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93)
이문소는 다급하게 미국으로 출국했다.
사건이 너무 커져서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도착했을 때 현장은 아주 개판이었다.
“이거 어쩔 거야!”
“방사능이 나오잖아! 방사능이!”
“아니, 당신들 때문에 내가 아프잖아!”
리콜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차량을 가지고 그곳에 가야 한다.
드림 로펌에서는 당연히 그 앞에다가 임시로 사무실을 구해서 방사능 측정기로 방사능을 측정해 주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방사능 측정기는 개인이 사기에는 좀 가격이 있는 데다가 그다지 범용성이 있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그 앞에서 방사능 측정을 해 줬다.
물론 방사능이 검출되는 경우 소송을 드림 로펌에 맡긴다는 조건이기는 하지만, 자기들이 측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또 두한의 서비스 센터의 말을 다 믿을 수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친 듯이 몰려올 수밖에 없었다.
“저 새끼는 뭐야?”
두한의 서비스 센터 앞에 아예 ‘방사능 측정 중’이라고 쓴 간판까지 단 드림 로펌을 보고 이문소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저게 이번에 우리한테 소송을 건 그놈들입니다.”
“뭐?”
“드림 로펌이라고, 미국에서 대형 로펌입니다. 우리들한테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했습니다.”
“이런 개 같은 새끼들이.”
이문소는 이를 박박 갈면서 그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법적으로 유리한 것은 저들이고, 자신들은 불리한 상황.
“저거 어떻게 못 해?”
“그게, 완전히 개별적인 건물인지라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업무방해 같은 거로는 처리 못 하냐고!”
“우리 업무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서…….”
그저 리콜을 하기 위해 오는 차량들을 대상으로 방사능 측정을 해 주는 것뿐이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물론 당하는 두한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지만.
“지금 상황은 어때?”
“좋지는 않습니다. 90% 이하는 기준치 이하로 나오고 있습니다만.”
“90%? 나머지는?”
“나머지는 기준치 이상입니다. 그중에서 심한 건 백 배까지…….”
“뭐? 백 배!”
이문소는 정신이 아찔했다.
이런 경우는 덮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차량 운전자는? 어떻게 해서든 입을 다물게 해. 돈을 얼마나 주든 입을 다물게 해야 한다고!”
“그게 불가능합니다. 이미 저들에게서 측정을 하고 의뢰를 하고 온 상황인지라.”
“…….”
이문소는 황당한 표정으로 드림 로펌 쪽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이쪽으로 바로 오기보다는 저쪽에 먼저 들릅니다. 더군다나 우리한테 온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차를 통째로 바꾸기 전에는 리콜이 끝날 수가 없다.
“그래서 리콜된 차량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둘 자리조차 없습니다. 리콜의 경우는 다른 차량도 지원을 해 줘야 하는데 지금 렌터카들조차도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보고하는 담당자.
“본사 차원에서 해결책이 나오기 전에는…….”
본사 차원에서 딱히 해결책이 나올 리가 없기 때문에 이문소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현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끄응…….”
이문소는 신음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 * *
-이문소를 만났습니다. 협상을 하자고 하더군요. 피해자에게 20억을 주는 조건으로 소송을 취하해 달랍니다.
“개소리하지 말라고 하세요.”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고작 20억으로 끝날 사건이 아니다. 200억을 줘도 취하해 줄까 말까인데 고작 20억이라니.
“저쪽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피할 생각일 겁니다. 그래서 그걸 기준으로 판단하는 거고요.”
-하지만 어떻게 피할 생각인 걸까요? 증인과 증거가 다 이쪽에 있는데요.
이미 그 원자재를 수입했던 사람들이 미국으로 가서 증언을 했다. 그리고 그 관련 증거까지도 있다.
현실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피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요. 그게 문제군요.”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저들은 단순한 손해배상으로 사건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단순한 손해배상도 절대 싼 가격은 아니겠지만요.”
어찌 되었건 두한의 자동차가 가성비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적지 않은 양이 판매된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배상을 다 해 주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겁니다. 그러니 징벌적 배상을 최대한 피하고 싶겠지요.”
-소문으로는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나온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거기서 측정하고 수임하지 않았나요?”
-그랬지요. 하지만 개인적인 접촉까지 막을 수는 없어요. 아시다시피 소송이라는 게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니까요. 그리고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미국은 문맹률이 좀 높은 편입니다.
엠버의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미국인들은 생각보다 무식하다.
대통령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는 수준이다.
엠버는 그걸 돌려서 까는 것이다.
“미래에 받을지 못 받을지 불확실한 돈보다는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눈앞의 돈을 선택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래에 20억 정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해도, 정확한 금액은 재판이 끝내 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당장 5억을 준다고 하면 미래의 20억은 의미가 없어진다.
-병에 걸린 사람이라면 모르지만요. 아니, 병에 걸려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진료비. 그 때문에 당장 현금이 필요하다.
미래의 20억을 기다리다가 죽을 수도 있다.
“하긴 빌 하머 씨가 좀 특수한 경우지요.”
빌 하머는 완전 시한부다. 더 이상 어떻게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는 소리다.
그에 반해 다른 사람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
치료를 하면 살 수도 있고, 살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하다.
“두한이 제법 머리를 쓰네요.”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그들이 그렇게 나오면 노형진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그들 모두를 도와줄 수는 없다.
당장 인디언 자치구 내의 암 병동은 포화 상태여서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도 없는 수준이고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둡시다. 다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타격을 입혀야지요.”
-어떻게 말인가요? 사실 지금 상황만으로도 두한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리콜에 들어가는 비용만 조 단위가 넘을 테고, 손해배상까지 생각하면 본사까지 흔들릴 텐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전 한 번 더 카운터를 날려 볼 생각입니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한국요?
“네, 한국요.”
노형진은 자신 있게 말했다.
“아마 이번 사건 이후에 두한의 시장점유율은 미친 듯이 떨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 * *
노형진은 미국의 사건을 한국에다가 터트렸다.
그동안 두한에서 어떻게 해서든 해당 사실을 감추기 위해 노력해 왔고 언론사들과 정부도 그런 그들을 도와줬다고 하지만, 노형진이 작심하고 인터넷에 뿌리기 시작하자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한국에는 암 환자들이 엄청 많은 편입니다. 대부분의 대형 병원들이 암 병동을 만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요.”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당수의 한국 사람들은 두한의 차량을 이용하고 말이지.”
“맞습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씩 웃었다.
“미국에서 일이 터졌지만 한국이라고 해서 그게 수습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인터넷에는 두한의 차들을 검사하는 콘텐츠가 있더군요.”
그러자 유민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노형진을 쳐다보았다.
“그거 자네가 만든 거 아닌가?”
“하하하.”
노형진은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돌아다니며 랜덤하게 두한의 차량에서 나오는 방사능을 측정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인터넷에 뿌렸다.
어차피 주차된 차들이고 차량 번호만 가리면 문제 될 것이 없으니까.
당연히 그중에는 방사능이 검출된 차량들이 있었고, 두한은 허둥거리면서 인터넷에 있는 글을 내리려고 했지만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이 문제는 도무지 덮이지가 않았다.
“맘 카페라니, 머리가 진짜 좋아.”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게 어머니라는 말이 있으니까요.”
노형진은 인터넷에 퍼트리는 방법으로 다름 아닌 맘 카페를 이용했다.
물론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곳이기는 하지만 그곳의 파급력은 약하지 않았고, 특히나 아이들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예민한 곳이 맘 카페니까.
“그곳을 제대로 이용하면 안 퍼질 수가 없지요.”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것은 나이가 많지 않다는 뜻이며, 그 나이대의 사람들은 대부분 두한의 차량을 이용한다.
그런 상황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소문이 나자 다들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격할 곳이 더 남았다는 게 뭔가?”
“한국에서 두한의 차량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일단 가격이겠지.”
다른 회사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싼 곳은 두한이다.
물론 품질에 대한 약간의 의심은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까.
“물론 가격 문제도 있지요.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두한의 차를 선택하는 이유는 수리비와 중고차값 때문입니다.”
노형진은 소파에 기대서 느긋하게 말했다.
“일단 두한은 한국에서는 절대 리콜을 해 주지 않을 겁니다. 할 수가 없지요.”
“그렇겠지. 정부에서 가만둘 리도 없고.”
“그러면 그 차들은 어디로 갈까요?”
“그건…… 중고차 시장이군.”
중고차 시장. 현실적으로 새 차보다 중고차를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돈이 없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몇천만 원은 너무나 큰돈이다.
“맞습니다. 중고차 시장이지요. 그리고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큰손이 누구지요?”
“우리군.”
유민택은 방긋 웃었다.
과거에 노형진과 함께 성화와 싸우면서 중고차 시장을 싹 쓸어버린 적이 있다.
그들이 너무 양아치 짓거리를 해서, 일종의 청소를 한 것이다.
“현 상황에서 대룡이 차량 방사능 측정을 시작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
중고차가 가지는 가치는 아주 중요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차량의 거래라는 게 일종의 순환이 있기 때문이다.
새 차를 사람은 새 차만 계속 사는 편이다.
새 차를 사서 3년쯤 타다가 보증이 끝나 갈 때쯤 해서 그걸 중고로 팔고, 그 돈에 좀 더 자금을 합해서 다시 새 차를 사는 것이 새 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패턴이다.
“그런데 만약 중고차가 정상적인 가격으로 나오지 않기 시작하면요?”
“그 차를 사는 사람은 없겠지.”
“그리고 문제가 되는 건 딜러들이지요.”
“딜러? 딜러들은 왜?”
“중고차 거래는 중개가 아닙니다.”
누군가 소유한 차량을 중개해서 파는 게 아니라, 딜러들이 차량을 구입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적당한 가격에 파는 것이다.
“그런데 방사능에 오염된 차들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차들이 팔릴까요?”
팔릴 리가 없다.
그걸 사 가는 미친놈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중고차 딜러는 다급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중고차 딜러들은 쩐주를 물거나 대출을 받아서 하거든요.”
그런데 중고차 가격이 똥값이 되고 그나마도 안 팔린다면?
중고차 딜러들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들이 책임을 물을 곳은 한 곳뿐이지요.”
“두한이군.”
“두한에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일단 시작은 하는 겁니다.”
현재 방사능 문제가 연일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지만 정작 두한에 싸움을 거는 사람은 없다.
혹시나 그들에게 찍힐까 봐 두려운 것이다.
두한은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대기업이니까.
“하지만 딜러들은 막장이지요.”
망하든가, 싸워서 살아남든가.
당연히 딜러들이 뭉쳐서 소송을 하게 되면 두한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중고 거래가 되지 않는 차를 사려고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제 두한자동차의 기둥뿌리를 흔들 시간입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