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53)
“시원하기는 하네요.”
무태식은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서장이 내려오고, 노형진이 검찰 감사실에 연락해서 거기서도 왔기 때문에 경찰서의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법률적 해석은 경찰의 권한이 아니다. 그건 검사와 판사의 권한이다.
그런데 경찰은 자꾸 법률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그대로 집행하려고 한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적대적으로 해야 했습니까? 그냥 처음부터 변호사라고 밝혔으면 알아서 했을 것 같은데요.”
“물론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 아닐까요? 아까 들으셨잖습니까? 이런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닙니다.”
노문성의 차량을 견인해 간 회사는 이 지역 회사다.
“그런 놈들이 제 아버지한테만 바가지를 씌웠을까요?”
“아…… 그러네요.”
그랬을 리 없다. 당연히 사고가 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바가지를 씌웠을 것이다.
“당연히 몇몇은 경찰에 신고했을 테고요. 하지만 보셨지요?”
그들은 공무집행방해 운운하면서 접수를 거부하고 민사 건이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그들과 그 업체가 결탁했다는 걸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제가 고의적으로 제 신분을 알리지 않은 겁니다.”
처음부터 변호사라고 했으면 아마도 이번 사건의 정보는 그 회사로 넘어갔을 테고, 그들은 당연히 법정 견인료만 받고 끝냈을 것이 뻔하다.
뭐, 정산이 잘못되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변명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 이쪽에서 약점을 잡았으니 더는 그럴 수도 없지요.”
이미 그쪽에서 돈을 요구하는 것은 녹음해 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보가 새면 저들이 흘렸다는 의미가 된다.
“당연히 경찰들은 조심할 겁니다. 더군다나 다음번에 신고가 들어오면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니 공무집행방해 운운하는 헛소리는 못 하겠지요.”
노형진의 말에 무태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제로 그가 당했던 일이니까.
“조사가 진행되면 견인차 운전사는 아마 정신이 아득해질 겁니다.”
* * *
“이름.”
“박 형사님, 저기, 이러지 마시고…….”
“이름.”
“박 형사님. 아니, 형님.”
“형님? 형님? 내가 왜 네놈 형이야! 이름!”
바락바락 악을 쓰는 박 형사를 보면서 레커차를 운전했던 조노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조……노수입니다.”
“나이!”
“31세……. 저기…… 형…… 아니, 형사님. 왜 그러십니까?”
“몰라서 물어? 너 차량 훔쳐 갔잖아!”
“아니,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차량을 훔쳐 갔다니요?”
“〇〇월 〇〇일, 오후 4시. 몰라? 기억 안 나?”
“그건 견인인데요?”
“그러니까 그거 허락받았어?”
조노수는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허락? 받은 적 없다.
애초에 요즘은 견인하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못 하게 지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람들이 똑똑해져 사설 견인차에 대해 알게 되기 시작하면서 일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그, 그거야…… 허락받았지요……. 네, 받았어요, 허락.”
“그래서 계약서는?”
“아니, 형님. 아니, 형사님. 사고 현장 아닙니까? 그런데 거기서 어떻게 계약서를 씁니까? 당연히 구두계약을 했지요.”
구두계약, 그러니까 말로 하는 계약.
법적으로 그 구두계약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단, 그걸 증명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그래, 구두계약을 했단 말이지? 그럼 증명은 뭐로 할래?”
“네?”
“증명 말이야.”
“제가 구두계약하면서 명함을 드렸습니다.”
“이 새끼야! 장난해? 구두계약을 하면 네놈 명함을 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 명함을 받든가 신분증 사진을 찍었어야지!”
“워낙 혼란한 상황이다 보니까…….”
조노수는 어떻게 해서든 처벌을 면해 보겠다고 변명을 했다.
하지만 이미 노형진이게 약점을 잡혀 버린 박 형사 입장에서는 모든 게 다 고깝게 들렸다.
“혼란? 너 그거 견인할 때 예상 비용 고지해야 하는 거 몰라?”
“그건…… 알지요.”
“그래서 예상 비용 580만 원은 고지했냐? 상대방은 그걸 듣고 구두계약에 동의했고?”
“…….”
“이 새끼야! 미쳤냐? 내가 지금 호구인 줄 알아?”
박 형사는 이를 박박 갈면서 말했다.
뭘 조금 유리하게 해 주고 싶어도 뭐가 있어야 가능한데, 고작 20킬로미터를 가고 580만 원이라니.
“저기, 그건 수정해서 청구할 테니까…….”
“수정 청구? 너 사람 죽이고 죄송하다고 하면 끝나는 줄 알아!”
버럭 소리 지르는 박 형사.
“아이고, 박 형사님. 애 놀랍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견인차 회사 사장인 이찬민이 서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박 형사님.”
“어, 이 사장, 오랜만……이 아니잖아! 지금 조용히 안 해?”
“아이고, 박 형사님. 그만 고정하시고 커피 한 잔 하시지요.”
“이 사장, 미쳤어? 지금 서장님이 눈 벌겋게 뜨고 있는데, 뭐? 커피 한 잔? 나 죽이려고 작정했어?”
“죽이려고 작정하다니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아, 좀. 입 좀 닥쳐라. 진짜 상황 심각하거든.”
이찬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이런 신고가 들어온 적은 몇 번이나 있었고, 그때마다 적당한 인사를 건네면 무마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평소보다 과도하게 싸늘했다.
“저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 진짜.”
박 형사는 주변을 스윽 둘러봤다.
다행히 주변에 동료 경찰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잠깐 나 좀 보자.”
박 형사는 그를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 변호사를 붙였어. 그것도 아주 독종이야.”
“네? 그럴 리가요?”
변호사를 붙이면 그 비용이 견인비보다 더 나온다.
수리비야 대부분 보험으로 처리하기에 결국 대부분은 변호사를 사는 걸 포기한다.
그런데 변호사라니?
“그 차주 아들이 변호사야.”
“네?”
이찬민은 눈을 찡그렸다.
이건 곤란하다. 이러면 자신들이 불리해진다.
“와서 지랄하고 갔다고. 그러니까 좀, 당분간은 닥치고 있자.”
“네, 알겠습니다. 일단 가서 그쪽 청구를 변경해야겠네요.”
“제발 그래라, 응? 지금 여기 장난 아니게 살벌해.”
“네, 서두르겠습니다.”
이찬민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다급하게 경찰서를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뒤쪽을 향해 있던 박 형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씨발. 저 인간이 왜 와? 너 여기에 있어. 알았지? 알은척하지 말고.”
“무슨 말이십니까?”
“아, 씨발. 좀 닥치고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
그는 이찬민에게 단단하게 말하고는 다가오는 남자, 그러니까 노형진에게 향했다.
“노 변호사님, 여기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하하하, 아직 수사가 안 끝났는데요. 이제 소환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찬민은 노형진이 이번 사건의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 그게 말이지요. 다른 건으로 고소를 넣으려고요.”
“다른 건이라니요?”
“사기입니다.”
“사기?”
“그렇습니다. 사기요.”
움찔하는 박 형사.
사기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그는 이내 노형진의 치밀함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은 표준 요금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했습니다. 당연히 사기죠.”
“하지만 아직 돈도 안 주셨는데요.”
사기는 미수를 처벌하지 않는다.
즉, 사기로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이런 경우에 사기에는 해당되지 않지.’
터무니없는 요금이 나오면 대부분 돈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니까.
‘하지만 돈을 주면 그때부터는 사기가 성립된다.’
공갈이 안 걸린다? 그러면 사기로 엮으면 되는 것이다.
‘안 봐도 뻔하지. 산정이 잘못되었다, 아니면 오해가 있었다는 식으로 벗어나려고 할 건 당연한 일이고.’
그리고 경찰은 받아 처먹은 게 있으니 그쪽으로 몰아가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업무상 종종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하니까.
그 때문에 그게 인정되는 경우 상대방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물론 차량에 대한 절취 문제는 좀 다르다.
차량을 훔쳐 간 것은 견인차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직원이니까.
“이미 돈은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사기가 성립되지요.”
그 순간, 이찬민은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서 입금 내역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돈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이게 뭐야!”
그 실수를 발견한 노형진은 눈을 반달로 그렸다.
“아이고, 여기 당사자가 계셨나 보네.”
노형진은 이찬민과 박 형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제가 아까 오면서 보니까 박 형사님과 아주 친밀해 보이던데, 이 부분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게, 노 변호사님…….”
“물론 감사실에서요.”
노형진은 웃고 있었지만 박 형사는 울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