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78)
윌리스는 공포로 벌벌 떨었다.
그가 언제나처럼 자기 구역을 관리하기 위해 집을 떠날 때였다.
누군가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다짜고짜 두건을 뒤집어씌우고 강제로 끌고 왔다.
“으으으…….”
자신이 맨날 하던 짓을 자신이 당하자 그는 미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더 무서운 건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그들이 왜 자신을 납치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끄아아악!”
두건을 쓰고 있지만 여과 없이 들려오는 비명 소리, 그리고 피 냄새와 고기가 타는 냄새.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
죽어 가는 누군가의 목소리.
하지만 그 뒤에 들려온 목소리는 차가웠다.
“우리는 너한테 말하라고 한 적 없다. 두들겨 패!”
“자…… 잠깐만요! 끄아악!”
퍽퍽 소리가 나더니 비명이 울려 퍼졌다.
수십 번이나 사람을 패 본 윌리스는 안다, 이게 진짜로 사람을 팰 때 나는 소리라는 것을.
그 특유의 소리를 모를 리가 없다.
“억!”
결국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피 냄새가 확 풍겼다.
“대장, 죽었는데요?”
“그래? 가져다 버려. 장난감이 하나 줄었으니 새 장난감을 꺼내야겠군.”
대장의 목소리가 차가워지더니 발소리가 커졌다.
그 발소리의 주인은 윌리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제, 제발…… 제발…….’
윌리스는 공포에 벌벌 떨면서 하늘에 빌었다.
자신이 아니기를, 자신은 피해 가기를.
마침내 그의 앞에까지 다가온 남자.
“좋아. 이번에는 이놈으로 하지.”
“아, 안 돼.”
공포에 질식할 것 같은 그찰나, 바로 옆에서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꺄아악!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이 여자 비명 소리 한번 죽여주네.”
“맛 좀 볼래?”
“그것도 나쁘지 않지요.”
키득거리는 남자들의 웃음.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여자의 비명 소리.
그렇게 사흘 가까이 비명만 듣고 산 윌리스는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죽는 것도 두려웠다.
세 번째 남자는 무려 스물여섯 시간 동안 살아서 고문을 당했다.
결국 그는 산 채로 껍질이 벗겨졌다.
아니, 그러자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흘째 되는 날, 드디어 그를 누군가가 잡았다.
“이놈으로 하지.”
“아악! 제발…… 제발 부탁해요! 살려 주세요!”
비명을 지르는 윌리스.
“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모르겠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
“제……발……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
“뭐든?”
“네, 뭐든! 진짜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
그는 오줌을 싸면서 싹싹 빌었다.
지난 사흘간 그가 들은 상황은 지옥 그 자체였다.
인두로 사람을 지지는 냄새가 공간에 가득했고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피가 질퍽거렸다.
“그래, 뭐든. 좋지. 권무진을 죽인 남자가 누구야?”
“네?”
“호텔에서 태워서 데리고 간 남자 말이야. 그날 데리고 가서 죽였잖아?”
“저…… 저는…….”
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눈앞으로 다가온 뜨거운 기운에 흠칫했다.
두건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게 뭔지 느껴지지? 지금부터 너의 두건을 벗길 거야. 그런데 우리는 네가 우리 얼굴을 기억하는 거 원하지 않거든. 그래서 이 인두로 네 눈을 지질 거야.”
“히이익!”
“그러면 너의 안구는 부글부글 끓게 되겠지. 사람 눈에는 수용액이라는 게 있거든. 그게 노린내를 풍기면서 끓어오를 거야. 물론 너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겠지. 그렇게 양쪽의 눈을 다 잃어버리고 나면 그때는 아마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거야.”
“이야기할게요! 이야기할게요! 제발! 제발!”
윌리스는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다.
“마누엘이에요! 마누엘!”
“마누엘?”
“네, 마누엘이에요! 저희 조직 청소부! 그 녀석이 죽였어요! 그 녀석이 총을 쐈다고요!”
윌리스는 악을 쓰듯이 외쳤다.
죽고 싶지 않았다. 눈이 멀고 싶지도 않았다.
필리핀은 가난한 나라다. 장애가 생기면 굶어 죽어야 할 정도로 말이다.
더군다나 그는 갱이다.
만일 눈을 잃어버리면?
갱단이 그를 보호해 줄 리가 없다.
누군가는 그를 죽이기 위해 덤빌 테니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마누엘 그 새끼가 죽였어요!”
한번 입을 열기 시작하자 모든 이야기가 나왔다.
작전을 준비한 것도 마누엘, 그리고 죽인 것도 마누엘이라고 했다.
마누엘은 일종의 중간 보스였고 말이다.
“그 미친놈이 죽인 거라고요! 난 몰라요, 난!”
“그래?”
누군지 모르는 남자는 웃는 듯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윌리스의 세상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난 죽기 싫어……! 죽기……!”
풀썩 쓰러진 윌리스.
그런 윌리스를, 노형진과 하메스가 내려다보았다.
“도대체 그런 살벌한 위협은 어디서 배운 겁니까?”
하메스는 질려 버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눈을 인두로 지져서 끓여 버리겠다니. 사람이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한 수준이다.
“모르시나요?”
“네?”
“이 대사, 모 영화에 나온 대사입니다. 제가 좀 더 강도를 높였지요.”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뜨거운 인두를 내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나저나 이건 버려야겠지요?”
구석에는 한 구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물론 인간의 시체가 아니다.
도축된 돼지였다.
노형진이 진짜로 사람을 고문할 리가 없다.
“하지만 돼지는 사람하고 체구가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과학수사 팀에서 돼지를 가지고 연구를 한다.
적당한 무게의 돼지는 사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때리는 소리는 당연히 비슷하고, 살이 타는 냄새도 비슷하지요.”
어깨를 으쓱하는 노형진.
지난 사흘간 고문당하고 두들겨 맞은 것은 죽은 돼지였다.
물론 비명 같은 건 적당히 옆에서 사람이 소리를 지른 거다.
“보이스 피싱을 저들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한국에서는 이런 방법을 자주 씁니까?”
핼쑥한 얼굴로 말하는 하메스.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이런 짓을 하는 건 저뿐입니다.”
“하지만 이랬다가 윌리스가 돌아가서 신고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하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끄응……. 못 하겠군요.”
하고 싶어도 그는 할 수가 없다.
그는 살인에 연관되어 있다. 아무리 필리핀이 부패했다고 해도 살인자를 방치하는 나라는 아니다.
“필리핀 감옥은 열악하기로 유명하지요.”
대략 10평쯤 되는 공간에 서른 명쯤 들어간다.
더위를 이기기 위한 선풍기 따위는 당연히 없다.
1인당 하루에 책정되는 금액은 55페소. 한국 돈으로는 1천 원이 살짝 넘는다.
“거긴 감옥이라기보다는 우리지요.”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윌리스다.
“그러니 거기에 가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설사 간다고 해도 살 수는 없을 테고요.”
그는 이미 모든 걸 불었다. 그러니 조직에서 죽이려고 할 것이다.
“필리핀 감옥의 사망률이 얼마지요?”
“어마어마하지요.”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까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그게 일상이라서, 따로 조사하거나 살인 사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물론 뭔가에 찔려 죽거나 타살이라는 증거가 있다면 수사가 진행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냥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처리되고 끝이다.
“윌리스는 절대 신고 못 합니다. 아마 깨어나자마자 이곳을 떠나겠지요.”
자신들에게 다시 잡혀 오기도 싫을 테고, 또 감옥에서 죽기도 싫을 테니까.
“아마 평생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겠지만.”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결국 자기 책임입니다.”
물론 지금은 풀려나겠지만 사건이 진행되고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그때는 결국 감옥에 가는 걸 피할 수 없다.
“어찌 되었건 진짜 살인범의 이름을 찾았군요. 마누엘이라…….”
“근데 마누엘은 필리핀에 너무 많은 이름인데요. 필리핀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 바로 마누엘입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듣기는 했지만 마누엘을 모조리 찾아다니면서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걱정하지 마세요. 찾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요?”
“가장 잘사는 마누엘을 찾으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