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09)
우성완은 기가 막혔다.
자신에게 청부하는 놈들이야 많았지만 이런 청부는 처음이었으니까.
“의뢰를 받아 주는 척해 달라고요?”
“그렇습니다. 살인을 의뢰하려고 하는 놈이 있으면 그놈에 대한 정보를 저희에게 넘겨주면 됩니다.”
“저는 죗값을 다 치르고 나왔습니다만?”
우성완은 불편한 얼굴로 말했다.
“압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선량한 한국의 국민으로서, 살인범을 잡는 데 도움을 부탁드리는 겁니다.”
우성완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중국인이었지만 한국 국적을 따고는 살인을 저질렀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선량한 국민’이라니.
“아마도 오상신이 살인을 청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군지도 모릅니다.”
“알게 되실 겁니다. 그가 접근하면 관련 증거를 채집해서 주십시오.”
“으음…….”
우성완은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말과는 달리 오상신이 누군지 당연히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감옥에 갈 때 뒤에서 힘써 준 사람 아닌가?
그런데 그를 고발하라니?
“설마, 그가 그 당시 사건을 입에 담을까 봐 걱정하십니까?”
“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 당시 사건이라니요?”
우성완은 모른 척 잡아떼었지만 노형진이 그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다.
“일사부재리라는 게 있지요. 한 번 처벌을 받으면 같은 죄로는 다시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게 설사 잘못된 재판이라도 해도 말이다.
“그러니까 우성완 씨가 처벌받은 이상 오상신이 입을 나불거린다고 해도 다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우성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노형진이 자신이 생각한 가장 예민한 부분을 찔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성완 씨는 이제는 ‘선량한 국민’ 아닙니까? 설마 ‘선량한 국민’이 우리를 모른 척하시겠습니까?”
우성완은 노형진과 오광훈을 바라보았다.
조직을 대표해서 잠깐 갔다 왔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 집과 적지 않은 돈을 받아서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젠장.’
그 말은 저쪽에서 작심하고 털기 시작하면 그가 또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물론 그에 대한 적당한 대가는 치르겠습니다.”
노형진의 계획은 간단했다.
킬러를 고용한다.
그러나 상대방을 죽이는 게 아니라 그를 이용해서 증거를 모으려는 것이다.
물론 그건 불법이 아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일반적인 경우 범죄자들은 쓸데없는 일에 엮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돈도 안 되고 전과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웃긴 일이지만 자기들이 딱히 관계없는 일이라면 범죄자들은 경찰에 협조적인 편이지.’
그래야 나중에 큰 건에서 협상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조직범죄자들은 더욱 그렇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결국 우성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일 그가 찍혀서 경찰의 꼬리가 붙으면 도리어 곤란해진다.
어차피 그는 오상신과 연관될 일이 없다.
도리어 깔끔하게 오상신을 쳐 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노형진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상신이 나타났다.
* * *
“나보고 사람을 죽여 달라니요. 제가 무슨 킬러도 아니고.”
우성완은 오상신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다짜고짜 이야기하자고 해서 집으로 불렀더니 사람을 죽여 달라니.
“내가 모를 것 같나, 네놈이 사람을 죽였을 때 그런 터무니없는 처벌이 내려진 걸.”
“그건 나야 모르지요. 저는 그때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판사님이 제 반성을 좋게 봐주셨나 보지요.”
“웃기는군.”
오상신은 비웃음을 날렸다.
그 사건을 무마하라고 위에서 얼마나 압력이 들어왔던가?
그래서 그는 그 사건이 청부 살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돈은 얼마든지 주겠네. 검사 모가지만 따 주면 말이야.”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니까요.”
“헛소리하지 말고.”
오상신의 눈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네놈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를 것 같아? 그들이 과연 네가 마음대로 거부한 걸 알면 널 살려 둘까?”
우성완이 눈을 찌푸렸다.
“제 뒤에 누가 있다고요? 누가 그럽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모를 것 같나? 알지. 아주 잘 알지. 그래서 부탁하는 거 아닌가. 그들에게 처분당하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 텐데?”
“제 뒤에는 아무도 없습니다만?”
“웃기는군.”
오상신은 비웃음을 날렸다.
“진짜로 내가 화내는 꼴을 봐야겠나? 내가 전화 한 통 하면 네놈 목숨은 그날로 끝장이야. 그걸 알면서도 내 부탁을 거절해? 내가 판사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너 따위 하나 처리하지 못할 것 같아?”
오상신의 말에 우성완은 눈을 찌푸렸다.
더 이상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그의 뒤에 있는 조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건 조직에서도 결코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쯤에서 끝내지요.”
“무슨 개소리야! 끝내기는 뭘 끝내! 내 허락도 없이 누구 마음대로!”
발끈하는 오상신.
그런 오상신을 보고 우성완이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당신 허락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뭐?”
그 순간 ‘딸깍’ 소리가 들리면서 빌라의 다른 방문이 열렸다.
“네, 네놈은……!”
“자, 그래서 당신 부탁을 받아서 사건을 무마해 준 게 누구라고? 이거 이거, 콩밥 드셔야 하는 판사가 한두 명이 아니네.”
실실 웃으며 나타나는 오광훈.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수사관들.
그들을 보면서 오상신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
“내 이야기를 아직 못 들었나 보네. 나 오광훈이야.”
오광훈은 오상신의 팔을 꺾어서 그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뭐 하는 짓이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알지. 잘 알지. 그러니까 조사받아야 하는 판사가 너무 많을 것 같은데.”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오상신은 당황했지만 이내 언성을 높였다.
그는 지방법원 판사였다.
전화 한 통이면 법원에서 알아서 관련 증거를 모조리 부정해 줄 테니 당연히 그는 풀려날 것이다.
“나 지법원장이야! 너 따위는 원하면 얼마든지 모가지를 딸 수 있어! 어디 검사 나부랭이가!”
“아, 그렇지. 검사 나부랭이.”
오광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그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증인들도 죽일 수 있 수 있을까?”
“다른 증인? 허, 저 뒤쪽에 있는 수사관 새끼들을 믿는 거냐? 너희들도 줄 잘 서야 할 거야! 모가지 안 따이고 멀쩡하게 정년퇴직하고 싶으면 말이지!”
오상신은 발악을 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사실 그는 상황이 아주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리어 진짜 유리했다면 이런 소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리한 걸 알기에 겁을 줘서라도 여기서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증인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증인 모가지를 따는 건 일도 아니야! 여기 대한민국이야!”
“그렇지, 대한민국. 헬조선.”
오광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죽이려고? 나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증인도 죽이려고? 여기서 나만 빼도 벌써 네 명이 있는데?”
우성완과 다른 수사관들.
그들까지 죽이겠다는 말에 오광훈이 피식거렸다.
“고작 네 명이야! 그 정도 아가리도 내가 못 막을 것 같나?”
“그래, 여기에 있는 건 고작 네 명이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오광훈.
하지만 오상신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증인들 모가지도 따려고?”
“다른 증인들?”
오광훈은 대답하는 대신에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히죽였다.
“어디 보자…… 지금 시청자 수가 삼천구백여든한 명이네. 이 증인들을 다 모가지 따려고? 어이쿠, 지금 삼천구백여든다섯 명으로 늘었다.”
“뭐? 그게 무슨……?”
오광훈은 씩 웃으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오상신에게 들이밀었다.
그걸 본 오상신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인터넷 방송. 거기에 방 안의 상황이 그대로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보니 천장에는 교묘하게 숨겨진 카메라가 있었다.
“그러니까…… 사천이백마흔네 명을 죽이려고? 그러면 돈이 많이 들 텐데? 물론 네가 오천이백열세 명을 죽인다고 하면 나라가 뒤집어질 일인데, 그렇다고 해서 오천여든스물세 명을 살려 둘 수는 없을 테고.”
점점 늘어나는 숫자에 오상신은 멍하니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았다.
“덮을 수 있으면 덮어 봐, 재주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