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75)
남상진은 입을 벌렸다.
평소에 거의 표정 변화가 없는 남상진이지만 이번 건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라크의 보물? 후세인의 감춰진 재산? 그걸 찾겠다고? 네놈 미쳤냐?”
“왜? 불가능해?”
“불가능하냐고? 당연히 불가능하지! 미군도 못 찾은 거야!”
‘미군이 못 찾은 게 아니라 미군이 감춘 거지.’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누차 말하지만 넌 브로커잖아. 이유나 원인을 따질 이유는 없지 않나?”
“장난하는 거냐, 지금 이 무기 규모를 확인하고도?”
넘겨받았던 서류를 다시 내미는 남상진.
“2.5세대급 이상 전차가 최소 네 대, 장갑차가 스물네 대, 트럭이 쉰 대, 소총이 300정, 수류탄 오백 개. 거기에다 유탄 발사기, 지대공미사일, 대전차미사일, 중기관총 저격용 라이플까지.”
노형진의 자료를 넘기던 남상진는 입을 악물고 말했다.
“이 정도면 거의 1개 대대 이상은 무장시킬 수 있다.”
“알아. 나도 그 정도 예상하고 있고. 설마 내가 떼먹을까 봐?”
“떼먹는 게 문제가 아니야. 네 말은, 이 병력을 이끌고 이라크를 횡단한다는 거잖아?”
“그래.”
“미쳤군.”
물론 이 정도 병력이라면 IS도 접근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IS가 가만두고 볼 리가 없지 않나?”
“그렇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이렇게 무장이 필요한 거고. 마음 같아서는 오스프리도 구하고 싶은데 말이지.”
“미치겠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남상진.
노형진과 일하면서 그가 미친 짓을 많이 한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진짜 이 정도 규모의 미친 짓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어쩔 생각인 거냐?”
“그걸 찾으면 한국으로 가지고 와야지.”
“한국으로?”
“그래. 어차피 주인 없는 보물이야. 찾을 수만 있다면 한국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주겠지.”
“단순히 그거냐?”
“단순히 그거야.”
만일 2조 원대의 재산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노형진이 그걸 집행할 수 있다면?
한국은 노형진의 눈치를 어마어마하게 볼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불편하기도 하고 말이지.’
노형진이 어마어마한 자산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은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미다스는 베일에 싸인 존재이고, 그의 재산 집행은 마이스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건 한국에서 모집해서 한국에서 직접 투자할 돈이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자금 세탁을 할 수도 있고.’
그 말은 한국에서 쓸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난다는 걸 의미하며, 동시에 한국에서 노형진의 사회적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는 걸 의미한다.
“여기서 일하다 보면 별의별 미친놈을 다 보지만 너 같은 미친놈은 없었다.”
“그래서 불가능해?”
“나 혼자는 불가능하다.”
그는 아시아와 미국 쪽의 브로커지 이라크 쪽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탱크는 전혀 다른 문제다.
소총이야 어떻게 구한다지만 탱크와 장갑차라니.
“소련제 탱크가 많은 걸로 아는데?”
“미국산도 좀 있을 거다.”
“뭐?”
“미국이 후퇴하면서 버리고 가거나 이라크 재건 정부에 준 게 있거든.”
물론 그 이후에 그건 모조리 외부에 몰래 팔려 버렸지만.
“하지만 처벌은 어쩔 거냐? 한국 정부에서 가만있진 않을 텐데.”
현행법에 의하면 여행 금지 국가에 가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거 절대 실형은 안 나와.”
“어째서?”
“무려 2조대 이상의 현금 자산이 한국으로 들어올 기회야. 한국 정부에서 처벌해서 그걸 해외로 돌릴 것 같아?”
아마도 고작해야 몇백만 원 정도의 벌금에서 끝날 게 뻔하다.
“하긴, 변호사니까 그건 알아서 하겠지.”
남상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모든 건 현금으로. 그리고 만일 반품하는 경우 원가의 50% 가격에.”
“아주 떼돈을 벌어라.”
“이건 큰 건이다. 이 정도 건수를 하려면 다른 브로커를 통해야 해.”
그리고 그 브로커는 절대 남상진보다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그쪽은 위험한 놈들이야. 충분한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내 목이 날아간다.”
“그렇게 위험한 놈들이야?”
“IS가 뭐 돌 던져서 전쟁하는 놈들인 줄 아냐?”
“하긴.”
그들도 탱크나 대전차미사일, 지대공미사일까지, 없는 게 없다.
그걸 공급할 정도의 브로커라면 전 세계적인 규모이고 또 그만큼 잔인한 인간이라는 소리다.
전 세계에서 IS의 범죄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거래도 없던 내가 그들과 일하려면 현금으로, 그것도 웃돈을 듬뿍 주는 수밖에 없다.”
“알았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로 인해 몇천억이 나갈 테지만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추가로 더 구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부탁하지.”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고, 그런 노형진을 보면서 남상진은 눈을 찡그렸다.
“네놈 때문에 하루빨리 은퇴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그러면 내가 취업할 자리는 알아봐 주지, 후후후.”
* * *
얼마 후 한국은 한 가지 뉴스로 발칵 뒤집어졌다.
후세인의 감춰진 보물을 탐사하기 위한 탐사 요원을 모집한다는 뉴스였다.
인터넷으로 돌기 시작한 소문은 광고가 올라가면서 확정되었고, 그 어마어마한 보수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본 보수가 1억. 보물을 찾으면 수당으로 또 2억. 거기에다가 사망하면 2억이라니.”
어마어마한 금액에 다들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장소가 이라크잖아. 그 막장에 간다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그걸 보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도 있었다.
“성민 아빠,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돼요?”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가 다부진 몸을 가진 남자를 보고 애원하듯 말했다.
“이라크잖아요!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요?”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수년간 국가에 충성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특전사로 온몸을 다 바쳤지만 병에 걸리자 정부에서는 가차 없이 그를 잘랐다.
그 이후에 취직하려고 했지만 그는 군인이라 다른 건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수년째 취직도 못 하고 허송세월만 보냈다.
그 상황에서 전투병을 구한다는 광고는 그의 목숨 줄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진짜로 돈을 구하면 그걸로 회사를 만든다잖아.”
그리고 지원자들이 최우선 고용 대상이라고 하니 어쩌면 미래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보.”
“여보, 내가 군인이었던 건 알잖아. 군인은 원래 전쟁이 벌어지면 싸우러 가야 한다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다만 소속이 국가에서 내 가족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결심한 듯 강하게 말하는 남자.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 애초에 난 군대 말고는 다른 건 전혀 생각도 안 했어. 이제는 취업도 못 한다고. 그렇다고 우리가 작은 가게라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잖아?”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기회야.”
남자의 말에 아내는 고개를 숙였다.
“걱정하지 마. 난 안전하게 돌아올 테니까.”
그는 제발 그럴 수 있기를 하늘에 기도했다.
* * *
“생각보다 많군요.”
로버트는 지원자들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사실 전쟁터 한복판으로 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지원자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로버트의 생각과 다르게 지원자들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그중 일부만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 한국 상황이 별로 안 좋거든요.”
노형진은 안타깝게 말했다.
“한국에 이런 말이 있지요. 청춘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청년은 돈으로 살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돈만 있다면 청년을 도구처럼 갈아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최저임금이지요.”
청년들에게 빚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과거에 대학 학비는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대학생과 부모 양쪽 다 빚을 내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취업한다고 해도 청년들에게는 미래가 없지요.”
버는 족족 학자금 대출로 나가 버리고 그걸 갚을 때쯤이면 또 결혼을 위해 빚을 져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젊은 사람들을 쥐어짜서 빚으로 버티는 나라나 다름없습니다.”
노형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걸 이번에 바꿔 볼 생각이고요.”
“설마 빚을 갚아 주기라도 하실 겁니까?”
“아니요. 좀 다릅니다.”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건 나중 문제이니까. 일단 사람들을 골라내 보지요.”
워낙 지원자들이 많기 때문에 노형진과 로버트는 그 안에서 제대로 된 지원자들을 찾아내야 했다.
노형진의 예상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이 극한으로 몰려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거 참, 씁쓸하네요.”
결국 목숨을 걸고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조차도 골라내야 하는 비참한 현실.
“그렇다고 다 데리고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결국 다급한 사람과 또 능력 있는 사람 그리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 위주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
“서류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요.”
노형진은 착잡한 표정으로 쌓여 있는 서류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탈락하고 누군가는 합격했다.
그리고 탈락한 사람들은 더 절망할지도 모른다.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하긴,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고 하기는 했지.’
하지만 그래도 청년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 상황이 노형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능하면 빨리 움직여야겠네요.”
“네?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로버트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유의 작전은 시간을 끌어 봐야 소문만 도니까요.”
물론 지금도 보물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대적으로 찾는 사람은 드물다.
더군다나 이라크 내부에 직접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핵심적인 정보를 얻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니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건 빠르게 치고 빠지는 거지요.”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을 텐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나름의 방법이 있으니까요.”
노형진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