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19)
대부분의 신문들은 신념이라는 게 없다.
한때는 각 언론사마다 신념이 있고 논조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자본주의에 굴복하여 오로지 조회 수와 광고비만을 따진다.
조회 수가 늘어야 광고비가 많이 들어오니까.
당연하게도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극이다.
그러나 모든 기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주 드물지만 그런 자극보다는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들이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선배, 이게 사실일까요?”
인터넷 언론사 중 하나인 오예스신문.
그다지 규모가 큰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인지도가 있는 신문사다.
그런데 그곳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일본에서 한국 기업을 고사시켜 집어삼키기 위해 수 쓴다는 거?”
“네. 이거 사실일까요?”
“글쎄, 그건 모르겠지만 이 증거만 보면 확실히 의심스럽기는 하지.”
익명의 메일로 들어온 하나의 제보.
거기에는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을 집어삼키기 위해 한국의 친일파와 짜고 한국 기업을 고사시킨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과거의 대동 사태를 생각하면 농담은 아니기는 한데…….”
대동이 한국에 들어올 때 그런 방법을 많이 썼다.
고의적으로 위험으로 몰아넣고 그 이후에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척하면서 헐값에 경영권을 빼앗았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또 실제로 있을 수도 있는 일이기는 하지.”
선배 기자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제보로 들어온 기록들은 누가 봐도 잘 정리되어 있었고 또 누가 봐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어째서요?”
“대룡과 연관된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사실이야. 그래서 뭐? 대기업이랑 연관되었다고 해서 세무조사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 아니, 그게 더 정상이 아니지. 대기업과 연관된 곳이라면 더 감시해야지.”
“그런가요?”
후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리고 말이다, 언론은 팩트야, 팩트! 어디서 썰만 들어서는 의미가 없다고. 조회 수나 따지면서 확인도 안 하고 자꾸 싸지르니까…… 악! 누구야!”
선배 기자는 자신을 때린 사람이 누군지 돌아봤다가 히죽 웃으면서 일어나서 바로 고개를 숙였다.
“형님, 오셨습니까요?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요.”
“이 새끼야, 박기는 뭘 박아?”
편집장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선배 기자를 바라보았다.
“오헌수, 너 그놈의 팩트 떠드느라 지금 이 주일째 한 건도 못 올린 거 알지?”
“아니, 편집장님. 제가 우라까이 할 군번은 아니지 않습니까?”
“누가 우라까이 하래? 기사를 가지고 오라고! 기사를!”
우라까이, 그러니까 남의 기사 베껴 쓰기. 현대에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하는 일이었다.
“아니, 검증은 해야지요.”
“너 지난번에 영화감독 불륜설, 그거 팩트 체크한다면서?”
“아, 그거요? 영화감독이 불륜한 거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도는 헛소문이더라고요.”
“아니, 그러면 2주 동안 뭐 한 거야?”
오헌수는 어깨를 으쓱했고 편집장은 그의 머리를 한 번 더 후려쳤다.
“아이고, 이 새끼야. 내가 너 때문에 죽겠다.”
“왜 이러십니까? 솔직히 저 때문에 터진 사건이 몇 개인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2주를 날려? 네 월급은 꽁으로 주는 줄 알아!”
“하지만…….”
“하지만이고 나발이고, 이번 주 안으로 뭐라도 하나 못 건지면 우라까이라도 해! 알았냐!”
편집장의 말에 오헌수는 입맛을 다시더니 시선을 후임에게 돌렸다.
“야, 뭐 없냐?”
“선배, 팩트는 선배가 발굴해야지요.”
“아니, 그러니까 소스를 줘야 내가 팩트를 조지지.”
“이거뿐이에요.”
툭툭, 이메일로 온 내용을 가리키는 후임.
“아, 씁. 이거 그냥 썰 같은데.”
세무조사는 툭하면 하는 일이고 그때마다 기업들은 나는 억울하다, 나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 댄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요?”
“응?”
“아니, 썰이 그렇잖아요. 만일 정말로 국내 친일파가 기업들 집어삼키려고 세무조사를 때려서 몰아붙이는 거라면 심각한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
“더군다나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잖아요.”
“없을 수도 있지.”
“그런 걸 생각하면 팩트는 언제 조집니까?”
“하긴, 네 말이 맞기는 하다.”
오헌수는 입맛을 다시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알아보자고.”
* * *
“확실히 이상하기는 하네.”
조금만 팠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가 이상하기는 했다.
딱히 탈세 혐의도 없었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선배, 이런 식으로 세무조사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있기는 하지, 상대방이 한쪽을 조질 때.”
오헌수는 익숙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여기는 정치인들이 조질 만한 곳이 아닌데.”
“뭐, 정치자금을 안 줘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경우 종종 있었잖아요.”
오헌수가 피식 웃었다.
“여기를? 정치인이? 죽으려고?”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여기는 대룡에 납품하는 회사야. 물론 계열사는 아니고 하청이지만, 중요 부품을 납품한다고.”
“그런데요?”
“그런데 정치인 한 명이 자기한테 정치자금을 안 준다고 여기를 날려 버리려고 한다? 여기 멈추면 대룡은 최소 두 달은 정지야. 그러면 대룡이 얼마나 피해를 볼 것 같냐?”
“아하!”
“대가리 돌아가는 놈이라면 죽어도 여긴 안 건드려.”
“하지만 상황이 이상하잖아요.”
“그건 그런데 말이지.”
오헌수는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저 멀리 공장에서 한 대의 차량이 나오는 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 차 겁나 안 어울리네.”
“뭐가요?”
“저 차, 꼭 이 시간이 되면 들어가지 않냐?”
고급 세단.
그런데 그 차량은 들어가서 얼마 안 있다가 나왔다.
일을 보는 것치고는 너무 어색했다.
“뭐지?”
“썰 좀 받아 볼까요?”
“어디서?”
“여기 여직원 번호 따 놓은 게 있는데.”
“아오, 이 새끼! 일을 하라니까 작업하고 자빠졌네.”
손이 하늘로 올라가는 오헌수.
후임은 그런 그의 손을 피하면서 피식 웃었다.
“억울하면 선배도 잘생기든가요.”
“너 잡히면 진짜 죽는다.”
“비서실인데?”
“죽을 때까지 마시자. 그래, 썰 좀 따와 봐.”
오헌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 * *
후임은 비서를 통해 그들이 왔을 때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
물론 비서는 무척이나 겁을 냈지만 바로 녹음하고 가지고 오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무겁다 못해서 땅이 꺼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기업을 안 팔겠다는 겁니까?
-제가 평생을 바쳐서 세운 기업입니다. 시총이 1천억입니다. 그런데 고작 200억에 회사를 넘기라고요?
-어차피 다 날아갈 기업 아닙니까? 자랑스러운 대일본 제국의 기업이 되면 세계를 호령하게 될 겁니다.
“대일본 제국?”
“쉿, 조용히 해 봐!”
오헌수는 후임의 뒤통수를 치고는 녹음기에서 나오는 말에 집중했다.
-어차피 이 기업은 우리 대일본번영회에서 우리 휘하에 넣기로 결정한 곳입니다. 지금까지 당한 세무조사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군요.
-그, 그건…….
-세무조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장님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 대한 모든 조사도 다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 속한 개미 한 마리 부품 하나까지, 다 우리가 알고 있단 말입니다.
-…….
-좋게 말할 때 우리 휘하에 들어오세요. 대일본번영회 아래로 들어오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오헌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 그 말도 안 되는 이메일이 진짜란 말이야?’
일본에서 한국의 유수 기업을 집어삼키기 위해 친일파 세력을 동원해서 해당 기업을 말려 죽이고 그 이후에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흡수하려고 한다는 이메일의 내용.
헛소리인 줄 알았는데 녹음기 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게 진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차피 대룡은 우리 대일본번영회에서 집어삼킬 겁니다. 모든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당신들이 같이 침몰하든가 아니면 대룡과 함께 우리 아래로 오든가. 그건 당신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대, 대룡도 말입니까?
-설마 우리 대일본번영회가 고작 당신네 작은 회사 하나 가지려고 한국 내 정치인들까지 동원해서 관련 기업 세무조사 하는 줄 알았습니까?
상대방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딱 닷새 드리겠습니다. 만일 그 안에 대답이 없을 경우 당신네 회사에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도록 압박하겠습니다.
-그, 그런……!
-설마 한국은행에 일본 자금이 안 들어갔으리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요?
-…….
-닷새입니다. 당신 생명 줄은 그것뿐입니다.
짧은 녹음 기록이었다.
하지만 오헌수의 얼굴은 환해졌다.
“이게 팩트지! 이게 팩트야!”
“선배, 이거 심각한 문제 아니에요?”
“심각? 심각 정도가 아니지. 일본에서 정치인들을 동원해서 대룡을 집어삼키려고 주변 기업들을 고사시키고 있어! 이게 얼마나 큰 건인지 모르겠냐?”
오헌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우라까이? 조까라 그래! 내가 이거 우라까이 하는 거 가지고 10만 원만 받았으면 아마 빌딩을 살 거다, 흐흐흐.”
그는 간만의 특종 생각에 아주 얼굴이 환해졌다.
* * *
얼마 후 언론에서 터진 일본의 행동은 한국을 발칵 뒤집었다.
일본에서 대룡을 노리고 작업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 여론은 말 그대로 벌 떼처럼 들고일어났다.
-미친 쪽바리 놈들. 방사능을 삽으로 퍼먹었나?
-그런데 이거 개뻥 아니냐? 다른 곳도 아니고 대룡을?
-대룡 삼키고도 남지. 그 새끼들이 어떤 새끼들인데.
-내가 아는 분이 세무서에 근무 중인데, 위에서 대룡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으면 잉크 하나라도 털어 내라고 오더가 내려왔다더라.
-와, 그러면 이거 팩트네.
-농담 아닌 듯. 요즘 뉴스를 보면 대룡과 조금만 관련이 있어도 영혼까지 털리는 듯.
벌어진 일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한번 언론에서 터져 나가기 시작하자 여론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졸지에 일본은 대룡을 집어삼키기 위해 한국 정치인들을 동원해서 대기업을 망하게 하려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압력을 넣은 정치인들은 난리가 났겠지요.”
노형진은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들은 이번 일을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이제 경제 전쟁이 되어 버린 거거든요.”
그리고 그걸 명령한 정치인들은 다급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시작했지만 그럴 만한 구멍이 없었다.
“대룡이 바보도 아니고 말이지.”
유민택은 흡족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 뉴스가 나간 후 대룡은 극도로 분노하면서 관련자 전원에게 복수를 천명했다.
과거에 회사 직원의 아이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불법적 복수까지 결의했던 속칭 ‘미친 대룡’이 발동이 걸렸다.
이유도 없이 분노했다면 사회적 지탄을 받겠지만 지금 상황은 충분한 이유가 되었고, 그걸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가지고 대놓고 정치인, 판사, 검사, 심지어 대통령에게까지 독대를 요청했으니까.”
여기서 만일 대룡을 문전박대하면 자기가 이 대룡을 팔아먹은 세력이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었고, 그 때문에 모든 정치인들은 대룡과 만나는 것을 기꺼워했다.
“도리어 조사하던 세무서 직원들이 조사받기 시작했으니 당연히 누가 위에서 오더를 내렸는지 금방 알려질 겁니다.”
잔뜩 분노한 대룡과 국민들.
세무서가 그들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더군다나 무리해서 세무조사를 한 기록이 분명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의외군. 나는 당연히 친일파 세력이 사건을 무마하려고 할 줄 알았는데?”
“그건 상황이 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건 너무 심각한 문제이기에 무마할 수 있는 수준의 사건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 광기의 대룡의 상황은 딱 그거거든요. 어디 한 새끼만 걸려 봐라.”
농담이 아니다.
노형진은 실제로 그렇게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고, 그에 따라 대룡의 대변인은 관련된 놈들은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보통 절제된 단어를 이용하는 기자회견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분노를 이해했다.
대놓고 관련 기업들을 망하게 한 후에 기업을 통째로 삼키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거기서 참으면 그게 병신이다.
“다만 사장님한테 미리 이야기하지 못한 게 미안하기는 하지만요.”
애초에 그 하청 회사에 접근해서 기업을 팔라고 한 것은 노형진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일본에는 대일본번영회라는 곳이 실존한다.
그런데 그곳은 노형진이 일본의 극우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가짜 극우 단체다.
“중요한 건 극우 단체가 작전을 세웠고 한국 정치인들이 받아들였다는 거지요.”
입으로 친일하는 거? 괜찮다.
대놓고 일본을 찬양하는 거? 그것도 괜찮다.
“그런 건 국민들에게는 사실 거리감이 있거든요.”
자신에게 영향이 오는 게 아니니까.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한국 기업을 망하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걸 집어삼키려고 했다.
당연하게도 그 과정에서 고용 승계 따위는 없을 것이다.
“노동자가 대부분인 한국에서 그러한 일은 충격이 클 수밖에 없지요.”
“그건 알겠네만, 어째서 친일파가 움직이지 않느냐가 나는 이해가 안 가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는 같이 움직이면서 사건을 덮거나 하거든?”
“일단 첫 번째는, 사건을 덮기에는 너무 커졌습니다.”
전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걸 덮으려고 하다가 잘못 엮이면 똑같이 끌려갈 수도 있는 일이다.
“다른 문제는, 지금 대룡의 포지션은 저격수라는 거지요.”
“저격수?”
“그렇습니다. 친일파가 힘쓸 수 있는 것은 연관된 녀석들이 알게 모르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일 발언이나 개인적인 범죄를 저지른 정도라면 검사는 최소 형량을 청구하고 판사는 그걸 집행유예로 깎아 준다.
그게 지금 친일의 구조다.
“그런데 대룡이 지금 미친놈 모드니까요.”
걸리면 죽는다는 말, 그게 진짜로 먹히는 순간이다.
“사건을 덮자니 같이 끌려갈 것 같고, 그냥 직진하자니 일이 너무 커진 거지요.”
“그래서 그 세무조사 하던 직원들에게 감시인을 붙이라고 한 건가?”
“불법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다, 건드린 새끼는 죽인다는 느낌이 중요한 겁니다. 쉽게 말해서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거지요.”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것은 부패한 인간일수록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추적? 기껏해야 벌금입니다. 대룡이 그거 무서워할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그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가 되는 거지요.”
괜스레 같이 있다가 엮일까 봐, 대룡의 보복 라인에 들어갈까 봐 그들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그들이 하던 걸 정반대로 돌려주는 것뿐입니다. 그것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가면서요.”
지금 국민들은 대룡과 마찬가지로 친일파 색출에 눈이 돌아갔다.
자기들에게 피해가 오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니 정치 쪽 친일파는 아무래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지요.”
만일 여기서 자기가 엮이면?
대룡이 죽이려고 덤빌 것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친일파라고 대놓고 찍힐 것이다.
권력을 잃어버리는 건 그들에게 공포다.
“아마 다시는 대룡을 건들겠다는 생각은 못 할 겁니다.”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들을 모두 응징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그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언론이로군.”
“그렇지요.”
사실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는 시끌시끌하지만 정작 언론에서는 몇몇 중립 언론사를 제외하면 대형 언론사들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뒤에서 가짜 뉴스를 만들며 대룡을 말려 죽이려고 한 게 그들이니까.
“그들이 당장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한 번은 건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똑같은 짓을 안 할 겁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 지었다.
“아직 미친놈 눈 돌아가려면 좀 남았습니다, 후후후.”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러나 돈은 펜보다 강하다
본보기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의미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남들에게 자신을 따르게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런 의미보다는 나쁜 의미, 그러니까 뭐 하나 작살내서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 바로 본보기다.
“칭기즈칸은 그런 본보기를 아주 잘 사용하는 사람이었지요.”
그는 자신에게 저항하는 마을을 본보기로 참살하곤 했다.
그런데 그냥 쳐들어가서 무너트린 정도가 아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조리 처죽였다.
심지어 그 마을에 있는 개 새끼 한 마리까지 모조리 죽였다.
자신에게 저항하는 자는 모조리 죽인다는 그런 그의 방식은 그가 몽골을 지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저항하다가 그렇게 죽느니 차라리 아래로 들어가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나으니까.
“그리고 중세에는 사형도 본보기였구요.”
과학기술도 없고 추적 기술도 없는 중세. 범죄의 처벌은 무조건 사형이었다.
그 당시 사형은 일종의 구경거리 개념이 강했고 사형이 이루어질 때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심지어 소매치기를 사형하기 위해 모여들었는데 거기서 소매치기하다가 잡혀서 바로 사형대로 끌려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본보기로 언론사 하나를 작살내라 이건가?”
유민택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야. 물론 나도 마음에 안 드는 언론사가 있네. 그 당시에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트린 곳도 있어. 가령 뉴스데이라잇 같은 곳은 아주 대놓고 친일이니까.”
그곳은 대룡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대놓고 적대적으로 행동했다.
다른 언론사들처럼 대룡신화공업 같은 걸로 말장난을 한 수준이 아니라, 대놓고 대룡이 수조 원대의 탈세를 하고 또 유민택이 어마어마한 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그건 거짓말이 아니기는 하겠지만요.”
아마 후자 쪽은 진실일 것이다.
그러지 않는 부자는 없으니까.
“으음…….”
유민택은 신음 소리를 냈다.
하지만 노형진은 모른 척했다.
“진짜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주장한 이유가 그냥이라는 거지요.”
증거? 없다.
취재? 없었다.
관련 제보? 그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마구 던진 것이다.
이유? 간단하다. 다 그러니까.
사실 대룡이 다른 기업보다 선량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자금이 없을 수는 없지.’
애초에 한국에서는 비자금을 주지 않으면 기업의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물론 대룡쯤 되면 비자금을 주는 이유가 정치인들이 무서운 것보다는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다, 편하게 일하자 정도의 개념에 가깝지만 말이다.
“그러면 뉴스데이라잇을 노리려고 하는 건가? 하지만 거기는 사실 의미가 별로 없어 보이는데.”
유민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뉴스데이라잇은 극단적 친일 신문이라서 인터넷 신문사 중에서도 아주 작은 곳에 속한다.
“사실 거기에 대해 일벌백계한다고 해서 언론에서 두려워할 리는 없고.”
그런 데는 날아가 봐야 위협도 안 된다.
뉴스데이라잇 자체도 날아가면 그냥 이름을 바꾸고 새로 언론사를 만들어도 그만인 수준이다.
“압니다. 그런 곳을 날려 봐야 사실 일벌백계의 효과는 전혀 없겠지요. 최소한 중견급 이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줘야 합니다.”
“광고라도 뺄까?”
언론사에게 두려운 것은 광고다.
광고가 없으면 돈이 안 들어오고, 돈이 안 들어오면 언론사는 망하기 마련이다.
“그게 일벌백계가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될 리가 없지.”
잠깐이면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가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가 노리는 건 언론사가 아닙니다.”
“그러면?”
“우리가 노리는 건 기업입니다.”
“기업?”
“그렇습니다. 언론사에서 광고를 빼 봐야 결국 그 자리에 다른 기업이 들어갈 테니까요.”
실제로도 그게 사실이다.
어찌 되었건 언론사의 광고를 빼는 경우 그들이 움츠러드는 건 사실이지만 타격이 크지는 않다.
“사실대로 말하면 현재 언론사에 광고를 넣는 게 큰 효과가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대한민국에서 대룡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그리고 뭘 파는지 모르는 사람도 없다.
“광고라는 건 새로운 상품을 알리거나 이미지를 바꾸거나 기업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하는 거지요. 하지만 대룡은 이 세 가지 모두 의미가 없습니다. 아니, 사실 대룡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대기업은 그렇지요. 그럼에도 매일같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신문에 광고를 넣습니다. 왜입니까?”
“뭐,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거지.”
당장 홍보할 것은 없다지만 반대로 언론에서 자기들을 씹는 걸 막고 싶은 거다.
홍보해서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건 힘들지만 이슈 하나만으로도 똥 만드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들은 대룡의 이미지에 똥칠을 했지요. 그러면 당연히 광고를 빼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제로 빼 버렸네, 일종의 경고로. 효과가 거의 없어서 그렇지.”
광고를 뺐지만 그 자리에 다른 기업이 들어왔고, 그들은 대룡의 이미지에 똥칠을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 돈이 남겠지요?”
“돈? 돈이야 남지. 광고비가 절대 적은 게 아니니까.”
대룡쯤 되면 광고비로 하루에 10억 이상 쓴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게 나가지 않으니 그만큼 남는다.
“그러면 미친놈의 쇼핑을 한번 하시지요.”
“미친놈의 쇼핑?”
“네.”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어디 보자…… 여기 이 기업 아십니까?”
“중각호텔? 처음 듣는데?”
“네, 그러실 겁니다.”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여기를 사시지요.”
“뭐?”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 회사를 왜 사?”
“아! 거기 회사를 사시라는 게 아닙니다. 그 주변을 사시라는 거지요.”
“응?”
“저희 대표님이신 김성식 변호사님이 그러더군요. 흥하게 하는 건 겁나게 힘들지만 망하게 하는 것은 겁나게 쉽다고.”
노형진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렸다.
“어디 한번 좆 되어 보라고 하는 겁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