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8)
항고할 수도 있겠지만 항고한다고 해서 풀려나는 건 아니다.
“양측 들어오세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판사가 결정을 내렸는지 법원 직원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고 노형진 측 사람들은 긴장된 얼굴로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판결하겠습니다. 피고 이영희는 피해자를 살인할 목적으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들어 저항할 수 없는 틈을 타 피해자의 허리띠를 이용하여 살인한 것이 인정된다.”
“아!”
일부에서는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그런 탄성에 흔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이건 어차피 져야 하는 싸움이다. 하지만 얼마나 잘 지는 것이 관건인지를 알아야 하는 싸움.
‘최대한 유리한 조건이 나오길…….’
노형진의 그런 마음을 아는 건지 판사는 계속 판결문을 읽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살인이 본인의 자녀를 피해자가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점. 또한 수차례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대응 실패와 그로 인해 계속되는 폭력 때문에 정신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해진 점, 또한 그 과정에서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을 감안하면 갱생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꿀꺽.”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론은 과연 몇 년형이 나오느냐가 관건.
‘집행유예는 바라지도 않는다. 진짜 제발…….’
아무리 노형진이라고 해도 살인을 집행유예로 만들 수는 없다. 그저 최소 형량이 나오길 기대하는 수밖에.
“이 점을 감안하야 피고 이영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다. 체포 기일은 일주일 뒤로 한다.”
그 말에 뒤쪽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
“만세!”
징역 2년 살인에 대한 처벌로는 무척이나 낮은 형량인 것이다.
“후우.”
노형진은 의자에 기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형량에 비해서 터무니없다고 할 정도로 낮은 형량을 받는 데에 성공했던 것이다.
“양측은 항고하려면 2주 안에 항고하시기 바랍니다.”
“판사님이 나가십니다. 모두 일어나 주십시오.”
의례적인 마지막 말이 끝나고 판사가 나가자 다들 신나서 노형진 근처로 몰려들었다.
“자네는 진짜 대단해. 살인죄를, 그것도 아무리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고작 2년을 받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나?”
“알지요.”
노형진은 배시시 웃었다. 2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긴 시간은 아니다.
“그나저나 상대방이 항고하지 않을까요?”
검찰이 최초로 요구한 형량은 30년. 10분의 1도 안 되는 양이니만큼 검찰이 항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형진의 생각은 좀 달랐다.
“아마 안 할 겁니다. 할 이유가 없지요.”
“할 이유가 없다고?”
“이번 사건은 경찰의 무능이 부른 사건입니다. 경찰의 무능 덕분에 보호 대상이 살인을 저지르는 터무니없는 상황까지 왔고 그 덕분에 재판조차도 꼬여서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이 나왔습니다. 지금 경찰과 전쟁 중인 검찰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경찰을 씹어 대기에 좋은 사건도 없거든요.
“아!”
“만일 항고하게 되면 도리어 자신들이 카드 하나를 버리는 꼴이 됩니다. 과연 버릴까요?”
그럴 리가 없다. 지금 검찰은 경찰에 엿을 먹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아까 전에도 검사의 행동 보셨잖습니까? 그들은 이번 기회에 경찰의 기를 잡으려고 할 겁니다. 아마도 말이지요.”
당연히 그 과정에서 중간에 장난치던 녀석들은 몽땅 사라질 것이다.
“일단 우리의 재판은 끝났고 이제 마지막 정리만 하면 되겠네요.”
사건이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쉬는 시간뿐이었다.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한번 쉬고 싶네요.”
노형진은 축 늘어지면서 중얼거렸다.
미국으로 (1)
사건은 다행히 좋은 결과로 끝났다.
남은 일주일 동안 모녀는 충분히 함께 있었으며 아이를 납득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모녀가 헤어지고 난 후 노형진에게는 그다지 큰일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일하고 출석하는 일의 반복. 그러던 중 생각지도 못한 일이 노형진, 아니 새론으로 들어왔다.
“미국요?”
노형진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유민택을 바라보았다.
“그래, 미국 재판을 좀 해 주게.”
“하지만 전 미국 법률 자격이 없는데요?”
난데없이 미국에서 재판에 참가해 달라는 대룡그룹의 유민택 회장의 부탁 때문이었다.
“누가 변호사로 참가해 달라고 했나? 내가 자네에게 원하는 건 미국 변호사 자격이 아니라 자네의 그 통찰력일세.”
“하지만…….”
“물론 미국에도 뛰어난 사람은 많네. 그러나 통찰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지. 더군다나 자네는 어차피 해외에 지점을 내려고 하지 않았나?”
“그것과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만.”
새론은 다른 법인과 다르게 해외 진출도 감안하고 있었다. 그래야 글로벌 국제법무법인이 될 테니까. 한국에서 다른 변호사들이 좁은 우물에서 서로 나눠 먹는 사이 미국의 거대 법무법인들은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법인을 낸다고 해도 현지 변호사를 고용하지 제가 직접 갈 일은 없습니다만.”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가 이번 일을 해 줘야 해. 이번에는 중요한 일이네.”
노형진은 그 말에 입맛을 다셨다.
‘회장님이 날 부른 게 그냥 심심해서 부른 건 아닐 텐데.’
유민택은 노형진과 거래로 만난다는 사실을 안다. 그게 노형진이 원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거래는 단순히 돈이 아니라 거래를 통해서 이권을 줘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미국에서 무슨 일 있습니까?”
“성화로부터 소송당했네.”
“소송요?”
“그래, 거기다가 이번에는 상당히 큰 액수야.”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비록 지금이야 일이 바빠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성화와 대룡의 싸움에는 계속 관심을 가지고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요 근래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징벌적 배상이라고 아나?”
“징벌적 배상…… 끄응…….”
노형진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징벌적 배상이란 한국에 없는 미국의 독특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설마 징벌적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까?”
“그러네.”
징벌적 손해배상. 그건 미국에 있는 가장 강력한 민사적 처벌 방법이다. 보통 기업이나 피고가 범죄사실인 걸 알거나 그게 문제가 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업무를 진행하여 그것이 문제가 된 경우 사전에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진행시켜서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징벌적 배상이면 작은 규모가 아닐 텐데요?”
징벌적 배상은 수백억 단위의 배상금이 기본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인들이 결사적으로 로비하면서 한국 내에서 막으려고 하는 법규 중 하나다. 한국에서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 누구 하나 죽어도 한 5천만 원 정도 주면 땡이지만 미국 같으면 수백억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징벌적 배상 규모는 1천억일세.”
“1천억 원요? 아니 제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1천억 원 규모의 청구금액이면 작은 게 아니다. 물론 청구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성화라고 할지라도 별거 아닌 것에 1천억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리가 없다.
“제가 알기로는 미국에서 그렇게 큰 사업을 안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대룡과 성화는 전쟁 중이다. 미국에 그렇게 큰 사업을 진출할 여건이 아닌 것이다.
“사업자체는 큰 건 아닐세. 문제가 뭐냐 하면…….”
노형진에게 설명하기 시작하는 유민택. 문제가 생긴 것은 다름 아닌 음식이었다. 이번 정권에서는 한식의 세계화를 모토로 삼아서 적극적으로 밀기 시작했고 그것에 빠르게 발 맞춰서 대룡에서는 한식으로 레토르트식품, 그러니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한식을 개발해서 미국 시장을 두들겼다는 것. 그 말에 노형진은 깜짝 놀랐다.
‘대단한데? 역시 거대 기업을 일으킨 사람답다는 건가?’
노형진의 기억이 맞으면 이번 정권의 한식의 세계화 전략은 엄청나게 망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세계화, 고급화를 한답시고 거대 도시에 최고가 레스토랑을 열었으니 말 그대로 있는 사람만 먹는 음식이 된 것이다. 돈 없는 사람은 없어서 못 먹고 있는 사람은 낯선 음식이라서 안 먹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엄청난 적자를 보고 나서 철수한 것이 한식의 세계화 전략이었다.
‘확실히 레토르트식품이라면 승산이 있지.’
레토르트식품이란 간단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한국으로 보면 3분 짜장 같은 계열이 그런 식품이다. 정부에서는 고급화 전략으로 홍보를 하고 가게를 여는 사이 유민택은 한식을 먹어 보고 싶지만 먹을 수 없는 계층에 눈을 돌렸다. 일식에 비하여 먹기 편하고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맞으며 또한 포장도 편하다. 레토르트식품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국산으로 수출에 막대한 이득을 주고 있었다. 더군다나 유민택이 말한 대로 아직 시작단계라 사업 자체가 아주 큰 것은 아니다.
“좋은 생각을 하셨네요.”
한식은 일식에 비해서 간이 강하다. 그래서 사람의 입맛에는 더 잘 맞는다. 중식의 경우 맛은 있지만 기름기를 많이 쓰는 편이기 때문에 약간 느끼한 맛이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레토르트식품으로 한식의 미래는 상당히 밝은 편이다.
“자네가 말해준 말이 생각나더군. 상생. 확실히 미래는 그게 지배하는 세상이 될 걸세.”
그 말에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한국 내 농가들과 제휴하고 공급받은 재료로 몇 가지 제품을 만들었지. 반응은 좋더군.”
현재 대룡에서 미국에 선보인 레토르트식품은 총 네 가지. 비빔밥과 주먹밥 그리고 불고기와 잡채다. 레토르트식품으로 만들기 좋고 빠르며 문제가 안 생기는 제품들.
“의외네요. 김치가 안 들어가다니.”
“김치는 이미 진출한 데다가 김치는 메인이 아니지 않은가? 미국 문화를 알아야지.”
“하하하.”
확실히 유민택은 감각이 있었다. 미국은 반찬이라는 개념이 없다. 한국은 하얀 쌀밥을 먹기 위해서 반찬이 필요하지만 미국 음식은 대부분의 음식이 고유의 맛이 있다. 한국의 쌀밥과 비슷한 것은 빵인데 빵과 김치는 완전 상극이라고 할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서 김치는 뺀 걸세.”
“잘하셨습니다.”
사람들은 ‘한국=김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계화한다고 하면 무조건 김치부터 외친다. 하지만 그건 가장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겁니까?”
“음식에서 엄청난 양의 대장균이 나왔네.”
“네? 대장균요?”
“그러네. 말이 안 돼. 어떻게 거기에 대장균이 들어간 건지 알 수가 없어.”
“내부에서 증식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불가능하네.”
모든 식자재는 꼼꼼하게 세척하고 그 후에 조리 전 자외선 살균기를 거치면서 모두 살균 처리한다. 모든 근무자는 위생복을 입어야 하며 수출 전 그리고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 통관 전 회사 차원에서 랜덤하게 검사한다. 미국 정부가 따로 검사하는 것과는 별도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 땅에 뿌려지면 대장균이 생긴단 말이야.”
“네에?”
노형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레토르트식품의 개발 목적 자체가 음식의 제맛을 살리면서 오래보관하기 만들어진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합니까?”
“그러니까 나도 미칠 노릇이야.”
미국에 진출한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 미국에 가면 계속 대장균 문제가 터지고 있었다.
“소송을 건 사람은 누굽니까?”
“FDA.”
“생각보다 일이 커졌군요.”
FDA. 미국는 미국 내의 식품과 약에 대한 통제를 하는 집단으로 전 세계적으로 깐깐하다고 소문이 난 집단이다. 그들은 한국과 다르게 거의 랜덤으로 검사하며 또 그걸 비밀리에 진행한다. 한국은 식품 검사를 할 때 회사에 말해서 해당 물건을 받아서 검사한다.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니다. 미국은 검사할 때 직접 받아서 하기도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을 구입하여 하는 것이 보통이다. 공급받는 것은 장난을 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사 항목 중 무려 68%에서 대장균이 나왔네.”
“뭐라고요? 그게 가능합니까?”
“그러니까 돌아 버리겠다는 거야.”
68%면 당연히 그들이 나설 만한 일이다. 다행히 판매량이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만만하게 본 대룡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무려 1천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하긴…… 1천억 원이라고 해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많은 건 아니지.’
한국에서 1천억 원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하지만 상대는 미국 1천억 원이라고 하면 미국 달러로 계산하면 8천만 달러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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