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7)
퀵맨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빠르게 배달하는 사람들. 익명으로 뭔가를 보내는 제보자들이 많이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의 눈에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이거 기대되는걸?”
작은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은 몇 장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본 게릭은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
“엘리자베스.”
7년 전. 자신이 신참일 때 담당했던 사건이었다. 엘리자베스라는 일곱 살짜리 꼬마의 실종. 그 아이의 시신은 결국 찾지 못했고 그 당시 고통스러워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이…… 이 사진이 어떻게.”
문제는 그 사진에 나타난 엘리자베스의 모습이었다. 자신이 본 엘리자베스의 사진은 대부분 즐겁고 행복한 사진이었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진에 모습은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보지 못한 존재할 수 없는 사진.
“설마…….”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함께 들어 있는 CD를 재생시켰다. 그리고 그걸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대로 자신의 발아래 있던 쓰레기통을 붙잡고 토악질을 시작했다.
“우웨에엑!”
게릭이 갑자기 그러자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달려왔다.
“게릭, 왜 그래?”
“점심이 이상했던 거야?”
그렇게 몰려들었던 사람들은 모니터에 나오는 동영상을 보고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오 마이 갓…….”
게릭은 토악질을 멈추고 동영상을 정지시켰다. 차마 더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릭, 이게?”
“방금…… 온 거야. 퀵맨이 가지고 왔대.”
“뭐?”
그렇다면 누가 보냈는지 알 수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이런 경우 현장에 가면 돈과 함께 물건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저 아이…… 게릭 자네가 담당했던 그 사건 아닌가?”
그중 동기는 사진만 보고도 그 아이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게릭이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응.”
게릭은 휴지로 입을 닦으면서 상자의 아래쪽을 뒤졌다. 거기에는 세 명의 남자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퍼 온 것으로 보이는 사진. 거기에는 대한민국 경찰서장이라는 직함이 찍혀 있었다.
“이 개새끼들…….”
게릭의 눈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수십 개의 우편물이 각 언론사로 날아가고 있었다.
“강간범을 내놔!”
“도둑놈들을 내놔!”
“한국은 꺼져라.”
주미한국 대사관은 수많은 성난 군중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언론에서 나온 소식들은 미국 국민들을 패닉에 빠지게 만들었고 말 그대로 분노케 했다.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로버트는 그런 성난 군중을 보면서 노형진의 계략에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습니까?”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결국 인간도 감정의 동물이니까요.”
노형진은 증거 중에서 아동에 관련된 범죄만을 주로 골라냈다. 미국 사람들의 아동 범죄에 대한 증오는 병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직접 담당한 사람일수록 더 분노한다는 것도 말이다. 피해자 옆에서 그걸 보고 느꼈으니까. 당연히 극단적인 분노를 글에다가 표현했고 그것을 본 미국인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이 피크죠.”
노형진은 그러면서 대사관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에 도망간 사람들이 있으니 화내는 것도 당연하지만 미국인들이 대사관에 와서 분노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대사관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대한민국의 이런 비리의 커넥션은 엄청나게 강하다고?”
황당하게도 그 아동 성범죄자중 한 명이 주미한국 대사관의 직원으로 와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분노해서 몰려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기대하고 있지요.”
노형진은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경찰 두 명이 다가와서 대사관의 입구로 다가갔고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경찰관은 경비원과 몇 마디 이야기하더니 바로 몸을 돌려서 그곳에서 물러났다.
“어?”
“왜 물러나?”
“야! 그 새끼 잡아와야지.”
하지만 경찰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곳을 떠났고 다들 왜 그런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미리 심어 둔 사람이 알았다는 듯 손바닥을 탁 소리 나게 쳤다.
“아! 면책특권!”
“면책특권?”
“그거 있잖아요, 외교관이 다른 나라에서 처벌한 위기가 되면 면책특권이 있어서 처벌받지 않는다고.”
“뭐라고요?”
미국 사람들은 의외로 무식하다. 텔레비전에서는 무척이나 지적인 모습으로 나오지만 실상 문맹률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이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면책특권에 대해서 절묘하게 맞는 듯하면서도 약간 다르게 설명하도록 했다.
“쉽게 말해서 대한민국 정부가 처벌을 거부한다면 미국으로써는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거죠.”
맞는 말이기는 한다. 그게 면책특권이니까 그리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어이없어 했다. 그리고 때에 맞춰서 한 남자가 바로 총을 빼 들었다.
“그런 개 같은 게 어디 있어! 한국은 상전이냐! 그 개새끼 내놔!”
물론 총을 들고 쏘지는 않았다. 사실 총 자체도 빈 총이었다. 하지만 그건 외부에 어떻게 보일지 뻔했다.
“자, 그럼 우리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요, 후후후.”
며칠 후 대한민국은 초유의 사태를 발표한다.
“이번 주미일진회에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 면책특권도 포기합니다. 또한 주미일진회 출신으로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범죄자에 대하여 무조건 적으로 미국으로 송환하도록 하겠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고 남상주는 혀를 내둘렀다.
“이걸 노린 건가?”
“네, 안 그러면 대한민국 정부에서 쉬쉬하면서 사람들이 잊을 때까지 시간을 끌었겠지요. 어디 한두 번 하나요, 그런 짓?”
노형진이 고의적으로 사람을 풀어서 대사관에서 빈총으로 위협한 게 아니다. 대사관 앞에서 누군가 총을 꺼내면 대사관을 지키는 군인 역시 총기를 휴대하고 저항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노형진은 한국이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범죄자를 내놓지 않겠다는 식으로 헛소문을 퍼트렸고 그 소리에 분노한 사람들은 너도 나도 총기를 들고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미군이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이 미국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결국 범죄자를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대한민국에서 그들이 다시는 미국에 오지는 않았겠지.”
미국이 요청해도 대한민국이 거부하면 그만이며 설사 거부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해자는 몇 번이나 재판하면서 시간을 끌 수 있다. 그 와중에 해외로 나가 버리면 그만이다.
“안 그러면 대한민국 정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내놓겠습니까?”
소속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요 정치권의 자식이나 본인 또는 경제계 사람들이다 보니 대한민국에서는 말 그대로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노형진을 노리던 이도균 역시 휩쓸리고 말았다.
-성화 그룹의 미국 지사 대표였던 이도균이 오늘 살인 교사 혐의로 FBI에 체포되었습니다. 이도균은 지난번 성화그룹의 세균 살포 사건과 관련하여 그 상대방에 대한 살인을 교사하였으며…….
“으아아아! 놔! 놓으라고! 내가 누구인 줄 알아! 놔! 씨파아알!”
아나운서의 설명과 더불어서 안 끌려가려고 발악하는 이도균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고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그러니까 알아서 조심해야지.”
아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도균뿐만 아니라 성화 내부에 있는 수많은 주미일진회 멤버들이 체포당할 것이다.
“성화가 심하게 흔들리겠군.”
“그렇겠지요.”
더군다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소송에서도 이길 수 없는데 그 징벌적 배상을 하려면 아마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후후후.”
“자네는 점점 무서워지는 것 같아.”
남상주는 노형진을 보면서 괜히 말했고 노형진은 은근히 사악한 미소를 보였다.
“제가 좀 사악합니다. 크하하하하…… 콜록콜록!”
소파는 과학이 아니다 (1)
“미국이드아!”
노현아는 입국장에서 내리자마자 팔짝팔짝 뛰기 시작했고 노형진은 그런 노현아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누나 미국에 처음 온 사람처럼 왜 이래?”
“나 처음이거든? 넌 처음이 아닌 것처럼 말한다?”
“그런가? 하하하.”
유민택은 눈물 나게 고마워하면서 노형진의 가족을 특별히 미국으로 보내 줬다. 단순히 사건을 해결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몇 년 동안 성화가 심혈을 기울여서 키워 온 미국 지사를 작살내 놨기 때문이다. 미국 지사의 사장이 테러 혐의와 살인 교사 혐의로 체포되었고 성화 내부에 있던 주미일진회 소속의 멤버들이 대거 체포당하면서 성화가 무척이나 흔들렸기 때문이다. 물론 대룡도 주미일진회 출신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성화에 비해서는 극히 작은 숫자였기 때문에 그다지 타격이 크지 않았다.
“미국이다! 우와! 백인이야! 백인.”
“아, 진짜. 이러다 흑인 보면 자지러지겠네.”
“우와와! 흑인이다.”
“얼씨구?”
노형진은 신나서 방방 뛰었고 노형진은 그런 자신의 누나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차다가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오시는 길 안 어려우셨어요?”
“아주 편하게 왔단다.”
비즈니스도 아니고 퍼스트 클래스로 날아왔으니 당연히 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여행이 마음에 드는 듯 두 사람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나저나 미안해서 어쩌니?”
“좋게 생각하세요. 제가 그만큼 일해 줘서 그러는 거니까.”
사실 노형진이 해 준 것은 이것에 비하면 진짜 엄청난 일이었다. 만일 소송에서 졌다면 대룡은 상상 이상의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어디로 가면 되니?”
“일단 호텔로 가죠.”
노형진은 가족들을 데리고 바로 호텔로 향했고 그곳에서 관광을 위한 여러 가지 설명을 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마침 대룡에서 온 안내인은 가족들에게 안내해 주기 시작했다.
“일단은 디즈니랜드를 가 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오오, 디즈니!”
“이 나이에 무슨.”
“아빠, 디즈니랜드는 단순히 놀이동산이 아니라니까요.”
디즈니랜드라는 말에 광분하는 노현아를 보면서 노형진은 이번만큼은 자신이 약간 물러서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데리고 올 걸 그랬네.’
하긴 미국 여행이라는 것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안내인의 설명이 끝나고 난 후 노현아는 잔뜩 기대한 얼굴로 후다닥 방에서 나왔다.
“여기 호텔에 가면 술집이 있다면서?”
“술집은 어딜 가나 있는데?”
“미국 술집이잖아. 양주! 양주!”
“그런 식으로 보면 소주는 무슨 전통주냐?”
모든 것이 신기한 노현아. 하지만 그에 반해 부모님은 피곤하신 얼굴이었다.
“양주가 뭐가 신기하다고. 난 쉬고 싶구나.”
“나도 쉬련다. 편하게 온다고 왔는데 은근히 힘드네.”
“그럼 저랑 형진이만 다녀올게요.”
“난 왜…….”
“그럼 나 혼자 가리?”
결국 노현아에게 이끌려서 아래로 내려온 노형진. 툴툴거리면서 내려왔지만 그래도 시설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역시 5성급 호텔은 호텔이구나.”
모든 것 하나하나에서 뭔가 있어 보인달까?
“나 칵테일 하나 말아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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