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92)
-이번에 있잖아, 일본에서 폐철이 엄청나게 싸게 나왔던데? 그것 좀 수입해 봐.
-네? 하지만 그건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가격이 싸잖아.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으니까 싸지요. 그건 쓸 만한 철이 못 됩니다, 부장님.
-그건 우리가 판단해. 그거 수입해. 지금부터 우리가 지급하는 돈은 거기에 맞춰서 줄 거야.
-하…… 하지만 사장님, 그건…….
-어차피 그거 한국에 들어올 때 방사능 검사하는 것도 아니잖아? 들여와서 빨리 돌리면 정부도 몰라. 그거 녹여서 쓰면 된다고.
-부장님, 방사능은 열처리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녹여서 다른 철이랑 섞는다니까. 그러면 방사능이 약해질 거 아냐.
-그건 위험합니다, 부장님!
-홍 사장, 사업하기 싫어?
-네?
-요즘 내가 같이 어울려 주니까 우리가 같은 수준인 줄 알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홍 사장 회사가 어디 홍 사장 회사야? 우리가 살짝 기침만 하면 날아가는 회사 부여잡고 지랄하지 말고, 수입해서 공급해. 다음 달부터 우리는 일본 고철 기준으로 단가 맞춰서 줄 거야. 알았어?
홍준구와 부장이라는 사람의 대화.
엠버는 혀를 내둘렀다.
-방사능에 오염된 걸 알면서도 강제하는군요.
“그래요. 확실한 증거를 찾았습니다. 이걸 가지고 미국에서 방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피해자들은 어떤가요?”
-일단 재판이 시작되고 나서 저희가 병원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배심원들은요?”
-미스터 노의 말대로 살짝 두한 쪽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 적대적인 건 아닙니다만.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애초에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순전히 우리 취향대로만 배심원을 심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두한에 적대적인 이상 배심원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관련 증거들과 증인들은 조만간 도착합니다.”
그 당시 근무자들은 미국으로 가서 증언하기로 약속했다. 심지어 홍준구 역시 결심을 굳히고는 미국행을 결정했다.
그러니 그들이 미국에 가서 증언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새론에서 그 정도 비행기값은 지원해 줄 수 있으니까.
“이제는 일을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언론에 나가는 건 두한이 어떻게든 막고 있습니다.
“좀 잔인한 방법이지만…….”
노형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를 찾으세요.”
-아이요?
“네, 아이요. 두한의 차를 모는 부모를 가진 애들이 있을 겁니다. 그 애를 데리고 언론 플레이를 합시다.”
-미스터 노, 하지만 그럴 필요까지야 있나요? 이미 배심원은 재판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고,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얻지 못합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고립되어서 법원에서 주는 정보만을 보고 판단한다.
-지금 아이를 이용해서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재판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흠…… 그건 그렇지만요. 애초에 우리 목적은 두한에 타격을 주는 겁니다. 재판에서 이기는 게 아니고요.”
-두한에요?
“제가 두한에 원한이 있다고 해 두죠.”
노형진은 더 이상 말하지는 않았다.
해 봐야 의미도 없으니까.
“분명 언론 플레이를 통해 압력을 행사해도 배심원들은 모를 겁니다. 하지만 두한의 미국 차 판매량은 절대적으로 곤두박질치겠지요.”
재판을 하는 것은 남의 일처럼 보인다.
물론 방사능 관련 사건인 걸 알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좀 남의 일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철저하게 삼인칭으로 전달되니까.
“하지만 언론 플레이는 다르지요.”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 그걸 건드리는 것이다.
특히나 아이들은 약하다.
당연히 방사능에 훨씬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본만 해도 현재 과거에 비해 아동 갑상선암 환자가 확 늘어났습니다.”
그러니 아이를 이용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면 부모들은 두한의 차량에 공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두한을 아주 작살내 버릴 생각이군요.
“장기적으로는요.”
-알겠습니다, 미스터 노. 당신의 싸움에 함께하지요. 적당한 아이를 찾겠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뿌린다면 그건 좀 어색하지 않을까요?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이들 개개인의 질병에 대해 기자들이 취재할 리는 없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걸 도와줄 만한 사람을 알고 있으니까요.”
노형진은 자신 있게 말했다.
* * *
노형진이 도와 달라고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손채림이었다.
정확하게는 손채림이 관리하는 계정이다.
손채림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거래하고 그들과 SNS를 한다.
당연히 그 안에는 재벌에서부터 할리우드 스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다.
물론 개인 계정이 아니라 일종의 사업 계정인 만큼, 쓸데없는 말은 잘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올린 건 그만큼 파급력이 있지.”
쓸데없이 자주 올리는 게 아니라 올리는 것 하나하나가 파급력이 강하달까?
가령 어떤 영화에 대한 투자 이야기라도 하면 그 영화에 투자가 몰려드는 식으로 말이다.
“이걸 이렇게 하나만 올려 두면…….”
노형진은 엠버의 SNS에 올라온 걸 손채림이 팔로잉하도록 해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 놨다.
“역시 엠버야. 미국 사람들이 품고 있는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
친모 혼자서 키우는 소녀.
아버지는 출근 중 갱단의 총격전에 휘말려서 죽임을 당했고, 어머니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어린 딸이 암에 걸려 현재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국가 빈민 지원 병원이라 제대로 된 치료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다.
돈이 없으니까.
“그리고 그들의 차량이 바로 두한의 차량이지.”
중고로 산 두한의 차량.
싼 가격의 물건을 그나마도 돈이 없어서 중고로 사야 했던 모녀에게 벌어진 지옥 같은 상황.
그나마 그녀가 산 차도 중형이나 준중형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대형 차량을 사면 소형차를 한 대 줄 때 나온 차.
즉, 1+1로 준 차를 중고로 팔아 버린 것이다.
-내 계정 터진다.
손채림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접속률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겠다.”
사업에 관련된 계정이나 정보라면 다른 사람들이 공유를 하지 않겠지만 불쌍한 사람을 돕고자 하는 정보였고, 할리우드의 스타들과 부자들은 너도나도 이를 공유했다.
당연히 단시간 내에 수천만이 그걸 보았고, 다른 계정에서 본 것까지 생각하면 억 단위는 가뿐하게 넘어갔다.
-너무 복잡해지는 건 아닌가 몰라?
“어차피 공개 계정이잖아. 딱히 중요한 것도 없는데 뭘.”
-그렇기는 하지.
“그리고 자기 취향의 정보가 올라오지 않으면 알아서 언팔하고 나갈 거야.”
중요한 것은 지금의 화력이다.
당장 그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 언론사에서 취재를 하겠다고 연락이 오고 있었다.
“일단은 여론이 중요하니까.”
-그런데 재판에 영향도 못 준다면서 왜 한 거야? 물론 그 애를 도와주는 게 목적이라면 좋은 의미이기는 한데.
“물론 도와주는 것도 목적이기는 해. 하지만 다른 목적도 있어.”
-다른 목적?
“그래. 금방 효과가 나올 거야, 후후. 이제 두한에 폭탄을 하나씩 배달해야지.”
그리고 그 첫 폭탄은 아마 두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플 거라고 노형진은 확신했다.
* * *
두한의 회의실. 그 안에서 이상주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래서 대책이 없다?”
“그게…… 저희도 나름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만 딱히 다른 방법이…….”
그냥 뇌피셜이라면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진짜로 자동차에서 방사능이 나와 버렸다.
그 때문에 사건은 극도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 방사능에 오염된 차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두한이 수출한 모든 차들이 다 방사능에 오염된 것은 아니다.
완전히 고철로 철강을 만든 것도 아니고 수입할 때 한 말처럼 그걸 가지고 와서 녹여 다른 철과 섞으면 확실히 방사능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끔 폐철이 많이 들어간 시기에 만들어진 철강들은 아무래도 기준치 이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게 얼마나 되는데?”
“그게…… 알 수가 없습니다.”
“뭐?”
“알 수가 없습니다. 저희도 나름 조사하려고 하지만 워낙 수출된 차들이 많아서…….”
가성비가 좋다 보니 나름 판매량이 많았다.
특히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 사람들은 일본 상품을 꺼렸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국 상품이었다.
기술력도 좋고 가격도 싸니까.
그런데 그게 도리어 독이 되어 버렸다.
갑자기 판매량이 늘어서 다급하게 후쿠시마에서 고철을 수입해서 섞은 것이 문제가 될 줄이야.
“최대한 우리와 상관이 없다고 언플해. 그 꼬맹이가 백혈병에 걸린 게 왜 우리 책임이야?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해.”
결국 방법은 그것뿐이기에 이를 박박 갈면서 이상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당장 미국 지점에 이야기해서 광고량 두 배, 아니 세 배로 늘리라고 하고, 광고는 자연주의 같은 쪽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아들 이문소가 들어왔다.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정신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이상주는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당장 기업이 흔들리게 생겼는데 중요 회의에 지각이라니.
그런데 이문소의 표정이 이상했다.
“아버지, 지금 회의 주제를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문소의 입에서 긴 한숨이 나왔다.
“방금 미국에서……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 우리가 수출한 모든 차량에 대한 전량 리콜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뭐어?”
다들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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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이란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그걸 상대방에게 고지하고 한꺼번에 수리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리콜에 적극적입니다.”
노형진은 뉴스를 보면서 유민택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지. 한국은 국가가 철저하게 기업 편이니까.”
그래서 꼭 리콜해야 하는 경우에도 강제적 리콜이 아니라 자발적 리콜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똑같은 리콜이지만 그 둘은 완전히 다르다.
강제적 리콜은 어떻게 해서든 알려서 수리받도록 해야 하지만, 자발적 리콜은 하자를 알고 요청하는 사람에게만 수리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무상 수리라는 애매한 말로 리콜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만요.”
“하여간 이번에 두한은 타격이 크겠어.”
“그래서 제가 아이를 이용한 겁니다. 리콜이 들어가면 타격이 어마어마할 테니까요. 소송만 진행하면, 엄밀하게 말하면 그건 빌 하머 씨와 두한의 문제입니다. 정부에서 끼어들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아이라는 존재가 끼어들면? 미국 정부는 리콜을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미국의 아동에 대한 보호는 최소한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아주 강력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가 아동 강간을 해도 돌려보내는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친부모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양육권을 박탈해 버린다.
“그런데 방사능 차량으로 인해 아동에게 암이 발생했다? 그런 의심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리콜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찾아다니면서 방사능 측정을 할 이유가 없어지지요.”
지금까지는 드림 로펌에서 사람을 사서 암이나 백혈병 환자들에 대한 조사를 하거나 길에 있는 두한의 차량에 대한 방사능 조사를 하면서 방사능 오염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식으로 리콜이 들어갔으니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리콜이 들어간 이상 모든 차량을 점검하고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정부에서 강제 리콜을 해 버렸으니까.
“그리고 방사능 오염된 차량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재판에서 유리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유민택은 미소 지었다.
“그렇잖아도 지금 두한에서는 난리가 난 모양이더군. 현 상황은 리콜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벌써 그쪽 정보가 나왔습니까?”
“그 정도는 정보라고 할 수도 없지.”
어깨를 으쓱하는 유민택.
“두한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테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리콜이라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가령 문이 주행 중에 자꾸 열리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든가 아니면 차량의 잠금장치를 바꿔야 한다.
당연히 회사는 전자를 선호한다.
후자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책이 없으면 후자를 하기는 해야 한다.
“근데 이건 차량 자체가 문제이지 않나?”
부품이나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그 자체에서 방사능이 나온다.
당연히 두한에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을 처리할 방법은 없다.
“환불 요청이 미친 듯이 들어오겠지.”
수리할 수 없는 심각한 증상인데 사람들이 그걸 탈까?
방사능이 뿜어져 나오는 차량을 세상의 누가 타겠는가?
“하지만 환불은 불가능할 테고 그에 관련된 교환도 불가능하니, 결국 소송으로 가겠군.”
만일 그 모든 차량들을 다 교체해 주거나 하면 두한자동차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 몇 년 치 수익을 모조리 줘야 하는 데다가, 그렇게 들어온 방사능 차량들에 대한 처리 문제로도 어마어마하게 비용을 들이게 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차량에서는 기준치 이하일 가능성이 높지요.”
“그런가?”
“네. 하지만 그게 제가 노리는 겁니다.”
“노리는 거?”
“제 경험상 이런 경우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는 바로 ‘기준치 이하’라는 말입니다.”
빌 하머처럼 수치가 높을 가능성은 사실 낮다. 빌 하머가 무척이나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치가 낮다’, ‘기준치 이하다’라는 말로 커버를 한다고 해도 결국 재판으로 들어가게 되면 불리한 건 두한입니다. 미국을 달리 소송의 나라라고 하는 게 아니니까요.”
‘전자레인지에 고양이를 넣고 돌리지 마시오.’라는 말이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지긋지긋한 소송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건 소위 말하는 도시 전설이며, 제조자의 책임자 배상 문제를 위해 교수가 만들어 낸 가짜 사건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황당한 이유로도 소송을 할 만큼 소송이 많은 곳이 미국이다.
“아마 리콜에 들어가서 방사능이 인정되는 순간 미친 듯이 소송이 진행될 겁니다.”
그리고 그걸 막아야 하는 두한은 미치고 팔짝 뛸 것이다.
“그사이 우리가 그들의 움직임을 봉쇄하면 타격은 더욱 커지겠지요.”
“자네를 적으로 안 돌린 게 다행이지 싶군.”
유민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두한이 이번에 어떻게 이겨 낼지 참으로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