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73)
회사에 휴가 기간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영장이 없어도 회사에 전화해서 사건 관련해서 자료를 달라고 하면 보통은 주는 편이니까.
그리고 휴가 기간은 그녀가 살해당하기 보름 전 정도였다.
사흘간 휴가를 냈는데, 휴가 이후에 제대로 일도 안 하고 반쯤 혼이 나가 있었다고 했다.
“당연하게도 피해자에 관해 검사가 조사하지는 않았고 말이지.”
노형진은 회사 측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씁쓸하게 말했다.
만일 그녀의 행적을 조사했다면 다른 가해자의 가능성을 알았을 텐데, 검찰은 그건 전혀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카드 기록을 보면 이 지역을 주로 돌아다닌 듯해요.”
택시를 타고 약간의 음료수를 사는 정도가 다였다.
확실히 이 지역은 그녀의 생활 반경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지점이었다.
“이쪽은 저희 피해자의 생활 반경에서도 벗어나네요.”
“그러면 다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소리군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택시 운전기사의 말도 이상하고요.”
택시 이용 내역을 확인하고 해당 운전자를 만났을 때, 그는 채영은이 앞차를 따라가 달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대놓고 누군가를 따라다닌 것이다.
“다만 그 차가 어떤 건지 몰라서 문제지요.”
차량 종류는 기억하지만 차량 번호는 기억하지 못했다.
블랙박스도 시간이 지나서 삭제되었고.
“하지만 이 근처에서 활동한 건 사실이에요.”
“이미 여기를 뜬 것 아닐까요?”
“그랬을 가능성이 크죠.”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놈이 얼마나 큰 사기를 쳤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살인까지 저지른 놈이 여기서 계속 사기를 칠 가능성은 낮다는 것.
“그래도 확인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봐야지요.”
노형진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보여 주면서 놈의 존재를 아는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를 아는 사람을 찾았다.
“이거 1204호 아저씨네.”
“아십니까?”
“얼마 전에 이사 갔어요.”
오피스텔에서 살았다는 말에 노형진은 눈을 반짝거렸다.
“뭐 하던 사람인가요?”
“그거야 모르지요. 여기 사는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하지만 다급하게 이사를 가더군요. 월세 기간도 안 끝났는데 말이지요.”
“혹시 집주인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사무소에 물어봐야 하는데.”
“살인 사건 조사 때문에 그럽니다.”
경비는 움찔했고, 바로 관리 사무소를 통해 오피스텔의 주인과 연결해 줬다.
그에게 받은 개인 정보는 예상대로 가짜였다.
“신분증도, 재직 증명서도, 심지어 주민등록등본도 가짜네요.”
“인터넷을 통하면 가짜 서류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고연미는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단돈 50만 원이면 이 정도 서류는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인맥을 알고 있는 사기꾼들의 기준이지만, 사기꾼에게 그 정도 인맥이 없겠는가?
“그러면 이상하군요. 그가 왜 살인까지 불사했을까요?”
모든 게 다 사기다.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하게도 걸리면 튀면 그만이다. 신고를 해도 추적할 만한 게 없으니까.
“잠깐…….”
문득 노형진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요, 여기에 우편물 온 거 있습니까?”
“우편물요? 딱히 없는데요.”
“그러면 찾아온 사람은?”
사기꾼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 주소지로 우편물을 받도록 설정을 해 두었을 리가 없다.
그러면 신분이 드러날 수도 있으니까.
“아! 찾아온 사람은 한 명 있어요! 어떤 노인분이셨는데…….”
“노인?”
“네. 어머니 같더라고요.”
“빙고.”
부모와 자식의 연은 끊을 수가 없다.
부모가 자식을 보러 서울까지 왔는데 집에 들여보내 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시기가?”
“한두 달쯤 되었죠?”
시기로 보면 대충 그녀가 이곳을 감시할 때쯤이다.
“부모님을 만났다면…….”
상황이 대충 그려진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이 사기꾼이라고는 생각도 못 할 테니,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 아들 여자 친구라고 잘 대해 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부모님의 연락처 같은 걸 받았을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범인은 그걸 알았을 것이다.
“부모님 연락처를 받았다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난 거니까…….”
가해자는 어쩔 수 없이 코가 꿰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부모님이 누군지 알고요?”
“아마도 핸드폰 번호에 기록이 있지 않을까요?”
요즘 연락처를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상대방 핸드폰에 전화를 거는 것이다.
그러면 발신 번호가 뜨니까.
“그 번호를 추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노형진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 *
보통 한 번 정도 이루어진 단발성의 통화나 통화 시간이 짧은 번호는 조사를 할 때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스팸 번호도 많고 잘못 걸려 오는 번호도 많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그랬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런 번호를 골랐다.
기간도 한정되어 있고 또 요즘 그런 번호가 많은 것도 아니기에 그 기록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번호군요.”
노형진은 번호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발신 시간은 대략 12초 정도.
그러니까 상대방이 전화를 받기도 전에 끊었다는 소리다.
그래도 딱 한 번의 통화다. 무심하게 넘어갈 수 있는 자료지만…….
“확인해 보니 조하진이라는 분의 전화번호네요. 나이는 65세구요.”
“여성분이군요.”
“네.”
고연미는 어렵지 않게 그 번호의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일사천리였다.
“조하진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어요. 장구식이라고 하고요.”
혼인 빙자 사기 전과 2범으로, 한 번은 집행유예, 한 번은 징역 6개월이었다고 한다.
“잘하는 짓이다.”
오광훈은 혀를 끌끌 찼다. 사기꾼에게 고작 징역 6개월이라니.
“그 당시에는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았거든요. 총 3천만 원 정도였으니까.”
“그게 큰 게 아니야?”
“그쯤은 뇌물로 받는 판사들에게는 그다지 큰돈도 아니지.”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거의 다 추적한 것 같군요.”
“하지만 그 당시에 그 녀석이 거기에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게 문제예요.”
고연미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까지 고연미는 그를 계속 추적해 왔다.
하지만 그를 잡지 못했다.
가까이 접근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거기에 있었으며 살인까지 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만일 제가 그를 잡고 살인의 자백을 받아 낸다면 사건은 쉽게 해결되겠지요. 성준식 씨도 풀려날 테고요.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아요. 아실 테지만요.”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걸 자백할 리가 없지요.”
어디 그뿐인가, 거기에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빼앗아서 위치 추적을 하면 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장구식이 거기에 있었다는 증명일 뿐이지 채영은을 살인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애초에 채영은과 사귀었다는 증거도 전혀 없으니까요.”
홍보석은 곤란한 듯 말했다.
그녀가 담당한 사건은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채영은에 관해서는 관련 증거가 하나도 없다.
“홍 검사님이 담당하는 그분이 증언을 해 주시는 것도 방법이지요.”
“과연 하려고 할까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그런 증언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공포감 때문에요. 더군다나 살인 사건이잖아요.”
살인 사건이다.
그런 만큼 자신에게 해코지가 올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미 위험을 감수한 상황이지요.”
“네?”
“생각해 보세요. 누구나 처음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쉽지요.”
홍보석은 살짝 눈을 찡그렸다.
“장구식이 이미 그쪽 피해자의 연락처와 주소까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런데…….”
“똑같은 피해자이지요. 그리고 한 명은 죽었습니다. 그러면 다른 한 명에 대해 보통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할까요?”
“그쪽도 죽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겠군요.”
“그러면 남은 한 명의 안전을 확보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뭘까요?”
바로 장구식을 감옥에 최대한 오래 가두어 두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안전해진다.
“음……그런 쪽으로 설득하면 될 것 같기는 하네요.”
“단순한 설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면요?”
“현실적으로 장구식이 그렇게 행동할 거라고 말해야 합니다.”
“네에?”
홍보석은 눈이 커졌고 오광훈은 코웃음을 쳤다.
“뻔한 거 아닙니까? 감방에 가기 싫어서 살인까지 했는데, 또 다른 고발이 들어가면 또 똑같이 하겠지. 아니, 더하겠지요. 조사하다 보면 살인이 같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오광훈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장구식은 이미 막나가는 상황입니다.”
왜 죽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미 살인을 했고 또 시신을 유기했다.
성준식이 죄를 뒤집어썼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그의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미 한번 살인을 한 이상 그걸 감추기 위해서라도 살인을 더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홍보석은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일단 노 변호사님과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자고 제가 잘 말해 볼게요.”
“부탁드립니다. 잘만 한다면 어쩌면 장구식을 아예 이 세상에서 쫓아낼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