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89)
노형진은 미국으로 왔다.
미국에 도착하자 엠버가 조용히 그에게 다가왔다.
“미스터 노, 최근에는 자주 뵙는 것 같네요.”
“좀 바쁘군요. 그나저나 준비는 다 되었습니까?”
“네, 암 환자들 그리고 백혈병 환자들을 중심으로 두한자동차의 소유주를 확인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지요? 이해가 안 갑니다만.”
“제가 보내 드린 서류는 보셨지요?”
“네. 아, 물론 바로 파기했고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갑니다.”
“흠…….”
노형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엠버에게 말했다.
“엠버, 미국에서 두한자동차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두한자동차의 수준요?”
“네, 두한자동차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군요.”
“뭐랄까, 비싸지는 않지만 쓸 만한 차 정도지요. 쉽게 말해서 자랑하거나 특출할 건 없지만 딱 실용적으로 타기에 적당한 가성비가 좋은 차가 바로 두한 차입니다.”
웃기게도 한국에서 만들어서 한국에서 파는 두한의 차가, 한국에서 만들어서 미국에서 파는 차보다 비싸다.
한국에 대체할 만한 뭔가가 없다 보니 거의 독과점 수준이라 통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몇몇 모델은 한국의 절반 가격이며 한때 대형차를 사면 소형차를 주는 끼워 팔기까지 했었다.
물론 한국은 그런 게 해당 사항이 없는 게 문제지만.
“그런데 그게 문제인가요?”
“문제지요. 엠버도 아시지 않습니까? 가성비가 좋은 차들의 소비자들이 누군지요.”
차가 필요하지만 비싼 차를 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의 선택. 그게 바로 가성비다.
가성비란 좋게 말하면 쓸 만한 가격에 쓸 만한 물건이라는 칭찬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럭저럭 쓸 만한 수준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그걸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평범한 이들이지요.”
“그건 맞아요. 부자들은 굳이 두한 차를 타지 않지요.”
그래서 미국에서 반응이 좋은 두한의 차들은 고급 라인이 아니라 실용 라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의 의료보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되지요.”
“네, 그건…… 아…….”
그제야 엠버는 노형진이 왜 뜬금없이 백혈병 환자들을 모았는지 알아차렸다.
방사능은 암과 백혈병과 아주 관련이 깊다.
그리고 미국에서 그런 병에 걸리면 어지간한 부자가 아닌 이상 그냥 죽어야 한다.
물론 그나 다른 가족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그 회사에서 계속 의료보험을 지원해 준다면 좀 나을 테지만.
“차를 타고 계속 출퇴근하며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직원도 있고 또 영업맨도 있다.
차를 많이 탄다는 것 자체가 직장인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질병이 발병해서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당연하게도 해직되지요.”
그러면 의료보험이 끊기는데, 그때는 집을 팔아도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냥 집에서 죽는 날만 기다려야 합니다. 그게 현실이지요.”
노형진의 말에 엠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제야 노형진이 노리는 게 뭔지 알아차렸다.
“만일 그 원인을 알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진짜 목숨 걸고 달려들겠군요.”
“목숨 걸고 달려드는 정도가 아닐 겁니다. 진짜 죽더라도 달려들 겁니다.”
자신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가족은 살아야 하니까.
“잔인한 말이네요.”
“하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말이지요.”
노형진의 말에 엠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잔인하지만 그건 현실이다.
“그들 차량을 확인하고 그 차량의 방사능 수치를 확인해서 알려 주십시오. 수치가 높은 차량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신청할 겁니다.”
그리고 그게 터지면 아마 두한은 공포에 벌벌 떨게 될 것이다.
* * *
노형진이 고른 사람은 백혈병으로 죽어 가고 있는 흑인 노동자였다.
이름은 빌 하머. 영업 사원이었고, 그는 두한의 차를 타고 다니다가 백혈병으로 입원했다.
차량의 구입 시기는 2012년 초.
그러니까 대략 3년 정도 타고 다닌 것이다.
그는 집의 침대에 누워서 파리한 얼굴로 자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듣고 있었다.
“귀하의 차량에 대한 정식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당 차량에서 기준치의 마흔 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나왔습니다.”
“몇 배요?”
“마흔 배입니다.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지난 3년간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신 겁니다.”
노형진의 말에 빌 하머는 혼이 나간 듯한 얼굴이 되었다.
“내가…… 죽는 이유가 자동차 때문이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그럴 리가요! 하지만 차는 멀쩡했는데……!”
“차의 엔진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해당 차량은 한국에서 수입된 것이지요.”
노형진은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말해 줬다.
“지금은 수입되는 차량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하지만 그때는 그런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일본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 어마어마하게 수입되었지요. 그 수입된 고철을 가공해서 두한이 만든 것이 바로 이 차량입니다.”
빌 하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말은, 그들이 방사능이 들어간 걸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방사능이 열처리를 통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니까요.”
“그, 그런…….”
“이건 단순히 치료비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 차원에서 이득을 위해 소비자의 목숨을 죽여 버리는 행동이지요. 그리고 그런 경우 미국 법에서는 징벌적 배상을 신청합니다.”
“하지만…….”
빌 하머는 어떻게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내가…… 왜…… 내가…… 흑흑…… 내가 왜 죽어야 하는데…… 이 개 같은 새끼들……. 내가…… 난 죽기 싫은데…… 흑흑흑.”
두한에 대한 분노.
자신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
자신이 죽은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걱정.
하지만 징벌적 배상을 통해 살아남을 가족.
그의 감정은 도무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싸움은 지금부터니까요.”
노형진은 차분하게 말했다.
“중요한 건 당신이 그들과 싸울 의사를 가지는 겁니다. 물론 이 싸움은 지금부터일 겁니다.”
“네?”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닐 테니까요. 두한 쪽은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그러니 길고 긴 싸움이 될 겁니다.”
“싸우겠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입니다.”
빌 하머는 죽음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뒤에 남을 가족들이다.
어마어마한 병원비로 인해 그들은 노숙자로 전락할 위기다.
“다만…….”
말을 하던 빌 하머는 입을 다물었다.
미국의 변호사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끝까지 싸우고 싶지만, 시간당 책정되는 변호사 비용을 그가 감당할 방법은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후불로 하기로 했습니다.”
“후불로요?”
“그렇습니다. 이게 과연 얼마 정도의 사건이 될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건…….”
“최소 천만 달러 이상입니다. 어쩌면 억 단위가 나올 수도 있지요.”
“네에?”
“우연이 아니니까요.”
우연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 아니다.
명백하게 두한에서는 일본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폐철을 수입했다.
그 당시에 미친 듯이 일본의 철 가격이 떨어진 이유를 과연 두한에서 모를까? 그랬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돈 때문에 그걸 수입했다.
그리고 몰래 팔아먹었다.
“저희 드림 로펌은 그 기간 동안 여러분의 생활비를 전액 지원하겠습니다. 물론 적당한 수익률을 약속해 주신다면 말이지요.”
“그만큼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건가요?”
“그만큼 가능성이 높냐고요? 이 정도 사건을 지면 변호사를 그만둬야 합니다.”
노형진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이 사건은 제가 직접 담당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드림 로펌에는 최고의 변호인단이 뭉쳐 있습니다. 그들이 이번 사건을 전담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한국의 변호사입니다. 한국에서 관련 자료를 보내 줄 겁니다.”
“그러면…….”
빌 하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장 집도 압류되어서 경매로 팔려 나가기 직전이다. 그런데 생활비까지 준다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하겠습니다, 그 소송.”
“잘 선택하신 겁니다.”
노형진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에게 승리를 안겨 드리지요, 후후후.”
자본주의에는 자본주의로
드림 로펌에서 두한에 청구한 징벌적 배상. 그 타격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건 두한에 있어 말 그대로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다.
“각 지점별로 해당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각 지역신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에 참가할 인원을 모집하는 광고를 냈고, 각 지점으로 두한의 차량을 가지고 오면 직접 방사능 측정 이후에 징벌적 배상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노형진이 집중적으로 언론에 터트린 건 빌 하머의 사건뿐이지만 다른 피해자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피해자를 모아 한꺼번에 소송을 하기로 했다.
“역시나라고 해야 하나.”
“뭐가 말이지요?”
“한국의 언론은 조용하네요. 어마어마한 사건인데 말입니다.”
청구 금액이 무려 3억 달러다. 한화로 대략 3,500억에 가까운 돈이고 말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관련 기사가 하나도 없었다.
“그게 새어 나가면 두한은 곤란하니까요.”
엠버는 몇 번의 경험으로 한국의 언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대기업에 타격이 갈 만한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뭐, 일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중요한 건 두한에 타격을 입히는 겁니다. 더 이상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지요.”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저쪽에서는 몰랐다고 나올 게 뻔한데요.”
“과연 그 말이 먹힐까요?”
전 세계에서 후쿠시마 사태를 모르는 기업이 있기는 할까?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고철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하지만 한국은 돈으로 하는 재판이니까요. 두한 쪽에서는 엔더식스를 고용했다고 하네요.”
“엔더식스?”
“네. 현재 가장 핫한 로펌이지요. 최악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로비에 능숙한 모양이군요.”
“네. 현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싸우면 질 게 뻔하니까요.”
그러니 로비를 통해 어떻게 해서든 재판을 하려고 하는 게 뻔했다.
“물론 로비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모르지만요.”
“배심원들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당장 모레에 배심원 선발이 있어요. 가능하면 우리 쪽에 유리한 배심원을 선발해야겠지만 그게 쉬울지…….”
워낙 큰 사건이고 미국 전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다.
사실 현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한국보다는 미국의 승리를 원하고 있다.
지금 한국 자동차 때문에 미국 시장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엔더식스 역시 자기들한테 유리한 배심원을 고르려고 할 테지요.”
“맞아요.”
결국 그건 양쪽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몇 가지 질문만으로 그 사람의 성향을 특정해서 배심원을 정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나 두한 쪽에 관련된 사람을 뽑아 버리면 재판은 시작도 하기 전에 진 꼴이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몇 가지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네? 방법요? 하지만 미스터 노는 미국 배심원 제도에 경험이 없지 않나요?”
“아, 딱히 있지는 않지만요.”
노형진은 차마 회귀한 것을 말하지는 못하고 그저 웃었다.
“다른 의미에서 그쪽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판단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엠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그녀에게도 나름의 방식이 있다. 하지만 노형진이 말해 주는 걸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당장은 아니어도 나중에라도 쓰게 될 수 있으니까.
노형진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았다.
“일단 배심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옷입니다.”
노형진은 차분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