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54)
“공갈과 사기가 같이 되지는 않겠지요?”
“안 되겠지요. 하나의 죄에 하나의 벌이니까요. 하지만 벗어나지는 못할 겁니다.”
노형진이 돈을 넣은 이유가 그거다.
공갈로 고소를 넣었지만, 그들이 실수로 청구된 거라고 해 버리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돈을 넣고 사기로 엮어 버리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들이 사기가 아니라 합당한 금액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쪽은 법에서 인정한 규정이 있지만 그들은 그게 없으니까.
“그러니 그들은 어느 쪽이든 처벌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을 속여서 돈을 뜯어내던 견인 회사들.
그들을 노형진은 그냥 두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막장 인생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막장아래에 더 막장이 있다는 걸 그들도 이제 알게 될 겁니다, 후후후.”
* * *
“이런 젠장!”
얼마나 주먹을 꽉 쥐었는지, 이찬민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졸지에 현장에서 조사받고 집으로 왔는데 그에게 날아온 것은 민사 소장이었다.
그리고 사기용으로 사용된 계좌는 벌써 압류되어서 사용 금지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 새끼 뭐야? 진짜 뭐 하는 새끼야?”
이찬민은 자신의 숨통을 조이는 노형진의 행동에 치가 떨렸다.
그는 완벽하게 자신을 틀어막고 있었다.
사실 돈이라면 어떻게 틀어막아 보겠는데 가장 큰 문제는 증거로 차량이 압수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개 같은…….”
청구된 금액은 580만 원. 그리고 그게 사기 피해로 인정되었다.
당연히 그게 사기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행거리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조사하기 위해서는 전문 기관으로 가야 하며, 노형진이 경찰에 어찌나 지랄해 놨는지 경찰은 해당 견인 차량을 증거로 요청해서 증거물로 압수해 가 버렸다.
즉, 그 차량은 재판이 끝나고 증거물에서 풀릴 때까지 최소 몇 달간은 운영하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염병할 새끼……!”
이찬민은 으드득 소리를 내며 이를 갈았다.
견인차 회사라고 해서 견인차를 수십 대씩 운영하는 게 아니다.
당연히 한 대가 빠지면 그 자리가 어마어마하게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분명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범한 일 처리였다.
대부분 자신이 이렇게 후려쳐도 별수 없이 돈을 주곤 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리고 있었다.
“끄응, 방법이 없지. 일단 사기가 아니라 실수라고 주장하는 수밖에.”
이찬민은 이를 박박 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실수라고 주장해서 처벌을 면해야 했다.
“그, 그러면 저는 어떻게 되나요, 사장님?”
조노수가 이찬민을 보면서 물었다.
지금 공갈과 사기로 고소당한 것은 이찬민이다.
당연히 이찬민은 돈 좀 써서 실수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해서든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노수는 그게 안 된다.
현장에 있었고, 당사자인 노문성의 명백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훔치다시피 견인해 간 것이 그였다.
노형진은 고소의 대상을 정확하게 구분했다.
공갈과 사기는 이찬민과 그 회사.
그리고 절도는 조노수.
그러니 절도에 대한 처벌은 조노수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
“그걸 왜 나한테 묻냐고! 내가 훔쳤어? 내가 훔치라고 했어?”
“아니, 사장님! 사장님이 견인해 오라고 하셨잖아요!”
“얼씨구, 이 씨발 새끼를 보게? 그래, 내가 견인해 오라고 했지! 그런데 넌 훔쳐 왔다며?”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이 새끼야! 내가 견인해 오라고 했지 언제 훔쳐 오라고 했냐고! 왜 사고는 자기가 치고 나한테 지랄이야!”
조노수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 * *
“지금쯤 두 사람은 신나게 싸우고 있겠지요.”
노형진은 키득거리면서 말했다.
그들이 싸우기를 바라면서 따로 고소를 넣은 노형진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우애가 좋다고 할 사이였을지도 모르지만, 돈이 엮여도 과연 그게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그들이 정신 차리기 전에 우리는 다른 쪽을 털어야 합니다.”
“그게 이 수리소군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고개를 돌려서 해피자동차수리소라고 쓰인 간판을 바라보았다.
“거의 대부분의 견인 회사들은 거래하는 수리소가 있습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요. 문제는 그런 수리소들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겁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사고가 나면 차량은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수리소로 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량 주인들은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수리소가 어디인지 알지를 못한다.
그래서 견인차를 불렀다고 해도, 사실 그 수리소의 선택은 거의 견인차 운전수에게 맡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수리소들이 그들과 결탁해서 돈을 빼돌리지요.”
대부분의 교통사고에서 사고 당사자들은 피해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
일단 교통사고가 나면 입원하는 게 보통인 데다가, 일반인은 고장 났다고 하면 그저 고장 난 줄 알지 부품이 어떤 상태인지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지요.”
무태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또한 그런 놈들에게 당했으니까.
“아주 그냥 새로 다 바꾸라고 하지요.”
공임비까지 바가지로 붙여 가면서 그들은 사기를 친다.
단순 접촉 사고로 라디에이터도 갈고 펜더도 갈고 타이밍 벨트도 갈고, 어떤 경우는 엔진까지 갈라고 한다.
“그런 놈들은 대부분 비슷한 놈들끼리 결탁하는 법이지요. 당연히 그놈들이 하는 짓거리에 준법정신 따윈 없어요.”
현행법상 차량을 수리하려고 하는 경우 수리 담당자는 차량의 이상 부위를 차주에게 고지하고 그 대략적인 견적을 뽑아서 줘야 한다.
만일 추가적으로 수리해야 하는 경우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고지를 하고 비용에 대해 확실히 말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그런 곳들은 차주에게 뜯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로 말장난을 하면서 확인을 못 하게 한다.
그리고 자기들 마음대로 다 뜯어서 고친 다음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청구한다.
“그러니 그들을 족칠 생각입니다, 후후후.”
그들의 행동은 뻔했고,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당연히 그들이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를 리 없는 노형진이었다.
“아마 그들도 자기들이 어떤 막장 상황에 들어가게 될지 모를 겁니다.”
* * *
해피자동차수리소는 이찬민이 운영하는 견인 회사와 손잡고 영업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찬민이 고소당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사실 불안한 기분이 들기는 했다.
“설마 우리한테도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우리가 뭘 어쨌다고.”
“으음…… 우리가 뭘 어쨌다고라고 하기에는 켕기는 게 좀 많지 않아?”
사장인 하수선의 말에 직원들은 말은 못 하고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그래도, 그 변호사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자기가 어쩌겠어요.”
“하긴 그건 그렇지.”
일반인은 차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 자신들이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자기들은 이미 부품을 다 뜯어낸 상황이다.
즉, 그들이 가지고 가 봐야 다 고친 차밖에 못 가지고 간다는 소리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고. 물론 이찬민이가 좀 걱정되기는 하는데…….”
그가 나불거리면 하수선 역시 머리가 좀 아프기는 하겠지만, 하수선은 그가 그렇게 쉽게 입을 나불거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나불거리면 스스로 처벌도 강해질 뿐만 아니라 그 돈을 토해 내야 하니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야. 그렇지?”
“그럼요.”
“그럼 오늘도 힘내서, 우오!”
“우오!”
나름 힘을 내겠다고 구호까지 내지르는 하수선과 직원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그들의 힘을 모조리 빼 버렸다.
“우오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요.”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남자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주변에는 살벌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수선과 정비소 사람들은 자신들이 걸릴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자만일 뿐이었다.
“누구십니까?”
“무태식 변호사입니다. 이쪽은 경찰분들이시고요.”
“경찰요?”
“네.”
무태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왜 여기는 놔둘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하수선과 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여기서 변호사와 경찰이 튀어나오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저희는 당당합니다.”
“그래요? 그러면 저희가 장부를 확인해도 되겠지요?”
“당연하지요. 저희는 그저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해 드린 것뿐입니다.”
하수선은 속으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자기들이 어쩔 거야? 이미 교체한 부품인데.’
이전 부품 대신 교체되어 당장 멀쩡하게 작동하는 부품들이다.
그러니 이제 와서 전에 있던 부품들이 멀쩡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은 없다.
“그래요?”
무태식은 자신 있게 말하는 하수선을 보고는 비웃음이 피식피식 올라왔다.
‘노형진 변호사가 얼마나 독종인지 모르는구만.’
이미 노형진은 그들의 행동 패턴을 다 알고 있었다.
노형진이 했던 말이 있다, 수익을 나누는 놈은 그 수익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수를 쓰기 마련이라는.
“저희가 확인해 본 결과…….”
경찰이 앞으로 나서서 그들을 보면서 눈을 찌푸렸다.
“부품을 바꿔치기하신 것 같더군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부품을 바꿔치기하다니요! 그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가 부품을 왜 바꿔치기합니까?”
“그래요? 그런데 왜 여기에서는 폐기된 것으로 나온 부품이 다른 수리소에서 발견된 거지요?”
“뭐요?”
하수선은 움찔했다.
그걸 본 무태식은 노형진이 한 말이 맞다고 확신했다.
‘부품 바꿔치기.’
일반적으로 부품은 가격이 좀 나간다.
특히 정밀 부품의 경우는 더더욱 나간다.
그런데 고장 난 부분만 고치는 게 아니라 고장 나지 않은 부품까지 통째로 갈아 버린 경우, 그 멀쩡한 부품의 처리가 문제가 된다.
원래 규정대로라면 폐기 대상이다.
고장 난 부품들은 안전 문제 때문에 다른 차에서 쓸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그 폐기 처리가 된 부품들이 다른 곳에서 중고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주, 중고요?”
하수선은 아차 싶었다.
자기네 공장만 생각했기에 자신들에게 와서 지랄하거나 조사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설마 중고를 뒤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네. 참 신기하더군요. 여기에서 공식적으로 폐기된 차량의 부품이 다른 차량에서 사용된 흔적이 있더군요.”
원래 부품을 가는 경우 그 등록 번호를 보험회사에 알려 주는 것이 규정이다.
보험회사 역시 재활용을 막기 위해 나름의 수단을 쓰는 것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나온 순정 부품의 경우는 그 각 부품에 고유 번호가 등록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설사 고유 번호를 보험회사에 등록하지 않아도 처벌 자체가 무척이나 약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품이 떨어지는 경우에 폐차장 같은 곳에서 필요한 부품을 살 수도 있는데, 그런 물건들 역시 제대로 등록된 물건들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 많은 모든 부품을 등록해서 관리한다는 것은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인원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보니 사실상 법은 있지만 적용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쪽에서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노형진은 그들이 부품 바꿔치기를 할 거라고 확신했다.
이찬민에게 돈을 주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라도 돈을 더 벌어야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물론 보통은 추적하지 않지요. 하지만 추적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무태식의 말에 하수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그런 것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자동차 정비소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딱히 보험회사에서 그걸 추적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매일같이 수리되는 차량의 양이 어마어마하고, 보험회사에서 추적 가능하게 코드를 붙였다지만 결국 그건 사유재산이라 경찰을 통해 수사하는 게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뭐, 부품 번호를 추적하면 뭐든 안 나오겠습니까?”
무태식은 느물거리면서 말했고, 하수선은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아, 물론 이 모든 조치는…….”
무태식은 말을 하다가 멈췄다.
그리고 뒤에 있는 경찰들을 바라보았다.
“뭐 하세요?”
“네?”
“아니, 일 안 하세요?”
“아니…… 말씀하고 계시기에…….”
경찰들은 무태식의 눈치를 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얼마 전에 무태식과 노형진이 경찰서를 발칵 뒤집어 놨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감사한다고 해도 대충 자기들끼리 덮고 넘어간다.
그러나 노형진은 그걸 알고 있었다.
특히 경찰서 내부의 감사 팀은 서로서로 알고 지내기 때문에 거의 100% 그냥 넘어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노형진은 박 형사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고발한 후에 다시 그들에게 사람을 붙여서, 그들이 감사 팀과 개인적으로 밥을 먹는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바로 검찰과 경찰에 밀어 넣었고, 그 바람에 졸지에 감사 팀까지 날아갔다.
밥이야 친분이 있으면 한 끼 같이 먹을 수도 있다지만 감사가 진행 중인 시점이라는 게 문제였다.
더군다나 밥값 결제를 감사 팀이 아니라 감사 대상인 경찰이 한 것도 확인했다.
단순히 견인차 하나 때문에 일어난 사건에 경찰이 무더기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지휘권도 없는 변호사지만 눈치를 슬슬 보고 있는 것이다.
“저는 변호사고, 제가 여기 가해자분들과 이야기하는 건 일종의 합의고요. 경찰분들은 영장 집행하셔야지요.”
“영장 집행? 아, 네. 그래야지요. 영장 집행.”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린 경찰들은 무태식을 스치고 지나갔다.
“저기, 형사님!”
“네?”
“아니, 일단은 영장을 보여 주셔야지요.”
“영장. 아, 네…… 영장…….”
경찰은 품에서 영장을 꺼내서 직원들에게 내밀었다.
하수선은 그걸 보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사이에 다른 형사들은 컴퓨터와 서류를 모조리 끌어내기 시작했다.
“아이고, 형사님들! 잠시만요!”
하수선은 다급하게 그들을 말리려고 했다.
그때 무태식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날카롭게 꽂혀 들어왔다.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됩니다.”
그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아, 물론 체포는 당연하겠지만요, 더 이상 혐의를 늘리시지는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무태식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하수선.
“이미 계좌를 털었거든요. 그렇게 수리비를 벌어서 이찬민 씨랑 제법 많이 나누셨던데요?”
“그게 말이지요, 저희가 나눴다기보다는 그게…….”
수리비가 들어오면 일정 금액을 나눠 먹는 검은 커넥션.
지금까지 그걸 누구도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돈을 서로 계좌로 옮겼다.
당연히 그 돈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튀어나왔고 말이다.
“여기 체포 영장입니다.”
경찰 중 한 명이 하수선에게 다가와서 영장을 내밀었다.
“하수선 씨, 사기의 공범으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진술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경찰이 그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는 사이 다른 사람이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하수선은 정신이 나가서 멍하니 무태식을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요.”
그에게 수갑을 채워지는 모습을 보던 무태식은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변호사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이런 경우에 제보자들에게는 ‘감형’을 해 줍니다.”
무태식의 말에 직원들이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수선의 시야에서 멀어지기 위해 슬금슬금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걸 보던 무태식은 하수선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까 뭐라고 하셨지요? 오늘도 힘내서, 우오?”
그리고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들겨 줬다.
“네. 오늘도 힘내서, 우오!”
그러나 하수선은 대답하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병 주고 약 주고?
“저는 진짜 억울합니다. 저는 훔치지 않았어요.”
“그게 말이 안 된다니까.”
새로 배당된 형사는 조노수에게 깐깐하게 대응했다.
이미 여럿 갈려 나갔으니 자신도 갈려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니, 저는 단순히 직원일 뿐이고…….”
“그게 아니던데?”
경찰은 조노수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이찬민 말로는 직원도 아니고 단순 계약이라던데?”
“단순 계약이라니요!”
“외주라고, 외주.”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는 진짜 직원이에요!”
“아, 말장난하지 말고. 계약서도 없고 근무 기록도 없고 출퇴근 기록도 없고 퇴직금도 없는 놈의 회사가 어디 있어?”
조노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생각해도 그런 회사가 있을 리 없으니까.
“진짜인데…….”
“진짜고 나발이고, 직원이면 직원이라고 증명할 걸 내놔야지.”
조노수는 죽을 것 같았다.
그는 절도로 고소당했고, 현 상황에서는 절도죄가 성립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형사님, 이건 절도죄로 보기 힘듭니다. 일단 불법적인 영득 의사가 없고…….”
다급하게 불려 온 국선변호인은 그래도 조노수를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노형진이 그가 그렇게 방어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거기, 변호사님.”
“네?”
“여기 고소장 보세요. 상대 쪽에서 제출한 건데, 이분이 훔쳐서 그걸 이찬민에게 넘기고는 돈을 받았잖아요?”
“그건…… 운송비 조로…….”
“절도하는 순간 운송비가 아니라니까요. 이건 불법적으로 차량을 절취해서 제삼자에게 줌으로써 금전적 영득 의사를 확실하게 못 박은 사건입니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그러면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까? 한번 들어 봅시다.”
조노수의 변호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생각해도 다른 해석의 여지가 많지 않으니까.
물론 우기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우기는 수준이다.
재판을 할 때 핵심은 과연 그 행동이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졌느냐다.
“그런데 당사자가 절취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를 불법영득의 의사라고 한다.
그걸 자신이 가질 생각이 없었다면 절도가 성립되지 않는다.
보통은 말이다.
“여기 소장 좀 제대로 보세요. 이미 그쪽에 대해서도 저쪽 변호사가 다 답해 놨잖아요.”
경찰은 페이지를 넘기며 짜증을 부렸다.
“절취한 물건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그걸 누군가에게 판매 또는 양도함으로써 그 이익을 구하면 절도라니까요. 판례가 그래요. 세상에 도둑이 그걸 자기가 영원히 가지고 싶어서 도둑질합니까? 남한테 팔아먹으니까 도둑질이지요.”
“하지만 그건 도둑질이고 이건 업무상…….”
“그러니까 직원이라는 증명서를 내놓으라니까요.”
조노수는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