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54)
노형진은 손채림에게 이야기해서 무조건 그 사람을 데리고 오도록 했다.
다행히 그 사람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조디 제퍼슨이라고 합니다.”
반백의 남자는 노형진과 오광훈의 손을 잡으며 악수했다.
“일단 주요 서류는 오면서 비행기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형진이 그를 부른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이쪽에 관해서는 진짜 전문가니까.
노형진이 그에 대해 아는 건 간단하다.
회귀 전 학회에서 그의 강의를 들었고 그는 특수 범죄 조직, 즉 갱단의 구조와 확장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물론 그건 미래의 이야기다.
그러나 노형진은 그걸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번 사건을 보면서 그때 들은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조디 제퍼슨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갱단의 확장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무차별적인.”
노형진의 눈이 사정없이 찡그러졌다.
* * *
“갱단? 그게 무슨 말인가? 갱단이라니?”
서울지방검찰청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모여서 조디 제퍼슨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노형진은 그 옆에서 그들에게 조디 제퍼슨의 말을 통역해 주고 있었다.
“한국에서 이런 패턴을 발견할 줄은 몰랐지만, 이는 멕시코와 브라질 갱단과 비슷합니다.”
“멕시코 갱단?”
검찰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사실 많은 검사들이 멕시코나 브라질에 있는 갱단에 대해 알고 있다.
물론 대부분은 그저 소문을 듣는 정도이고 진짜로 상대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저는 미국 FBI 심리 수사 요원으로, 오랫동안 멕시코 갱단과 싸워 왔습니다. 미국은 그들에게 황금의 땅이라서 지금도 어떻게든 들어오려고 하니까요.”
“으음.”
하긴, 검찰 쪽에서 일하면서 멕시코 갱단과 미국의 싸움을 모르지는 않는다.
오죽하면 그들을 박멸하겠다고 미국이 멕시코 침공을 계획하기까지 했을까.
그들과 싸워 온 조디 제퍼슨의 입장에서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멕시코의 갱들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입니다. 대학생들이 자기들에게 반대하는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수십 명을 납치해서 산 채로 가죽을 벗겨서 매달아 두기도 합니다.”
얼굴이 핼쑥해지는 사람들.
“그들의 방식은 간단합니다. 무차별적인 폭력과 공포의 전염.”
“공포…….”
“그들이 멀쩡한 도시를 노릴 때 쓰는 방법입니다.”
일단 도시 내부에서 주요 사법 시스템 종사자의 가족들을 노린다.
현실적으로 검사나 판사 본인이라면 모를까 그 가족에게까지 경호가 붙지는 않는다.
놈들은 무방비한 상태의 가족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인하면서 사법 종사자들에게 압박을 가한다.
“결국 그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갱단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그렇게 사법 시스템이 손아귀에 들어오면 그다음에는 행정입니다. 시장 등의 공무원들. 가족의 목숨이 위험해지면 결국 그들도 굴복할 수밖에 없지요.”
“…….”
“그렇게 그 지역의 모든 게 손아귀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그곳을 지배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갱단이 됩니다. 멕시코나 브라질 등의 갱단이 이런 식으로 지역을 지배하지요.”
실제로 시장으로 뽑히면 그날 밤 집에 수류탄이 날아들고, 시장 후보로 나서면 길을 가던 중에 총에 맞아서 죽는 게 그 지역의 상황이다.
심지어 여성 시장은 당선 첫날 납치되어 집단 강간당한 후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런 범죄에서 안전한 방법은 단 하나, 그 지역을 지배하는 갱단의 말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저는 그러한 갱단과 싸우기 위해 미국에서 파견되어 멕시코에서 오래 활동했지요. 그 때문에 그들의 성향을 압니다. 이건 그들의 방식입니다.”
“왜 하필 한국입니까? 아니, 여기는 미국에서도 멀고 그들도 쉽게 올 수 없는 곳입니다. 갱단이 집단 이주하기에는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데요.”
한국이 위치상 가까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콕 찍어서 한국이란 말인가?
물론 한국이 여러모로 탐날 수는 있다.
하지만 갱단의 핵심은 결국 자금과 인력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인력이 없으면 감당 못하고, 인력이 없으면 경쟁 갱단에게 목이 날아간다.
“그게 좀 이상하기는 합니다. 한국은 너무 멀거든요. 물론 조건만 보면 한국이 먹음직스럽기는 합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부자 국가입니다. 여기를 먹으면 멕시코 도시 하나 먹는 것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조디 제퍼슨은 그렇게 말하고는 물을 한 모금 삼켰다.
그가 보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또 공격의 용이성 문제도 있지요. 한국은 치안이 좋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충격적 방식의 공격에 대한 내성이 없습니다.”
하긴, 벌써 몇몇 사람들은 공포에 사표를 던지고 도망갔다.
저항하지 않는 국민들이나 때려잡고 돈이나 받아 처먹던 부패한 경찰들에게 목숨을 건 싸움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일 테니까.
“거기에다 한국은 총기가 거의 없습니다. 어차피 갱단이라는 존재는 법을 지키지 않지만, 한국에는 총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들과 싸울 집단이 없다는 것도 그들이 보기에는 이점일 겁니다.”
“하아.”
그 말이 맞다. 한국은 총기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심지어 경찰조차도 총을 쏴서 잡는 것보다 차라리 총을 던져서 잡는 게 빠르다고 할 정도로 총기 사용의 규제가 엄격하다.
“애초에 법을 지키지 않으려고 작정한 놈들이 밀수한 소총 들고 싸우는 건 일도 아닐 테지요.”
“하지만 한국에는 군이 있습니다.”
“멕시코에도 군은 있습니다만?”
총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군을 바로 동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한국 특유의 상황도 문제가 됩니다.”
“특유의 상황요?”
한국은 분명 군이 있고 세계적인 군사 강국이다.
그러나 한때 군사 쿠데타로 인해 민간인에게 총을 겨누는 것에 대해 절대 용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설사 그게 범죄자라고 해도 말이다.
“더군다나 위에 있는 북한이 문제입니다. 그쪽에서 조금만 제대로 도발하면 한국의 군은 꼼짝도 못 합니다.”
“아, 씁…….”
결국 북한에 도움을 청해서 분란을 일으키고 그 후에 후방에서 난장판을 만들어서 먹겠다는 거다.
“북한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건 없겠군.”
오광훈은 거칠게 말했다.
북한이 한국에 제대로 엿 먹일 수 있게 된다는 거다.
“결정적으로 한국의 대부분의 남성은 훈련받은 군 병력 출신입니다. 사실 비슷한 조건은 일본 등지도 있지만, 그 부분 때문에 여기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검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은 그 부분에 대해 대충 알 것 같았다.
“갱단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훈련된 건 아니거든요. 뭐,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훈련?”
“사실상 멕시코는 갱단과 거의 내전 상태죠. 하지만 절대 갱단이 직접적으로 내전으로 몰고 가지는 않아요. 왜 그러겠습니까?”
그들은 지방의 많은 도시를 지배하고 있고 그곳에는 공권력이 개입하지 못한다.
사실상 내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싸우지 않는다.
“부패 때문 아닌가요?”
어떤 검사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반만 맞습니다.”
“반만 맞다고요?”
“싸우지 못하는 이유는 전력의 비대칭 때문입니다.”
“네?”
“갱단은 범죄자 집단입니다. 당연히 특수전 무기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탱크를 몰거나 전투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당장 병력의 숫자는 많지만 그들 대부분이 전투 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다.
그저 총 연발로 놓고 주르륵 갈길 줄만 안다.
“맞습니다. 갱단들이 군을 상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거죠. 내전과는 성향이 다릅니다.”
내전이라는 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전문가가 그쪽에 투신한다. 그래서 탱크를 몰 줄 아는 사람도 있고 전투기를 몰 줄 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갱단은 결국 범죄 집단이다.
한두 명쯤이야 있다고 해도 충분한 숫자는 안 되기 때문에 군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한국은 그런 의미에서 제법 쓸 만하지요. 농담 삼아서, 길바닥에 탱크를 세워 두면 15분 안에 차장에서 포수까지 다 구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한국에는 인재가 많다.
“설마 갱단이 전력을 확보하려고 그런다고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예상이 그렇다는 거지요.”
사실 그게 제법 쓸 만한 추측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럴 가능성이 낮기는 하다.
당장 그걸 멕시코 정부가 가만둘 리도 없거니와, 한국은 환율이 무척이나 높다.
그들이 주는 보수는 멕시코에서야 목숨을 걸고 싸울 만한 돈일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먹고살 정도의 돈일 뿐이다.
“정부에서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정상적이라면 그렇지요.”
“정상적이라면……?”
“경제력이나 국가적 능력에 비해 한국의 정치 능력은 너무 낮습니다. 대놓고 말하면 상당히 부패한 곳이라는 겁니다.”
“그건…….”
부패한 정치인들일수록 나라를 팔아먹고 국민을 팔아먹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그런 일은 넘쳐 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북한에 총을 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정치인들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정치 부패도. 갱단이 가장 좋아하는 거지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멕시코 갱단이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그 부분이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멕시코는 너무 멀어요.”
조디 제퍼슨도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지금까지 멕시코와 오래 싸워 왔기에 그들의 성향을 안다. 이 일은 그들의 패턴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저라면 한국을 노리지는 않을 겁니다. 멕시코 바로 위에 미국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밀입국자들 같은 히스패닉이 가득합니다. 갱단원을 보충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조디 제퍼슨.
하긴, 상식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잘사는 미국을 두고 여기까지 갱단을 데리고 올 이유는 없다.
그 비용도 적지 않을 테니까.
“갱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숫자의 보충이 핵심적 주제입니다. 그래서 멕시코에서도 갱단은 전투원에게 막대한 돈을 줍니다. 그런데 그 돈을 항공비로 다 날린다? 글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디 제퍼슨도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긴, 한국에는 히스패닉 계열의 이민자가 거의 없다.
들어올 수야 있겠지만 갱단이 활개 치기 시작하면 정부에서 그들을 가만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부패하는 것과 적을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니까.
“혹시 말입니다.”
문득 노형진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누가 들으면 헛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조디 제퍼슨의 말을 듣고 있자니 딱 그 조건이 맞는 곳은 한 곳뿐이다.
‘사람은 채울 수 없지만 기술은 배울 수 있는 법이지.’
그리고 노형진은 그중 한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
“중국은 어떤가요?”
“중국요?”
모두의 시선이 노형진에게 향했다. 좀 뜬금없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가능한 일이었다.
“네. 대충 보면 지금 한국이 미국이고 중국이 멕시코라고 하면, 조건은 비슷한 것 같은데요?”
압도적으로 높은 환율. 어마어마하게 들어와 있는 이민자들.
더군다나 중국도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아는 걸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건 중국 스타일이 아닌데?”
검사 중 몇몇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중국인들의 범죄와 연관되어 본 적이 없는 검사가 없는 지경이니까.
“하지만 스타일은 바뀔 수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에서 상당히 많이 퇴출되지 않았던가요?”
“그건 그런데…….”
노형진은 일이 터지고 나서 많이 고민했다.
‘원래 역사에는 없던 일이 왜 터졌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멕시코나 브라질 같은 곳은 건드린 적이 없다.
관련이 아예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용한 수준이지 그들이 한국을 노릴 정도의 파급력을 끼칠 일은 아니었다.
‘그 정도 파급력을 준 것은 중국과 일본이지.’
어쩔 수 없다.
중국이고 일본이고, 한국과 가깝고 적대적이니까.
그나마 일본 같은 경우는 그가 이용해 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오랫동안 들어와 있던 중국 조직을 한국에서 노형진은 모조리 털어 내다시피 했다.
특히 장기 밀매에 관해 중국 조직들은 싹 쓸려 나가다시피 한 상황이다.
“그동안 중국 폭력 조직은 한국에 공을 많이 들였지요.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의 공권력에 싹 쓸려 갔습니다.”
노형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면서 검사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들은 그동안 조용히 이 땅을 점령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싹 쓸렸으니까.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
중국의 갱단은 사실 상황이 좋지 못하다.
중국 정부는 정부가 나서서 장기 밀매를 할 정도로 미친놈들이라, 섣불리 깡패 짓을 하다가 잡히면 군이 동원되어서 밀어 버린다.
러시아? 거긴 중국인이 맞으면 중국인을 잡아간다.
일본? 물론 먹음직스럽기는 하지만 일본은 야쿠자라는 세계적 레벨의 범죄 조직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지요.”
있는 조직도 규모가 작다. 그리고 치안이 좋은 편이다.
군은 민간인에게 총질하지 않고, 무기도 돌지 않는다.
“설마…….”
“중국이 멕시코의 방법을 배워서 써먹는다면 한국에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노형진의 말에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방법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여기에 계신 검사님들, 갱단이 무차별적으로 가족을 죽인다고 하면 끝까지 싸우실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
“검사님들이야 그런 분이 계실지 모르지요. 국회의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닝기미.”
뒤에서 듣고 있던 오광훈이 욕을 뱉어 냈다.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국회의원들은 백 명 중 아흔아홉 명은 배신하고 갱단에 붙을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돈과 권력이지 국민들의 안전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했다면 벌써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바꿨을 것이다.
“중국이라…….”
조디 제퍼슨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가 중국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여러 학회와 동료들에게 중국의 폭력 집단에 대해 들었다.
“그들의 폭력 스타일은 분명 멕시코 갱단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심지어 돈을 버는 방식도 닮았다.
“중국이라면 바로 옆 나라지요?”
“맞습니다.”
“그러면 그들이 한국을 노릴 가능성도 분명 존재합니다. 사실 공포라는 건 결국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니까요.”
가족이 죽는 걸 가만 두고 볼 사람은 없다.
“아마도 중국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사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