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77)
노형진은 이번 작전을 빠르게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빠르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 보물 창고로 달려갈 생각은 없었다.
그 대신에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쓸데없이 기름을 태웠다.
그 과정에서 이라크의 주민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군부대를 보자마자 도망가기 바빴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 지역에 있는 지상 전력은 IS뿐이고, 그들에게 잘못 보이면 운 좋아야 죽는 거고 운 나쁘면 죽기 직전까지 고문당하다 산 채로 참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문제도 있었다.
“알라 후 아크바르!”
“미친 새끼!”
머리 위로 날아가는 총알.
자신들을 따라오는 IS 세력은 모르지만 통제되지 않는 IS 세력도 있었고, 그들은 노형진 일행을 발견하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방향 3-5-2 발사!”
쾅! 소리와 함께 전차에서는 포탄이 날아가고, 무조건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들던 개조 장갑차 하나가 박살 나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저 미친놈들은 뭡니까? 우리 숫자가 안 보인대요?”
보병에 장갑차에 탱크까지 있다.
화력으로 싸움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마치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저 앞에 뭔가가 있나 봅니다.”
“네? 뭐가 있다고요?”
“모르지요. 하지만 뭔가 있으니까 저렇게 미친 듯이 달려들지 않겠습니까?”
노형진이 대답하는 순간 날아온 총알이 ‘타타탕!’ 하면서 방탄유리에 튕겨 나갔다.
“어쩔 수 없군요. 완전 제압합시다. 탱크 두 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진합니다.”
“저들을 제압하지 않고요?”
“저들이 탱크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그건 아니지만…….”
차영진도 안다.
저들의 화력으로는 탱크를 상대하지 못한다.
물론 탱크만 덩그러니 있는 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형진은 바보가 아니다.
“쉰 명만 남기고 우리는 바로 직진합시다.”
“직진요?”
“저들이 뭘 감추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싸움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달려들었습니다. 그건 시간을 끌겠다는 거지요.”
“아하!”
시간을 끈다는 것은 뭔가를 은닉하거나 도망가야 한다는 소리다.
“그들이 그냥 있었다면 모를까 선공을 한 이상,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따라오는 놈들이 그냥 있을까요?”
“그냥 있을 겁니다. 아마도 파벌이 다를 테니까요.”
“파벌?”
“네. 자기네 파벌이면 공격을 막을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공격을 막지 못했다.
그 말은 파벌이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구경만 할 겁니다.”
그 순간 ‘쾅!’ 소리가 들리면서 다른 차량 하나가 또 날아갔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건 아무래도 탱크의 표적이 된다고 생각한 건지 멀찌감치에서 정차한 차량에서 보병들이 내렸고 그들은 이쪽을 향해 소총이나 로켓을 쏘면서 공격했다.
“급하게 온 것 같네요. 다행히 박격포도 없나 봅니다.”
만일 박격포라도 있었다면 이쪽이 곤란할 뻔했는데 없는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들을 제압하는 병력만 두고 나머지는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차영진은 부대를 나눠서 바로 통솔했고 선두 부대는 급가속하면서 현장에서 이탈했다.
당황한 IS군은 다급하게 따라오려고 했지만 뒤에 남은 탱크와 보병이 그걸 가만두고 볼 리가 없었고, 그나마 따라오려고 하던 차량은 일행을 뒤따라오는 포탄에 맞아서 작살나 버렸다.
“확실히 뭔가 있나 보군요.”
노형진은 눈을 찌푸리고 무기를 확인했다.
그들이 기를 쓰고 보호하려고 하는 대상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 경호 병력이 없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보입니다! 정지! 정지!”
그때 뒷좌석에서 드론을 조종하던 조종사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뭔가? 적들이 공격해 오나?”
“그건 아닙니다. 다급하게 대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만, 전차입니다.”
“전차?”
“네. 아무래도 2세대급 전차인 것 같습니다만. T-55 전차로 추정됩니다.”
“T-55라고요?”
“네.”
노형진은 그게 좋은 건지 몰랐기에 차영진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차영진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구소련의 전차입니다. 2세대급으로, 우리가 가진 무기와 비교하면 깡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군요.”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IS에 전차가 많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IS의 전차는 발견 즉시 폭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IS는 그걸 철저하게 감춰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발견되었다는 것은 전차를 동원해서까지 지켜야 할 만한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습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조종사는 드론을 이용해서 마을 안쪽을 감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을 살피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민간인들입니다.”
“민간인들? 민간인들이 왜 거기에 있지요?”
전쟁터 한복판에 민간인이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이라크는 이제 전역이 전쟁터니까.
하지만 난리가 나면 집에 들어가서 피신하는 게 보통이지 마을 한구석에 있지는 않는다.
“잠시만요.”
드론 조종사는 카메라의 줌을 확 당겼고, 곧 어렵지 않게 그 사람들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어…… 이 사람들 다 여자 같은데요?”
“여자요?”
“네. 모여 있는 사람들은 죄다 부르카를 입고 있습니다.”
부르카. 이슬람 국가에서 여자들이 입어야 하는 옷으로, 전신을 가리는 복장이다.
그래서 IS가 망하고 도망칠 때 그걸 입고 도망가려고 한 놈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니.’
노형진은 화면을 넘겨받아서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예시장.”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노예시장이라니요?”
“IS에게 여자는 그냥 성욕을 푸는 노예일 뿐입니다.”
실제로 마을에 쳐들어가서 젊은 여자를 다짜고짜 끌고 나와서 강간하고 팔아먹는 게 그들이었고, 심지어 여학교에서 강제로 여학생들을 납치해서 팔아먹기도 한다.
“말은 많았지요.”
노예가 있다면 그걸 거래하는 곳도 있어야 한다.
물론 개개인으로 거래할 수도 있겠지만, 대량으로 약탈하고 다니는 놈들이니 도시라도 하나 털면 거기서 끌고 온 여자들을 팔려고 노예시장을 만들 수도 있었다.
‘미군은 결국 발견하지 못했지만.’
사실 발견할 수가 없었다.
미군은 지난 이라크전의 악몽 때문에 오로지 폭격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싶어 했으니까.
“어, 음…….”
좌중에 침묵이 흘렀다.
노예시장에 잡혀 있는 사람들이 불쌍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구출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그들은 보물을 찾으러 왔지 구출 작전을 하러 온 게 아니니까.
‘어쩐다…….’
노형진은 고민했다.
뭘 선택해도 찝찝한 상황.
그런데 그 결정을, 차영진이 쉽게 내려 줬다.
“소탕해야 합니다.”
“피해가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저들은 전열을 가다듬어서 다시 추적해 올 겁니다.”
“아, 그렇겠네요.”
IS의 복수심은 어마어마하다.
그들은 분명 노형진의 일행에게 복수하고자 할 것이다.
“소탕하고 따라오는 병력을 줄이든가, 하다못해 추적을 못 하게 해야 합니다.”
차영진의 말이 맞다.
이동하다가 벌어진 일이라지만 뒤에 따라오는 놈들이 많아지면 여러모로 복잡해진다.
“그러면…….”
노형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쓸데없는 싸움에 끼어들게 하는 것은 제 권한이 아닙니다. 다수결로 결정합시다.”
노형진은 마음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