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25)
다우라고 자신의 이름을 알려 준 여자는 노형진의 예상대로 유부녀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결혼하고 한국으로 가기 위해 공부 중인 여자였다.
“제, 제발, 제발 남편에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
만일 알려지면 자신은 이혼당할 것이다. 당연히 위자료도 줘야 하고 그동안 받은 돈도 줘야 한다.
문제는 환율이다.
남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한국에서 소송을 할 건 당연한 일이고,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바람을 피웠으니 위자료가 몇천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음…….”
무태식은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들은 그녀의 남편이 보내서 온 게 아니다. 하지만 다우는 남편이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노형진은 호텔에 들어가는 그녀의 사진까지 들고 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끝장이었다.
“그 남자, 누굽니까?”
“그건…….”
“남편분에게 고지를 하느냐 마느냐에 관해서는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거짓말하시면 바로 고지하겠습니다.”
다우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그 사람은 그냥…… 외로워서…….”
“그러니까 남친이라는 거지요?”
“아니, 남친이기는 한데, 아, 그, 그러니까, 제가 바람피우려고 만난 게 아니에요.”
“그러면 애초에, 결혼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거군요.”
“아니에요! 진짜로 아니에요! 그 전에는 몰랐어요!”
노형진의 말에 다우는 격하게 부정했다.
“그러면 결혼 이후에 만나신 겁니까? 그게 더 문제 되는 거 아시지요?”
전자라면 그나마 변명의 여지라도 있지만 후자라면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큰 잘못이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다우.
하지만 노형진에게 그 눈물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그 남자 누굽니까?”
“그게…… 학원을 다니면서 만났어요.”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우연히 만난 남자인데 마음이 흔들려서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긴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서 남편분을 두고 바람을 피우셨다?”
“죄송해요…… 흑흑.”
“저희가 듣고 싶은 건 그런 말이 아닙니다. 분추라는 남자가 뭐라고 하던가요?”
“그건…….”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보고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노형진이 차갑게 말하자 다우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한국으로 가서 이혼하고 자신을 불러 달라고 했어요.”
한국에 가서 이혼하게 되면 자신을 불러 달라고, 그래서 한국에서 신혼집을 꾸리자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실 겁니까?”
“아,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격하게 손을 흔드는 다우.
“그냥…… 외로웠어요……. 그냥…… 흑흑.”
‘그렇겠지.’
노형진은 그걸 보고 한숨만 나왔다.
어떻게 보면 잔혹한 현실이다.
결혼은 했지만 신랑과 만난 시간은 일주일이 채 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어를 다 배우게 되면 그들은 고향인 태국을 떠나서 낯선 한국으로 가야 한다.
평생 말이다.
아무리 결심을 했다지만 흔들리지 않을 리 없다.
가족들이 혜택을 보긴 하겠지만, 본인의 마음은 싱숭생숭하고 가슴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할 것이다.
신랑이 미친놈은 아닐지, 가면 맞으면서 사는 것은 아닐지, 자신이 한국에서 적응이나 할 수 있을는지 온갖 두려움이 가득할 것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니지.’
스스로 선택한 거지만 결국은 돈에 팔려 나가는 현실. 자존심과 자존감에 잔뜩 생채기가 생겼을 테고…….
‘그때를 노리는 거로군.’
노형진은 대충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눈을 찡그렸다.
“이제 그만 만나세요.”
“네?”
“이 일은 저희는 모르는 겁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선택을 하셨으니 거기에 충실하세요. 누구나 처음은 있고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용서되는 건 아닙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우는 그런 노형진에게 격하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인사를 받으면서 나오는 노형진에게, 조용히 뒤따라 나오던 무태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거 남편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남편이 누구인지나 알고요?”
“그거야 그런데.”
“그리고 우리가 보고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요?”
그녀는 이혼당할 테고 남편은 다른 여자를 고를 것이다.
그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팔려 갈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하긴 그러네요.”
“물론 다른 의미에서 돈이 생기기는 할 것 같네요.”
“다른 의미에서?”
“이런 건수가 한두 건이 아닐 테니까요.”
“아…….”
태국에는 새론의 지점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태국에 있는 사람들이 여러모로 걱정된다.
부정적인 이유로든 긍정적인 이유로든 말이다.
“그러니 그에 관련된 사업을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노 변호사님은 차라리 사업을 하셨어야 하나 봅니다.”
노형진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현 상황이 대충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아차렸다는 겁니다.”
“저는 아직 이해가 안 가는데요?”
뜬금없이 왜 다우를 만났으며, 그리고 그녀가 한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무태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단 제가 한국에서 태국으로 오기 전에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았습니다.”
“재미있는 사실?”
“네. 최근 들어 한국 여성이 동남아 남성과 결혼하는 숫자가 과거보다 상당히 많아졌다는 겁니다. 사실 거의 배 이상 많아졌지요.”
“네?”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한국 여성이 원한다면 동남아가 아니라 일부다처제 국가인 중동으로 간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취향이 맞지 않을 텐데요?”
문제는 현실적으로 동남아 남성들이 한국 여성들에게 그다지 어필할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분추처럼 겁나게 잘생긴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종적으로 외모가 다르고 단일민족을 표방하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동남아인들의 외모는 낯설고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요.”
만일 동남아 남성과 결혼하면 당장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이다.
물론 돈이 많은 동남아 남성도 존재하며 그들은 차라리 한국의 어지간한 부자들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 숫자는 극소수이며, 유의미한 숫자의 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많은 국제결혼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의 부자들 역시 혈통을 중시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과 결혼하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기들이 돈이 많은데 한국의 어줍지 않은 사람들과 결혼한다고 하면 극도로 반대하는 게 부자들의 성향이다.
“그 부분에서 재미있는 논의가 있더군요. 과연 왜 한국 여성들과 동남아 남성들의 결혼이 많아졌는가? 현실적으로 그러한 가족들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말이지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방금 다른 이유를 봤지요.”
“봤다고요?”
“한국에서 이혼을 한 후에 자국 남성과 재혼하는 겁니다. 아, 정확하게는 과거 자국의 남성이라고 해야겠네요.”
“아! 그렇겠네요.”
현실적으로 외국인 신부가 국적을 취득하면 자연스럽게 한국 여성이 된다. 그리고 그들이 이혼한 후에 출신국 남성을 초청해서 결혼하는 것이다.
“의외로 그런 사건이 많다고 하더군요. 현실적으로 한국인 여성과 동남아 남성의 결혼에는 그런 현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한국 여성이 동남아 남성과 결혼하는 비율이 늘어난 게 아니라 한국 국적을 딴 동남아 여성이 동남아 남성과 결혼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소리다.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요?”
“분추가 하는 짓거리가 그거니까요. 분추의 최종 목적은 한국으로 가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일단 그곳에서 취업 비자를 받으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 정도 돈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 입국을 해서 노동자로 살아가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식으로 한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결혼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지요.”
“설마……?”
“분추는 일종의 사기 겸 어장 관리를 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결혼이 진행되면 아내에게 그때부터 돈을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입국하니까.
그런데 환율이 환율이다 보니 그 돈은 보통 100만 원 정도 이고, 그 정도면 태국 임금의 두 배다.
“분추는 얼굴이 잘생겼지요. 거기에다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지 않습니까?”
여자를 꼬시기 가장 쉬울 때는 여자가 힘들 때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나?
대부분의 외국인 여자들이 한국에 가기 전에 공부하면서 준비하는 기간을 거치는데, 그 시간에 온갖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마치 지금의 다우처럼 말이다.
“바로 그때 꼬시는 거지요. 그리고 그녀들의 돈으로 놀고먹고 편하게 지내다가, 그녀들이 한국에 가면 이혼하고서 자신을 부르라고 부추기는 거지요.”
노형진의 말에 무태식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온 세상에 사기꾼이 가득한데 그런 사기꾼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한국에 들어가지 못한 거지요? 분추가 그렇게 바꾼 여자가 한두 명이 아닐 텐데.”
“결혼은 현실이니까요.”
한순간 힘들어서 흔들렸다고 해도, 한국에 가서 같이 생활하는 그 순간부터 부부는 하나가 된다. 그리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다.
“더군다나 국제결혼을 하는 남성의 경우 사실 나이가 많은 게 보통입니다.”
한국의 결혼 시장에서 결혼하지 못하고 국제결혼으로 가는 게 현실이니까.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경우 가능하면 빨리 아이를 가지려고 합니다.”
한국에 와서 한 가족이 되고 거기에 아이까지 가지게 되면, 과거의 희미한 한순간의 사랑 따위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오로지 내 가족, 내 아이만 보이는 게 정상이다.
그리고 그 과거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게 발각되면 이혼당할 테니까.
“그러니 대부분의 여자들은 분추 대신에 한국의 남편과 가족을 선택할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티타는 아니었다 이거군요.”
“대부분이라는 말이 모두를 뜻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티타는 어떻게 해서든 이혼하기 위해 발악했다.
사건을 조작하고 증거를 만들어 내고 강두건을 몰아붙였다.
“아마도 그녀의 목적은 분추를 한국으로 데리고 오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그와 결혼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어리석은 사랑에 눈이 멀어 버린 것이다.
“그러면 분추는 그녀와 결혼하려고 할까요?”
“하기야 하겠지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기는 할 거다. 그래야 한국 국적을 딸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하지요.”
분추는 절대로 바른 사람이 아니다.
사실 노동자로 한국에 가려고 했다면 못 갈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대신에, 그곳으로 시집가는 여자들을 꼬시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코 바른 사람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면 그 분추의 본모습을 보여 주면?”
노형진은 무태식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상황은 늦었습니다.”
결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당사자 간의 믿음이다.
그런데 지금 그 믿음은 완전히 깨졌다.
“현 상황에서 티타는 외통수입니다.”
여기서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그녀는 이미 이혼소송 중이니 이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강두건이라고 해도 자신을 고소하고 파멸로 몰아넣으려고 한 여자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테니까.
“도리어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 단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날 겁니다.”
당연히 그녀는 악착같이 싸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강두건 씨의 변호사이지 티타의 변호사가 아닙니다.”
“하긴 그렇지요.”
무태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중요한 건 티타가 먼저 바람피웠다는 것을 증명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사건의 흐름을 바꿀 거라는 걸 노형진은 알고 있었다.
이게 바로 잘못된 만남
티타가 바람피웠다는 증거를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상대로 호텔에 CCTV가 남아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분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한들, 그가 도와줄 리 없다.
“분추는 한국에 들어가기 위해 몇 년 동안 계속 여자를 꼬셨습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드디어 그게 가능해 보이는 여자를 찾았지요. 그런데 그가 쉽게 포기하겠습니까?”
물론 돈을 준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분명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행을 포기해야 하니까.
“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증거를 모으지요.”
“다른 방법?”
“그렇습니다. 도둑질을 합시다.”
“네?”
무태식은 노형진의 말에 흠칫했다.
“하지만 도둑질을 하면 그건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텐데요?”
“도둑질을 했다고 하면 당연히 그렇지요. 하지만 익명의 제보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민사에서는 익명의 제보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민사에서 인용된 증거는 형사에서도 대부분 인용이 된다.
“그러니 분추에게서 도둑질을 하고, 그걸 익명의 제보로 처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뭘 훔치시려고요?”
“간단합니다. 핸드폰이지요.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서, 연인들은 먼 거리에 있어도 서로 사랑의 밀어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옛날처럼 편지를 보낼 필요도, 비싼 돈을 주고 통화를 할 필요도 없다.
메시지 하나만 보내면 거의 실시간으로 상대방에게 날아간다.
“그리고 분추와 티타는 한국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계획을 준비 중입니다. 그렇다면 자주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그러면 그 방법은 역시나 메신저겠군요.”
“네,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티타 쪽에 증거로 제출을 요구하면 안 됩니까?”
“아마 삭제했을 겁니다.”
남편이 그걸 보거나 수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분추는 아니다.
그는 그걸 삭제하거나 할 필요도 없다. 그냥 가지고 있으면 된다.
아니,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차하면 협박용이 될 물건이니까.
“그러니 분추의 핸드폰을 훔칩시다.”
“하지만 어떻게요?”
“어떻게는요? 도둑을 고용하면 되죠.”
“태국에 도둑이 많다지만 우리가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태국에는 공인된 도둑이 있지 않습니까?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