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47)
노형진은 로버트를 불렀다.
이 건은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하니까.
“돈요?”
“네.”
“미스터 노가 돈 문제로 걱정할 필요가 있나요?”
“물론 돈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다만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돈을 움직여야 해서요.”
“흔적 없는 돈이라…….”
로버트는 노형진의 말에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어떤 사람이든 흔적이 없는 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가정에서는 소위 말하는 쌈짓돈에서부터 기업에서는 뇌물, 정치인들은 정치자금까지.
그건 노형진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당겨 볼까요?”
“아니요. 최대한 당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돈의 흐름만 좀 만들어 내면 됩니다.”
“네?”
“특정 단체로 한 5천억쯤 돈이 들어갔으면 좋겠는데요. 조용히.”
“5천억요?”
로버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5천억이라는 건 절대 작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형진이 비밀리에 넣고 싶어 하니 자금을 여기저기서 돌려야 하는데, 그 금액을 단시일 내에 구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5천억이나 구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진짜 5천억을 넣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5천억의 자금 흐름만 만들어 냈으면 하는 겁니다.”
“5천억의 자금 흐름요?”
“네.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요?”
“그건…….”
로버트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방법이 있다.
일종의 금융 사기 방식인데, 자신들이 가진 돈을 몇 번이고 외부로 돌려서 겉으로는 더 많은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가령 500억을 가지고 있으면, 그걸 적당히 돌릴 수만 있으면 순식간에 5천억의 흐름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사기 수법입니다만.”
로버트는 우려 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설마 미스터 노가 사기를 치려고 하시는 건 아니지요?”
“아, 사기를 치려고요.”
“네에?”
“물론 금융 사기를 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본을 내부에서 좀 흔들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일본을 내부에서요?”
“네. 가능하겠습니까?”
“차라리 마이스터를 동원하시지요?”
마이스터와 미다스가 총동원되면 일본 경제는 한순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렇잖아도 상황이 안 좋은데 마이스터의 공격을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그러면 편하지요. 하지만 그건 제 존재가 드러납니다. 더군다나 전에도 한번 겪어 보지 않으셨습니까? 마이스터의 투자자들은 자기 돈으로 우리가 전쟁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긴 그건 그렇지요.”
과거에 마이스터를 공격했던 투자회사가 있었다.
그러나 노형진의 함정에 빠져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노형진은 그 사실을 그 회사에 속한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결국 그 회사가 파산하게 만들었다.
투자회사에 돈을 맡기는 이유는 돈을 불려 달라는 거지 그걸 가지고 전쟁하다가 날리라는 게 아니니까.
“우리가 그러면 의뢰인들이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겁니다.”
“그러면 그냥 돈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된다 이거군요.”
“그렇습니다.”
“그건…….”
로버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좋은 투자 전문가는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하게 사기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는 부분도 있어서요.”
즉, 로버트가 나서서 하고자 한다면 그 이상의 흐름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왜 일본에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놈들이 제 배알을 뒤틀리게 만들어서요.”
노형진이 오광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 주자 로버트는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왜 그런답니까?”
“모르지요.”
“물론 저는 미스터 노도 이해가 안 갑니다만.”
화가 난다고 국가 단위로 엿을 먹이려는 노형진의 스케일은, 아무리 로버트가 성공해서 돈을 많이 만진다고 해도 감을 잡지 못할 정도였다.
“일단 제 마스터는 미스터 노이니 원하는 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돈을 돌려 자금 흐름을 만들어 내지요.”
“감사합니다.”
“추적이 불가능한 자금으로 해야 하니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만.”
“상관없습니다. 사실 목표액을 못 채워도 상관없습니다. 흐름 자체만 만들어 내면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자금 흐름을 대표할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디로 할까요?”
노형진은 씩 웃으며 이름을 건넸다.
“여기로 하시면 됩니다, 후후후.”
그걸 본 로버트의 눈썹이 살짝 올라왔다.
* * *
“뭐라고?”
남상진은 노형진을 미친놈 바라보듯이 했다.
“갈수록 개판이군. 무기가 필요해? 네놈이 간땡이가 부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설마 혁명이라도 일으킬 생각이냐? 네놈이 돈이 많은 것도 알지만, 한국은 고작 네가 흔든다고 해서 망할 정도의 나라가 아니다.”
“오, 애국심?”
“애국심이 아니라, 네놈이 그랬다가 죽으면 나까지 엮이니 하는 말이다!”
노형진은 키득거렸다.
“그렇기는 하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필요한 건 무기가 아니라 무기 상자야. 내가 미쳤냐, 무기를 거래하게?”
“무기 상자?”
“그래. 무기들이 들어 있지 않은 빈 상자.”
무기들은 나름의 상자가 다 있고 그 안에 탄약과 물건을 보관한다.
그리고 노형진이 원하는 건 딱 그거였다.
“빈 상자?”
“그래. 그런 거 얼마나 구할 수 있지?”
“원한다면야 뭐,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
애초에 그런 걸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아니, 그냥 모양만 있는 거 말고 로트 번호 적혀 있는 거 말이야.”
로트 번호. 모든 무기 상자들의 일련번호라 할 수 있다.
그 번호를 통해 무기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물론 밀수가 아닌 상황에서만 말이다.
“진짜로 존재했던 놈이 필요한 거냐?”
남상진은 노형진이 노리는 게 뭔지 알았다.
로트 번호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그 무기가 실제로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결정적 차이다.
무기 상자야 얼마든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 수 있지만 로트 번호만 추적하면 그게 실존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모양만 무기 상자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래.”
“도대체 왜? 그걸 뭐에 쓰려고?”
“일본에 내전을 일으킬 생각이다.”
“일본?”
“그래, 일본.”
“빈 상자로?”
“당연하지.”
“네놈의 미친 짓은 점점 끝을 모르고 벌어지는군.”
남상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도 어이가 없어 죽겠는데 이제는 일본에서 내전을 일으키겠다니?
그러나 노형진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진짜 내전을 일으키지는 않을 거야. 다만 일본의 심장을 쫄깃하게 해 줄 생각이야.”
“쫄깃?”
“그래. 일본의 자위대를 제대로 흔들어 보려고,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