
노형진의 주장에 배심원들과 판사는 검사 측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검사는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추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수준은 딱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럴수록 재판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이상한 부분이 또 있습니다. 재판장님, 검찰 측이 제시한 현장 사진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노형진은 그들에게서 받은 사진을 들어서 배심원들에게 스윽 보여 줬다.
“그들이 이야기한 곳은 인적이 드문 해변입니다. 정확하게는 해변의 절벽 위라고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여기에서 뭐가 보이십니까?”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누군가의 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아무것도 없습니다.”
살인이 벌어진 장소는 해안가의 도로다. 산세가 험해서 뭔가를 설치할 수도 없는 그런 곳 말이다.
“검찰 측은 오른쪽에 차를 임시로 세울 수 있는 곳이 있고 그곳에서 둘이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형진은 그러면서 다른 증거 사진을 내밀었다.
“이건 어제 저희 새론에서 이곳에 가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요?”
판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시간이 달라졌을 뿐 바뀐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 측은 피고인 성준식이 순간적인 격분을 참지 못하고 현장에 있던 쇠 파이프 등의 무기를 휘둘러서 피해자를 기절시키고 바다로 던졌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요?”
“하지만 이 현장이 그런 무기가 있을 만한 곳입니까”
“음?”
“쇠 파이프라는 것은 공사용 자재입니다.”
즉, 그곳에 뭔가를 만들었어야 존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배관용이나 지지대용으로 많이 쓴다.
“하지만 이 현장에는 그런 게 전혀 없지요.”
가드레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만드는 데에는 쇠 파이프가 필요 없다.
콘크리트로 만든 물건이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가드레일이라기보다는 추락 방지용 턱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건물은 500미터 떨어져 있으며 건축된 지 20년 되었습니다. 지어진 지 20년이나 된 건물에 쇠 파이프가 굴러다니지는 않겠지요. 즉, 범행 도구는 어딘가의 공사 현장에서 나왔을 텐데, 저희가 조사해 본 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공사 현장과의 거리는 3~4킬로미터입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공사 현장이 찍힌 사진을 건넸다.
제법 커다란 빌딩을 올리는 장면이 사진에 찍혀 있었다.
“그리고 이 공사 현장은 스물네 시간 경비원이 경비를 서고 있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검사를 바라보았다.
“당연하게도 해당 공사 현장에는 CCTV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CCTV에는 피고인 성준식이 찍혀 있지 않습니다. 검찰 측 보고서에는 피고인 성준식이 욱하는 마음에 순간적으로 흥분하여 현장에 있던 쇠 파이프로 피해자를 가격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정작 범행 현장으로 추정되는 장소 주변에 쇠 파이프가 있을 만한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
무기를 챙긴다는 것. 그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그걸로 죽였다고 해도 정작 그 무기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면 살인이란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검찰 측의 말대로라면 성준식은 최소 3~4킬로미터를 가서 몰래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 쇠 파이프를 들고나와 피해자 채영은이 기다리고 있던 현장으로 가서, 사람이 다가오는데도 불구하고 신경도 안 쓰고 있던 채영은을 뒤에서 후려쳤다는 의미가 됩니다.”
누군가가 다가오는데 고개도 돌려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상대방이 쇠 파이프를 들고 있다면 도망가지 않을 사람도 없고.
“더군다나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다가오는데 도망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몰래 다가갔다면 가능하지요.”
“그럴 수도 있지요. 그래서 저희가 확인해 봤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공사 현장까지 왕복 25분이 걸렸습니다. CCTV에 걸리지 않고 쇠 파이프를 훔치는 시간을 감안하면 50분은 잡아야 합니다. 피해자가 50분 동안 그 현장에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합니까?”
“으음…….”
노형진은 곧바로 새로운 증거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건 해당 공사 현장으로 가는 와중에 있는 CCTV의 넘버입니다. 저희는 그걸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CCTV의 번호만 확인해 왔습니다. 만일 피고인 성준식이 살인을 한 게 맞는다면, 이 CCTV에 그 당시 이동 영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형진이 대놓고 CCTV 넘버를 넘기자 검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노형진에게 자신이 있다는 소리니까.
‘바뀌었다.’
아까와는 확실히 달라진 배심원들의 시선.
그들은 아까처럼 혐오의 시선이 아니라 의문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성준식을 보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노형진은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양념을 뿌렸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피해자 채영은은 피고인 성준식에게 무려 1억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습니다. 물론 그것이 성준식이 살인을 저지른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 보면, 채영은이 다른 피해 남성을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피해자 채영은이 그날 성준식과 헤어진 후 누군가가 보복을 목적으로 따라다닌 거라면 피고인 성준식은 분명 죄를 뒤집어쓸 수도 있는 일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찌 되었건 채영은이 죽은 건 사실이고 그녀가 생전에 사기를 친 것은 맞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죄자가 한 번만 사기를 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
확실히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의 배심원들.
“검찰 측, 증거를 보강해서 추가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검사는 노형진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고 그저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