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48)
일본은 하나의 국가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땅이 원래 하나의 국가인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은 독립을 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러지 못한 곳도 존재한다.
바로 류큐 왕국.
지금으로 치면 오키나와 일대를 지배하던 나라로, 1879년 일본에 강제 합병되어 450년의 역사를 유지하던 류큐 왕국은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이 1910년 강제 합병되었으니 그 시기는 그다지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류큐 왕국이라는 곳에 아직 독립 세력이 있다 이거지?”
“그래. 오키나와 쪽에는 그걸 위한 정당도 있어. 물론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노형진은 오광훈에게 차분하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오키나와는 독립이 힘들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칭 본토인이라고 부르는 일본인들에게 극단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공식적으로는 오키나와 역시 본토라 불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지역 출신이라고 하면 알게 모르게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
당장 주일 미군 역시 대부분이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어 그 피해를 오키나와 사람들이 보고 있고, 오키나와의 주민들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아무리 외쳐도 일본 정부에서는 철저하게 그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본토인은 1등 국민, 오키나와인은 2등 국민이라고 보면 돼.”
“그렇게 차별한다고? 이해가 안 가네.”
오광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결국 일본인 아닌가?
더군다나 합병한 지 뭐 10년, 20년 지난 것도 아니다.
무려 150년 가까이 지났으면 차별이 사라져야 정상이 아닌가?
“일본의 전략이 그거잖아. 일본은 신분을 나누고 아랫사람에게 충성을 요구해. 오키나와, 그러니까 류큐 왕국은 그런 전략에서 사실상 최하위에 배치되는 거지.”
“으음…….”
오광훈은 노형진의 말에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실제로 그들은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있어.”
지금도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류큐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비율이 40% 정도이다.
그리고 30%는 양쪽 다라고 표현한다.
즉, 70%의 사람들이 본인을 일본인이라기보다는 류큐 사람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딱히 독립운동을 하는 건 아니잖아. 그랬으면 벌써 난리가 났지.”
실제로 오키나와에는 류큐 왕국의 독립을 쟁취하자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요구하는 독립도 아예 별개의 국가로 존재하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1국가 2체제를 뜻한다.
당장 오키나와가 독립한다고 해도 그들만으로 먹고살 방법이 없으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아예 별개가 되겠다는 건 아니야.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가리유시클럽의 경우는 그런 이원부제를 요구하고 있어. 중국의 홍콩처럼 대우해 달라는 거지.”
“가리유시클럽? 뭔 독립 단체가 클럽이야?”
“일단 외부적으로는 그 구조가 애매하니까.”
정당이라고 하자니 속해 있는 국회의원은커녕 지방의원 하나 없다.
그렇다고 과거 이름인 류큐독립당이라고 주장하자니, 군사적인 저항을 포함하고 있는 이름인지라 그 이름으로 활동하기 애매하다.
“그래서 현재는 가리유시클럽이라고 불려.”
“거참, 특이하네.”
“하여간 우리 계획은 그쪽을 지원해 주는 거야. 정확하게는, 해 주는 척하는 거지.”
뭔가를 지원받는다고 해서 그들이 일본을 상대로 내전을 벌일 가능성은 없다.
어찌 되었건 그들의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일본인이다.
본토인들이 아무리 오키나와의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해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한국인보다는 가깝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일 테니까.
“그러니 그들이 싸울 수 있게 하는 게 아니라, 싸울 능력을 가지고 싸움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내 계획이야.”
“싸움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라…….”
“한국에 신경 쓰지 못하게 하려고.”
“어떻게?”
“간단해. 일본 내에서 반군 세력이 나타난 것처럼 꾸미려고.”
그렇잖아도 차별 대우를 받는 오키나와 사람들이다.
만일 그들이 반항하기 시작하면 자칭 본토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아, 우리가 잘못했으니 반성하고 잘해 주자?
아니다. 점령자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감히 우리에게 반항을 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만큼 우리가 그들에게 멘붕을 일으키게 할 수 있지. 아마도 일본 정부는 류큐 왕국을 추앙하는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더 강한 탄압을 하기 시작하겠지.”
그리고 그 순간부터 오키나와에서는 진짜 반항의 기치를 올리게 될 것이 뻔했다.
그렇잖아도 지금도 차별받고 있는 와중인데 그보다 더 강한 압력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반항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 만큼 그들을 지원하는 게 중요해.”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일본 자위대가 피해받을 게 뭐가 있어?”
오키나와는 주일 미군이 어마어마하게 몰려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독립하고 싶어 한다고 해도, 주일 미군이 그걸 그냥 둘 리 없다.
일단 독립이라는 기치가 내걸리고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주일 미군의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그들은 최소한 비공식적으로나마 일본을 도울 수밖에 없다.
“아니, 싸움을 왜 거기서 하겠어?”
“응?”
“거기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반군이 활동하겠어?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내가 노리는 곳은 후쿠시마야.”
“후쿠시마? 아니, 그놈의 후쿠시마는 또 왜 튀어나오는데?”
“일본에서 거기만큼 일 꾸미기 좋은 곳이 어디 있어?”
사람도 없고 온 동네가 싹 쓸려 있어서 숨기도 좋다.
“거기에다가 내가 전에 말했잖아. 일본 자위대에 제대로 엿을 먹이겠다고, 후후후.”
* * *
“이게 뭐야?”
일본 자위대 다카시로 육장은 갑작스러운 보고에 정신이 아찔했다.
육장은 한국으로 치면 중장급의 계급으로, 다카시로는 일본의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류큐독립여단? 이런 곳이 있었어?”
갑자기 언론사로 날아온 일종의 선언문. 거기에는 자칭 류큐독립여단이라는 곳에서 보내온 내용이 실려 있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심각했다.
“구 류큐 왕국 지역의 독립을 요구하며,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이거 미친 거 아냐?”
다카시로 육장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겉으로는 일본군이 세계 제일의 강군이라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군, 아니 일본 자위대의 수준을 모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독립여단이라는 놈들이 생겼다니?
“이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야?”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생겨났는지, 우리 정보에는 없습니다. 현재 오키나와 쪽에서 지원받는 반군 단체로 의심하고 있습니다만.”
“반군이라니! 대일본에 반군이 어디 있어!”
“하지만 단순히 미친놈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여기 그들이 선언문과 함께 보내 준 사진을 봐 주십시오. 뒤에 잔뜩 쌓여 있는 박스는 무기 박스입니다.”
소총에서부터 탄통, 지뢰, 거기에다 지대공미사일과 대전차미사일까지, 완편된 부대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었다.
“이게 가능해? 이거 가짜 아니야?”
“가짜는 아닙니다. 이미 박스에 있는 로트 번호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존재하는 무기입니다.”
“그런데?”
“그게…… 죄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는 무기들입니다.”
당연하다.
거기에 있는 로트 번호들은 죄다 남상진이 거래한 밀수 무기들이니까.
물론 그 내용물은 없고 그저 번호뿐이지만 무기 상자에 로트 번호를 가짜로 적는 건 일도 아니었고, 그걸 추적하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무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정신이 아득해지는 다카시로 육장.
지금까지 전쟁이라고는 겪어 본 적 없이 오로지 정치질로 여기까지 성장한 그에게 있어서 현 상황은 최악이나 다름없었다.
“이놈들이 이걸 가지고 있다고? 그것도 오키나와에?”
오키나와에 독립을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세력은 무척이나 작고 실질적으로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시했다.
하지만 그들이 무장하면 그 순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장 저기에 있는 대전차미사일을 이용해서 장거리에서 정박한 미군 함정을 공격하거나 미군에 대한 기습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거 어디서 튀어나온 놈들이야? 도대체 어디서 나왔느냐고!”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군 쪽도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쪽에서 대략 457억 엔 정도 자금이 흐른 흔적이 있답니다.”
“뭐라고!”
457억 엔.
절대로 작은 규모의 집단이 가질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이 정도면 대함미사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게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당장 추적해!”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키나와는 어떻게 할까요?”
“오키나와?”
“그렇습니다. 현실적으로 개인이 그 정도의 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현재 정보 부서의 분석에 따르면 오키나와에 있는 독립 세력이 오키나와의 주민들에게서 모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런 개 같은 자식들이…….”
다카시로 육장은 눈을 잔뜩 찡그렸다.
그리고 그 말이 절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정도의 돈을 개인이 만들 수는 없다.
설사 만든다고 해도, 그들이 일본에서 왜 전쟁을 벌인단 말인가?
어쨌거나 오키나와 출신 중에서 이 정도로 성공한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모금해 줬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당장 수사 시작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잡아들여!”
다카시로 육장은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바로 그게 노형진이 바라던 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