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34)
이틀 뒤 조상필은 주변 상인들을 아침부터 모아 두고 있었다.
보통은 대부분 쉴 시간이다.
그래야 밤에 장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진상 하나를 확실하게 해결해 준다는 말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들 나와서 노형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씨구, 이건 뭐야?”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커다란 버스.
아무리 봐도 전세 버스였다.
“진상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버스가?”
“타고 가 보면 알아.”
노형진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버스에 탔다.
그리고 대략 40분쯤 이동하던 버스는 어느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백화점에는 왜?”
“말했잖아, 역지사지. 인간은 역시 지랄을 당해 봐야 자기 일인 줄 안다고.”
노형진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인간이 왜 진상을 부리는 줄 알아? 상대방이 자기한테 보복을 못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결국 자기한테 보복이 들어온다는 걸 알면 누구도 그렇게 진상을 못 부려.”
노형진은 웃으면서 안쪽으로 앞장서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손으로 매장 하나를 가리켰다.
“오늘의 추천 매장은 여기입니다. 짜란!”
노형진은 ‘짜란!’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이 잔뜩 몰려오자 나와 있던 직원 중 한 명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허억!”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면서 창백한 얼굴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여자.
“저 여자는?”
“역지사지, 후후후.”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고의로 진상을 부리는 이유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이건 우리 새론에서 써먹어도 되겠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진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진상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피해자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응하지 못한다.
“이런 말이 있지, 나가면 손님이라고.”
“나가면 손님?”
“그래. 진짜로 있었던 일이야.”
어떤 회사에서 압박 면접이라고 하면서 입사 예정자들에게 온갖 폭언과 모욕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그 면접관들이 멍청했던 거다.
애초에 압박 면접이라는 것은 대상의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을 보기 위한 방법이다.
쉽게 말해서 일반적인 직원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 해결책을 내놓게 하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 내는지가 관건이다.
‘가령 뉴욕시에 있는 쥐의 수를 구하라.’부터 ‘그 쥐를 박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강구하라.’같이 불가능한 업무를 부여했을 때 그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게 압박 면접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게 잘못 전해졌지. 뭐, 한국에 잘못 전해진 게 한두 개가 아니긴 하지만.”
‘업무적 스트레스’에서 업무적이라는 부분은 스윽 빠지고 스트레스란 부분만 남아서, ‘압박 면접=취업 예비자에 대한 인격 모독’이라는 방식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 보니 압박 면접을 한다고 하는 곳에 가면 창의적 문제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온갖 짐승 새끼에 관련된 말은 다 나오고 부모님의 안부부터 일단 경찰을 불러다가 감옥에 넣고 대화를 시작해야 할 만한 성희롱까지, 압박이 아니라 온갖 갑질이 만연한 게 현실이다.
“그때 한 직원이 나가면서 한 말이 있지. 여기서는 내가 당신들에게 면접을 보고 있는 거지만 내가 나가서 손님이 되는 순간 당신들이 내게 면접을 보는 거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 사람이 완벽한 안티로 돌아서서 사사건건 고발하고 모욕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그 당시 면접을 봤던 면접관들은 모욕죄로 처벌받았고.”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건 진상도 마찬가지거든.”
식당에서는 진상녀가 손님이지만 여기서는 그들이 손님이다.
“저 신발이 무척이나 비싸 보이네?”
만지작거리면서 웃는 노형진.
물론 그 진상녀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손님, 저기, 그걸 그렇게 막 만지시면…….”
“만지면 뭐?”
“저기, 때가 타면…….”
“때가 탄다고? 내가 그렇게 더럽게 보여? 지금 손님 무시하는 거야? 무슨 직원 응대가 이따위야? 사장 나오라고 해!”
노형진이 나서서 진상을 부리기 시작하자 멍하니 그걸 바라보고 있는 식당 사장들.
그 진상을 부리던 여직원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여기서 빌자니 자신이 갑질 하던 사람들이 눈앞에 있어서 자존심이 상하고, 안 빌자니 노형진이 흔드는 블랙 카드가 무섭다.
“내가 거지야? 어! 거지냐고!”
“죄, 죄송합니다.”
“내가 너 따위에게 죄송하다는 말 듣는 걸로 끝내야겠어? 사장 나오라고 해! 누가 여기 매장 매니저 부르래? 여기 백화점 사장 부르라고! 백화점 사장!”
지랄 지랄을 하는 노형진에 찔끔한 여자를 바들바들 떨었고, 결국 보다 못한 매니저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노형진은 슬쩍 거기서 빠졌다.
“좋았어. 가자.”
“끝?”
“너 같으면 앞으로 너희 가게에 가겠냐?”
“어…… 안 가겠지?”
이미 진상을 부리던 사장들 앞에서 있는 대로 창피를 당했다.
창피해서라도 가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더군다나 현실적으로 말이야, 가게 사장들이 자기가 일하는 곳을 알아냈어. 그런데 다음에 또 가서 진상을 부리면 어떻게 될 것 같냐?”
“무슨 뜻인지 알겠네.”
그쪽 가게에서 진상을 부리면 사장들도 역으로 그녀가 일하는 이 매장에 와서 진상을 부릴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그래 왔듯 자신이 완벽하게 안전한 포지션에 선 채 진상을 부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역지사지의 완결판 같은 거지.”
그녀는 다시는 자신이 진상 부리던 가게에 못 간다.
만일 그랬다가는 회사 생활이 고달파질 뿐만 아니라 재수 없으면 잘릴 수도 있다.
백화점 같은 곳은 구설수가 있는 직원을 오래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으니까.
“보통 식당 주인들은 진상이 오는 걸 쫓아내지 못하지. 자기 가게도 바쁘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 새론에서 찾아 주면 된다.
물론 그에 따른 비용이 들겠지만 말이다.
“한 30만 원 정도면 충분히 일하는 곳을 찾아낼 수 있어.”
그냥 퇴근하는 길을 미행하면 되니까.
“어…… 그거 불법 아니야?”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그거 불법 아니야.”
“불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흥신소는 불법이라고 때려잡던데.”
“그 애들은 장비를 쓰니까.”
만일 위치 추적 장치 같은 걸 쓰는 경우, 해당 행동은 위치 정보법이나 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불법행위가 된다.
“하지만 인적 추적은 불법이 아니지.”
순수하게 사람이 다른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처벌 규정이 없다.
더군다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잡고 싶다고 해도,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그 추적자를 감시하면서 증명해야 한다.
“단 하루 따라다니면서 직장을 알아내는 건 증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며칠간 추적한 것도 아니고 단 하루 직장을 알아내기 위해 따라다니는데 그걸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그리고 말이야, 따라다니는 걸 안다고 쳐 봐. 그래서 어쩔 거야? 출근하지 않을 거야? 그걸 사장이 인정해 줄까?”
“역으로 당하는 거네.”
“정확해.”
물론 불안해서 출근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역습당한 사람이라면 다시 진상을 부리게 될까?”
“무슨 뜻인지 알겠다.”
사람이 붙어서 자신의 직장을 확인할 거라는 두려움이 생기면 누구도 다른 곳에 가서 진상은 못 부린다.
물론 자신이 당당한 경우, 즉 가게 쪽에서 잘못한 게 확실한 경우라면 모를까.
“아마 저 여자는 오늘 이후에 그쪽 가게들에 오지 않을 거다, 절대.”
“좀 웃기네.”
그 여자에게 당한 게 거의 6개월이다.
하지만 대응책이 없어서 그냥 두고 봐야 했다.
그런데 단 하루, 아니, 자기들의 시간만 계산하면 반나절 만에 문제가 해결되었다.
“괜찮을 것 같아. 복수재단에서 해도 될 것 같고.”
그렇잖아도 복수재단에서 진상에 대한 해결책을 문의하고 있었다.
사장만 미친놈이 있는 게 아니라 손님도 미친놈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저런 여자들은 해결하는 게 쉬울 거야.”
한번 대응해 주는 곳이 생기면 진상을 쫓기 위해 연락하는 곳은 많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장진범이지.”
장진범은 직장인도 아니고 가족들도 정상이 아니다.
만일 정상적인 가족이라면 장진범을 그냥 그렇게 둘 리가 없다.
장진범이 멘사라는 허울에 가려져 있는 건 그들이 그를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장진범에게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아. 가족들이 정신 차려서 장진범을 막을 리도 없고.”
애초에 애한테 네가 남들보다 더 우월하다고 가르치는 집안에서 성인이 된 아들을 이제 와 제대로 교육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기대다.
“일단 직장이 없으니 이렇게 직장을 찾아가 정신적 압박을 주는 방법도 소용없고.”
“그러면 어쩌나? 그 ‘진상을 만나다’라는 곳에 제보해 볼까?”
확실히 그것도 방법이기는 하다.
거기에 출연한 진상들은 창피해서라도 똑같은 짓을 못 하니까.
특히나 저렇게 자기가 우월해서 법과 사회적 규칙을 위반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놈이라면 아마 가루가 되도록 까일 게 뻔하다.
“글쎄다. 그것도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 출연자 명단에 오르려면 3개월은 기다려야 할걸.”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애초에 그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한 게 나야.”
“아…….”
“진상 신고 기록이 아주 넘쳐 난다, 넘쳐 나.”
물론 저 정도면 충분히 출연할 만하지만 노형진은 그렇게 시간을 길게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진상을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1회 방송이 기본이고 1년 내내 방송해 봐야 쉰두 명이 다다.
문제는 한국의 진상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거다.
거기에다 손님형 진상만 있는 게 아니다.
건물주가 진상인 경우도 있고, 심지어 사람들이 약자라고 생각하는 세입자가 진상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런 타입은 방송에서 때려 봐야 그다지 타격 안 입는다.”
“어째서?”
“애초에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런 놈이 남들이 하는 말을 듣겠냐?”
“으음?”
“너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말을 듣는 거 봤어?”
“아, 씨발. 너무 화끈한 예시를 드니까 너무 확실하게 알겠잖아. 뭔 놈의 예시가 이렇게 아프냐?”
“변호사쯤 되면 예시도 팩트 폭력을 할 줄 알아야 해.”
“씨발. 뼈 때린다, 뼈 때려.”
정치인들은 매일같이 욕을 먹는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은 대놓고 친일을 하거나 불법을 저질러서 욕을 먹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며 하등한 국민이 하는 말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집단 지성의 힘을 빌리는 거지.”
“집단 지성?”
노형진은 씩 웃었다.
“이런 말이 있지, 다굴에는 장사 없다.”
“다굴? 설마 진짜로 패자는 거야?”
“아니.”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우리 역시 쓸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거지. 피가 마를 때까지 말이야, 후후후.”
그렇게 말하는 노형진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이야, 일단 고용부터 안정되어야 할 것 같은데.”
노형진의 말에 조상필은 뭔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