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0)
“주변을 보세요.”
“주변을? 아!”
의외로 자신 말고도 타이트하고 야한 복장을 한 여자들이 많았다. 아마도 이 근처에 여자들이 많이 있는 직장이 있는 모양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것은 그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안 받는 겁니다. 캐서린 씨가 그게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까 그런 것뿐이에요.”
“그럼 저한테 아까 하신 건?”
“출발하기 전에 확인해 보니 이 주변에 슬럼가가 많더군요.”
슬럼가가 많다 보니 대부분 하층민이다. 그런 하층민들이 사는 곳은 아무래도 그런 정장 스타일이 아닌 편하고 튼튼한 옷을 찾는다.
“그래서?”
“네.”
여자들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남자들을 꼬시려고 자극적인 옷을 입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은 처음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처음이죠.”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사람들은 다 비슷하니까요.”
노형진은 대충 둘러대면서 마트 안에서 물건이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물건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정확하게는 있었던 곳이라고 해야 할까?
“여기군요.”
증거로 제출된 사진. 그곳에는 이미 다른 물건이 들어와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죠. 리콜이 들어왔는데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요.”
“솔직히 의미가 없다고 보이는데요, 전?”
캐서린이 봤을 때 조사라고 하지만 여기를 조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이미 조사한 상태이니 말이다.
“차라리 공장 쪽을 알아보는 게…….”
“이미 알아봤습니다. 근데 그쪽도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요?”
“네, 더군다나 그쪽에 문제가 있다면 통관하면서 걸렸을 겁니다.”
즉, 어디선가 통관 이후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리다.
“그럼 여기에 온 의미가 없잖아요? 실물도 없는데.”
“보면 압니다.”
노형진은 조용히 돌아다니는 직원에게 다가왔다.
“저기요, 여기 있던 코리안 푸드 어디 있나요?”
직원은 멍하니 졸린 표정을 하고 있다 노형진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코리안 푸드요?”
“그거 있잖아요. 레토르트식품으로 나온 거.”
“아! 그거요? 없어요. 다 리콜되었어요.”
“네? 왜요?”
천연덕스럽게 물어보는 노형진을 보면서 캐서린은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왔다더니 미국에서 산 적이 있는 사람인가?’
그가 하는 말은 말 그대로 원어민 발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 직원은 조사를 위해 나온 변호사일 거라는 가능성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입니다. 그거 인기 좋았거든요.”
“좋았어요?”
“맛있지, 먹기 편하지, 영양학적으로도 좋다고 하지. 맨날 햄버거나 먹던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의 한 줄기 희망이었다고요.”
“희망까지야.”
노형진이 낄낄거리자 그 역시 낄낄거린다. 아마도 장난을 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노형진은 그걸 알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준 것이고 말이다.
“먹을 만은 했죠. 인기 좋았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대장균 때문에 안 좋은 소문이 났어요.”
“네, 아무래도 좀 찝찝한 것은 사실이죠.”
“이런, 아까워라.”
천연덕스럽게 맞장구를 치는 노형진. 그러자 직원은 더욱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근데 제 주변에서 그걸 먹고 탈 난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든요.”
“그래요?”
“저도 그거 하루에 한 개씩은 먹었는데요, 뭐. 그리고 뭐냐? 풀고기? 하여간 그거 얼마나 맛있는데요.”
“아, 먹고 싶다.”
“그렇게요. 하여간 그거 먹고 탈 난 사람은 없는데 대장균이 나왔다고 하니 그러려나 보다 하는 수밖에요.”
“아깝네요.”
노형진은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가 몸을 돌려서 나왔다. 남상주는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쓸 만한 정보 좀 구했어?”
“딱히요. 음식은 인기가 있었고 주변에 탈 난 사람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
“네, 그러면 음식의 차이가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어 지는데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문제가 생긴 건지 미스터리로 남게 된다.
“난 다른 직원이랑 이야기해 봤는데.”
노형진이 다른 직원을 두고 남상주 변호사를 데리고 온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유학한 사람이기 때문에 미국의 문화 같은 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노형진이 다른 직원과 이야기하는 사이 다른 정보를 캐 온 것이었다.
“요 며칠간 생각보다 로스가 안 났다고 하던데?”
“네?”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로스요?”
무슨 뜻인지 모르는 캐서린은 고개를 갸웃했고 노형진은 그런 캐서린에게 설명해 줬다.
“한국에서는 수입과 지출이 안 맞는 걸, 정확하게는 수입이 나간 것보다 적은 걸 로스라고 합니다. 마이너스라는 뜻이죠.”
“그게 왜요?”
“이런 곳에서는 로스가 나야 정상이거든요.”
“네에?”
그 말에 캐서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로스가 나야 정상이라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만큼 들어오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하지만 어딜 가나 도둑질이라는 것이 있지요.”
가난한 동네라고 해서 도둑만 있는 것도 아니고 부자라고 해서 도둑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물론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지역이든 도둑들은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이런 마트에는 마이너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감안하고 운영하는 거죠.”
“그런데요?”
“그런데 왜 마이너스가 안 될까요?”
“……?”
“그건 좀 이상한 거죠.”
아무리 잘 막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마이너스는 감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이너스가 안 난다니?
“어때?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그럴지도…….”
노형진은 그것이 우연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기도 마찬가지네.”
“역시나 없군요.”
확실히 미국 내 리콜 체계는 잘되어 있었다. 소문이 나기 무섭게 리콜 명령이 떨어졌고 대룡에서 만든 음식들은 도무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
“마땅한 정보 없나요?”
“없어요.”
캐서린 역시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넉살이 좋지 못한 캐서린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긴 그녀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지금으로써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심지어 노형진조차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로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음식에 대한 평가는 좋습니다.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데 갑자기 대장균 문제가 생겼단 말이지…….”
우연치고는 너무 공교롭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우연치고는 공교롭다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나저나 여기도 마찬가지인가요?”
“그래, 여기도 마찬가지야.”
그건 다름 아닌 로스, 그러니까 마이너스의 차이였다.
“마이너스가 없거나, 있어도 작거나, 어떤 경우는 도리어 예상보다 더 돈이 들어왔단 말이지.”
결과적으로 사건이 벌어진 모든 장소기 특이하게도 흑자가 났다는 것.
“우연치고는 좀 공교롭지 않아?”
“그런 것 같죠?”
우연치고는 너무나 공교로웠다.
“설마 그럼 마트에서 돈을 받고 장난을 쳤다는 건가요?”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는 캐서린.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거라면 흑자가 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흑자란 정식으로 수익으로 잡힌다는 건데 몰래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그런 거라면 수익을 잡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상황을 알 수 없는 이상현상. 노형진은 입맛을 다시면서 다음 주소를 꺼내 들었다.
“일단 마지막으로 이곳으로 가 봅시다.”
“벌써 사건 조사를 끝내시려고요?”
“이 이상 가게들을 돌아다녀봐야 특이 사항은 없을 것 같군요.”
결국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내지 못한 채로 마지막 가게로 향하는 사람들. 이곳은 중산층들이 사는 곳으로 다른 어떤 곳보다 규모가 좀 있는 곳이었다. 노형진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천연덕스럽게 매장 직원에게 다가갔다.
“혹시 여기에 코리안 푸드 있어요?”
“코리안 푸드?”
“그거 있잖아요. 레토르트식품으로 나온 거. 저쪽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안 보이네요.”
말을 하면서도 기대는 하지 않는 노형진. 그런데 직원의 말이 그런 노형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 그거요? 매대 옮겼어요. 저쪽 3번요.”
“네?”
“식료품 3번 라인으로 옮겼다고요.”
“네? 아, 네…….”
노형진은 그 말에 몸을 돌려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때마침 각 라인에 있던 사람들 역시 한꺼번에 나왔다.
“들었나?”
“들었습니다. 3번 라인에 있다고 하더군요.”
“모두 리콜되었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무슨 오류가 있었던 건가? 그래서 빠진 건가?”
“그럴 리가요.”
지금까지 있던 마켓 중 가장 크고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이런 곳이 리콜에서 빠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일단 그 물건을 확인하고 생각하죠. 지금이라도 빼려고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렇지요.”
노형진은 남상주 변호사와 더불어 3번 라인으로 향했다.
“저기 있다.”
진짜로 저 멀리 보이는 봉투. 진짜로 있었다.
‘그래도 시료는 구한 셈이군.’
노형진은 그곳으로 다가가서 이걸 검사해 보려고 생각하는 그때였다. 먼저 다가간 남상주 변호사가 봉투를 들고 고개를 갸웃하는 것이 보였다.
“왜요?”
“아니, 이거 맞나?”
“네?”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느낌이 좀 다르지 않아?”
그 말에 노형진은 그 레토르트 봉투를 집어 들고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방 뭔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절묘하게 비슷하기는 한데…… 묘하게 다르군요.”
“그렇지?”
“맞습니다. 이건 대룡의 제품이 아니에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비슷하다. 대룡이 론칭한 상품의 공식 명칭은 고향의 봄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 명칭은 고장의 봄이다.
“이 ‘장’ 자라는 이름도 묘하게 꾸며 놨군.”
‘장’ 자를 묘하게 굴려 씀으로써 마치 향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은 물건. 심지어 표지에 쓰인 사진조차도 비슷한 상황.
“어떻게 된 거지? 한국 음식을 레토르트로 만든 곳이 더 있었나?”
“저도 처음 알았는데요. 설마 이게 문제가 되는…….”
봉투를 살피던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끄으응…….”
“왜 그래? 무슨 일이 있나?”
“여기를 보세요.”
“여기?”
남상주는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봉투를 뒤집어서 뒷면을 확인했다. 비슷하게 생긴 성분 표와 여러 가지 표지들 그리고 맨 아래 써 있는 제조원 그리고 그걸 본 남상주 역시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끄응…… 제조원…… 성화……. 반갑지 않은 이름이군.”
“그렇군요.”
그렇게 반갑지 않은 이름은 이번 사건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듯했다.
명품만 짝퉁이 있는 건 아니다 (1)
“뭐라고?”
유민택은 이야기를 듣고는 화가 나기보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뭐라고 했나? 성화가 한식에 진출했다고?”
“그렇습니다.”
“잘못 본 건가?”
“아닙니다. 보고서를 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식 메뉴에 진출했습니다. 이름이 고장의 봄이더군요.”
이름도 비슷하고 디자인도 비슷하고 심지어 메뉴는 똑같았다.
“이런 미친…….”
유민택은 어이가 없었다. 설마 성화가 이렇게 조용히 뭔가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보니까 이건 미국 시장에서 만든 것이더군요. 그러니 당연히 대룡이 모를 수밖에요.”
성화는 대룡의 감시를 피해서 공장을 미국에 만들었고 당연히 그곳에서 모든 재료를 구입해서 만들고 있었다.
“끄응, 설마…….”
“아마도 그쪽 일도 성화가 손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방법은 모르지만 절묘하게 일이 터진걸 봐서는 말이다.
“알았네. 그건 자네가 좀 알아보게. 난 내 쪽에서 할 수 있는 알아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캐서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걸 그냥 둬요?”
“뭘 말입니까?”
“똑같은 상품을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그걸 그냥 두냐고요?”
그 말에 노형진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네? 어째서요?”
“현재로써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방법이 없다?”
“한국 정부는 특허는 보호하지만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거든요.”
“그게 무슨……?”
노형진의 말에 캐서린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는 캐서린이었다.
‘하긴 캐서린의 입장에서는 이해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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