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07)
“아, 그놈들 찾았어요.”
“벌써?”
이수종은 노형진이 다음 날 찾아가자 시큰둥하게 말했다.
“별거 아니죠. 정보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어깨를 으쓱하는 이수종.
“비트코인이라는 게 이제 막 뜨는 상황이거든요. 그걸로 작업할 만한 사기꾼들은 많지 않아요.”
“그런 걸 용케도 안다.”
“저 원래 화이트 해커였다고요.”
“하긴, 그렇지.”
이수종은 원래 애나머스라는 화이트 해커 집단 소속이다.
그들은 사회적인 범죄에 대해 컴퓨터라는 무기로 저항하는 것을 기치로 내걸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 건 쉬운 일이었다.
심지어 희대의 마약 갱단조차 그들을 잡으려다가 역으로 털려서 두 손 두 발 다 드는 수준이다.
그의 비밀 계좌와 차명 계좌까지 모조리 털어 이메일로 보내서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에 넘기겠다고 하니 그로서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게 다 날아가면 부하들에게 모가지가 따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니까.
“일단 그 건에 대해 알 만한 사람들에게 부탁해 봤어요. 한국 쪽에서 작업하려면 그런 걸 준비해야 하거든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신들이 투자한 금액이 확실하게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한다.
물론 진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면 투자금이 확실하게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그 돈은 사기꾼의 돈이 아니라 그 사람의 돈일 뿐이다.
당연히 사기꾼은 그에 맞는 방식을 쓴다.
“가짜 사이트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오혜련에게 사기를 친 놈들은 비트코인 시세와 연동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보안 문제로 그 사이트를 통해서만 비트코인의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당연하게도 그 사이트를 통해 수익률이 열 배씩 뛰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은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사이트 작업을 한 사람을 찾은 거야?”
“네, 경찰은 못 찾는 모양이지만요. 멍청하긴.”
경찰은 여전히 직접적으로 사기를 친 사기꾼들을 찾고 있다. 여전히 오프라인 사기 방식만 생각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수종은 그 대신에 사이트를 뒤져서 그 사이트를 누가 만들었는지 찾아냈다.
이런 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 사람은 그중에서도 사기 치기 위한 사이트라는 걸 알면서도 만들었다.
즉, 한 패거리라는 뜻이다.
“장주인이라는 사람이에요.”
“장주인?”
“네. 공식적인 주소는 서울로 되어 있지만 지금은 울산에 있고요.”
이미 그의 주소와 대포폰까지 싹 털어 낸 이수종을 보면서 노형진은 혀를 내둘렀다.
“네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구나.”
“아이고, 어쭙잖은 짭새들하고 비교하면 섭섭하지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다르기는 하다.
경찰도 자칭 전문가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경찰에 있는 전문가들은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일단 특채로 뽑는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컴퓨터 사이트를 만들거나 해킹하는 걸 기준으로 뽑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결국 경찰은 박봉이라는 거다.
제대로 범죄 사이트를 털어 대기에는 그들에게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해킹의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존재에 접근하는 법을 모른다는 거다.
정상적으로 대학에서 해당 기술을 배우고 나왔으니까.
그렇다 보니 실력은 좋을지언정 그들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모르고, 설사 안다고 해도 경찰 소속이라는 부분 때문에 털 수 있는 곳에 한계가 있다.
서버도 엄밀하게 말하면 사유재산인데, 사유재산을 경찰이 마음대로 털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건 어떻게 찾은 거야?”
“프로그램을 관리하려면 어디선가는 접속해야 하니까요.”
아무리 자동으로 연동되게 했다지만 사이트를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거기에 접속해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니, 이수종이 거기에 악성 코드를 심어서 그를 추적했던 것이다.
“여기요.”
이수종은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쪽지를 건넸다.
“그런데 이놈을 잡아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이런 말이 있지.”
노형진은 씩 웃었다.
“범죄자들에게 의리는 없다.”
* * *
장주인은 자신을 찾아온 남자들을 보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오광훈의 말에 장주인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현실적으로 검사가 찾아왔는데 그를 제압할 방법은 없다.
더군다나 수사관과 다른 사람들까지 함께 찾아왔다면 말이다.
“장주인, 무려 40억대 비트코인 사기라……. 간땡이가 부었군.”
“그런 적 없습니다.”
애써 부정하는 장주인. 하지만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세 놈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던데?”
“세 놈이라니요?”
“조규호, 장승필, 주자역.”
오광훈이 읊어 대는 이름에 장주인은 온몸의 힘이 쫘악 빠졌다.
“그리고 여주랑 부산에서 준비하던 작업도 이야기할까?”
그대로 무너지는 장주인.
더 이상 도망갈 길이 없었던 것이다.
“좋아,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오광훈은 그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턱, 손을 올렸다.
“우리, 할 이야기가 참 많지, 아마?”
* * *
결국 사기꾼 일당은 잡혀 들어갔다.
애초에 이수종이 그의 컴퓨터를 털어서 증거를 싹 다 빼 온 상황인 데다가 피해자가 오혜련만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의 처벌은 확정적이었다.
오광훈은 그런 그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어때? 도와준다고 하면 형량을 줄여 주지.”
사법 거래는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사법 거래란 범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범죄를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 그 형량을 조금 줄여 주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그 사법 거래가 합법이지만 한국은 불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사법 거래라는 게 없을 수가 없다.
“진짜입니까?”
장주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차피 이미 잡힌 상황이다.
돈? 돈은 이제 문제가 아니다.
방금 전 찾아온 노형진이라는 변호사는 사기꾼들의 세계에서 악마 그 자체로 불리기 때문이다.
‘돈을 토해 내든가, 후쿠시마로 내몰리든가.’
물론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다.
하지만 사기꾼들이 가지 않는다 해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피해자들에게 돈이 들어온다.
야쿠자와 손잡고 사기꾼들을 후쿠시마 재건으로 내몰고 있다는 게 암암리에 퍼진 소문이고, 야쿠자들이 동의서를 받아 가면서 끌고 가는 건 아니니까.
여기서 돈을 토해 내고 조용히 한국에서 살든가, 후쿠시마에 가서 암에 걸려 오든가.
“오혜련이라고, 너희한테 사기당한 여자가 있거든. 그 여자를 엮는 데에 도움을 주면 최선을 다해서 형량을 줄여 줄게.”
물론 오광훈의 성격상 그렇게 자발적으로 나서서 봐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사건이 중요한 데다가 현실적으로 그들이 돈을 쓰기도 전에 다 잡은 덕분에 돈은 그대로 다 돌려받아서, 화이트칼라에 대해 처벌이 약한 대한민국의 특성상 그다지 강한 처벌을 내릴 수는 없다.
그걸 알기에 노형진은 오광훈을 설득했고, 오광훈은 장주인에게 떡밥을 던지고 있었다.
“어쩔 거야? 네가 도와준다고 하면 적당히 형량을 깎아 주고.”
“으음…….”
오광훈의 말에 장주인은 선택 사항이 없음을 알았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간단해. 끼리끼리 뭉친다고 하면 되는 거지, 후후후.”
* * *
“뭐라고?”
오혜련은 자신에게 사기를 친 장주인의 말에 눈을 찌푸렸다.
“변호사를 붙여 줘.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미친 새끼! 너희들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 그런데 이제 와서 뻔뻔하게 변호사를 붙여 달라고? 너희 미쳤냐?”
당연히 오혜련은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간 놈들이 뻔뻔하게 변호사를 선임해 달라고 하니까.
“이봐, 오혜련이. 내가 이 바닥에서 얼마나 굴렀는지 알아? 어? 네가 지금 공사 치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뭔 개소리야!”
“뭔 개소리는 뭔 개소리야! 너 12년 전엔가 13년 전에 공사 치고 튄 것도 알아!”
순간 오혜련은 움찔했다.
실제로 황주달이 오혜련을 발견하는 바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어쩌면 그에게도 막대한 돈을 물어 줘야 할지 몰라 오혜련은 돈이 다급해진 상황이었다.
“우리 쪽 애들 중에 약 하는 애도 있거든. 그 애가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던데?”
“너…….”
“제법 쓸 만한 작전이던데 끼워 줘. 변호사도 붙여 주고.”
“개소리하지 마!”
“싫어? 그러면 말짱 나가리 되는 거고.”
장주인은 뻣뻣하게 나갔다. 어차피 그는 막장이었다.
“그 대신에 나도 이 건에 대해 모조리 나불거릴 거야.”
“증거 있어?”
“에헤, 아까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거야? 네가 약을 산 딜러가 내가 아는 사람이라니까.”
오혜련은 눈을 찌푸렸다. 다급한 마음에 일단 저질렀는데 쓸데없이 파리가 꼬였으니까.
“내가 여기서 나불거리면 너도 다시는 이 방법 못 쓰는 거 알지?”
“너…….”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짭새들도 이건 잘 모르는 것 같더라. 그러니까 같이 좀 먹자. 내가 애들 동원할게. 네가 교육 좀 시켜.”
“개새끼.”
“맞아. 난 개새끼야. 하지만 네년 편이기도 하지. 만일 네가 도와준다고 하면 말이지, 네 돈은 돌려줄게.”
“뭐?”
오혜련은 순간 귀가 솔깃해졌다.
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작업을 한 건 사실이다.
장주인이 털어 간 돈이 무려 4억이 넘는다.
“너 잡힌 거 아냐?”
“너 바보냐? 사기꾼들이 잡혔을 때 대비해서 돈을 다 빼돌려 두는 건 기본 아니야?”
물론 그 대가로 후쿠시마로 팔려 가서 문제이지만 말이다.
“어차피 나도 이번에 잡힌 이상 계속 이쪽에서 활동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으니, 네가 어떻게 좀 힘써 주면 내가 그 돈을 돌려줄게. 대신 같이 손잡자고.”
“으음…….”
“어차피 이것도 제대로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돈 안 받을 거야?”
오혜련은 입술을 깨물었다.
맞는 말이다. 장주인이 입을 열기만 해도 그녀 자신은 끝장난다.
그에게 입은 피해를 막기 위해 한 일이라고 하지만 명백하게 협박에 갈취니까.
“입 다물 거지?”
“당연하지. 내가 입이 가벼웠다면 사기 치고 다닐 수 있었겠어?”
“좋아. 하지만 내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죽여 버릴 거야.”
“돌려줄게, 확실히.”
확실히 돌려줄 수밖에 없다.
이미 돈이 어디에 있는지 오광훈이 찾아냈으니까.
그들은 나름 돈을 감춘다고 감췄지만, 노형진의 사이코메트리 능력 앞에서는 그 모든 게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같이 작업하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변호사 좀 하나 해 줘. 국선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알았어. 해 줄게.”
오혜련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돈은 어디에 있어?”
“응?”
“돈 말이야. 설마 돈도 안 주고 입 닦으려는 거야?”
“아, 돈. 그 돈 말이지, 가지고 있는 녀석이 곧 올 거야.”
“언제?”
“지금.”
“지금?”
고개를 갸웃하는 그 순간 면회실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궁금증에 고개를 돌린 오혜련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오 검사님?”
자신의 사건을 담당하는 오광훈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오혜련 씨.”
“여기는 어떻게……?”
“어떻게는요.”
오광훈은 고개를 살짝 돌려서 귀를 톡톡 두들겼다.
그걸 본 오혜련의 얼굴이 새파란 색으로 질렸다.
그의 귀에 걸린 이어폰이 보였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돌려준다고 했지? 다만 법원을 통해 들어갈 거야.”
이죽거리면 자신의 상의를 살짝 열어젖히는 장주인.
그러자 작은 마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 너…….”
“미안. 나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
면회실은 기본적으로 가운데를 유리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몸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당연히 장주인의 옷 안에 마이크가 있다는 것을, 오혜련은 전혀 모를 수밖에.
“이 개 같은 새끼!”
“개 같은 새끼라 미안합니다.”
이죽거리는 장주인.
오혜련은 분노에 ‘쾅!’ 하고 유리벽을 후려쳤지만 그 정도로 부서질 벽이 아니었다.
“오혜련 씨, 같이 가시죠.”
오광훈은 히죽 웃으면서 그녀에게 다가갔고, 오혜련은 머리를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